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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김한민)
작가의 말 캐스트 〈도시로 간 처녀〉 각본 |
KIM, SEUNG-OK,金承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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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 저어 박 총무님이란 분 아직 계시겠죠? (서류봉투를 보이며) 소개장을 가지고 가는 길이거든요!
[미소 짓는다.] 영옥: 무슨 소개장인데? 문희: 여차장학원 선생님이 박 총무님을 찾아가면 채용해 줄 거라던데… 영옥: (픽 웃으며) 헛수고하셨군! 문희: (덕컥) 네? 그럼… 회사 그만두셨나요? 영옥: 그게 아니구, 비싼 돈 주고 학원 같은 거 안 다녀도 차장 노릇은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그 말야! --- p.17, 「씬 9 - 동. 버스 안」 중에서 차기사: 너하구 일하면 왜 그리 재미가 없냐? 성애: (고개 숙이며) … 차기사: 이번 탕에 입금시킬 돈 얼마야? 성애: 6천 5백원 좀 넘어요! 차기사: 아무리 막탕이지만 만 원은 넘었어! 이거 한번 세볼까! [운전석 앞에 수북히 쌓인 성냥개비 꺽은 것을 보인다.] 성애: …? 차기사: 넌 혼자서만 해먹는다는 소문 듣고 이걸로 손님 수를 세었어! --- p.35, 「씬 25 - 버스 안 (밤)」 중에서 광석: 그따위 썩어빠진 운전사는 당장 쫓아 내십시오! 강간미수로 고발돼야 합니다! 살아보겠다고 힘에 겨운 노동을 하고 있는 순결한 처녀들을 공갈과 협박으로 농락하는 그따위 운전사는 이 사회의 악입니다! 그런 사회악을 만일 이 회사가 보호한다면 이 회사도 없애버려야 합니다! 사장: 이봐! 광석이라구 했지? 알았어! 알았다구! 우리도 그런 운전사는 가만두지 않기로 돼 있어! 광석: 차제에 뿌리까지 뽑으십시오! 사장: 알았다구! 나한테 맡기게! 고마워! 그런 기사가 가끔 있다는 얘긴 들었지만 그 동안은 증거가 없어서… 광석: 증거요? 증거라면 앞으로 제가 모조리 갖다 바치겠습니다! --- p.79, 「씬 70 - 회사 사무실」 중에서 영옥: 왜 결혼 했다는 얘길 안 했어? 김기사: 안 물어봤잖아? 영옥: 난 당연히 총각인 줄 알았지! 혼자 영화 구경 다니구 그래서… 김기사: 그 여자하고 정식으로 결혼한 건 아냐! 동거생활 시작한 지 석달 좀 넘었어… 나 그 여자 싫어! 영옥: 싫은데 왜 함께 살았어? 김기사: …여자니까… 없는 것보다 나아서… 영옥: 병신! 그나저나 어떡할래? 회사도 그만두고! --- p.122~123, 「씬 109 - 목로술집 안」 중에서 새 여감독: (소리) 오, 여기다 숨겼구나! 에이 지저분한 것! 박총무: (소리) 그만큼 설교했으면 알아들었을 텐데 혼이 덜 났군! [문희 아찔해진다. 아윽고 훌쩍이고 나오는 안내양2.] 새 여감독: (손짓하며) 미스 리 들어와! [문희 떨리는 걸음으로 들어간다. 여감독 두 명과 박 총무가 들어오는 문희를 쏘아본다. 머릿속과 호주머니와 구두 속을 다 뒤져 보고 나서] 여감독: 옷 벗어! 문희: 못 벗겠어요! 인권 유린하지 마세요! 여감독: 사람다운 짓을 해야 사람 대접 받는 거야! 문희: (이를 악물고) 어디 벗겨보세요! --- p.159~160, 「씬 148 - 칸막이 안, 씬 149 - 칸막이 안」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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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공개되는 김승옥 작가의 미발표 작품
작가의 필력이 돋보이는 오리지널 시나리오 자동차노조연맹과 안내양들의 항의로 상영 중단된 영화 1981년 12월 개봉한 〈도시로 간 처녀〉는 2억원이라는 많은 제작비를 들여 약 6개월간 제작한 동시녹음 영화다. 처음에 영화진흥공사는 이 영화를 우수영화로 선정했고 대종상 작품상 후보에까지 올랐었다. 그러나 상영이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한국노총에서는 이 영화가 전국자동차노조연맹과 이 연맹에 소속된 운전기사와 안내양 등 15만 명의 명예를 손상시키고 인권을 유린했다는 이유로 문화공보부에 영화의 상영중지를 요청했고, 200여명의 안내양들이 극장 앞에 모여 공개적인 항의를 하면서 최초로 상영이 중단된 영화로 기록되기도 하였다. 이 영화는 발라당 까졌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당고 사랑까지도 시원시원한 여자 옥경, 무슨 일이든 정직하고 당당하게 하면서 꿋꿋하게 살아가려는 여자 문희, 아기 젖꼭지 장난감을 입에 물어야 잠이 드는 아기처럼 연약해 보이는 승희 등이 버스회사의 기숙사에서 동고동락하는 세 명의 버스 안내양들의 근무실태와 근무환경을 고발한 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명한 영화다. 그러나 딱딱한 영화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요즘 청춘영화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장래, 우정, 취업, 사랑, 직장 상사로부터의 시달림, 그리고 좌절 등 젊은이들이 겪어야 하는 시대를 초월한 삶의 애환을 세 명의 안내양을 중심으로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안내양’이나 ‘삥땅’이라는 단어 자체를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을 만큼 시절이 좋아졌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에서 주인공 문희를 통해 말하고 있는 부조리, 불합리, 인권유린, 고용착취 등 80년대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던 고질적인 문제까지 없어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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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선생은 주옥같은 여러 편의 소설을 발표하신 작가이기도 하지만 시사만화가, 수채화가로도 활약하셨고 그에 못지않게 특히 영화계에 남긴 자취 또한 만만치 않았다. 1966년, 본인의 작품 「무진기행」을 각색한 영화 〈안개〉의 시나리오 집필을 필두로 1980년대 후반까지 1편의 감독과 15편의 오리지널 시나리오와 각색 작품들을 남겼는데, 대부분의 영화들이 스토리 구성이나 전개, 그리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선택이 지금 봐도 크게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오리지널 시나리오인 〈도시로 간 처녀〉는 당시 심심찮게 거론되던 시내버스 여자 차장들의 대우와 인권문제, 버스회사의 상습적인 횡포 등을 과감하게 고발함으로써 ‘상영 중단-재편집-재상영’이라는 전례 없는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아무쪼록 이 시나리오 전집이 한국영화를 사랑하고 공부하는 이들에게 소중한 길라잡이가 되기를 희망한다. - 김한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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