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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상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길 잃은 뱃사람 / 몸이 없는 크리스티너 / 침대에서 떨어진 남자 / 매들린의 손 / 환각 / 수평으로 / 우향우! / 대통령의 연설 제2부 과잉 익살꾼 틱 레이 / 큐피드병 / 정체성의 문제 / 예, 신부님, 예, 간호사님 / 투렛 증후군에 사로잡힌 여자 제3부 이행 회상 / 억누를 길 없는 향수 / 인도로 가는 길 / 내 안의 개 / 살인 / 힐데가르트의 환영 제4부 단순함의 세계 시인 리베커 / 살아 있는 사전 / 쌍둥이 형제 / 자폐증을 가진 예술가 |
Oliver Sa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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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환자 프로필: 음악교사. 뛰어난 음악적 재능, 기억력, 유머 감각 등을 소유. 시력은 바닥에 떨어진 바늘도 쉽게 찾아낼 만큼 좋음.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되었고, 사물의 구체적 형태를 변별하는 능력도 현저히 떨어짐. 진단과 결과: 시각인식 불능증. 마치 컴퓨터처럼 뇌가 분절된 데이터를 기계적으로 모을 뿐, 사물의 실체와 개별성을 인지하고 판단할 수 없는 상태. 일종의 추상성 속에서 살아가는 셈이다. 그러나 음악은 시각을 대신하였으며 음악에 맞추어서는 큰 불편 없이 행동할 수 있었으므로,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음악에 기대어 사는 것이 권고됨. 그는 실제로 마지막 순간까지 음악을 가르치며 살 수 있었다. 길 잃은 뱃사람 환자 프로필: 중년 남자. 군대 제대 직후인 스무 살 무렵부터 현재까지의 기억이 없음. 스무 살 이전의 일들은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으나 그 뒤의 시간들은 그의 기억 속에 전혀 존재하지 않은 것이며 현재의 기억도 1분을 채 넘기지 못함. 원소에 대해 훤히 알고 원소주기율표를 거뜬히 작성하는 지능을 지녔으나, 그 주기율표 역시 그가 기억하는 마지막 원소인 우라늄까지이다. 진단과 결과: 알코올로 인한 유두체 신경세포 일부 파괴. 기억상실증이자 중증 코르사코프 증후군. 비록 상당한 과거와 현재, 미래조차 기억할 수 없지만 음악이나 자연, 예술에 몰입하는 순간 더할 나위 없이 안정과 평화를 되찾는 것을 발견. 일자리를 얻을 수는 없어도 요양소의 정원 가꾸는 일을 통해 그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영혼에 마음을 기울이는 온전한 자신의 세계를 가질 수 있었다. 몸이 없는 크리스티너 환자 프로필: 27세 여성.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이며 하키와 승마를 즐겼으나, 쓸개절제술을 받기 위해 입원, 수술 전날 항성제를 투여받은 후 갑자기 자신의 움직임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게 됨. 진단과 결과: 급성 다발신경염으로 인해 인간의 제6감인 고유감각 상실. 말초신경에서 중추신경으로 향하는 흐름이 막힌 것으로, 근육, 관절, 힘줄 어디에도 감각을 느낄 수 없으며 발성법조차 상실하게 됨. 고유감각 대신 시각과 기억에 의존하는 방법으로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그녀는 다소 어색한 움직임과 연극적 발성이긴 해도 일상에 무리없이 적응하는 단계에 이르며 컴퓨터 작업도 재개할 수 있게 되었다. 매들린의 손 환자 프로필: 60세 여성. 뇌성마비로 태어날 때부터 앞을 못 보고, 경직과 무정위운동증(두 손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질환)으로 두 손을 전혀 사용하지 못함. 지성과 언어능력은 탁월. 진단과 결과: 손의 감각은 살아 있으나 태어나서 한번도 사용해보지 못한 탓에 지각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경우. 스스로 손을 움직일 수 있도록 강력한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60년 만에 처음으로 손을 사용하게 됨. 점토로 사람 머리와 몸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는 이제 그 지역의 장님 조각가로 명성을 얻고 있다. 큐피드병 환자 프로필: 90세 여성. 2년 전 갑자기 전에 없던 원기를 느끼게 되고 성적 욕구와 관심도 고조되는 것을 느끼게 되었으며, 이전에는 구사하지 않았던 저속한 언어들이 무심결에 튀어나와 당혹스럽기까지 함. 처음엔 회춘의 기쁨을 만끽했으나 해를 거듭해도 수그러들지 않고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 이성으로 통제 가능한 선을 넘을까봐 고민하는 중. 진단과 결과: 20대에 매독을 앓았으며 그 균이 70년 가량 잠복해있다가 신경매독으로 발병한 사례. 환자는 치료 후 발병 이전의 무기력한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원치 않아 치료 자체를 저어했으나 페니실린 처방으로 더 이상의 신경세포가 파괴되는 것을 막음. 