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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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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원작

개작
하나

물의 별
찻잔 속의 거미
음탕한 행성
이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작대기 가시 쐐기풀 말벌의 꽁지
내 삶은 당신의 꿈에 달려 있으니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는 깃털
이상하게도 어떤 곳으로
솔개 까마귀 늑대 곰

막간


부정한 사업
축하의 날
시간의 소식

막간


걸어 다니는 유령들
그녀의 사랑이 없다면 저에게는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기 당신의 도시에서
이것이 마법이라면……
음악이여 그녀를 깨워라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2

지넷 윈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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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ette Winterson

1959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났다. 독실한 기독교인 부모에게 입양되어 선교사가 되도록 교육 받았으나, 잘 되지 않았다. 일찍이 책들의 힘을 발견하고 매혹된 그녀는 열여섯 살에 집을 떠나 혼자 생계를 꾸려나가며 학업을 병행했다. 옥스퍼드 대학교를 졸업한 후 한동안 극단에서 일했고 스물다섯 살에 첫 소설을 발표했다.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Oranges Are Not The Only Fruit』는 자신의 정체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이다. 그녀는 이 소설을 영국 아카데미상 수상작인 BBC 드라마로 각색했다. 지금까지 열 권의 소설과 논픽션·시나리오·아동도서 들
1959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났다. 독실한 기독교인 부모에게 입양되어 선교사가 되도록 교육 받았으나, 잘 되지 않았다. 일찍이 책들의 힘을 발견하고 매혹된 그녀는 열여섯 살에 집을 떠나 혼자 생계를 꾸려나가며 학업을 병행했다. 옥스퍼드 대학교를 졸업한 후 한동안 극단에서 일했고 스물다섯 살에 첫 소설을 발표했다.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Oranges Are Not The Only Fruit』는 자신의 정체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이다. 그녀는 이 소설을 영국 아카데미상 수상작인 BBC 드라마로 각색했다. 지금까지 열 권의 소설과 논픽션·시나리오·아동도서 들을 발표했고, [가디언]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현재 런던에 살고 있다. 그녀는 예술은 모두를 위한 것이고 그것을 입증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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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번역학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 앤 그리핀의 『모리스 씨의 눈부신 일생』,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 아씨들』, 조지 오웰의 『조지 오웰 산문선』, 엘리너 와크텔의 인터뷰집 『작가라는 사람』(전 2권), 지넷 윈터슨의 『시간의 틈』, 도나 타트의 『황금방울새』, 마틴 에이미스의 『런던 필즈』와 『누가 개를 들여놓았나』, 할레드 알하미시의 『택시』, 나기브 마푸즈의 『미라마르』, 아모스 오즈의 『지하실의 검은 표범』, 수전 브릴랜드의 『델프트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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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6월 20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412쪽 | 526g | 137*207*30mm
ISBN13
9788972757696

책 속으로

그리고 강이 있다. 예전에 미래가 그랬던 것처럼 드넓은 강. 그리고 음악이 있다, 항상 어딘가에서 여자가 노래를 부르고 노인이 밴조를 연주한다. 어쩌면 금전등록기 옆에서 어떤 여자가 흔드는 마라카스 한 쌍. 어쩌면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바이올린. 어쩌면 잊고 싶게 만드는 곡. 어쨌든 기억이란 과거와의 고통스러운 말다툼이 아닌가?
나는 7년마다 우리의 몸이 스스로 새로 만든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모든 세포를. 뼈조차도 산호처럼 스스로 재건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어야 하는 것을 기억하는가? 그 모든 흉터와 모욕이 무슨 소용인가? 좋은 시절이 가 버렸다면 그것을 기억해 봐야 무슨 소용인가? 사랑해. 보고 싶어. 당신은 죽었어.
“솁! 솁?” 목사님이다. 네, 감사합니다, 전 괜찮아요. 네, 어젯밤은 정말 대단했죠. 인간의 수백만 가지 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 목사님은 그렇다고 믿을까? 아니, 믿지 않는다. 목사님은 지구온난화를 믿는다. 하나님은 우리를 벌할 필요가 없다. 우리 스스로 벌할 수 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용서가 필요하다. 인간은 용서가 무엇인지 모른다. 용서는 호랑이와 같은 단어다. 자료 영상도 있고 입증 가능한 형태로 존재하지만 야생에서 가까이 보거나 그 모습 그대로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 pp.32-33

