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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수업 시작 전
제2부 오전 휴식 시간 제3부 점심시간 제4부 오후 휴식 시간 제5부 방과 후 옮긴이의 말 |
Tracy Cheval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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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는 움직이고 있었다. 걸음걸이가 묵직하고 느릿느릿한 곰 같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늑대, 아니―디는 어두운 빛깔의 동물들을 떠올리려 했다―집고양이에서 점점 더 큰 동물로 올라가면 흑표범이 되려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아마 자신과 정반대 색깔의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운동장에서 전학생이 된 상황을 생각하고 있던 게 아닐지―그 애는 선생님들이 기다리는 학교 문으로 소리 없이 걸어갔다. 그 애에게는 자기 몸을 움직이는 방식을 아는 사람의 무의식적인 자신감이 흘렀다. 디는 가슴이 조여 오는 것을 느꼈다. 숨을 들이마셨다.
---「제1부 수업 시작 전」중에서 그날 아침 흑인 소년이 운동장으로 걸어 들어온 순간, 이언은 무언가 바뀌는 느낌을 받았다. 지진이 나면 이런 기분일까, 땅이 재배치되면서 믿을 수 없게 변했다. 학생들은 거의 1년을 함께하며 무리를 확고히 짓고 지도자와 추종자의 위계를 이루었다. 그 조직은 원활히 굴러갔다. 한 소년이 나타나서 모든 것을 뒤흔들기 전까지는. 단 한 번 공을 어마어마하게 멀리 차고, 단 한 번 소녀의 뺨을 만진 것만으로 질서가 바뀌었다. ---「제2부 오전 휴식 시간」중에서 이전에는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신체적 끌림, 호기심, 수락의 유혹적 혼합. 디는 질문을 많이 했고, 오의 대답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였다. 메이플시럽 같은 눈은 시선을 마주쳐도 흔들리지 않았다. 디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를 향해 몸을 기울였다. 친구들과 함께 오를 보고도 킬킬대지 않았고, 냄새가 난다고 말하지도 않았으며, 이상한 눈초리로 쏘아보지도 않았다. 디는 자신과 오를 구분 짓는 여러 가지 것들에 호기심을 느꼈지만, 균형을 찾아 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디의 이런 태도에 오는 기분이 좋았고, 두 팔로 디를 껴안고 싶어졌다. 디의 온기를 느끼고, 학교의 나머지 부분, 나머지 세계를 지워 버릴 수 있게. ---「제3부 점심시간」중에서 분노는 디가 캐스퍼에게 딸기를 먹여 준 것에서 비롯되었다가 디가 오 앞에서 캐스퍼를 변호하자 한층 더 높아졌다. 하지만 변곡점, 즉 물이 둑을 뚫고 흘러넘친 때는 딸기 필통이 블랑카의 손에 있는 것을 보았을 때였다. 부분적으로 그건 부조화 때문이었다. 낯선 백인이 오와 누나를 강하게 연결시키는 물건을 손에 쥐고 있다니. 누나가 더 어리고, 더 행복하고, 좀 더 말이 잘 통하고, 더 누나다웠던 때의 물건. 이제 그 물건이 운동장에서 여기저기 넘겨지며 개인의 역사에서 풀려나 버렸다. 원래 그 물건이 시시의 것이었다는 사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시시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실제로 오세이에게 시시는 그 누구보다 중요한 사람인데도. ---「제4부 오후 휴식 시간」중에서 디는 계속 내려갔고 땅에 다다르자 배에 앉은 이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나한테서 도망갈 생각 마, 디!” 오가 외쳤다. 오의 말에 구슬치기하던 남자애들이 고개를 들었고 여자애들은 줄넘기를 멈췄다. 오는 원치 않았지만 모두의 관심을 얻고 말았다. 하지만 이제 관심을 얻은 만큼 디를 벌주는 데 이를 이용하기로 했다. “가지 마.” 오는 목소리를 높여서 반복했다. 그런 다음 이전에 들어 본 적은 있지만 자기가 쓸 거라고는, 쓰는 법을 알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말을 했다. “창녀!” 그 말이 마치 천둥처럼 운동장을 갈랐다. 귀를 기울이지 않던 사람들도 이제는 듣고 있었다. 심지어 블랑카와 캐스퍼도 포옹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디는 한 발을 뒤에 둔 채로 얼어붙었다. ---「제5부 방과 후」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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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희곡 『오셀로』는 고귀한 영혼을 가진 한 남자가 부하의 꾐에 속아 아내의 정절을 의심하고 살인과 파멸에 이르는 이야기이다. 베니스 공국의 흑인 장군 오셀로는 명망 높은 집안의 딸 데스데모나와 사랑에 빠진다. 그녀의 아버지는 오셀로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반대하지만, 두 사람은 이를 극복하고 결혼에 이른다. 