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오드바디
꿈틀 한입 가득 벨라 루고시는 죽지 않았다 파인애플 청결 다음은 퍼포먼스 노트 알껍데기 시험 채소 감사의 말 |
Rose Keating
허진의 다른 상품
|
차 문을 열자 유령이 몸을 숙여 당신 얼굴에 키스를 퍼붓는다. 거품이 보글거리는 느낌이다. 유령은 당신이 웃을 때까지 당신 뺨에 입술을 대고 부우우 바람을 분다.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유령이 당신에게 썰렁한 말장난을 가르쳐 준다. 유령은 라디오 다이얼을 가지고 논다. 창문에 입김을 불어 웃는 얼굴을 그리고 매드니스 밴드 멤버들을 자세하고 세심하게 그린다. ‘참 착한 유령이야.’ 당신이 생각한다. ‘세상에서 제일 착한 유령. 착하게 굴려고 최선을 다하잖아.’
--- p.21 「오드바디」 중에서 “하지만 봐봐. 주름진 손마디를 봐. 벗겨지는 피부랑, 떨리는 눈꺼풀, 갈색으로 변하는 치아. 아랫배에 숭숭 뚫린 여드름 흉터를 봐. 허벅지 안쪽에서 파도처럼 울룩불룩 일렁이는 셀룰라이트는 또 어떻고. 음순에 튀어나온 살덩어리를 봐, 모양도 이상하고 면도도 제대로 안 돼 있어. 척추는 왜 그래? 왼쪽 가슴이 왜 오른쪽 가슴보다 처진 거야? 너 도대체 뭐가 문제야?” --- p.32 「오드바디」 중에서 시선을 돌리려 애쓰는 것은 손톱으로 상처의 딱지를 어루만지는 것과 같았다. 저항하기 힘들었다. 로라가 잔을 바닥에 내려놓고 턱 밑에 손을 괸 채 아빠 쪽으로 몸을 숙였다. 아빠가 먹이 속에서 뒹굴자 허공에 침과 퇴비가 튀었다. 그녀는 먹이를 으깨는 아가리에, 입술도 이빨도 없는 구멍에 집중했다. “아 이런.” 아빠가 신음했다. 먹이를 삼킬 때마다 마디가 하나씩 차례차례 부풀었다. --- p.36 「꿈틀」 중에서 남자가 나에게 핸드폰을 건넨다. 내가 핸드폰을 입으로 가져가서 밀어 넣는다. 핸드폰을 어적어적 씹자 플라스틱이 단단한 사탕처럼 아그작 소리를 내고, 새콤한 셔벗처럼 전기가 충격적으로 밀려든다. 핸드폰이 목구멍을 넘어갈 때 남자의 눈이 내 목의 움직임을 좇는다. --- p.66 「한입 가득」 중에서 언니가 다가와서 내 팔을 어루만진다. 언니는 살이 쪘고, 나에게 미소를 지을 때 턱을 보니 살찐 티가 난다. 언니는 채소를 충분히 먹지 않고, 가끔은 한참 음식을 아예 안 먹고, 호르몬 불균형 때문에 매우 심한 우울 삽화를 겪고, 언니의 사이즈에 페티시를 느끼는 남자들과 데이트를 하기 때문에 나는 걱정된다. 걱정이다. 내가 뭐라도 해서 모든 걸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 --- p.71 「한입 가득」 중에서 살갗에 파운데이션을 문지르는 그의 손이 경건하게 느껴졌다. 벨라가 그녀의 아랫입술에 립스틱을 대고 눌렀다. 짙고 메마를 느낌이었다. 크레욜라 크레용과 바닐라 맛이 났다. 그가 깃털처럼 가벼운 브러시로 콧대와 턱, 뺨을 쓸었다. 하지만 벨라가 속눈썹에 마스카라를 칠할 때 시어셔는 그가 눈을 후벼 파는 것이 아닐까 아주 잠깐 생각했다. --- p.90 「벨라 루고시는 죽지 않았다」 중에서 “가만히 있어요.” 메리가 말했다. 젠은 날개뼈를 닦는 얼음처럼 차가운 소독약을 느꼈다. 척추를 따라 움직이는 메리의 손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칼이 날개뼈 부근의 조밀하고 단단한 근육에 박히자 젠은 매듭이 풀리듯 풀어졌다. 등을 젖히고 거칠게 호흡했다. “괜찮아요?” 메리가 물었다. 젠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은 소파에 완전히 찌부러졌고 양쪽 다리가 단단히 오므라들었다. 젠은 팔걸이에 침을 흘렸음을 깨달았다. --- p.121 「파인애플」 중에서 캐서린이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몸이 전부 다 흘러내리고 없었다. 