자폐증을 가진 예술가 환자 프로필: 21세 남성. 정상이었으나 8세 때 심한 고열을 앓은 이후 지속적 발작 상태. 이로 인해 학교도 자퇴하고 집 안에 유폐되다시피 지냄. 지능이 매우 낮으며 말을 하거나 남의 말을 이해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함. 진단과 결과: 급성 뇌손상 및 자폐상태. 관자엽의 질환으로 언어청각인식불능증과 발작을 일으키고 있음. 수차례의 관찰을 통해 그림에 남다른 재능이 있음을 발견. 놀라운 집중력과 빠른 재현, 독특한 재해석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그의 그림들은 독창적 예술이라 부르기에도 손색없는 것들이다. 현재 그는 병원에서 알리는 갖가지 '통지문'을 인쇄하는 일을 맡고 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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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이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신경학자로 꼽히는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출간 이래 30년 넘게 전 세계 독자들에게 폭 넓은 사랑을 받으며 그를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대표작입니다. 국내에는 최근 『화성의 인류학자』가 번역 출간되어 그의 이름이 새롭게 조명되는 계기가 마련되기도 했습니다. 독자적 신경학의 장을 여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되었던 이 책을 비롯해 올리버 색스의 작품들은 모두 신경증 장애라는 매우 전문적인 분야를 다루면서도 소설만큼이나 흥미진진하게 읽히며 문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수작들입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저서들은 끊임없이 다양한 장르의 예술 창작을 낳는 모태가 되기도 했습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프랑스에서 세계적 연출가 피터 브룩에 의해 연극무대에 올려진 바 있으며, 『소생(Awakenings)』은 로버트 드 니로와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한 영화 <사랑의 기적>으로 만들어져 많은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습니다(로빈 윌리엄스가 열연한 헌신적인 의사는 바로 색스의 실제 모습을 거의 그대로 묘사한 것입니다). 그 외에 시, 소설, 희곡, 오페라, 춤, 그림, 영화 등 예술가 스스로 색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히는 사례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한편 지금도 미국 대학에서는 신경학 분야뿐 아니라 문학, 윤리학, 철학 등의 교과과정에서 그의 글을 교재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분야를 엄밀하게 따지면 '신경학 관련 임상보고서'라고 할 수 있는 그의 책이 이렇게 오랜 시간 대중적인 공감과 사랑을 얻을 수 있었던 저력은 어디에 있을까요. 아마도 첫번째 이유는 기이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다양한 신경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결국 그 속에서 독자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책은 뛰어난 성공을 거둔 특별한 장애인들이 아니라 특별한 장애에 맞서 처연한 노력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그들이 거둔 최고의 성취는 눈부신 성공이 아니라 생존과 적응이었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의학계의 계관시인”(뉴욕타임스)이라는 평가까지 받는 올리버 색스의 글이 갖는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타고난 이야기꾼으로서 문학과 과학적 관찰을 훌륭하게 결합한 그의 글은 두뇌의 기능을 규명하고 영혼의 신비로움에 한발짝 가까이 다가서고 있습니다. 우리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자연의 많은 것을 정복했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인간의 두뇌와 의식은 많은 부분 미답의 영역으로 남겨져 있습니다. 두뇌의 촘촘한 신경 얼개가 단 하나만 제 기능을 못 하게 되어도 우리의 존재 자체는 덧없이 무너져내리고 맙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를 보다 겸허하게 만들어줍니다. 신체가 온전하지 못한 이들이 마음이 온전하지 못한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 이야기들을 다 읽고 난 뒤에 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을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병은 인간이 처한 본질적인 조건이다. 