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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말을 죽였을까
이시백 연작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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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무덤 속에서 웃지 말자
땅두더지
조우(遭遇)
복(伏)
개 값
누가 말을 죽였을까
없을 무, 암 것두 암
천렵(川獵)
새끼야 슈퍼
방골 골프장 저지 투쟁위원회-임을 위한 행진곡
소적리 데모쟁이-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추천사 이야기꾼으로서의 소설가
해설 농촌 · 농민의 속살 보듬기

저자 소개 1

70~80년대가, 오늘날 정겨운 이야기로 둔갑하지만 사실 그 속은 슬픔과 억울함이 넘쳐흐르는 시대라는 것을 저자는 인식한다. 이를 역사소설의 형식 대신 날카로운 풍자와 해학으로 그려내는게 특징적이다.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동양문학』 소설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현재 경기도 수동면 광대울 산중에서 주경야독하고 있다. 그동안 펴낸 작품으로 장편소설 『나는 꽃도둑이다』(2013), 『종을 훔치다』(2010) , 소설집 『갈보 콩』(2010) 과 자유 단편소설집 『890만 번 주사위 던지기』(2006), 연작소설집 『누가 말을 죽였을까』
70~80년대가, 오늘날 정겨운 이야기로 둔갑하지만 사실 그 속은 슬픔과 억울함이 넘쳐흐르는 시대라는 것을 저자는 인식한다. 이를 역사소설의 형식 대신 날카로운 풍자와 해학으로 그려내는게 특징적이다.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동양문학』 소설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현재 경기도 수동면 광대울 산중에서 주경야독하고 있다. 그동안 펴낸 작품으로 장편소설 『나는 꽃도둑이다』(2013), 『종을 훔치다』(2010) , 소설집 『갈보 콩』(2010) 과 자유 단편소설집 『890만 번 주사위 던지기』(2006), 연작소설집 『누가 말을 죽였을까』(2008) 『벌레들』(공저),『응달 너구리』 장편소설 '사자클럽 잔혹사'(2013), 산문집 '당신에게, 몽골'(2014) 이 있다. 제1회 권정생 창작기금과 2012 아르코 창작기금을 받은 바 있으며 거창평화인권문학상(2014), 11회 채만식 문학상(2014)을 수상했다.

이야기를 듣기 좋아하는 증조부와, 이야기하기를 즐거워하는 부친의 역사적 사명을 이어받아 어쩔 수 없이 이야기 보따리를 메고 떠돌아다니는 이야기 보부상. 공식적으로는 소설가이나 정신적으로는 유목민을 자처하는 이시백은 스스로 말하기를, 한번 걸리면 평생 몽골의 초원과 황막을 헤매게 되는 치유불가한 ‘몽골 바이러스’의 숙주라 밝히고 있다. 요즘은 역병으로 발이 묶여, 초원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그리움을 유튜브 채널 [몽골가는길]로 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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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8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00g | 140*210*20mm
ISBN13
9788990492616

책 속으로

참 오늘 하루가 개로 시작하여 개판으로 맺어가고 있었다. 개 값 한번 오지게 문 셈 치자고 통 크게 마음먹어 보지만, 생각할수록 맥이 풀려 헛웃음만 매가리 없이 새어나왔다. 제 남편 팔아 한몫 잡으려던 수안의 살집 좋은 얼굴 위로, 충국은 자꾸 다리 한 짝 내어 주고 호강한다는 소리 듣는 최 회장 얼굴이 겹쳐졌다. 오지게 정신 사납게 흘러간 하루도 저물어가고, 벌써 거무스름하게 식어가는 저녁 해가 비스듬히 걸쳐진 용머리 산등을 바라보며, 충국은 선뜻 가늠이 가지 않는 생각을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쪽에서 보자면 멀쩡한 다리 한 짝 뺏어가서는, 먹고살 수도, 안 먹고 죽을 수도 없을 만치 감질나게 내주는 보훈금도 개 값인 셈이고, 저쪽에서 보자면 있어도 별 뾰족한 수 없었을 다리 한 짝 제 운수대로 잘라먹고는, 언제 가야 끝날지 모를 보훈금을 꼬박꼬박 내주어야 하는 것도 말 그대로 개 값 물어주는 셈이었다.
---「개 값」에서

