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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말
저자의 말 프롤로그 삼천갑자 동방삭 1 삼천 주독을 바치고 역사에 등장한 동방삭 2 무제를 웃음 짓게 한 동방삭의 기행 3 실현되지 못한 동방삭의 정치적 포부 4 선비의 불우함을 노래하다 5 조정에서 은둔하다 6 신선 동방삭의 자취를 찾아서 에필로그 슬픔이 묻어나는 해학의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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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중국인이야기-진한시대 인물기행』 시리즈에 관하여
중국학자 이연승이 쓴 『고대중국인이야기-진한시대 인물기행』 시리즈가 그 문을 열었다. 이번에 물레에서 펴낸 『고대중국인이야기』 1차분 『제국의 건설자 이사』와 『웃음의 정치가 동방삭』은 중국고대사 속에서 문제적 인물을 찾아 오늘의 관점에서 독자에게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책들이다. 특히 익히 알려진 기존 인물의 고정된 평가에서 벗어나 인물을 발굴해 재해석하고 재평가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진한시대를 다룬 것은 550년에 달하는 춘추전국시대의 분열을 잠재우고 통일제국이 출현해 중국이 비로소 자기정체성을 찾아갔던 시기가 그때이기 때문이다. 힘과 권력을 얻으려는 온갖 투쟁이 거미줄처럼 얽힌 인간 욕망의 전시장에서 주인공들은 어떤 삶을 선택했는가. 『고대중국인이야기』는 한 인물의 삶을 역사와 사회와 문화 등 다각도에서 접근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친다. 오늘날에도 되돌아볼 가치가 있는 변화무쌍한 시기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 게 진한시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국내 출판계에서는 그동안 중국의 사상적 문화적 제도적 아이덴티티가 성립된 이 진한시대를 본격적으로 다룬 단행본이 거의 없었다. 『고대중국인이야기』는 이 결락을 잇기 위해 기획되었다. 진제국을 거쳐 전한과 후한시대에 이르기까지 대륙을 수놓았던 숱한 인물들의 특징적인 생애와 사상에 집중하여 시대와 인간을 재성찰하려 한다. 쇠미한 기운의 팍스아메리카나에서 다극화시대로 접어든 현대에, 생존의 법칙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되리라 믿는다. 고대중국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중국 이해의 폭을 넓힘은 물론, 복잡다단한 시대와 나 자신을 점검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진한시대를 입체적으로 조명하게 될 『고대중국인이야기-진한시대 인물기행』(전10권)은 다음과 같다. (출간) 1. 『제국의 건설자 이사』 -진시황제의 최고 브레인으로 통일제국을 건설한 재상 이사! 그의 성공과 좌절, 파란만장한 일생 이야기. 성공 신화에 눈먼 현대인의 오늘을 되돌아보게 한다. 2. 『웃음의 정치가 동방삭』 -민간설화로 친숙한 장수의 상징 삼천갑자 동방삭! 한무제 궁정에서 활약했던 실제 생애, 익살과 해학, 처세의 달인, 웃음의 정치가 동방삭을 만난다. (출간 예정) 03. 『유교제국 기획자-가의』-유교의 질서와 체제를 갖춘 한제국을 그렸던 뛰어난 사상가 이야기. 04. 『왕궁의 목록학자-유향』-최초로 왕실도서관의 도서 분류를 시행했던 학자 이야기. 05. 『신비의 음률학자-경방』-중국의 피타고라스, 수리(數理)와 음률학에 달통했던 사상가 이야기. 06. 『낭만적 혁명가-왕망』-유토피아를 꿈꾸며 신新이라는 새로운 제국을 세우려 했던 모험가 이야기. 07. 『하늘의 과학자-장형』-후풍지동의(候風地動儀)라는 지진계를 만든 탁월한 과학자 이야기. 08. 『은둔의 비판자-왕부』-숨어살며 『잠부론(潛夫論)』를 써서 섞은 세상을 비판했던 사상가 이야기. 09. 『박학의 예술가-채옹』-딸 채문희와 함께 거문고의 대가로 꼽히는 똑똑한 예술가 이야기. 10. 『공양학의 대가-하휴』-꺼져가는 춘추공양학의 불씨를 되살린 새로운 역사이론의 주창자 이야기. 역사 속의 인간 동방삭의 실체를 찾아서 동방삭은 엄연히 한나라 때의 실존인물이다. 그것도 카리스마로 치자면 진시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군주 한무제의 조정에서 활약했던 정치가다. 하지만 그는 별 업적을 남기지 못했다. 