내가 기억에 대해서 했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내 아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없다. 아내의 여권은 말소되었다. 아내의 계좌는 폐쇄되었다. 아내의 옷은 다른 누군가가 입고 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아내로 가득하다. 아내가 살아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내 마음이 아내로 가득하다면 사람들은 망상이라며 나를 가둘 것이다. 지금의 나는 애도하는 사람이다.
나는 슬픔이 여기에 없는 사람과 함께 산다는 뜻임을 깨닫는다.
당신 어디 있어?
오토바이 엔진의 굉음. 라디오를 켜고 차창을 내린 자동차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들. 짖는 개. 짐을 내리는 배달 트럭. 보도에서 말다툼을 하는 두 여자. 휴대전화로 통화 중인 모든 사람들. 상자 옆에서 소리치는 남자. 전부 없애야 합니다.
나는 그것도 좋다. 다 가져가라. 자동차, 사람, 팔 상품들. 내 발밑의 흙으로, 머리 위의 하늘로 전부 되돌려라. 소리를 꺼라. 그림을 지워라. 이제 우리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 하루가 끝나고 나를 향해 걸어오는 당신이 보일까?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둘 다 그랬던 것처럼, 일을 끝내고 죽을 만큼 지쳐서 집으로 돌아오는 당신이? 고개를 들면 처음에는 멀리서, 그다음에는 가까이에서 서로가 보일까? 인간의 형태를 되찾은 당신의 에너지. 원자의 모습을 한 당신의 사랑. --- pp.35-36

“어떤 이론이 있어.” 지노가 말했다. “기독교가 처음 생겼을 때 영지주의파가 기독교에 맞서려고 시작한 이론이야.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만든 건 항상 자리를 비우는 신이 아니라 추락자, 루시퍼 같은 인물이라는 거지. 일종의 흑천사야. 우리는 죄를 짓거나 지위를 잃은 게 아니야, 우리 잘못이 아니었지. 우리는 이렇게 태어났어. 우리가 무얼 하든 그건 결국 추락이야. 걷는 것조차 일종의 잘 통제된 추락이지. 하지만 실패와는 달라. 우리가 이걸 안다면―영지靈智, 그러니까 안다는 거야―고통을 견디는 게 더 쉬울 거야.”
“사랑의 고통 말이야?”
“그것 말고 뭐가 있어? 사랑. 사랑의 결핍. 사랑의 상실. 나는 지위와 권력이―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그렇고―별개의 동인이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 우리가 서 있는 곳, 혹은 추락이 시작되는 곳은 바로 사랑이야.”
“한 사람에게 결코 구속되지 않는 남자치고는 낭만적이네.”
“난 그 생각이 좋아.” 지노가 말했다. “하지만 달에서 산다는 생각도 좋지. 슬프게도 38만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고 물이 없지만.” --- pp.107-108

마일로의 아이패드가 아직 켜져 있었다. 리오가 몸을 숙여 아이패드를 껐다. [슈퍼맨]. 1978년. 두 사람이 제일 좋아하는 영화였다. 리오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으로 되돌렸다. 시간을 되돌리는 슈퍼맨. 로이스 레인이 죽지 않는다.
로이스의 차가 협곡에 서 있다. 그녀가 시동을 걸고 또 건다. 저 위에서 댐이 터진다. 바위가 절벽 사면을 굴러 내려오고 있다. 너무 늦었다.
빛은 1초에 지구를 세 바퀴 돌아. 나도 그렇게 할 수 없을까?
이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때로 우리를 데려가 줘.