“아, 그려 이장은 여즈껏 무암리가 워째 무암리인 줄 증말 몰랐단 말여?”
“무암리가 무암리지, 뭐여.”
“답답허긴……. 무암리는 없을 무, 암 것두 암, 즉 암 것두 내세울 것이 없다 혀서 무암리 아니여?”
반은 고개를 끄덕이고, 반은 석연치 않은 얼굴이었지만 달리 반박할 입은 없었다.
“그러게 내세울 거시라군 암 것두 웂는 마을에서, 뭘 가지구서 매끈거리기가 챙기름 바른 미꾸리보덤 더 헌 도시것덜을 꾀어 들인단 말여?”
“꾀긴 뭘 꾀여? 즈덜이 찾아오는 게지.”
그것도 돈 버는 방법이라고 말석 씨는 빙글거리기만 할 뿐 말을 아꼈다. 곁에서 턱을 괴고 있던 춘식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끼어들었다.
“그러잖어두 유심히 봤는디, 시상에 그 좋은 벌이가 없드라구유. 안 쓰는 구들방 멫 개 새로 도배혀서, 즌기도 안 늫은 방에 가둬 놓구선, 허는 거라군 호롱불에 땅강아지 날아드는 거나 귀경허는디, 암 것두 않구 십만 원씩 척척 내놓고 가니. 요즘 그런 벌이가 어딨겄슈?”
“암 것두 않다니?”
“암유. 내가 메칠을 지켜 봤는디, 어듸 허다못해 마당에 가마니 깔구 널을 뛰기나 허나, 개울을 뒤져 송사리를 뜨기를 허나…….”
“겨울이믄 장작불 때서 뜨뜻한 구들방에 왼몸이 노곤노곤허게 지짐질허지, 생전 해 보지 못헌 아궁이에 불을 때 보구, 쇠죽 퍼다가 외양간에 여물도 줘 보구, 여름이믄 마른 쑥 베어다가 저녁이면 멍석 깔구 모깃불 피워 놓구, 눈두덩이 진무르두룩 켜댄 즌깃불 끄구서, 최롱최롱헌 별덜이 무지륵히 똥덜얼 싸대는 것두 바래보구, 새벽이믄 우물물에 쌀 일어다가 가마솥에 감자 얹은 햅쌀밥두 지어 먹구……. 좀 좋아?”
“근디 불 때구, 밥 짓구, 여물 주는 걸 뉘가 허는디?”
“긔거야 다 즈덜이 하는 거지. 그 맛에 놀러 오는 거신디.”
“뭐여? 그럼, 내 돈 내구 죽두룩 밥 짓구, 불 때구 머슴 노릇허다 가는 거여? 그럼 거기는 뭘 혀?”
“내? 나야 낭구허러 갈 데 일러 주고, 지게 내어 주고, 장작 팰 도끼 끄내 주구, 혼자 허자믄 것두 바쁜 일여.”
안차 빠진 이장도 기가 막혀 벌린 입을 다물지를 못하고, 입 가벼운 광오도 한참을 할 말을 잃고 헛입만 자꾸 벙긋거렸다.
“찬거리두 대 줘야 혀. 설 사람덜은 입맛두 별나데. 겨우내 파먹다 군내가 나서 덮어둔 묵은지에 아주 머리를 빠뜨린대니께. 국을 끓여두 뒤뜰에 십 년은 넘게 묵힌 조선간장을 늫구, 거기 멫 년 동안 빠져서 입만 대두 진저리가 나는 무장아찌며, 고추 삭힌 걸 사죽을 못 쓰구 먹더래니깐.”
이장이 더 못 듣겠다는 얼굴로 허공에 두 손을 허우적거리자, 말석 씨는 몇 톨 남지 않은 땅콩을 기어이 찾아내어 입 안에 털어 넣으며 한마디를 더했다.
“근디 그 간장독 뚜껑이 깨져서, 눈 녹은 물, 비 내린 물 죄 들어간 거신디 말여……. 긔 별민가벼.”
“아, 그만혀. 그게 어듸 도둑이지 장사여?”
“무신 소리여? 이장이란 이가 이렇게 시상 돌아가는 물정을 모르니, 무암리 좁다란 길이 여즈껏 저 모양인 거여. 진짜 도둑 야그를 해 줄 테니, 들어 볼텨? 서울 근처에 가믄 사람 드믄 산속에 금식원이란 거시 있어. 왼종일 밥 굶기구 몰래 주전부리라두 사 먹다 들키믄 벌금 빼앗구 내쫓는 딘디, 일주일이구 열흘이구 생짜루 사람 굶기구두 멫 십만 원썩 받아 처먹어. 꼴에 공정하니 셈을 헌다구 만일에 살이 안 빠지믄 받은 돈을 도루 내준다는디, 워떤 인간이 일주일썩 굶는디 살이 안 빠져?”
그 대목에선 모두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좁은 길을 이유로 면민체육대회 때 선수들이 입을 츄리닝 값이라도 찬조로 뜯어낼 요량이던 이장네들은 난데없는 말석 씨의 돈 버는 이야기에 넋을 빼앗긴 채 그날 모인 이유를 까맣게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내는 우리 마을의 유래를 파는 거시여. 볼거리래믄 즤 마누라 속곳꺼정 벳겨다 파는 시상에, 암 것두 내세울 것이 웂는 마을이 워디 흔허기는 혀? 암 것두 웂는 게 있는 거여.”
---「없을 무, 암 것두 암」에서

