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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현산어보』인가
1. 해변의 지배자 2. 흑산도의 물고기들 2 3. 한밤중의 복성재 4. 오징어 까마귀를 먹다 5. 영광 법성포에서 6. 운명의 갈림길 7. 정약전의 첫 유배지, 신지도 8. 정약용의 유배지, 강진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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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후생과 실사구시의 정신을 21세기에 새로 쓴 新 玆山魚譜
신간 『현산어보를 찾아서』는 200년 전의 박물학자 정약전의 『현산어보』를 2002년에 부활시킨 저작이다. 조선을 지배하던 이학(理學)적 전통에 반해 이용후생과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루는 실학(實學)의 거대한 줄기를 이룬 다산 정약용의 형, 손암 정약전은 신유박해로 인해 흑산도로 고독한 유배의 길을 떠난다. 해배소식만을 기다리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그는 훌륭한 실학자의 모습을 보이며 한국 최초의 해양생물학 서적인 『현산어보』를 집필한다. 그의 서문에는 바로 당시 실학자들의 정신이 어떤 것이었던가를 정확히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나는 魚譜를 만들어보려는 생각으로 섬사람들을 널리 만나보았다. … 그러던 어느 날 장덕순 창대라는 사람을 만났다. 창대는 늘 집안에 틀어박혀 손님을 거절하면서까지 고서를 탐독했다. … 성격이 조용하고 정밀하여 풀, 나무, 물고기, 새 등 눈과 귀로 보고 듣는 모든 것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깊이 생각하여 그 성질을 이해하고 있었으므로 그의 말은 믿을 만했다. 나는 마침내 이 사람을 초대하여 함께 묵으면서 어족들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 내용을 책으로 엮어 『玆山魚譜』라고 이름 붙였다. 어족 외에도 바다물새와 해조류까지 두루 다루어 후세 사람들이 연구하고 고증을 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 『玆山魚譜』 서문 중에서 이처럼 그 책의 서문에는 정약전의 실사구시 정신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200년의 세월을 건너 뛴 지금 신간 『현산어보를 찾아서』의 저자 이태원은 집필을 하는 동안 정약전의 실사구시 정신을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나는 정약전이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해서 이러한 책을 만들어내게 되었는지, 당시 우리 학문의 풍토는 어떠했는지, 200여 종이 훨씬 넘는 이 많은 생물들의 진정한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었다. … 알지 못하던 생물의 정체를 밝혀나가는 과정은 마치 미결사건을 해결해가는 수사관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 여행 도중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 당시 사리 마을의 이장이었던 박도순 씨는 흑산도의 생물과 언어, 민속에 대해 누구보다도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 박판균 씨는 주낙업을 하며 직접 잡아본 다양한 물고기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박정국 씨 집에서 함께 만나 조복기 씨와 조달연 씨의 증언은 크기와 사람 키의 두세 배에 이르며, 길고 뾰족한 부리를 달고 있는 신비의 물고기 화절육의 정체를 알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하를 했다…." --- 『현산어보를 찾아서』 '책을 펴내며' 중에서 200년 전 정약전이 그랬듯이 필사본 『현산어보』의 내용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그 내용의 진위를 현대 생물학의 성과에 비추어 이해하려고 한 것은 실사구시의 정신의 발현이라 할 만하다. 뿐만 아니라 정약전이 서문에서, "이 책은 치병(治病), 이용(利用), 이재(利財)를 따지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시인들도 이를 잘 활용한다면 비유를 써서 자기의 뜻을 나타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미치지 못한 것까지 표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맺고 있는 것과 같이 신간 『현산어보를 찾아서』에도 단순히 연근해에서 만날 수 있는 물고기와 해양생물의 정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많은 사투리, 요리법, 잡는 법, 속담에서부터 정약전의 행벅, 동생 약용과의 교류내용, 당시 실학자들의 세계관과 자연과학 등 상당히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특히 400여 컷의 세밀화와 800여 컷의 자료 사진은 읽는 이들의 이해의 지평을 넓히기에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