뼈가 어찌나 반짝거리던지 표백제에 푹 들어갔다가 나온 것 같았다. 두개골이 최악이었다. 눈만 남고 다 사라졌다. 그녀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엡앰디에서 검색해볼까 생각했다. 캐서린은 단단하고 매끈한 자신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갈비뼈를 톡톡 쳤다. 실로폰처럼 맑고 고운 소리가 날 줄 알았지만 둔탁하고 텅 빈 소리만 날 뿐이었다. --- p.146 「청결 다음은」 중에서 “움직이지 마세요.” 의사가 이렇게 말하고 그녀의 배를 찔렀다. 그러자 배가 지나치게 부푼 물집처럼 텅 빈 소리를 내며 탁 터졌다. 아무것도 튀지 않았다. 그녀는 텅 비어 있었다. 캐서린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생각했다. 다른 환자들도 그녀처럼 텅 비어 있었을까? 가득 차 있었을까? 무엇으로 가득 차 있었을까? 캐서린은 의사에게 묻고 싶었지만 무지해 보이고 싶지 않았다. --- pp.149-150 「청결 다음은」 중에서 스타일리스트들이 클레어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몸매가 문제네.” 한 명이 말했다. 클레어는 마스크 때문에 누가 말했는지 구분할 수 없었지만 모두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갈비뼈를 두세 개 뺄까?” “그렇게 해주세요, 대퇴골도 줄이고. 키가 155센티미터를 넘으면 안 됩니다.” “B컵?” “아니, 크기는 줄이지 말고 유륜 채도를 두 단계 밝게 하죠.” --- p.184 「퍼포먼스 노트」 중에서 그녀는 침대 옆 작은 책상에서 윤활제를 꺼냈다. 손바닥에 차갑고 투명한 윤활제를 조금 짜서 속옷을 내리고 음순을 벌렸다. 접힌 살결이 건조하고 예민했고, 윤활제를 밀어 넣기 시작하자 차가운 감촉에 놀란 피부가 움츠러드는 것이 느껴졌다. (……) 알이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점점 커지는 압력 때문에 얼굴을 찡그렸다. 양손으로 주먹을 쥐면서 힘껏 밀어냈다. 근육이 경련했고, 알이 질 내벽을 따라 매끄럽게 내려왔다. 알은 크고 단단했지만 늘어나는 통증은 거의 없었다. --- pp.196-197 「알껍데기」 중에서 의사의 눈 색깔이 밝은 노란색에서 번득이는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경험이 없군요?” 의사가 차트에 뭐라고 적었다. 니이브가 몸을 숙여서 보니 크고 네모난 글자로 ‘숙녀인 척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니이브는 ‘제기랄’ 하고 생각했다. --- p.211 「시험」 중에서 “당신이 말하는 식으로 기분이 좋진 않을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존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양들한테 그게 무엇인지 이해해야 돼요. 변화, 일종의 변화죠. 나쁜 일이라고 해도 황홀한 기분이 들 거예요. 나쁜 변화라 해도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 pp.249-250「채소」중에서 |
|
몸과 존재의 뒤엉킨 진실을
잔인하고도 정직하게 파고드는 열 편의 이야기 “이 기괴한 몸들은 ‘평범하다’는 지독한 규격 아래 해부되고 찔리며, 가장 비현실적인 문법으로 우리가 외면해온 현실의 ‘마디마디’를 아프게 증언한다.” ― 이소호 시인(『캣콜링』 저자) 여성의 몸은 언제부터 타인의 시선으로 규정되기 시작했을까. 그리고 우리는 왜 몸에 끊임없이 정상성과 비정상성을 규정해왔을까. 세상은 여자들에게 끊임없이 속삭인다. 언제나 ‘관리된 몸’과 ‘밝은 표정’으로 보기 좋게 웃으며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라고. 