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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은 ㅣ 켈라드리안 숲
강 정 ㅣ 무덤이 떠올라 별이 되니 세상은 한참이나 적막하더라 - 김영태 풍으로 김경인 ㅣ 도마뱀의 편지 김경주 ㅣ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 2 김 근 ㅣ 거리 김민정 ㅣ 나미가 나비를 부를 때 김 언 ㅣ 소설을 쓰자 김이듬 ㅣ 오빠가 왔다 김중일 ㅣ 날개들의 추격전 - 폴, (마리아), 피터, 사막쥐, 양귀비 김지녀 ㅣ 여름이 모든 잎을 흔들며 떠나간다 김행숙 ㅣ 가로수의 길 문혜진 ㅣ 호미니드의 발자국 - 물의 프랙탈 박연준 ㅣ 소혹성 B612호에 혼자 남은 꽃 서동욱 ㅣ 산부인과 초음파 손택수 ㅣ 망치라는 물고기 신용목 ㅣ 인디언의 땅 신해욱 ㅣ 나는 어떻게 단련되는가 심보선 ㅣ 극악한 그리움 안현미 ㅣ 암실에서 뜯어 온 시간 오 은 ㅣ 식충이들 유형진 ㅣ 가벼운 마음의 소유자들 - 올드밤비의 마지막 새끼 곰 윤의섭 ㅣ 화계(花界) 이근화 ㅣ 꿀이라고 생각되는 맛 이승원 ㅣ Plan B 이영주 ㅣ 나의 인사 이 원 ㅣ 트랙 - 출산 이장욱 ㅣ 강철로 만든 저녁 이재훈 ㅣ 트릭스터(trickster) 이준규 ㅣ 문69 이철성 ㅣ 늑대의 옷 장석원 ㅣ 청년과 슬픔 정재학 ㅣ 유실물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에 부쳐 조동범 ㅣ 사고의 날들 조연호 ㅣ 조화공예(弔花工藝) 진은영 ㅣ 감기 선언 최금진 ㅣ 머리카락 종교 최하연 ㅣ 파라다이스 텔 3805호 하재연 ㅣ 서커스 황병승 ㅣ 밀실의 바보 황성희 ㅣ 원숭이의 간편 처세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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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는 영원히 현재다
“오늘의 김수영들이, 김수영에게 바친다.” ■ 영원한 청년, 김수영에게 바치는 오마주 이 시집에 시를 실은 시인들은 모두 40명이며 김수영의 몰년인 1968년 이후 출생한 이들로서, 김수영의 계보를 잇는 시 세계를 보여 주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시인들이다. 시인들 각자는 개성 넘치는 신작 시 한 편과 짧은 산문 한 편을 실었다. 특히 산문은 김수영의 작품에서 모티프를 얻은 것으로, 김수영과 오늘날의 젊은 시인들이 일으키는 화학반응이 매우 독특한 형태로 드러난다. 모두 김수영의 구절들을 인용하거나 변형한 것인 산문의 제목은, 그리움과 경의를 함께 담고 있다. *서동욱 창문―담배·연기―바람. 그렇다, 바람 ―「반시론」에서 생의 막바지에 김수영은 한 미인에게 집착한다. 문학사적 스무고개 놀이의 골인 지점인 Y 여사. 그 오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같이 식사하고 담배를 피웠으며, 살며시 창문을 열어 연기를 내보냈다. 이 마지막 동작에 시인은 스스로 감동했다. “창을 연 것은 담배 연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천사 같은 훈기를 내보내려고 연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 창문 ―담배, 연기― 바람. 그렇다, 바람.” 두 개의 몸이 가만히 있는 동안에도 두 몸 사이에서 무엇인가 놀라운 작용을 하는 ‘바람’을 시인은 발견했던 것이다. 에이, 바람둥이……. 바람을 라틴어에서는 스피리투스 또는 아니마라 부르는데, 영혼뿐 아니라 ‘숨결’을 뜻한다. 히브리인들은 바람을 뤼아라고 부른다. 바람이 몸속에 들어와 숨결이 되기에 그것은 생명의 바람이고, 그 신성한 의미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이 히브리어는 각국의 언어 속에서 ‘성령’이라 번역된다. 같은 정도의 존경심에서 시인은 바람에게 “신적인”이라는 꾸밈말을 붙인다. 자신과 그녀의 몸을 오가는 훈기 또는 “신적인 미풍.” 그가 릴케로부터 인용하듯 “신의 안을 불고 가는 입김. 바람.” 