세상이 공중에 멈춰 있다. 빛의 속도를 따라잡아서―그의 모든 사랑을 속도와 빛으로 바꾸어서―시간이 스스로 무릎 꿇게 만드는 슈퍼맨이 저기 있다. 슈퍼맨이 세상을 빙빙 돌리자 물이 댐으로 다시 빨려 들어가고 바위들이 다시 절벽 사면으로 돌아가 고정된다. 빨간 자동차가 서서히 협곡 위로 올라가고 금속 차체의 흠집이 사라지고 부서졌던 앞 유리가 복원된다. 그녀가 다시 시동을 켠다. 너무 늦지 않았다.
하지만 넌 시간을 되돌릴 수 없잖아, 안 그래? --- pp.139-140

상실의 상실성. 우리는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안다. 모든 노력, 모든 입맞춤, 심장을 찌르는 모든 것, 집으로 보내는 모든 편지, 모든 이별은 잃어버린 것을 찾아 우리 앞에 있는 것을 샅샅이 뒤지는 것이다. --- p.188

“그래서 뭐요? 프로이트가 그래서 뭐냐고? 정신분석학에서, 서구에서 제일 중요한 이론인데 그래서 뭐냐는 거야?”
“음, 전 한 번도 못 들어 봤는데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남자는 항상 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자기 어머니랑 결혼한다고.”
“아니, 그렇지 않아요!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 한 번이라도 그런 짓을 한 사람은 없어요.”
“그런 건 단 한 번밖에 못 하는 거야. 한 사람한테 부모가 몇이나 된다고 그래?”
“제 말은, 한 번도 못 들어 봤다는 거예요. 그래요, 여동생이랑 자는 사람도 있겠죠…… 그래,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들어 봐! 이건 은유야. 경쟁심, 금지된 욕망, 가족 로맨스를 버리지 못하는 마음.”
“아저씨, 왕이 그 청년 아버지라고 말 안 해 줬잖아요. 엄마가 어디 있었는지도 말 안 했고. 쉐보레에 같이 타고 있었어요?” --- p.208

“시간이 없어요.”
“늘 없다 없다 하면 시간이라는 게 무슨 소용이야?” --- p.212

당시 솁은 믿음이 깊었지만 지난 10년 동안 자기 믿음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 세상은 점점 더 밝아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어두워졌다.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졌고 부자는 더 부유해졌다. 사람들은 신의 이름으로 서로를 죽였다. 따르는 자들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게임에서 총을 휘두르면서 성전을 벌이는 아바타처럼 굴기를 바라다니, 그건 도대체 어떤 신일까?
지금이 시간이 끝나는 종말이라면 내세로 곧바로 돌진하여 잊어버리면 그만이다.
솁은 시간의 핵심은 그것이 끝난다는 사실에 있다고 생각했다. 영원히 계속된다면 그것은 시간이 아닐 것이다, 안 그런가?
무엇을 믿어야 할까? 무엇을 굳게 믿어야 할까? --- p.223

“난 시간에 대해서 생각해, 시간이라는 게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지. 그 점은 똑같아, 너와 내가. 너는 시간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이해할 필요가 없다는 점만 빼면. 이상하지 않아? 우리가 죽을 때까지는 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거.”
바텐더가 다가와서 지노의 잔을 채웠다. 그가 퍼디타를 향해 잔을 들고 건배한 다음 그가 트리스탄이고 그녀가 이졸데인 것처럼 위스키를 마셨다.
지노가 말했다. “나이는 갑자기 들어. 바다로 헤엄쳐 나갔다가 네가 향해 가고 있는 해안이 처음에 목표했던 해안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것과 같지.” --- pp.256-257

지노가 말했다. “내가 그 일을 돌이킬 수만 있다면. 하지만 그러고 보면 내가 한 선택들은, 다른 선택을 할 내가 없었기 때문에 했던 선택이었다는 기억이 나. 우리를 가두는 순간의 힘보다 우리가 더 강해져야만 자유의지를 가질 수 있는 거야.
운명이 아니야. 난 운명을 믿지 않아. 너는 믿니?”
지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습관과 두려움이 선택을 만들지. 우리의 알고리즘은 우리 자신이야. 저걸 좋아하면 아마 이것도 좋아할 거야, 라는 거지.” --- p.298