그러나 여기, 그 요구에 끝내 부합하지 못하고 자신의 자리에 가지런히 놓이기를 거부하는 여자들이 있다.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에워싼 딜레마 속에서 『오드바디』 의 인물들은 자신의 몸을 더 이상 그대로 두지 못한다. 해체되고, 변형되고, 끝내는 스스로를 밀어붙이는 몸들. 그 격렬한 신체적 발악은 단순한 기괴함에 머물지 않고 회복이라는 단어로는 쉽게 봉합될 수 없는 감각의 층위를 드러낸다. 이는 “스스로 잘라낸 자신의 일부를 들여다보고”, “다시 한 땀 한 땀 이어 붙여본 적”이 있을 때만 비로소 감각될 수 있는 것일까? 여성성의 병리적인 불편함을 파헤치는 이 이야기들은 초현실적이고도 날카로운 상상력으로 그 집요한 지점을 끝까지 따라간다. 로즈 키팅은 수치심과 욕망, 고독이 뒤엉킨 몸의 진실을 거칠면서도 섬세한 결로 파고든다. 그의 문장은 극단적인 장면 속에서도 피부 속까지 전달되는 생생한 감각을 놓치지 않으며, 독자를 ‘몸’이라는 가장 ‘가까운 낯섦’으로 되돌려놓는다. 나아가 신체와 존재 자체의 기이함 그리고 여성이 되어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낯설고 공포스러우며 동시에 아름다운 경험인지를 탐구하게 한다. 자살하라고 부추기는 유령, 등 뒤에 날개를 이식하는 여자, 매일 아침 알을 낳는 웨이트리스. 이 이상한 여성들의 신체 경험은 우리 모두가 감당해온 몸의 기억을 기괴하지만 진실하게 비춘다 복잡하고 불편한 인간 내면의 욕망을 솔직하게 꺼내 보이는 로즈 키팅의 이야기는 독자가 눈 돌릴 틈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다. 소설 속 인물들은 기괴한 상황에 놓여 있으면서도 감각만큼은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꿈틀」에서 돌봄은 미덕이 아니라 서서히 자신을 잠식해가는 장치로 변하고, 「한입 가득」의 ‘나’는 무엇이든 삼켜버리는 충동을 멈추지 못한 채 공포와 욕망 사이를 위태롭게 오간다. 또한, 「파인애플」이 몸을 덧붙이고 바꾸며 ‘다른 존재가 되고 싶은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면, 「알껍데기」는 벗겨지고 노출된 몸을 통해 통제와 타자의 시선이 작동하는 방식을 기묘하게 비튼다. 이 열 편의 작품은 ‘이상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오히려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다가와서, 우리가 평소 외면해온 감정의 결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한다. 『오드바디』는 신체를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며, 설명되지 않는 욕망과 숨겨진 진실에 접근한다. 여기서 몸은 더 이상 안정된 경계가 아니라, 끊임없이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는 불완전한 장치에 가깝다. 인물들은 그 균열 속에서 힘없이 무너지면서도 끝내 버텨내고, 뒤엉킨 수치심과 욕망, 고독과 충동을 과감하게 꺼내 보인다. 기괴함은 장식이 아니라 방법이고, 불쾌함은 효과가 아니라 결과다. 결국 이 작품이 건네는 것은 이해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먼저 감각되는 진실이다. 익숙하다고 믿어온 세계의 표면에 균열을 일으키는 뒤틀린 감각으로, 설명될 수 없는 감정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한다. |
|
두 손이 비누로 만들어진 여자를 상상하자. 그는 손의 얼룩을 지우고 싶어 물을 튼다. 처음엔 향긋하고 예쁜 거품이 이는 모습을 흐뭇하게 보지만 곧 생각에 잠긴다. 도대체 어디서 멈춰야 한단 말인가?