“워떠케 알구 오셨슈?”
“워떠케나 마나, 되련님은 인제 워쩔 거유?”
“뭣을유?”
“뭣을 찾을 때가 아녀여, 시방. 안주인이 보따릴 쌌는디, 뭣을만 찾구 있을 때유?”
평식은 망치로 뒷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믿기지 않아 재차 묻고서야 안젤라가 보따리를 싸서 달아났다는 사실을 믿게 되었다.
평식은 신발도 안 벗은 채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안방 장롱에 넣어 두었던 낙찰계 탄 돈부터 뒤져 보니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다행이라 여겨 긴 숨을 내쉬고는 평식은 뒤미처 제가 아는 패물들을 뒤져 보았다. 서랍 속에 넣어 두었던 제 결혼 시계며, 4H 일심회원들이 결혼 기념으로 해 준 닷 돈짜리 금도야지도 그대로 있었다. 집안을 이리저리 뒤지던 평식은 안젤라가 쓰던 경대 위에 얹힌 편지 한 장과 결혼식 때 끼워준 이부 다이아 반지가 주인을 잃고 동그마니 놓여 있는 걸 보게 되었다.
면사무소에서 일주일마다 두 번씩 배운 서툰 한글로 적힌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당신이 수루를 때리는 걸 보고 무서워요. 우리나라 사람보고 새끼야 해서 나빠요. 당신 새끼야 하면 화난 거처럼 우리나라 사람도 화나요. 그리고 카드 하지 말아요. 내가 신고했어요. 착하게 살아요. 멀리 가니까 찾지 말아요.”

---「새끼야 슈퍼」에서

출판사 리뷰

이시백의 연작소설집 『누가 말을 죽였을까』

『누가 말을 죽였을까』는 평생을 땅만 파먹으며 살아온 재규 씨와 그의 아들 종필, 고엽제 전우회장 최건출과 사무국장 전충국, 새마을 지도자 우칠, 두꺼비 펜션 주인 말석 씨, 새끼야 슈퍼 평식이, 방골 영배 할배, 소적리 데모쟁이 달수, 구본중 이장 등 충청도 음정면 십오 리, 한동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연출가이자 판소리꾼인 임진택은 이렇게 말한다.

각각의 단편들이 한 편의 나무라면, 연작소설집 전체는 하나의 숲인 셈이다. 연작소설의 성패는 나무들이 모여 얼마나 좋은 숲을 이루느냐에 달려있는 것인데, 그러한 관점에서 『누가 말을 죽였을까』는 故 이문구 선생의 『우리 동네』 이래 가장 주목할 만한 연작소설집이 아닐까.