폭포수처럼 사라지는 현재. 너무나 천천히 또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시간의 맹렬한 흐름. 얼마나 오래되었을까?
그녀는 가만히 서 있지 않으려고 걷는다. 시간 밖으로 걸어 나갈 수 있다는 듯이, 과거를 원래 속한 곳에 두고 떠날 수 있다는 듯이. 하지만 그것은 항상 거기, 그녀의 바로 앞에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과거는 그녀의 바로 앞에 놓여 있고 매일 그녀는 그것을 향해 걸어가 부딪친다. 과거는 반대쪽에서 들어오려는 미래를 막는 문 같다. --- p.323

세상은 기쁨이나 절망, 한 여인의 운명, 한 남자의 상실과 상관없이 흘러간다. 우리는 타인의 삶을 알 수 없다. 우리는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작은 부분들 외에는 우리의 삶을 알 수 없다. 그리고 우리를 영원히 바꾸어 놓는 일은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일어난다. 쉬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야말로 마음이 부서지거나 치유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너무나 꾸준하게, 또 확실하게 흐르는 시간은 시계 밖에서 거칠게 흐른다. 일생은 너무나 짧은 시간에 바뀌지만, 그런 변화를 이해하는 데는 평생이 걸린다.

--- p.376

출판사 리뷰

‘시간은 되돌릴 수 있다.’

지넷 윈터슨이 다시 쓰는 『겨울 이야기』,
용서와 가능한 미래 세계를 잇는 시간에 관한 명상 『시간의 틈』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셰익스피어 시리즈


뉴보헤미아. 미국. 슈퍼문이 내려오고 폭풍이 도시를 뒤흔든 그날 밤, 한 흑인 남자가 베이비박스에서 백인 아기를 발견한다. 그는 별처럼 가벼운 아기를 꺼내어 집으로 데려가기로 결심한다.
런던. 영국. 세계 금융 위기 후의 도시를 살아가는 리오 카이저는 돈을 버는 법은 알지만, 가장 친한 친구와 아내를 향한 질투를 다스리는 법은 알지 못한다. 태어난 아이는 그의 자식인가?
17년 후. 소년과 소녀가 사랑에 빠지지만, 그들은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로부터 왔는지 모른다.

2016년 윌리엄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작가들이 그의 희곡들을 현대 소설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의 첫 번째 주자는 휫브레드상 수상작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Oranges Are Not the Only Fruit』(1985)로 잘 알려진 지넷 윈터슨이다. 그녀는 한국 독자들에게는 다소 낯선 『겨울 이야기The Winter’s Tale』(1610년 집필 완성, 1611년 초연)를 선택했는데, 이는 『겨울 이야기』가 동시대 작가 로버트 그린의 『판도스토―시간의 승리Pandosto: The Triumph of Time』(1588)를 다시 쓴 이야기라는 점에서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의 기획 의도와 이어지며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누구나 품고 가야 할, 자신의 삶을 이끄는 불가사의한 텍스트가 있는 법이다. 나에게는 『겨울 이야기』가 그렇고, 오랜 세월 매번 다른 모습으로 『겨울 이야기』를 써 온 셈이다”라고 술회하는 윈터슨에게 바로 그 『겨울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다시 쓴 『시간의 틈The Gap of Time』(2015)은 작가 개인으로서도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할 만하다.

