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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1. 글씨를 배우다 2. 여행준비 3. 돈 카르멜로와의 만남 4. 새로운 일 5. 루벤스의 방문 6. 첫사랑 7. 이탈리아 여행 8. 작고 붉은 꽃 9. 궁정에서 사귄 친구들 10. 고백 11. 이탈리아로 돌아가다 12. 나의 초상화가 완성되다 13. 자유의 몸이 되다 14. 작별 15. 새로운 거처 맺는 말 옮긴이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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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깨진 사기그릇 조각을 팔레트 삼아 색깔을 섞어 가며 칠하고 있었는데, 문득 나의 그림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내 눈이 놀라서 바라보는 동안 나의 손이 그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마치 나는 나에 대하여 아무런 힘도 행사하지 못하는 격이었다. 내가 칠하는 동정녀의 얼굴에 검은색이 짙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목구비도 더 부드럽고 둥글둥글해졌다. 그녀의 얼굴은 나와 같은 종족의 처녀 얼굴로 변해가고 있었다. 두 눈동자는 몹시도 컸고 우단처럼 부드러운 검은색이었다. 가장자리에 가늘게 반짝이는 흰자위만이 테를 두르고 있을 뿐이었다. 코는 넓적했지만 콧구멍은 섬세했다. 입술은 두툼했고 양쪽 입 모서리는 움푹했다. 긴 윗옷의 주름 장식 밑으로 내비친 머리카락은 검은색이었고 꼬불꼬불했다. 나는 흑인 마돈나(성모)를 그려 놓은 것이다.
처음에 나는 내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곧 슬퍼졌다. 마치 어떤 악마가 내 손을 잡아 움직여 나로 하여금(나 자신의 허영심을 채우려고) 성모님을 흑인 여자로 그려 놓게 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의 종족이야말로 신에게 선택받은 종족이라는 것을 주장하고 싶어서 그런 그림을 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얼굴을 손에 묻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다 나에게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라도, 내가 그런 그림을 그린 것은 천사가 나의 손을 이끌어서가 아니었을까? 내가 나를 주인과 같은 자리에 갖다 세워 놓으려 한 것이 얼마나 잘못된 짓인가를 보여주려고 그리 한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그런 그림을 그림으로써 주인에게 나도 그와 마찬가지로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며, 그가 그의 종족인 스페인 사람들을 위엄 있고 기품 있게 그릴 수 있듯이 나는 내 종족의 아름다움을 드러내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혼란스럽기만 했다.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고, 나의 영혼은 고통으로 휘청거렸다 . --- pp.195~1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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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고 벨라스케스 (1599~1660)
1599년 스페인 세비야에서 출생하였고, 1623년에 펠리페 4세의 궁정화가가 되었다. 화려하고 다양한 붓놀림과 미묘한 색의 조화를 이용하여 형태, 질감, 공간, 빛, 분위기의 효과를 내는데 성공했으며, 시대를 크게 앞질러 인상파의 출현을 예고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그의 종교화 · 신화화는 모두 주제의 제약에 속박되지 않는 조형성 탐구라는 근대성을 지녔으며, 백색 · 흑색 · 회색의 잘 조화된 색채가 비속화나 이상화에 치우치지 않는 독자적인 리얼리스트로서, 17세기 스페인 화단에서는 개성이 출중한 화가로서 평가되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아래의 것이 있다. - <궁정의 시녀들>: 전통적인 선에 의한 윤곽과 조소적인 양감이라는 기법이, 투명한 색채의 터치로 분해되어, 공기의 두께에 의한 원근법의 표현으로 대치되었다. 피카소, 달리, 고야 등이 이 그림을 재해석하여 새로 그리기도 했다. - <후안 데 파레하>: 대담하면서도 친근한 이 그림은 생생한 초상의 효과를 강하게 자아내고 있다. 이 그림이 경매될 때, 약 550억에 낙찰되었는데 당시(1970년) 최고 낙찰가였다. - <교황 이노센트 10세>: 강렬한 느낌을 주는 이 그림은 섬세한 붓놀림과 능숙한 기법으로, 라파엘로의 <교황 율리우스 2세의 초상>과 함께 세계 최고 초상화로 칭송되고 있다. 후안 데 파레하(1610~1670) 스페인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노예였으나, 1654년 자유의 신분을 얻고 벨라스케스의 화실에서 공개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 곧 놀라운 재능을 지닌 화가로 인정받았다. 작품으로는 <부름 받은 마태>가 있다. * 참고로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좀 더 많은 재미와 상상력을 갖도록, 책 앞부분에 벨라스케스와 후안 데 파레하의 작품들을 게재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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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명화를 소설화한 뉴베리상 수상 작품!
피카소와 달리, 고야가 감동해 즐겨 모사했던, 미술비평가 열 명 중 아홉 명이 꼽는 최고의 그림 <궁정의 시녀들>. 미술품 경매 사상(1970년) 최고 낙찰가인 <후안 데 파레하>. 라파엘로가 그린 초상화와 함께 역사상 최고 초상화 <교황 이노센트 10세>. 이들 명화는 모두 인상주의 그림의 선구자인 스페인 화가 벨라스케스의 작품이다. 저자 트레비뇨는 이들 그림과 벨라스케스의 다른 몇 점의 그림 속에 뛰어난 해석과 상상력을 통해 벨라스케스와 그의 노예이자, 제자인 후안 데 파레하를 생생하고도 감동적으로 되살려내고 있다. 아마도 저자는 피카소처럼 벨라스케스의 작품에 자신의 해석을 소설의 형태로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욕심을 가졌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가 설혹 지나치게 욕심을 부렸다 할지라도, 이 책은 뛰어난 독창성과 작품의 높은 품격으로 미국 최고의 아동 문학상인 뉴베리상을 수상했다. 신분 차이를 뛰어넘은 스승과 제자 간의 우정과 예술 이야기! 후안 데 파레하는 벨라스케스의 물라토(흑인과 백인 사이에 태어난 혼혈인)노예로서, 주인이 그림을 그릴 때 물감을 준비하고 캔버스를 만들어 화실에 펼쳐 놓는 일들을 했다. 그러나 파레하 또한 화가였다. 그는 주인이 그림 그리는 것을 보면서 주인의 그림 기법들을 남 몰래 공부하였다. 하지만 17세기 스페인 법은 노예가 그림 그리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림을 그리고 싶은 파레하의 뜨거운 열정은 그를 위험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하였고, 더는 몰래 그림 그리는 것을 비밀로 할 수가 없게 하였다. 저자는 시종일관 독자가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하는 이야기의 틀을 만들고 놓고, 이 속에서 벨라스케스와 파레하 사이에 흐르는 신뢰와 배려, 관용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주인과 노예 간의 진실한 우정에는 결코 신분 차이가 장벽이 될 수 없음을 독자가 자연스럽게 느끼게 한다. 물론 저자는 섬세한 묘사와 호기심을 갖게 하는 에피소드들을 통해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진실한 예술이 무엇인지도 빼놓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