한편 오셀로의 부하 이아고는 갈망하던 부관 자리를 카시오에게 빼앗긴 일로 앙심을 품고 복수를 계획한다. 그는 오셀로에게 데스데모나가 카시오와 불륜에 빠졌다는 거짓 보고를 하고, 그녀의 손수건을 카시오의 숙소에 갖다 놓아 오셀로로 하여금 아내의 정절을 의심하게 만든다. 이아고의 계략에 휘말려, 아내에 대한 오셀로의 애정은 질투로 변해 가고, 분노에 사로잡힌 그는 결국 데스데모나를 목 졸라 살해하고 만다. 뒤늦게 이아고의 아내와 카시오가 진실을 밝히면서 데스데모나의 결백이 드러나자, 오셀로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슈발리에는 『오셀로』를 현대로 옮겨 오면서 그간의 개작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과감한 시도를 한 가지 더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에서도 가장 격정적이고 관능적인 이 작품을 갓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로 가득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재현한 것이다. * 용맹하고 자신감 넘치는 흑인 장군 오셀로는 슈발리에의 소설 속에서 가나 외교관의 아들인 열한 살 소년 ‘오’로 부활한다. 그는 아버지의 새 부임지인 워싱턴 근교의 한 초등학교, 온통 백인 아이들뿐인 학교로 이제 막 전학을 온 참이다. 아이들은 자신들과 다르게 검은 피부를 가진 오를 호기심과 편견이 뒤섞인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단 한 사람, ‘디’라는 금발 소녀만은 그의 당당하고 꾸밈없는 태도에 호감을 표하며 적극적으로 다가온다. 오가 디의 친절에 대한 답례로 누나에게 물려받은 딸기 필통을 선물하면서, 두 아이는 서로에게 호감 이상의 감정을 느끼고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디의 도움으로 오는 아이들의 경계심을 허물고 조금씩 낯선 운동장, 낯선 교실 속으로 스며들어 간다. 그러나 두 사람이 상대의 마음을 얻었다는 기쁨에 들떠 있던 그때, 운동장 한편에서는 그들 사이를 갈라놓기 위한 음모가 싹튼다. 줄곧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며 힘을 과시해 온 ‘이언’은 흑인에다 전학생인 ‘오’가 불과 반나절 만에 교내 최고의 인기 여학생인 디를 사로잡고 다른 아이들까지 하나둘 제 편으로 만드는 것에 위기감을 느낀다. 그는 『오셀로』의 악당 이아고가 그랬듯 디의 단짝이자 자신의 여자 친구인 ‘미미’를 조종해 딸기 필통을 훔치고, 그것을 교묘히 이용해 디가 오와 다른 남학생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을지 모른다는 오해를 만들어 낸다. 이언이 오의 마음속에 심어 둔 의심의 씨앗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지고,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으며 자신도 모르게 내면에 자리 잡은 열등감이 폭발하면서 순수한 애정으로 가득했던 오와 디의 관계는 뒤틀리기 시작한다. 『뉴 보이』는 『오셀로』의 플롯과 인물 관계를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감정적 격동기를 겪는 소년 소녀의 하루 속에 원작을 압축해 담아냄으로써, 한 남자와 순수했던 그의 사랑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더욱 극적으로 그려 냈다. 성적 묘사가 대담하고 노골적인 『오셀로』를 아이들의 드라마로 바꾸면서 이따금 묘한 위화감과 함께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실상 인간은 누구나 낯선 욕망에 어리둥절하면서도 그 감정에 이끌리는 시기를 거치며 성장한다. 작가는 모두가 알면서도 금기시해 온 사춘기의 욕망에 과감히 돋보기를 들이대고, 원작이 다루었던 사랑과 질투라는 감정이 어른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주장한다. * 오랜 세월 고국을 떠나 런던에서 살아온 슈발리에는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규정하고, 사회로부터 이해받지 못해 고독을 느끼는 인물들을 그리며 ‘고립과 소통’이라는 주제를 일관되게 추구해 왔다. 『뉴 보이』 역시 백인 아이들 틈에 고립된 흑인 소년의 고독과 불안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러한 경향을 잇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소설은 우리와 ‘다른’ 이들을 소외시키는 사회에 대한 강력한 항의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슈발리에는 『뉴 보이』의 배경을 자신이 열한 살이었던 해, 흑인이 다수인 교실에서 난생처음 ‘소수자’가 되는 경험을 했던 1974년으로 설정하고, 『오셀로』와 『뉴 보이』의 비극이 언제, 누구에게든 반복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오셀로와 마찬가지로 『뉴 보이』의 오가 경험하는 고립 또한 본질적으로 그가 교내의 유일한 흑인 학생이라는 점에서 발생한다. 오셀로의 시대로부터 수백 년이 지났으나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변함없이 존재한다. 