셰익스피어의 후기 희곡 『겨울 이야기』는 오해와 질투, 분노, 파멸 끝에 긴 공백, 즉 시간의 틈을 사이에 두고 등장인물들이 용서와 화해로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이야기이다.
어느 날 갑자기 시칠리아의 왕 레온테스는 시칠리아에 머물고 있는 보헤미아의 왕 폴릭세네스와 자신의 아내 헤르미오네의 관계를 의심한다. 그는 질투에 눈멀어 죽마고우인 폴릭세네스를 독살하려 하고, 폴릭세네스가 달아나자 왕비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는 감옥에 가둔다. 그리고 갓 태어난 공주 페르디타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시칠리아 밖으로 추방한다. 소동의 와중에 시칠리아의 왕자 마밀리우스의 죽음이 전해지고 왕비는 충격에 쓰러져 죽고 만다. 한편 버려진 아기는 보헤미아의 해안에서 가난한 목동과 그의 멍청한 시골뜨기 아들에게 발견되어 그들의 손에 키워진다. 16년 후 아기는 아름답게 자라나 정체를 감춘 보헤미아의 왕자 플로리젤과 사랑에 빠진다. 폴릭세네스가 나타나 이들 어린 연인을 위협하고, 일련의 특별한 사건을 통해 아버지 레온테스와 딸 페르디타, 그리고 결국에는 죽었던 어머니 헤르미오네까지 다시 만나게 된다.
『겨울 이야기』에는 희곡에서는 흔치 않게 16년이라는 시간의 공백이 등장하며, 어둡고 비통한 격정과 목가적인 희극이 공존한다. 윈터슨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현대 무대의 소설로 옮기면서 원작의 서사와 의미에 충실하되 살을 덧붙여 조금 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빚어냈다.

『시간의 틈』은 현대의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그리고 미국 뉴올리언스가 연상되는 가상의 도시 뉴보헤미아를 무대로 전개되는데, 이미지[像]들은 『겨울 이야기』와 쌍둥이 혹은 거울처럼 존재한다. ‘하나-막간-둘-막간-셋’이라는 구성으로 복잡하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간의 틈』에서 각 장의 제목은 모두 『겨울 이야기』에서 따온 구절이며, 윈터슨은 원작의 플롯에서부터 등장인물들의 이름 각색까지 구석구석 셰익스피어적인 디테일을 세심하게 되살렸다.

시칠리아의 왕 레온테스Leontes는 돈과 지위를 이용하여 세계를 자신이 가는 길에 굴복시키려고 하는 오만한 헤지펀드 매니저 리오 카이저Leo Kaiser가 된다. 물론 이 헤지펀드 회사의 이름은 시칠리아이다. 헤르미오네Hermione는 ‘미소를 짓고 있었고 행복했으며 만삭’인 샹송 가수 미미(허마이어니 들라네Hermione Delannet)로 변신한다. 보헤미아의 왕 폴릭세네스Polixenes는 돈키호테형 보헤미안인 컴퓨터 게임 개발자 지노Xeno이며, 양성애자라는 그의 성적 취향은 그들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는 데 있어 보다 강한 설득력을 부여한다. 요컨대 원작에서는 단순히 죽마고우로 표현되었던 리오와 지노가 개작에서는 학창 시절에 동성애 관계였다는 설정을 추가함으로써 돌연한 레온테스/리오의 질투가 힘을 얻는 식이다. 원작에서 왕비의 무고를 주장하며 끝까지 왕에게 반발했던 파울리나Paulina는 리오의 동료이자 유능하며 정 많은 유대인 폴린Pauline으로, 파울리나의 남편이자 추방된 공주와 동행한 신하 안티고누스Antigonus는 리오의 딸을 지노에게 데려다주는 정원사 안토니 곤살레스Anthony Gonzales(토니)가 된다. 폴린과 토니는 막 사랑을 시작하려는 참이다.

