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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part1 처음 경험하는 낯선 문화 밝은 미소의 포토제닉 구멍은 여러 개, 열쇠는 단 하나 성역 없는 빨래들 내 집은 초원, 베르베르인 달빛 아래 결혼식 사랑을 위한 한판 승부 개와 고양이의 천국 가난한 중국 여자?! 달리의 그림 같은 손님은 ‘신의 사절’ Big Welcome 낙타 몇 마리짜리 흥정은 나의 힘 모로코→ 스페인→ 한국 = 근육통 흉기소지자 part2 잊을 수 없는 사람들 나무 같은 사람들 우리가 꿈꾸는 대박 유태인 술탄 나눔이다! 요리도, 사진도 우포, 별들의 분신 ‘조금’ 특별한 사나이, 드리스 part3 특별한 기억을 안겨준 그 길 숲 속의 유토피아 마음의 비타민 일탈을 꿈꾸는 자들의 거리 앙코르와트로 가는 길 이스탄불에서 보내는 편지 미로의 도시 카스바의 여인 정열의 붉은 도시 한때는 바다였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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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은 자연스럽게 형성된 그리스 원형극장 모양의 언덕이었다. 한때는 고대 그리스 극장에서 경기가 열린 적도 있었지만 문화재 관리방침에 따라 금지됐다고 한다. 2000여 년 전 25,000여 석을 갖춘 에게해의 중심 도시 셀축의 극장에서는 소포클레스의 비극과 코러스가 울려 퍼졌을 것이다. 많은 세월이 흐른 후, 고대 셀축 극장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언덕에서 현대인들은 낙타 레슬링을 즐긴다. 직접 의자와 탁자를 날라오면서 말이다. 2000여 년 전의 문화가 앞선 것인지, 아니면 과학기술과 기계문명의 혜택을 듬뿍 받는 21세기의 문화가 발전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사람들은 의자와 탁자 외에도 화로와 숯, 휴대용 가스렌지, 각종 음료 등 피크닉용품들을 구비해왔다. 술과 음식 등을 파는 간이상점들도 있지만, 사람들은 직접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춤과 노래를 즐겼다. 무너진 그리스 유적 위에서 음식을 해 먹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경기장에서는 낙타들이 싸움을 하고,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낙타고기를 팔았다. 낙타의 봉사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계속되는 셈이다. --- pp.51~52, '사랑을 위한 한판 승부' 중에서 모로코는 한국보다 9시간이 느리고 알래스카보다는 9시간이 빠르다. 영국과 같은 시간대에 놓여 있으니 전 세계 시간의 중심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바깥에서 봤을 때 하는 얘기고, 실제 그 나라 안으로 들어가면 표준 시간이 작동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척 느리다. 걷는 것도, 먹는 것도 느리다. 심지어는 뛰는 사람들조차 슬로우 모션으로 돌아가는 필름의 주인공들처럼 보인다. 초현실주의자라고 정평이 난 살바도르 달리가 사실은 리얼리스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품은 것도 모로코에서였다. 이 나라의 어디를 가도 시계는 사막의 뜨거운 땡볕 아래에서 녹아 흘러내리는 모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찾아온 사람들을 외면하고 만국 공통의 관료주의 실현을 꿈꾸며 사무를 지연시키는 관리들은 그렇다고 치자. 식당이나 카페에서 서빙을 하는 사람들도, 그곳을 찾는 손님들도 축축 늘어진 리듬에 따라 움직였다. 집은 아예 시간의 범위 밖에 있어서 시계가 없거나 몇 년씩 멈춘 시계를 그대로 놔두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 p.70, '달리의 그림 같은' 중에서 터키의 중서부에는 파묵칼레라는 곳이 있다. ‘솜의 성’이라는 뜻이다. 하얀 석회붕인 파묵칼레에는 늘 섭씨 38도 가량의 온천수가 고여 있어 멀리서보면 거대한 솜뭉치에 비취색 물감이 스며들어 있는 듯 보인다. 한여름, 불타는 땡볕을 머리 위에 지고 서 있는 파묵칼레는 시원한 박하사탕 같은 느낌을 준다. 또 으슬으슬 찬바람이 뼛속을 파고드는 추운 겨울, 눈이 안 와도 늘 하얀 이곳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포근한 동화 속의 성이다. 이 하얀 성의 발치에는 우포UFO가 살았다. 우포는 버스표, 관광 상품, 호텔 등을 예약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여행사의 말단 ‘삐끼’였다. 우포는 애써 어른티를 내고자 했지만 18살, 아직까지도 얼굴에는 솜털이 보송보송 나 있는 동안의 소년이었다. --- pp.159~160, '우포, 별들의 분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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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플랜? NO 프라블럼!
