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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um Suk Gendry-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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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께서 조심스레 이야기를 시작하셨어요.
나는 1938년에 일본 히로시마에서 태어났어. 이름은 김재일이고, 일본식 이름은 아키야. 아버지는 강제징용으로 끌려가서, 어머니는 가족과 함께 일본에 오셨지. 많이 힘들었지만, 주위 사람과 친척들과 서로 의지하며 지냈어. --- p.20-21 아빠는 공장에 일하러 가고, 누나는 학교에 가고, 엄마는 설거지를 하고 계셨지. 공습경보가 울렸는데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 하루에도 몇 번이나 울렸거든. 조금 뒤에 공습 해제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났어.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어. “미군 전투기다! 미군 전투기다!”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잠자리 같은 물체가 쏜살같이 내려오는 게 보였어. 그 순간 마치 엄청나게 큰 천둥이 치듯…… ‘꽝!!!!’ 하는 소리와 함께 태양이 폭발하듯 엄청나게 큰 불꽃이 번쩍였지. --- p.26 “어르신, 그래도 지금은 사람들이 알지 않나요?” “많이 좋아졌지. 여기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 우리 이야기도 듣고, 재미난 것도 만들고, 있으면서 치료도 받고. 사람들도 자주 찾아와서 노래도 하고. 훨씬 덜 외로워.” “참, 종이학은 왜 접으세요?” “일본에 있는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요즘 많이 아프거든.” “이젠 몇 개만 더 접으면 돼.” “종이학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종이학은 생명과 평화를 상징해.” --- p.46-47 할아버지가 종이학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1945년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 사다코라는 일본 여자아이가 피폭으로 백혈병에 걸렸지. 사다코는 종이학을 천 마리 접으면 병이 나을 거라고 생각했어. 날마다 기도하며 약종이로 종이학을 접었지. 하지만 다 접지 못하고 결국 죽고 말았어. 그 뒤로 종이학은 평화의 상징이 되었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기원하며 종이학을 접고 있어. --- p.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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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증언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사실감 넘치는 그림책
《할아버지와 보낸 하루》는 가상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나라 원자폭탄 1세 피해자와 2세 분의 실제 증언을 바탕으로 쓴 책입니다. 책을 쓰고 그린 작가는 여러 차례 합천과 대구를 방문하여 원폭 피해자 1세와 2세 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그리고 강제징용의 흔적 고스란히 남아 있는 군함도 등 일본의 여러 지역을 다니며 자료를 수집하였습니다. 이런 증언과 자료를 바탕으로 하였기에 글과 그림에서 사실감이 돋보입니다. 글과 그림에는 과거의 아픈 역사를 있는 그대로 전하고 싶은 작가의 생각과 열정이 하나하나 배어 있습니다. 작가는 책을 보는 어린이와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이야기에 다가갈 수 있게 하려고, 어렵고 쉽게 접근하기 힘든 주제인 원자폭탄 피해자 이야기를 만화 형식과 그림책 형식을 같이 접목하였습니다. 그래서 더 책을 읽다보면 모르는 사이, 책 속 꼬마 하루와 할아버지가 되어 책 속 바로 그 자리에 있는 걸 느끼게 될 것입니다. 위로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평화 홀씨 같은 그림책 이 책을 쓰고 그린 김금숙 작가는 오래 전부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4.3 이야기, 이산가족 문제, 판소리 같은 사회 문제와 소재를 중심으로 우리 한국인의 삶과 모습을 섬세하고 대담한 터치로 그려왔습니다. 우리가 잘 몰랐던 이야기, 누군가의 일상이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사실감 있게 전하며, 아픔을 나누고 앞으로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가입니다. 이 원자폭탄 피해자 이야기 그림책 《할아버지와 보낸 하루》도 같습니다. 책에는 일제 강점기와 전쟁 같은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해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히 담겨 있습니다. 다른 이가 겪는 아픔을 나누고 평화를 생각하다보면 우리 주변이 조금씩 조금씩 변해 평화스런 세상이 될 것입니다. 이는 작가 그리고 책을 만드는 편집자가 바라는 희망이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