목동Shepherd과 시골뜨기Clown(셰익스피어 시대에 clown은 ‘광대’가 아니라 ‘시골뜨기’라는 의미이다) 아들은 하나님을 믿지 않는 오순절교회 신도 솁Shep과 쾌활한 아들 클로Clo로 등장하는데, 이들은 흑인이다. 『겨울 이야기』를 행복한 결말로 이끄는 뜻밖의 매개자인 사기꾼 아우톨리쿠스Autolycus는 이제 오톨리커스로Autolycus, 의심스러운 유명 인사의 뒷이야기를 떠벌리며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다. 페르디타Perdita/퍼디타Perdita, 플로리젤Florizel/젤Zel, 카밀로Camillo/캐머런Cameron, 마밀리우스Mamilius/마일로Milo 등 원작과 개작의 등장인물들을 비교하는 읽기는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이처럼 배경과 등장인물들은 현대적이지만 소설은 그 자체로 희곡과 플롯 대 플롯으로 연관된다. 지노는 리오가 질투에 미쳐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달아난다. 리오는 미미가 부정을 저질렀다고 매도한다. 폴린은 그들 세 사람의 사이를 중재하려고 애쓴다. 미미는 딸 퍼디타를 출산하지만 리오는 아이의 아버지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토니를 시켜 딸을 지노에게 데려다주게 한다. 그리고 토니가 강도에게 쫓기다 퍼디타를 베이비박스에 넣고 폭력적으로 살해당하는 장면이나 솁과 클로가 버려진 퍼디타를 발견하는 장면 등 더욱 박진감 있고 극적인 전개가 펼쳐진다. 윈터슨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지문地文 안티고누스가 ‘곰에게 쫓겨 퇴장’을 놓치지 않는데, 『시간의 틈』에서 토니는 베어 브리지Bear Bridge 밑에서 죽음을 맞는다.

윈터슨은 부모 세대가 아닌 자식 세대 쪽으로 이야기의 초점을 옮기는데 이는 『겨울 이야기』가 ‘용서와 가능한 미래의 세계들에 대한 희곡이며, 용서와 미래가 양방향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주는 희곡’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시간의 틈』은 무엇보다도 부모를 잃고 업둥이로 자란 퍼디타가 잃어버린 과거와 가족을 되찾는 이야기이다. 어른들 사이에서 일어난 모든 문제는 18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다가 ‘잃어버린 작은 아이’ 퍼디타를 되찾으면서 해결된다. 잃어버린 아이가 똑똑하고 당당한 소녀로 자라는 이 긴 시간 동안 리오와 지노, 미미는 과거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지만 퍼디타가 등장하는 순간 과거와 현재, 미래는 제자리를 찾는다.

『겨울 이야기』에서 시간은 모든 시도를 한다. 레온테스는 헤르미오네가 가진 아이가 자신의 핏줄이 아니라고 의심하지만 시간은 그가 틀렸음을 증명한다. 그러나 그의 가족이 치유되기 위해서는 16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원작에서는 시간이 직접 등장하여 시간의 속성을 설명하고 공백에 양해를 구한다면 개작에서는 지노가 만든 컴퓨터 게임 [시간의 틈]이 비슷한 역할을 한다. 리오와 지노가 과거를 곱씹듯 꾸준히 접속하는 이 게임은 멈춰진 과거, 복잡하게 얽힌 과거와 미래,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현재에 대한 은유이다. 이렇듯 윈터슨은 상실과 후회, 사랑과 슬픔, 시간의 속성이라는 『겨울 이야기』의 주제를 때로는 저속하고 때로는 시적인 언어로 깔끔하게 담아낸다. 그녀의 첫 소설에서부터 돋보였던 경구처럼 간결하고 정확한 표현과 절대 넘치지 않는 영리한 유머는 400년 전에 쓰인 셰익스피어 희곡 다시 읽기에 더없이 어울린다.

한편, 지넷 윈터슨은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에 대해 속편을 쓸 것인지 질문을 받았을 때 “속편은 작가에게 아이디어가 없을 때나 쓰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떨어지면 나는 쓰기를 그만둘 것이다”라고 답했다. 그녀의 아이디어는 속편보다는 ‘개작’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그녀의 말에 따르면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는 ‘고통스러운 과거’를 덮는다는 의미에서, 다시 쓴다는 의미에서 ‘개작cover story’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간의 틈』은 『겨울 이야기』의 개작이다.