외교관인 오의 아버지는 사회적으로 상류층에 속하지만 그들 가족은 여전히 피부색으로 먼저 평가받는다. 누구보다 공정해야 할 교사들 역시 흑인 학생을 빨리 치워 버리고 싶은 문제아로 바라본다. 그리고 어른들이 언뜻언뜻 내비친 ‘편견’의 시선을 아이들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고스란히 흡수하고 또래 집단 속에서 재생산해 낸다. 유색인 또한 동등한 시민이라는 상식을 체화하지 못하는 지역사회의 위선을 『뉴 보이』는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나아가 차별과 폭력이 어떻게 작용하고 어떻게 대물림되는지, 타자에 대한 몰이해가 양쪽 모두에게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를 선명하게 보여 준다. 이 소설은 16세기의 고전을 재현하고 있으나,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1974년에도 그리고 2018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고전을 다시 쓴다는 것은 그 안에 새겨진 메시지가 동시대에 얼마나 유효한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뉴 보이』는 개작만의 독창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셰익스피어의 현대적, 영속적 가치를 누구보다 훌륭하게 증명해 보였다. * ‘4대 비극’ 가운데 하나인 『오셀로』는 셰익스피어가 극작가 인생의 절정기에 완성한 대표적 걸작이다. 트레이시 슈발리에가 다시 쓴 『오셀로』『뉴 보이』는 사랑과 질투라는 인류 최고最古의 감정을 다룬 원전의 구성을 충실히 재현하는 한편, 자신과 다른 피부색의 아이들 사이에서 흑인 소년이 느끼는 불안과 고독을 세밀하게 묘사해 21세기에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소수자를 향한 차별에 문제를 제기한다. 21세기의 새로운 고전이 될 매혹적인 출판 프로젝트! 윌리엄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기념,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소설가들의 시대를 초월한 다시 쓰기 ‘그는 어떤 한 시대의 작가가 아니라 모든 시대의 작가이다.’ _ 벤 존슨 2016년은 윌리엄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이 되는 해였다. 지난 4세기 동안 셰익스피어는 전 세계적으로 공연되고, 읽히고, 사랑받아 왔다. 그의 작품들은 세대가 바뀔 때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되었으며, 세상은 여전히 그에게 사로잡혀 있다. 2016년 기념의 해를 맞이하여 곳곳에서 그를 기리는 여러 이벤트들이 기획?진행되었고, 그중에서도 영국의 호가스 출판사는 놀라운 장기 출판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당대의 가장 좋은 새로운 책들만 출판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1917년에 버지니아 울프와 레너드 울프가 설립한 호가스는 1946년 이후 이름만 남아 있다가, 2012년 그 전통을 계속 이어 가기 위해 런던과 뉴욕에 설립되었다. 그리고 2013년에 호가스에서는 ‘21세기 관객을 위해 셰익스피어 희곡을 재구상’하는 작가들의 1차 명단을 발표했다. 그들의 작업은 희곡을 무대에서 지면으로 옮기는 것, 원작의 ‘정신에 충실’한 소설로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원작의 현대적 변주로 그들이 원하는 어디든지 여행할 수 있는 소설로.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는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현대의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그의 작품을 자신만의 문학관으로 재해석하여 다시 쓰는 기획이다. ‘21세기의 가장 획기적인 다시 쓰기 프로젝트’(《가디언》)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는 2015년부터 29개국 23개 언어로 출간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2016년 6월 지넷 윈터슨의 소설을 필두로 현대문학이 순차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현재 참여하는 작가 외에도 많은 이들이 호가스와 조율 중이고 이 시리즈는 향후 오랫동안 이어질 예정이다. 지넷 윈터슨|겨울 이야기 The Winter’s Tale|시간의 틈 하워드 제이컵슨|베니스의 상인 The Merchant of Venice|샤일록은 내 이름 앤 타일러|말괄량이 길들이기 The Taming of the Shrew|식초 아가씨 마거릿 애트우드|템페스트 The Tempest|마녀의 씨 트레이시 슈발리에|오셀로 Othello|뉴 보이 에드워드 세인트오빈|리어왕 King Lear|DUNBAR (2018년 5월 출간 예정) 요 네스뵈|맥베스 Macbeth|MACBETH (2018년 7월 출간 예정) 길리언 플린|햄릿 Haml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