로즈 키팅의 문장은 아름답고 상황은 만만찮다. 계속 죽으라고 속삭이는 유령, 퇴비 더미 욕조에 누워 딸이 먹이 주는 것만 기다리는 아버지, 매일 아침 가랑이 사이에서 나오는 끔찍한 알, 무관심한 남자 친구를 매달고 여자들은 버틴다. 이들의 무력하거나 자기파괴적인 선택은 대개 기분 나쁜 질문으로 수렴한다. 누군가에겐 얼룩이 삶이라면? 씻어내면 스스로가 지워진다면? 이 곤란함 위에 우두커니 서서 더 나쁜 쪽으로 슬슬 미끄러지는 여자들을 바라본다. 임파워링, 포지티브와 거리가 먼 여자들. ‘너 자신을 사랑하라’라는 또 다른 신화에 반항하는 여자들, 납작 엎드려 모든 것을 내어주는 암컷들. 결코 롤모델이, ‘언니’가 될 수 없는 여자들과 만나는 일엔 가학과 피학으로 설명될 수 없는 찌릿한 기쁨이 있다. 망령처럼 기어들어 오는 이 얼굴들을 보라! - 이희주 (소설가) |
|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몸이 낯설었다.
독자를 ‘당신’의 자리에 가두어 두고 쓰여진 소설의 첫 페이지부터 나는 이내 로즈 키팅이 설계한 정교한 폭력 속으로 기꺼이 끌려 들어간다. 욕조 퇴비 속에 잠든 아버지의 형상을 지켜보고, 구멍 난 자아를 메우기 위해 모든 것을 삼켜야만 하루를 버티는 ‘나’를 마주하며, 자살을 부추기는 유령과 나란히 앉아 태연하게 일광욕을 즐기는 ‘당신’을 본다. 이 기괴한 몸들은 ‘평범하다’는 지독한 규격 아래 해부되고 찔리며, 가장 비현실적인 문법으로 우리가 외면해온 현실의 ‘마디마디’를 아프게 증언한다. 로즈 키팅은 상상을 구체적인 고통으로 점지하는 힘을 가졌다. ‘역겹게 조직된 문장’과 기이한 환상 아래를 끝까지 파고들면, 거기엔 비명 대신 기어이 읽어내야만 하는 뜨거운 사랑의 흔적이 있다. 결핍이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욕망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그 감각을 날카롭게 그려내는 이 소설들 속에는, 도망칠 곳 없는 피부라는 감옥 안에서도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끝내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당신’들이 서 있다. 그래서일까. 이 이야기들은 결코 매끈하지도 아름답지 않다. 그러나 바로 그 아름답지 않음이, 역설적으로 우리를 무력함에 가두지 않고 ‘계속 살아가게’ 만드는 생존의 동력이 된다. 나는 이 기괴한 페이지들 사이를 헤매며, 부서진 몸들이 서로를 붙잡을 때 발생하는 살아남은 자의 온기를 확인했다. 나는 이 책을 시집처럼 여러 번 ‘되감았’다. 때마다 ‘마디마디’가 저릿했다. 나는 그 마디 사이를 아직도 문지르고 있다. 당신도, 이 책이 주는 생동하는 낯섦을 함께 살기를. 우리 함께 기꺼이 이 진창에 빠지기를. - 이소호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