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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머리에
1. 인간의 영원한 화두, 건강 2. 한국사회에서 건강을 말하다! 3. 새로운 몸의 기억 만들기 4. 성산 장기려, 그 신화의 이면 5. 의사, 왜 그들은 미움을 받는가? 6. 완전함을 꿈꾸는 십전대보탕 7. 의학과 인간을 보는 새로운 눈, 고전 중국의학에서 시각적 인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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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 있는 서울대학교 연건 캠퍼스는 의학, 치의학, 간호학, 보건학 등 보건의료와 관련된 대학과 연구시설 그리고 대규모 병원이 들어서 있는 복합단지이다. …… 이 건물들의 배치를 ‘건강’을 중심으로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캠퍼스의 대부분은 병을 앓고 있거나 그 병을 치료하는 일에 종사하는 시설과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이곳에서 행해지는 일의 대부분이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는 데 할애되고 있는 것이다. …… 한 장소에 모여 있는 여러 기관들이 모두 건강을 위해 일하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건강의 목적과 내용은 이처럼 다양하다. 보건과 의료를 다루는 분과학문들이 자라온 역사적ㆍ문화적 환경이 같지 않은 때문인데 그 환경은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 한 세기 뒤에 우리 후손들이 가지게 될 건강의 이념이 어떤 것일지 예측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잃어버린 그리고 되찾아야 할 무엇이든, 만들어내야 할 새로움이든, 또는 단단히 지켜야 할 생물학적 자산이든 관계없이 건강은 건강이다. 즉 튼튼하고 편안한 내 몸의 상태를 가리키는 그 ‘무엇’이다.
--- pp.5~6 책 머리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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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의학과 인문학의 통섭 출간의 의의
이 책은 ‘건강한 삶’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의학과 인문학, 동서의 철학과 고전학, 문학 등 각 전공 학문들 사이의 장벽을 넘어 사유의 시작이다. 세상에서는 의학이 차가운 이성에 취해 따뜻한 인간미를 잃어버렸다고 하고 인문학이 인간의 삶을 해명하지 못한 채 위기에 처했다고도 한다. 그래서 두 학문의 위기를 둘 사이의 소통으로 넘어서려는 몸짓이다. 의학은 인문학에서 삶의 의미를 읽고 인문학은 의학에서 새로운 사유의 소재를 얻는다면 그 둘의 상승작용을 통해 인간과 건강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은 의학과 더 건강한 삶에 이르는 길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의학에 대한 인문학적 연구는 의학과 의술의 역사에 대한 연구(의사학), 건강, 질병, 치유의 존재론적ㆍ인식론적 지위에 관한 연구(의철학), 의술의 실천에 따르는 윤리적 문제에 관한 연구(생명의료윤리학), 의료 행위의 사회문화적 측면에 관한 연구(의료사회학과 의료인류학) 등으로 나뉘어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에는 서로 소통하지 않는 두 개의 의학체계(한의학과 서양의학)가 공존하고 있어 연구의 지형이 더 복잡하다. 연구의 대상인 두 의학이 소통하지 못하니 두 의학에 대한 의사학ㆍ의철학ㆍ생명의료윤리학ㆍ의료사회학ㆍ의료인류학 연구들 역시 소통하지 못한다. 인제대 인문의학연구소에서 엮은 이 책은 동서고금의 의학과 인문학이 서로 만나는 장이다. 동과 서, 고와 금, 의학과 인문학 사이에 새로운 소통의 경로를 열고 건강, 질병, 치유의 새로운 지평을 찾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과학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가 녹아 있는 우리만의 의학과 인문학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인제대학교 인문의학연구소는, 지금까지 과학적 의학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던 건강, 질병, 고통, 탄생과 죽음, 그리고 생명의 문제를, 인문학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학자와 인문학자, 그리고 인술제세(仁術濟世)를 건학이념으로 하는 인제대학교가 뜻을 모아 2007년 8월에 설립한 통학문적 연구기관이다. ‘건강한 삶’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과학, 의학, 인문학, 그리고 각각의 하위 분과들 사이의 장벽을 넘어 새로운 사유를 시도하려는 것이다. 4. 