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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선에서 가장 행복한 소녀_첫 번째 이야기
2. 조선에서 가장 행복한 소녀_두 번째 이야기 3. 어느 조선의 아기의 생각 4. 금빛 십자가 밑에 5. 조선의 왕자에 지나지 않아 6. 왕자의 놀이 7. 유복이 8. 경성에서 온 편지 9. 종소리가 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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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계집애” “섭섭이”라는 말을 하지 않고 인상만 쓰지 않으면 정말 좋을 텐데. 가끔 내가 울면 할머니는 나를 어깨에 기대게 하시는데, 너무 크고 넓고 포근해서 내가 품에 파고들면 할머니도 나를 꼭 껴안아주시지요. 그런데 그게 오래 가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계집애”와 “섭섭이”라는 두 마디를 또 하시면서 나를 내려놓고 가서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엄마를 때리시기 때문이에요. 아, 이제 생각하기도 지쳤어요. 다시 울기나 해야지. 아니, 잠이나 자야겠어요. 계집애가 아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 p.35
잠시 침묵이 흐르고 왕자가 말했다. “부인, 당신네 교회에서는 ‘예수 생일’을 맞을 때 어린 사내아이들에게 선물을 준다고 들었는데 나는 받은 게 없소. 왕자는 선물을 받으면 안 되오?” 그는 왕자였지만 마지막 말에는 사내아이다운 특징이 배어 나왔다. --- p.77 미국인 소년에게 몸을 숙이며 왕자는 말했다. “누구나 그렇듯이 네가 다시 태어나게 되면 궁궐의 왕자로는 태어나지 마라. 그냥 이대로 항상 플레이 할 수 있는 미국의 사내아이로 태어나. 내가 너라면 좋겠어.” --- p.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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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00년대 초 우리나라에 감리교 선교사로 와서 활동했던 미네르바 구타펠 여사가 자신이 실제로 겪은 일을 토대로 잡지에 연재한 글을 책으로 다시 엮은 것이다. 서양 문물을 막 받아들이기 시작한 우리나라 개화기의 여러 가지 풍물들을 외국인의 호기심에 찬 눈으로 묘사하고 있는 이 책은 새로운 문명과 오래된 가치관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 당시 사람들의 삶을 엿보게 해준다. 어려운 환경에서 치료와 재활을 통해 새로운 삶을 찾게 된 어린이들의 모습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그리기도 하고, 호기심 많고 활동적인 사춘기 나이의 왕자가 신분 때문에 마음대로 뛰어놀지 못하는 좌절감을 유머러스하게 그리기도 한다.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에 나오는 여러 주인공들은 유교적 전통이나 미신 때문에 한 사람의 자유로운 인간으로 살지 못하고 구속당한다. 여성들은 가부장적인 틀 속에 매이고 서민들은 귀신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심지어 조선의 왕자마저 한창 뛰어놀 나이에 그러지 못하고 수행원들의 보호 속에서 왕자님으로서의 체통을 지켜야 했다. 그런 왕자에게 담 너머에 살며 맘껏 뛰노는 미국인 소년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여성의 몸으로 이 땅에 와서 선교활동을 펼친 구타펠 여사의 조선과 조선 사람에 대한 사랑을 이 책의 많은 부분에서 느낄 수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강대하고 부강한 나라가 개발이 늦은 경제 후진국에 가서 선교를 할 때 내비칠 수밖에 없는 약간의 우월의식, 타국의 문화와 사람들을 약간 내려다보는 듯한 시각은 어쩔 수 없는 이 책의 아쉬움이라고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