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 옛 우물
2. 저 언덕 3. 비어 있는 들 4. 저녁의 게임 5. 유년의 뜰 6. 동경 7. 중국인 거리 8. 인어 9. 순례자의 노래 10. 새벽별 11. 파로호 12. 여성적 정체성을 향하여 - 김혜순 13. 미학의 정점(오정희 소설) - 임순만 |
吳貞姬
오정희의 다른 상품
|
할머니는 과장된 노기로 목청을 높였다. 할먼니의, 어머니에 대한 말투에는 언제나 면목없어하는 듯한 아첨기가 있었고, 어머니 역시 그것을 당연히 받아들였다. 속이 쉬이 꺼져서 그래요. 보리밥이 무슨 맥이 있나요. 한참 먹을 나인데...아무거나 집어먹어 속을 채워야죠. 어머니가 아무렇게나 내뱉는 말은 흡사 술주정 같기도, 푸념 같기도 했다.
--- p. 183 |
|
추억이란 물속에서 건져낸 돌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물속에서 갖가지 빛깔로 아름답던 것들도 물에서 건져내면 평범한 무늬와 결을 내보이며 삭막하게 말라가는 하나의 돌일뿐. 우리가 종내 무덤속의 흰뼈로 남듯, 돌에게 찬란한 무늬를 입히는 것은 물과 시간의 흐름뿐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나는 종종 이즈음에도 옛날 우물과 금빛 잉어의 꿈을 꾼다. --- p.39 |
|
그가 죽고 내 안의 무엇인가가 죽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 저녁쌀을 씻다가 문득 눈을 들어 어두워지는 숲이나 낙조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 물에 떨어진 한 방울 피의 사소한 풀림처럼 습관 속에 은은히 녹아 있는 그의 존재와 부재, 원근법이 모범적으로 구사된 그림의, 점점 멀어져가는 풍경의 끝, 시야 밖으로 사라진 까마득한 소실점으로 그는 존재한다. 지금의 나는 지나간 나날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가끔 행복하고 가끔 불행감을 느낀다.
--- p. 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