인간의 영원한 화두 ‘건강’ 주요 내용 소개 이 책은 그 ‘무엇’으로서의 건강에 딴죽을 건다. 그리고 건강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 보자고 권한다. 인류가 살아온 다양한 삶을 되돌아보면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방식, 그리고 그 속에서 탄생한 건강은 전체적 맥락의 어디쯤 위치하는지 묻는다. 물론 아직은 명확한 대안을 제시할 정도로 모든 것이 분명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과 노력은 시도 자체가 소중한 것이다. 이 책은 결코 건강한 삶을 위한 지침서가 아니다. 다만 지금 우리가 건강이라고 부르는 것의 다양한 역사적ㆍ문화적 스펙트럼을 펼쳐 보임으로써 행복한 삶을 살기위해서는 어떤 가치와 자세가 필요한지 함께 생각해보려는 것이다. 먼저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각자의 전공분야에서 바라보는 건강에 대해 원고를 작성해 주도록 요청했다. 의학, 한의학, 동양철학, 인도철학, 서양철학, 생명윤리학, 문학의 분야가 망라되었다. 그렇게 작성된 원고를 가지고 2월 22일 원주 토지문화관에 모여 이틀에 걸친 집중세미나를 가진 다음 그 결과에 따라 원고를 수정하도록 했다. 특별기획에 실린 7편의 글들이 그것이다. 건강은 없다:복잡성의 진화와 의학(강신익) 전직 치과의사이며, 의철학자인 강신익은 주류 서양의학의 건강 관념을 과학의 관점에서 비판하고 있다. 그는 서양의학의 환원적이고 기계적인 방법론은 강점인 동시에 약점이라고 말한다. 서양의 생물의학은 건강을 기계인 몸의 완벽함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로써 인류의 가장 두려운 적이었던 각종 전염병이 통제의 대상이 되었고 외과수술을 통해 병소를 직접 제거 또는 수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서양의학의 자양분이던 생물학이 고도로 발전하고 생명현상의 무한한 복잡성이 드러남에 따라 기계적 완벽함으로서의 건강이라는 관념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는 발칙하게도 ‘건강은 없다’고 외친다. 고대 동아시아에서 건강과 양생(곽노규, 김시천) 동양철학자 김시천과 한의학자 곽노규가 함께 쓴 ‘고대 중국에서의 건강과 양생’은 우리가 사용하는 건강이라는 말 자체가 근대라는 시대정신의 구성물임을 강조한 뒤 고대 동아시아인의 삶을 들여다본다. 그들은 시중에 만연된 기(氣) 신비주의를 비판하고 한의학에서의 ‘몸’의 발견을 통해 우리가 건강이라고 부르는 현상을 해명하려고 한다. 그들은 미병(未病)이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찾아내 철학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미병’은 건강과 질병 사이에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몸 상태를 표현하는데 그 속에서 역동적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양생(養生)이라는 것이다. 이 역시 도달해야 할 절대적 목표로서의 건강은 아니다. 고대 인도의 의철학 전통과 ‘건강(rogya)’(심재관) 인도철학자 심재관의 글은 삶의 현상에 집착하지 않는 고대 인도인의 존재론적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건강에 대한 우리들의 조바심을 비웃는다. 고대 인도인의 종교적 이상은 무한한 삶과 죽음의 연쇄고리에서 벗어나는 것, 즉 구원과 해탈이다. 존재 그 자체가 질병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건강이란 개념 자체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이것은 ‘건강하기 때문에 더욱 더 건강에 집착하는 현대인’에게는 신선한 충격이다. 물론 그런 종교적 신념을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없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동안 피상적으로만 알려져 있던 아유르베다 의학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중요한 지식을 전해준다는 것은 이 글이 우리에게 주는 부가 서비스이기도 하다. 