우리에게 알려진, 김수영의 최초의 시와 마지막 시가 공통적으로 간직하고 있는 유일한 이름말은 “바람”이다. 통념과 달리, 마지막 시에서 그는 익명의 풀들을 일으켜 세우는 무서운 힘이 바람이라는 것을 발견한다. 풀들의 성령인 바람이 콧속으로 들어와 허파를 움직이고 뼈와 살을 못살게 굴면 유골은 일어나 세상의 첫 아기가 된다. 어느 날 바람이 몸 안에서 떠나면 유골은 실이 끊어진 나무 인형처럼 놀이를 중단하고 주저앉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몸 안에 바람이 들어와 있는 동안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알고 있다. 바람은 기침으로 진화하며, 가래를 쏘는 총이 된다. 바람(숨결)의 예외적이며 예측할 수 없는 운동인 기침 앞에서 언어는 뭉개지고 언어의 예절을 닮은 세상의 법도 가래를 뒤집어쓴다. 그것은 카프카에게선 동물들의 숨결이 실어 나르는, 법(분절) 없는 무서운 소리로 둔갑하기도 하며, 베르크에게선 음표의 시니피앙으로 묶어 둘 수 없는 룰루의 비명 소리가 되기도 한다. *김행숙 움직이는 비애여 ― 「비」에서 움직이는 다리여. 허공에 담긴 오른발이여. 인파 속에서 꼬꾸라지는 다음번의 파도여. 흐린 날씨여. 움직이는, 계속 움직이는, 먼저 움직이는 다리여. 나는 가장 늦게 도착할 것이다. 나는 오지 않은 사람으로, 나는 거리에서, 나는 도중에서, 나는 붐비는 사람으로, 한적해진 거리에서 나는 거의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나는 거의 저녁에 이를 때, 나는 너를 스쳐 먼 곳에서 너에게 도착할 때. 움직이는, 움직이는 시간이여. 길이여. 시간과 길을 묻는 사람들이여. 시간도 길도 없다고 대답하는 바쁜 사람들이여. 후퇴하지 않는 행인들이여. 행진, 행진이여. 물결이여. 물속에 잠긴 우리들의 도시여. *김이듬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 ―「공자(孔子)의 생활난」에서 내일은 내 생일이다. 대충 그럴 거다. 어디서 태어났는지를 가지고도 서너 명 진술이 엇갈렸고 언니뻘 되는 아이의 사망신고 대신 내 출생신고를 했다고 큰 이모는 말했고, 돌아가셨다. 아무래도 괜찮다. 난 생일과 공휴일 혹은 기념일 같은 날들을 좋아하지 않으며 예술가의 생가로 여행하지 않는다. 김수영의 시 한 줄을 써 놓고 시작해야 하는 글은 나를 부담스럽게 했고 지금도 괴롭다. 헤엄치며 생각한 기술을 땡볕으로 나오자마자 까먹곤 했던 얼치기 수영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한동안 김수영을 수영한다. 그가 밀어내기 때문에 나는 떠오른다. 그 위에 눈을 가늘게 뜬 채 누워 있다. 흰 구름이 흘러가고 나도 흐른다. 나는 그에게 깊이 빠지지 않는다. 서로가 약간 거만하고 이게 맘에 든다. 단지 난 나를 위로하는 시를 썼고 여기에 시는 빠져 있고 인용 부호도 빠져 있다. (……) 어중간하게 나는 죽을 것이고 아무도 그날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맘에 든다. *강정 나날이 새로워지는 괴기한 청년들이여 ―「절망」에서 밥을 먹다가도 똥을 싸다가도 술에 취해 즐겁게 떠들고 술이 깨서 괴로워하다가도 시인 족속은 늘 이상한 거울을 눈 밑 코 밑마다 달고 산다. 그건 축복이고 저주고 고통을 빙자한 자족적 환희겠지만 그래도 그 거울에서 가장 먼 자는 늘 시인 자신이다. 시 쓰기는 자기 자신에게 밀착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방기하고 질책하는 짓거리다. 그래서 시인은 항상 엄살이다. 자기가 잘못 놓은 주사에 화를 부르고 병을 조장하니 이만큼 한심한 인간들이 또 어디 있으랴. 병든 고양이처럼 스스로를 감싸 안고 샅을 핥으며 세상 한편에서 꾸물거리다 보면 어느 날 문득 모든 게 무참하다고 헛울음 흘릴 때가 있다. 그건 세수 안 한 맨얼굴에 와 닿은 세상 전부가 극명해지는 순간이자 매번 괴로운 어제이고 파탄 난 내일이자 돌아오지 않는 정념의 화살이 발등에 와 박히는 순간이다. 그러니 더 울자. 더 괴기하게 더 새로운 세상을 망가뜨리기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