이시백의 농촌소설『누가 말을 죽였을까』

『누가 말을 죽였을까』는 농촌소설이다. 기존의 농민 · 농촌소설은 부조리한 농촌의 현실을 풍자하는 데 주력해 왔다. 이에 농촌-도시, 농민-정부, 부농-소작인 사이의 대립각이 선명하게 부각되곤 하였다. 그러나 이시백의 소설은 이러한 이분법 너머에 시선을 던지며 황폐한 농민들의 속살을 보듬어 안는다. 여기에서 기존의 농민 · 농촌소설을 계승하면서 넘어서는, 웃음과 울음이 뒤엉킨 이시백 소설의 진경이 펼쳐진다. 작가 이시백은 이렇게 말한다.

힘 있는 이들이 제 배를 채우려고 농민을 무지렁이로 만들고 이용해 먹은 것이 하루 이틀이던가. 뜯어먹고 부려먹기를 돼지나 소처럼 여기더니, 이제는 아예 내치려 한다. 못 해먹겠다고 호미를 팽개치면 그만두면 될 것 아니냐며 퉁바리를 준다. 농사를 걷어치우면 돈까지 주는 세상이 되었다. 그저 뵈는 게 돈 밖에 없으니 무엇이든 돈으로 싸 발라 입을 막으려 한다. 제 돈도 아니면서.

이대로 가면 농촌이 죄다 ‘행복도시’가 될 것이니, 불행한 농촌이나 농민도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농촌소설이란 걸 쓰는 작가나 읽을 독자도 없어질 터이니 참 행복해질 듯하다. 어쨌든 돈이 되지 않는 농촌을 돈이 되는 도시로 바꾼다 하니, 조만간 만나기 어렵게 될 농촌과 농민들의 풍경을 나라도 적어 두려고 했다.

앞으로 나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농촌의 현실을 우스갯감으로 만들었다는 소리를 들을까 적잖이 걱정된다. 그러나 웃음이야 말로 그동안 없이 사는 이들이 힘 있는 이들에게 맞서던 무기 아니었던가. 이제 그 무기를 스스로에게 겨눠보기를 권한다. 사람이 풀무치도 아니고, 남에게 맥없이 당하고만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려면 우선 제 자신을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웃다가 울라는 소리까지는 감히 하지 못하겠다.

오래 전의 이야기 같다는 평도 있다. 유감스럽게도 요즘 내가 사는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엮은 글이다. 농민의 각박한 삶이나 농촌의 궁벽함이 여전하다는 말로 들린다. 다만 오늘도 혹 예전의 양반집 말이 묻혔다는 무덤을 뒤지고 있는 농민이 없기를 바란다. 저 죽은 줄은 알지 못한 채, 무덤 속에서 웃고 있는 농민들에게, 누가 자신을 그 속에 들어가게 했는지, 누가 말을 죽였는지 이제라도 따져보자는 말을 하고 싶다.

‘깔아놓기(布石)’- ‘숨겨놓기(伏線)’ - ‘뒤집기(顚覆)’ 이야기꾼으로서의 소설가 이시백
연작소설집 『누가 말을 죽였을까』는 독자들에게 단편소설의 묘미를 만끽하게 해 준다. 탄탄한 구성, 주도면밀하게 설정된 복선, 인물의 섬세한 내면 포착, 극적인 결말 등 어느 하나 흠 잡을 데가 없다. 임진택은 이시백을 “이야기꾼으로서의 소설가라는 자랑스러운 전통과 계보를 적극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시백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이야기적 성격’에 있다. 그의 소설은 자유분방하면서 흥미진진하고, 시끌벅적하면서 화기애애한가 하면, 비분강개하다가 태연자약하고, 능청 익살맞다가 청승 비감하고, 우렁우렁하다 다시 소곤소곤하고, 통쾌무비하다 망연자실하기도 하고, 시시껍적하다가도 기실은 의미심장하다. 이 모든 특징이 바로 ‘이야기’로부터 나오는 것이고, 작가 시백(時帛)의 존재 의의는 이러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소설가’라는 자랑스러운 전통과 계보를 적극적으로 계승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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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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