내가 개작을 쓴 것은 30년이 넘도록 나에게는 이 희곡이 개인적인 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것이 없다면 내가 살아갈 수 없는, 글로 쓴 세상(말)wor(l)d의 일부였다는 뜻이다. 여기서 ‘없다면’이라는 것은, ‘결핍’이라는 뜻이 아니라 ‘무언가의 바깥에서 산다’는 예전의 뜻이다. 그러므로 이 문장은 ‘그것의 바깥에서는 살아갈 수 없다’라고 고쳐 써야 한다.
이것은 업둥이에 대한 희곡이다. 그리고 나는 업둥이다. 이것은 용서와 가능한 미래의 세계들에 대한 희곡이며, 용서와 미래가 양방향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주는 희곡이다. 시간은 되돌릴 수 있다.
_ 394~395쪽, 「음악이여 그녀를 깨워라」

지넷 윈터슨이 다시 쓴 『겨울 이야기』―『시간의 틈』은 원전의 울림을 고스란히 전하면서도 시간 자체가 플레이어인 컴퓨터 게임에 빗대어 현대적 서사를 보여 준다. 이 소설은 마음의 상처와 치유의 이야기이자, 복수와 용서의 이야기이고, 이들 세계에서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이야기이다.


고전 ‘문제극’ 『겨울 이야기』는 상실, 후회와 용서, 그리고 시간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윈터슨은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향한 존경과 애정으로 이 모두를 담아냈다. 그녀만의 대담하고 시적인 산문, 사랑과 슬픔에 대한 통찰은 『겨울 이야기』를 새로운 것으로 만들었다. 당신을 전율시키는 그토록 간결하게 아름다운 구절이 여기에 있다.
_《옵서버》

셰익스피어적인 디테일 하나하나에 대한 윈터슨의 소설의 정교함은 원작에 친숙한 독자를 즐겁게 할 것이다. 『시간의 틈』은 원작과 개작이 같은 순간에 존재하면서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살아 있는 환상이다.
_《타임스》

윈터슨은 서사의 층과 주제를 노련하게 엮어 냈고, 그래서 이 소설을 읽는 것은 마치 바흐의 [전주곡과 푸가]를 듣는 것과 같다. 『시간의 틈』은 시간에 관한 명상이다. 과거와 미래가 얼마나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이 소설의 다층성의 진가를 알기 위해서는 여러 번 읽어 마땅하다.
_《메일 온 선데이》

윈터슨은 단순히 이야기를 업데이트한 것이 아니다. 거기에 심리적인 뉘앙스를 채워 넣었다. 그러나 『시간의 틈』의 진정한 강점은 저속한 언어와 시적인 언어를 오가는 방식이며, 천사, 컴퓨터 게임, 자동차 강탈 등 이야기를 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그녀가 기꺼이 이용한다는 점이다. 그녀는 다시 쓰는 이야기가 어떻게 이 시대를 드러낼 것인지 우리로 하여금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윈터슨의 개작에는 진정한 기쁨이 있다. 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간의 틈』은 셰익스피어의 단어들로부터 보다 멀리, 확실하게 벗어나 있다. 때로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때로는 의뭉스럽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실제 삶으로 이끌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에 응답하고 있다.
_《인디펜던트 온 선데이》

윈터슨의 탁월한 재능은 읊조리게 되는 문장, 아름다운 문장, 예기치 못한 문장, 질주하는 듯한 문장으로 이야기 속 감정의 무게를 포착하는 데 있다. 그녀는 골치 아픈 원작과 근사하게 맞붙을 뿐 아니라 전적으로 자신만의, 복잡다단하고 흡족하며 현대적인 이야기로 나타났다.
_《뉴욕 타임스》

윈터슨의 무대는 셰익스피어와 마찬가지로 온갖 경이로움으로 가득하다.
_《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러먼트》

『겨울 이야기』에 대한 윈터슨의 헌사에는 사랑스럽고 경쾌한 어조가 있다. 셰익스피어의 줄거리를 충실히 재현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작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불리함을 뛰어넘었다. 『시간의 틈』은 눈부신 위업이다. 강력하고, 유쾌하며, 우아하다.
_《가디언》

『시간의 틈』은 『겨울 이야기』에서 무엇 하나 놓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거기에 여운과 신비를 더했다. 윈터슨이 현대적인 가능성과 권선징악적인 결과 둘 다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특별히 희극과 비극의 모순을 다루기 때문에 이 책은 인상적인 성취다.
_《아이리시 이그재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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