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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生命演習
2. 乾 3. 幻想手帖 4.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5. 염소는 힘이 세다 6. 力士 7. 서울 1964년 겨울 8. 霧津紀行 9. 手術 10. 차나 한 잔 11. 그와 나 12. 夜行 13. 서울의 달빛 0章 14. 해설ㆍ美的 世界觀에의 入社式 15. 작가연보 |
KIM, SEUNG-OK,金承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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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의 결혼
퍽 오래 전에 고향으로부터 소식이 왔다. 누이가 결혼을 한것이다. 해풍 속에서 살결을 태우며 자라난 젊은이와. 만일 그 때 누이가 내 곁에 있었더라면, 그애가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제각기의 밤이 있듯이 제각기의 얘기가 있는 것이다. 도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사랑하고 동시에 배반하고 그러면 한편에서도 사랑하고 동시에 배반하고 요컨대 심판대(審判臺)를 세울 수가 없는 것디다. <최후 심판의 날>을 상상해 보지만 얼마나 난해(難解)한 순환(循環)일까. 황혼과 해풍 속에서 사는 사람들도 그리고 <안녕 하십니까> 속에서 사는 사람들도 누구나 고독했다. 또 하나의 소식. 누이가 어린애를 낳았다고, 사람 하나를 탄생시켰다고. --- p.1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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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이 빠르게 밀려오고 금빛 하늘이 점점 회색으로 변해가는 이 시각에 내게는 아직도 신비한 힘을 보여주는 자연 속에서 나는 누이로 하여금 도시의 모든 기억을 토해 버리게 할 생각이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누이를 위해서였다. 이 년 동안을 씻어버리고 다시 이 짠 냄새만을 싣고 오는 해풍으로 목욕시키고 싶었다. 인간이란 뭐냐. 인간이란? 저 도시가 침범해 오지 않는 한, 우리는 한 고장을 지키기에 충분한 만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영원의 토대를 만든다는 것, 의지의 신화들을 배운다는 것, 우는 법을 배운다는 것, 침묵을 배운다는 것, 그것만이 인간인 것이냐?
세상은 넓은 것이다. 불만이고자 하는 사람들을 포용하고, 동시에 만족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포용한다. 세상이 거절만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만족해 있다는 것을 - 작으나마 고요한 풍경 속에서 만족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도 좋은 것이다. 도시에 갔던 사람들이 이곳으로 여간해선 돌아오지 못하고 마는 이유는 어디 있는 것일까. 나는 알 수가 없었다. 다행히 누이는 돌아왔다. 그러나 옷에 먼지를 묻혀 오듯이, 도시가 주었던 상처와 상처의 씨앗을 가지고 돌아왔다. 무수히 조각난 시간과 공간, 무수히 토막난 언어와 몸짓이 누이의 기억을 이루고 있으리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무수한 것들, 별들처럼 고립되어 반짝이는 그 기억들이 누이의 가슴에 박혀서 누이의 침묵을 연장시키고 혹은 모든 것을 썩어나게 하는 것이다. 무엇이냐, 그 파편들은 무엇이냐? --- p.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