고통과 극복:치유하는 삶에 대한 그리스적 고찰(김혜경) 서양고대철학자 김혜경의 글은 고대 그리스인의 삶이 녹아있는 이야기 속에서 그들이 가졌을 법한 건강에 대한 태도를 읽어서 우리에게 들려준다. 하나는 철학자들의 모임에서 벌어지는 말의 향연이고 다른 하나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다. 전자에서 그녀는 인간을 치유하는 힘으로서의 에로스―온전함과 자기동일성에의 욕구―를 언급하면서, 자신의 옛 반쪽을 찾아나서는 치유의 과정이 바로 건강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오디세우스의 이야기 역시 영원한 삶을 거부하고 온갖 고난을 극복하면서 귀향하는 영웅의 모습을 통해 건강이란 영원한 안식이 아니라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의미 있는 삶이 아니냐고 묻는다. 건강, 통속적 개념과 철학적 질문(조르주 캉길렘/여인석 역) 프랑스 철학자 조르주 캉킬렘이 쓰고 의철학자 여인석이 번역한 다섯 번째 글은 이 책에 실린 글 중에서 가장 철학적이고 난해하다. 따라서 아주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야 할 글이다. 건강은 몸의 진리다! 정말로 명쾌하고 함축적인 정의가 아닐 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통속적으로는 더 이해하기가 어려운지도 모른다. 나의 행위에 책임을 질 수 있고 사물을 존재하게 하며 나와 사물들 사이의 관계를 창조하는 것이 건강이다. 나는 끊임없이 사물들에 대해 묻지만 그 질문은 결국 나를 향한다. 그 질문의 과정이 그리고 그렇게 묻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관계가 바로 건강일지도 모른다. 근대 문학과 병(이수영) 문학평론가 이수영의 글은 근대문학에 나타나는 건강의 모습을 조명한다. 하지만 추상적 상태로서의 건강을 직접 다루기보다는 그것의 대척점에 있는 구체적 현실인 질병이 문학작품에서 표현되는 양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건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지만 질병이 다루어지고 그것에 의미가 부여되는 방식의 다양성을 보여줌으로써 건강 역시 고정된 관념이 아니라 시대와 문화의 산물임을 암시한다. 왜곡된 건강? 성형(김문정, 홍소연) 생명윤리학자인 홍소연과 김문정의 글은 성형열풍이라는 현대 한국사회의 문화적 현상을 분석하면서 그것을 ‘통과하기’와 ‘포함되기’의 과정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욕망은 사회문화적 현상이기도 하지만 또한 행복을 향한 개인의 권리이기도 하다고 주장하면서 이 권리를 지켜주기 위한 성형외과 의사의 자세에 대해 충고한다. 이제 건강의 목록에 아름다움이라는 항목이 추가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한국사회에서 건강을 말한다(황상익, 최종덕, 박석준, 신동원) 한의학, 의철학(醫哲學), 의사학(醫史學) 전문가가 참여하는 특별대담을 통해 ‘건강’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나가고 있다. 모두 건강의 전문가지만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므로 최소한의 공유점을 찾아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 새로운 몸의 기억만들기(김원영) ■ 성산 장기려, 그 신화의 이면(김택중) ■ 의사, 왜 그들은 미움을 받는가(강양구) ■ 완전함을 꿈꾸는 십전대보탕(곽노규) 네 편의 글은 논의의 수준을 현실로 끌어내려 환자, 의사, 기자 등 삶의 현장에 서 있는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한다. 의학과 인간을 보는 새로운 눈, 고전 중국의학에서 시각적 인식(시게히사 쿠리야마/김시천 역) ‘의학과 인간을 보는 새로운 눈'은 의철학과 의사학 분야에서 제기되는 새로운 문제의식들을 담은 학계의 의미 있는 논문을 번역 소개하는 첫째 글이다. 시게히사 쿠리야마는 서구의 해부학적 인체관과 한의학의 인체관을 동시대의 인체 그림 자료의 비교를 통해 양자의 그림이 서로간에 어떠한 문화적, 철학적 맥락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뛰어난 필치로 해부한다. 의학과 인문학이 왜 만나야 하는지, 그리고 인문학적 의학이 의학적 세계관에 어떠한 기여와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