처지를 한탄하고 살아남기에 급급했던 인물로 낮게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어떻게 동방삭은 역사에 그 이름을 오래 남길 수 있었을까? 사람들은 어째서 동방삭을 불러냈으며, 인간을 넘어 신선의 자리에까지 올려놓았을까? 이 책은 이러한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 역사 속의 인간 동방삭의 실체를 찾아서. 사마천과 동시대를 살았던 골계자 동방삭 진제국이 멸망하고 또다시 혼란에 빠졌던 중국을 하나로 묶어낸 것이 바로 한제국이었다. 진이 마련해놓은 제국의 기틀을 이어받아 한제국은 국내외적인 체제정비 작업에 들어간다. 그중 가장 중요했던 것이 인재등용이다. 위청이나 곽거병 같은 위대한 장수나 동중서나 공손홍 같은 대유학자가 등장했던 때가 다름 아닌 한무제 때였고, 그 시대의 한복판에 우리의 주인공 동방삭이 살았다. 이 책은 골계자 동방삭을 통해 어떻게 인재로 쓰임 받는가, 어떻게 살아남을까 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이야기해준다. 특히 주목을 요하는 것은 동방삭이 『사기』를 쓴 불세출의 역사가 사마천과 동시대인이란 점이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사마천은 동방삭을 자신의 책에서 단 한 줄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늘날 『사기』에 실린 「동방삭전」은 저소손이라는 사람이 훗날 보충해서 넣은 것이다. 저자 이연승은 이 사정에 관해 『사기』에 「동중서전」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업적을 남기지 못한 탓에 사마천이 일부러 기술하지 않았을 것이라 추정한다(본문 32면). 동방삭의 평가는 이렇듯 특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죽고 나서 그가 살아생전에 보였던 행동은 눈덩어리처럼 커져 급기야 신선 동방삭으로까지 추켜세워진다. 좌절한 정치가의 처지를 웃음으로 노래하다 동방삭이 한무제의 조정에 등장하게 된 계기는 엄청난 양의 자기소개서를 써서 올린 덕분이었다. 자기소개서라면 은근슬쩍 겸양을 부릴 만도 하건만, 도무지 자화자찬 일색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다 터무니없는 허풍은 아니었다. 동방삭은 매우 지성적이고 명철한 인물이었다. 동방삭을 특이한 자라 여겨 일단 공거서에서 다음 명령을 기다리게 했다. 이게 정치생활의 시작이었다. 그저 궁정을 오락가락하는 별 볼일 없는 처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동방삭은 한무제 궁정에서 말을 기르며 공연을 하던 난쟁이 광대들을 속여 녹봉을 올려 받으면서 대조금마가 된다. 그리고 무제 측근에 있으면서는 석복놀이(사발을 엎어놓고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아맞히는 놀이)에서 창우(광대)들을 넉다운knock-down시켰고, 이를 높이 사서 그는 상시랑에 임명된다(본문 85면 이하). 이렇듯 동방삭은 기지와 유머로 순간순간 자신의 처지를 개선시켰지만 정치적 역량을 진지하게 인정받으며 활약했던 인물은 아니다. 그에게도 정치적 꿈이 있었지만 이루지 못했다. 나라를 강하게 부유하게 만들고자 한 그의 생각은 「답객난」이란 문답 형식의 글에 정리되어 있다. 이 글에서 그는 정치적 야망뿐 아니라 불우한 처지를 노래한다(본문 149면). 그리고 이것은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지 못하는 선비의 한탄을 노래하는 문학적 전통의 하나를 이루게 되었다. 동방삭의 처세술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동방삭은 자신이 조정에서 숨어사는 자라고 했다. 산속에 풀집을 짓고 숨어사는 게 아니라 금문 밑에서 숨어산다고. 이것을 일러 동방삭의 조은사상이라 한다(본문 179면). 그의 처세에는 부드러움이 있었고, 발상의 전환이 있었다. 그의 인간적 장점, 그것은 시대를 초월해 있는 어떤 것이다. 이 책을 꼼꼼히 읽다 보면 동방삭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는 임기응변에 능한 기회주의자가 아니라, 현실세계에 뿌리박고 있으면서, 초월적인 것을 품을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의 소유자였다. 하루하루 바삐 돌아가는 오늘날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미덕을 지닌 사람, 그가 골계자 동방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