마음이 끄는 곳으로 떠나라! ‘바보 이반’을 읽고 러시아를 동경했고, 러시아에 가서 철학을 배우고 세계를 동경했다. 이 책의 작가 이혜승은 러시아 문학사에서 철학박사로, 지금은 보헤미안이 되어 세계를 여행한다. 현지가이드나 길을 가다 만난 이들과 친구가 되어 가끔씩 함께 다녔지만 대부분은 혼자였다. 중앙아시아의 초원에서부터 이스탄불, 모로코로 이어지는 아랍권 국가를 홀로 지내온 것이다. 일정은 따로 없었다. 그곳에 가서 환영해주는 이가 있으면 몇 달을 머물면서 친구를 사귀고, 아무도 없는 사하라 사막 같은 곳이라면 혼자 있는 시간을 즐겼다. 말이 다소 통하지 않더라도 낯선 여행객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외로울 틈이 없었다. 다시 여행 준비를 시작한 이혜승이 사람을 만나고, 편견 없이 지내면서 하나씩 담아온 이야기가 여기 있다. 세계 어디라도 내 집처럼 편안하고 스스럼없이 지내는 그녀의 여행기가 궁금해지지 않는가? 틀을 깨자. 여행에도 상상력이 필요하다! 문득 여행이 가고 싶다. 어떻게 할까? 수첩을 펴고 일정을 짜고 유명한 관광지를 체크하겠지. 어쩌면 한인식당 위치를 검색할지도 모른다. 손쉽게 여행사에 전화를 걸지도 모른다. 이런 식의 여행은 너무도 많다. 누구나 떠올릴 만한 여행기는 인터넷만 열어도 홍수처럼 차고 넘친다. 남들 하는 것, 이미 남들이 해버린 것보다 내가 처음부터 만들어가는 여행이 궁금하지 않은가? 지도 없이 떠나는 나 홀로 여행, 마음속 두려움을 걷어내고 한번 도전해보자. 위험하지 않나요? 시니 이프니, 크사르 엘 케비르, 마라케시, 페스, 세우타, 카스바, 사하라 사막… 이곳들은 어디일까? 사하라 사막 빼고는 가늠이 안 된다. 심지어 네이버나 다음에 검색해도 설명을 듣기 힘들다. 낯선 이름들, 북아프리카에 있는 모로코의 지명이다. 이슬람 국가이고, 고대에 대학과 정신병원도 둘 만큼 문명국이라 불리던 지역이다. 이 책의 저자 이혜승은 모로코를 여행한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것은 “여자 혼자 위험하지 않나요?”라고 한다. 한국에서 보기에는 한 손에는 코란,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든 위협적인 나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가보니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란다. 천진난만한 아이의 웃음이 있고, 능글능글한 아저씨와 ‘돌+아이’도 있다. 역사적 아픔은 지니고 있을지언정 여행객을 뿌리치진 않는다. 이혜승이 보고 온 모로코에는 산악지역에 사는 유목민이 3일 밤낮으로 결혼식을 열고, 흥정을 위해 사돈에 팔촌 얘기까지 하느라 한나절을 보내는 시장이 있고, 좁은 골목길만 있어서 나귀가 교통수단이 되는 도시가 있었다. 그리고 지나가는 여행객을 붙들어 차를 권하고, 아껴둔 등갈비를 꺼내 요리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편하기만 하면 무슨 재미 인생이 너무 순탄하면 편하기는 할지언정 사는 재미는 없을 것이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편하게 비행기가 실어다주고 공항리무진 타고 호텔에서 자는 것은 신혼여행으로도 족하지 않을까? 휴양이 목적이 아니라면 여행지의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보라. 메르세데스벤츠라지만 뒷자리 4명, 앞자리 3명이 타야 하는 허름한 택시가 있다. 트럭 짐칸에 옹기종기 앉아 울퉁불퉁한 진흙탕 길을 가다가 웅덩이를 만나면 진흙 목욕을 하기도 하고, 놀이공원처럼 몸이 붕 뜨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이런 거 어디 가서 또 경험하겠나? 만약 헬기로 앙코르와트에 내려줬다고 하자. 멋진 사진은 찍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공짜 진흙 목욕도, 공짜 바이킹도 못 하게 된다. 20명을 태운 봉고차도, 길가에게 만나게 될 땡그란 눈의 아이들도 보지 못한다. 여행은 끝나지 않는다 수년 동안 이혜승은 여러 곳을 다녀왔다. 공부를 하던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거쳐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부하라, 카자흐스탄의 이식 평원을 지나고, 태국의 방콕,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인도의 캘커타를 다녀왔다. 터키의 이즈미르, 파묵칼레, 이스탄불, 모로코의 시니 이프니, 크사르 엘 케비르, 마라케시, 페스, 세우타, 카스바, 사하라 사막 등의 아랍권 국가에서는 여자 혼자 여행하는 무모한(?) 용기를 발휘하기도 했다. 이것이 여행의 마침표는 아니다. 그녀의 두 팔에 사람의 향기, 평원의 모래, 지중해의 푸른 하늘을 잔뜩 껴안고 돌아왔기에 그것을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차곡차곡 담아내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고, 다시 떠날 길을 정하고 있다. 처음 10달러짜리 필름카메라로 시작했던 여행길에 이제 제법 묵직한 DSLR이 함께한다. 이것 외에 달라진 것은 없다. 보헤미안에게 여행은 일상이고 인생이다. 다시 시작될 여행길에 그녀는 무엇을 담아 올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