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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면무도회
2. 죽음의 기록 3. 성목요일 4. 최후의 증인 5. 성야(聖夜) |
崔仁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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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신문지로 싼 목검을 옆구리에 끼고 아파트 광장으로 걸어나왔다. 어둑어둑 땅거미가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광장으로 나설 무렵에는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이 가로등에 불이 켜지고 있었다.
지난밤 그는 결심했었다. 그 누구의 힘이 아닌 내 자신의 힘으로 직접 신영철을 징계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금요일 하루밖에 시간이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토요일은 부활절 전야이므로 부활절 성야에 그를 징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를 심판하는 것은 금요일 단 하루뿐이다. 실제로 가롯 유가다 목을 매어 자살한 것도 예수가 부활하기 전이 아니었던가. 성금요일. 이날은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보라, 십자나무 Ecce Lignum」란 장엄한 노래와 함께 사제가 십자가를 보이면 신자들은 행렬을 지어 십자가를 지나가며 경배를 드리는 십자가의 고통을 묵상하는 날이다. ---pp. 109~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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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최인호가 우리 시대에 바치는 고해 성사
1963년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한 이래, 40년 가까이 녹슬지 않은 필력으로 2002년 현재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작가 최인호가 신작 장편소설을 펴냈다. 그는 우리 사회의 도시화 과정이 지닌 문제점을 예리하게 반영하면서 신선한 감수성과 경쾌한 문체를 통해 '1970년대적 감성의 혁명'을 열었다고 평가받아왔으며, 신문 연재소설인 『별들의 고향』『고래사냥』『겨울 나그네』 등에서 도시적 감수성과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 1970, 80년대 최고의 대중소설작가로 많은 인기를 누렸다. 이후 『깊고 푸른 밤』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잃어버린 왕국』『왕도의 비밀』 등의 역사소설과 종교소설 『길 없는 길』 등을 발표하며 문학적 영역을 넓혔다. 또한 1975년부터 현재까지 <샘터>에 「가족」을 연재하면서 국민작가 중의 한 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0년 발표한 『상도』는 300만 부가 팔리는 기염을 토하면서 우리 문학사에 최인호의 건재함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장편소설 『영혼의 새벽』을 펼치기 시작하면, 독자들은 과거의 고문기술자를 다시 만나 증오심으로 고뇌하는 여주인공이 인상적이었던 영화 '시고니 위버의 진실'을 떠올릴 것이다. 이 영화는 아리엘 도르프만의 희곡 『죽음과 소년』를 각색한 것으로 고문 문제를 다룬 뛰어난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영화만큼이나 인상적으로 시작하는 『영혼의 새벽』은 우리 민족의 분단 갈등과 이데올로기 갈등의 해법으로 기독교의 정신인 '사랑'과 '용서'를 제시하여 형상화시킨 작품이다. 현재 중년이 된 주인공 최성규는 과거의 고문기술자를 다시 만나게 되고, 악몽처럼 되새겨지는 과거의 기억 속에서 고문기술자에 대한 증오를 떨쳐버리지 못한다. 함께 고문 받았던 장미정은 장미카엘라 수녀가 되어, 괴로움에 휩싸인 최성규에게 마리 마들렌 수녀의 책을 건네주며 시대와 이데올로기를 뛰어넘는 '용서'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전해준다. 소설 처음부터 긴장감 넘치는 문장과 속도감으로 독자들을 압도하는 최인호의 문체는 주인공의 갈등을 인간의 본원적인 갈등으로 승화시키며 '신과 인간'이라는 영원한 테마에까지 치밀하게 접근해간다. 한국 현대사의 문제를 고통 받는 인류의 문제로까지 이끌어가는 탁월한 묘사는 엔도 슈사쿠의 『침묵』,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연상시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