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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서문
머리말 1. 불가사의 2. 개로 태어나 사는 것의 어려움 3. 원망하는 눈빛 4. 냄새의 세계 5. 낙오한 개들 6. 개들의 천국 7. 과거를 가진 개 8. 플로베르의 왕뱀과 앵무새 9. 바크 거리로의 산책 10. 사랑받는다는 것 (...) 인터뷰 - 로제 그르니에와의 만남 |
Roger Gren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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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에서 출간한 ≪내가 사랑했던 개, 율리시즈≫는 인간과 개 사이의 신비스러운 친화력, 세계적인 문호들의 생활과 작품 속에서 잊을 수 없는 역할을 한 여러 종류의 개들에 대한 심미적인 관찰이다. 책의 내용이 문학사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많아 책을 번역한 김화영 선생은 로제 그르니에 씨의 도움을 받아가며 원서에는 없는 많은 사진자료와 역자주석을 첨가해 독자들이 한결 읽기 수월하도록 꾸몄다.
‘율리시즈’란 이름을 호머의 신화에서 기원을 찾게 만드는 것부터가 이 책의 성격이 어떠하리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르니에는 율리시즈, 아니 여러 개를 통해 문필가들의 작품 세계를 가로지르는 철학적 통찰을 보여준다. 그의 레이더에 감지되는 문호들은 루소, 세르반테스, 보들레르, 발레리, 릴케, 사르트르, 라캉, 플로베르, 카뮈, 체홉 등을 비롯하여 고야, 찰리 채플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폭넓다. 그르니에는 사람은 ‘세계의 형성자’인데 비해 동물은 ‘세계의 가난’이라고 말한 하이데거를 인용하며 ‘세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다듬어낸다. 인간과 동물과의 관계를 통해 인간 세계를 들여다보려는 것, 그것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릴케는 개가 처한 상황을 ‘제외되지도 않고 포함되지도 않은’ 상태라고 정확하게 요약하고, ‘말테의 수기’에서 잉에보르그의 개 ‘카발리에’를 통해 사랑과 상실의 고통을 아름답게 표현한다. 릴케는 실제로 개와의 이별이 두려워 개를 키우지 못했다고 한다. 보들레르가 궁핍한 ‘낙오한 개들’에 애정을 가진 반면, 앙리 미쇼는 그들을 ‘악취의 대가’라고 단정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그보다 훨씬 고상하게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개 플러시에게는 ‘심지어 종교까지도 어떤 냄새’라고 말한다. 로맹 가리와 율리시즈의 짧은 만남에 대한 그르니에의 회고는 너무도 감동적이라 그대로 인용한다. 1980년 9월 어느 날, 우리는 로맹 가리를 바로 그가 사는 집 건물 앞에서 만났다. 그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말했다. - 이리 와봐, 바보야! 우리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내가 로맹에게 말했다. - 자네가 율리시즈를 만나는 것도 이게 마지막인 것 같네. 살날이 얼마 안 남았어. 로맹은 갑자기 격렬한 울음을 터뜨리며 자기 집 처마 밑으로 가서 숨었다. 율리시즈는 9월 23일에 죽었고 가리는 12월 2일에 죽었다. 일년 사이에 진 세버그, 가리, 그리고 율리시즈가 세상을 떠났고 우리의 길이 텅 비어버렸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으니까 그 셋을 한데 결부시켜서 말해서 안 될 까닭은 없지 않은가? 콜레트 오드리는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기 어머니 품속보다 더 아늑하고 더 확실한 은신처를 찾아낸 것이다’라며 개를 예찬하지만 그르니에는 카뮈의 ‘이방인’과 ‘전락’을 예로 들며 그런 사랑에는 일말의 ‘피학성’ 또는 ‘가학성’이 숨어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카프카의 ‘중년의 독신자’를 예로 들어 개를 키우는 것이 ‘개의 행복’을 위한 것인지 ‘인간의 행복’을 위한 것인지를 묻는다. 장 자크 루소의 일화는 당시 귀족사회를 비꼬는 해프닝이다. 루소의 개 이름은 ‘듀크(공작)’이었는데 귀족들이 기분 상할까 걱정한 끝에 ‘튀르크(터키인)’라고 개명하고 귀족들에게 해명까지 했다고 한다. 그르니에는 흥미롭게도 동물을 대하는 문필가들의 태도에 따라 ‘우등생 명단’까지 작성한다. 그의 채점방식에 따라 ‘개의 종과 혈통을 전혀 구별할 줄 모르는’ 보르헤스는 빵점을 받았고,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개와 고양이를 추방해버린 소유지를 상상해보고 싶다’고 한 프랑수와 모리악은 최악의 점수를 받았다. 반면 우등생 명부에는 보마르셰, 앙드레 지드, 그리고 채식주의자 버나드 쇼는 ‘정신적 귀인’이라는 칭찬을 받을 만큼 높은 점수를 받았다. 추가로 쇼펜하우어도 점수를 후하게 매겨야 할 것이다. 그는 ‘개들이 없는 세계에서라면 나는 아무런 살맛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레몽 크노는 ‘디노’라는 개와의 여행을 주제로 완벽한 콩트를 썼고, 자기의 개가 죽고 나서는 문학상까지 사양했다고 한다. 그르니에는 ‘예외가 없지 않지만, 문인들은 대개 동물에 봉사하기보다는 동물을 이용하는 편이다. 사람과 동물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신세를 지는 쪽은 항상 사람이다’라고 결언하며, 관계와 사랑에 대해 자숙해볼 것을 요구한다. 이 책은 역자의 말대로 ‘한 줄 한 줄 고심해서 새기며 읽을 때 비로소 마음 속 깊이 사무치는’ 책이다. 이 책은 개와 연관된 여러 가지를 말하고 있지만, 인간들 사이에는 존재하지 않는 ‘순수한 사랑’을 개를 통해서 바라보고, 그 진폭으로 독자들에게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암시해주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