동물도 질병에 걸리기는 하지만, 병에 빠지는 것은 인간뿐이다.- 올리버 색스 특징과 의의 1. 신경장애의 극복 의지가 역설적으로 일깨워주는 인간의 존엄성 인간의 의식, 감각과 조절, 기억 등 모든 것은 두뇌 신경이 관장한다. 신경장애의 가장 무서운 점은 인간으로서 존재 기반 자체가 위협 받는다는 점이다. 위치감각을 잃어버린 사람은 자신의 발로 딛고 서서 자신의 몸을 움직이면서도 그것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인식 감각을 잃어버린 사람은 보이되 보지 못하고 들리되 듣지 못한다. 그러나 이 책에 언급된 환자들은 어느 날 갑자기 닥친 엄청난 재앙 앞에서 굴복하지 않고 적응하거나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때론 괜찮았을 때보다 더 완전해진 삶을 살기도 하고 때론 실패로 끝나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노력의 과정에서 보여지는 그들의 강인한 극복의지와 인간의 존엄한 가치이다. 2. 신경학 전문서이자 문학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 수작 올리버 색스는 과학적 관찰과 문학을 연계하여 실제 두뇌의 기능을 규명하는 도전에 임했고 환자들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의학문학’이라는 거의 잊혀진 영역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대표작이 바로 이 책이다. 색스는 ‘의학의 계관시인’(뉴욕타임스) ‘과학적 탐구를 문학적 금으로 바꾸는 연금술사’(라이터스 저널)로 불리는 한편 문학에 큰 업적을 남긴 과학자에게 수여하는 록펠러대학의 루이스토마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3. 애정과 신뢰에 기반을 둔 참 의사상의 모습과 감동적 일화들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집을 직접 찾아가 자신이 가져간 악보를 꺼내놓고 환자의 노래에 맞추어 피아노 반주를 하는 의사.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의사는 비로소 음악적 리듬이 유지되는 동안 환자의 정신상태가 지극히 정상임을 발견한다. 또한 자폐증 환자를 유심히 관찰한 끝에 그들만의 숫자 게임이 있음을 알아내고 그 게임을 함께 함으로써 환자들과 동화의 즐거움을 주고받는다. ‘거리의 신경학자’라고 불릴 만큼 직접 환자를 만나 상담하고 진단하는 임상활동에 전념해온 저자의 남다른 정열과 그에게 보내는 환자들의 두터운 신뢰는, ‘2분 상담’의 요즘 시대에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올리버 색스는 의사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환자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되살리게끔 그의 두뇌에 새 길을 내도록 돕는 조력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4. 소설 형식을 빌린 독특한 임상기록에 담긴 환자들의 이야기 환자가 의사에게 혼란스러운 증세를 주욱 늘어놓으면 의사는 환자가 그것을 스스로 이해하고 치료의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게끔 이끌어준다. 이를 위해 가능한 한 상세하게 기술된 병력을 모으는 것은 히포크라테스 시대부터 오랜 세월 의학의 필수불가결한 도구로 여겨졌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임상측정과 기계적 검사에 따른 데이터가 이를 대체하게 되었다. 시간이 걸리는 관찰이나 일화적 증거들은 효력을 잃고 만 것이다. 그러나 색스는 정신세계의 모호한 경계에 있는 환자들을 치료하며 다시금 그들의 이야기에 눈을 돌렸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환자들, 알게 된다 해도 여전히 치료 여부가 미지수인 신경질환 환자들의 이야기를 소상히 들여다보고 이를 소설처럼 이야기식으로 기록함으로써 장애로 인해 완전히 달라진 세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과 인간 두뇌의 기능을 규명하는 중요한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 받는다. 5. 타 장르의 다양한 창작물로 꾸준히 재생산되다 이 책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출간 이래 지난 30년간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제공해왔다는 것이다. 이 책은 문학, 그림, 희곡, 오페라, 영화 등으로 다양하게 각색되었으며 프랑스에서는 세계적인 연출가 피터 브룩에 의해 연극으로 상연되기도 했다. 또한 자폐증 쌍둥이 형제 사례와 영화 <레인맨>, 신경매독 할머니 사례와 TV 시리즈 <닥터 하우스> 등 이 책에 수록된 각 사례들은 지금도 질병·의학 관련 영화와 드라마의 구체적 에피소드로 빈번히 차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