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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카타
성스러운 강 성스러운 소 카주라호 아그라 타지 익스프레스 델리 카스트 제도 다시 델리로! 뭄바이 하이드라바드 첸나이 칸치푸람과 마하발리푸람 마두라이 철도 여행 최남단 코친 마이소르 방갈로르 아잔타, 엘로라 우다이푸르 자이푸르 스리나가르 저자 후기 역자 후기 |
Kappa Seno,せのお かっぱ,妹尾 河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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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은 본의 아니게 출발 전에 묵을 호텔을 예약하고 왔다. 당연히 비싼 호텔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여행을 올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올해는 반드시 인도에 가겠어!” 선언한 순간부터 가족과 친구들의 걱정이 시작되어, 마침내는 “끓이지 않은 물은 마시지 않는다, 거리에서 파는 걸 함부로 먹지 않는다, 호텔은 안심할 수 있는 곳으로 전부 예약하고 반드시 거기서 묵는다, 정해진 스케줄을 바꾸고 탈선하지 않는다” 등등을 약속해야만 했다. 인도에서 콜레라 소동이 있었기 때문에 더했다. 오빠가 의사라는 여성과 약사 친구들로부터 약이 밀려들더니 나중엔 인도에 약국을 차릴 만큼 많아졌다. 떠날 때까지는 순순히 응했지만 “온 다음부터는 내 마음대로다!”
호텔 목욕탕에서 플라스틱 물통을 발견했다. 배변을 본 다음 뒤 씻는 물을 담아 놓은 통이다. 화장실 휴지도 있었지만 당장 왼손을 사용해 보았다. 이리하여 이곳 사람들의 말처럼 “왼손은 부정한 손”이 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씻어도 손톱 밑이 꺼림칙하다. 인도 사람들은 식사할 때 오른손만 사용한다. 이제부턴 전부 다 인도식으로 하겠다. --- pp. 1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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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고 호기심 많고 다재다능한 그 남자,‘세노 갓파’
갓파, 우선 그는 남자이다. 이 남자는 이름부터 특이하다. ‘갓파’란 원래 머리가 벗겨진 원숭이 얼굴에 피부는 물고기 비늘로 둘러싸여 있고 등에는 거북이 등딱지가 붙어 있는, 일본 전설 속의 동물 혹은 요괴이기 때문이다. 갓파의 본업은 무대미술가이다. 하지만 독특한 그림과 함께 재미있는 여행 이야기 등을 쓰는 에세이스트 혹은 대중적인 칼럼니스트로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는 『소년 H』라는 소설과 ‘훔쳐보기’ 시리즈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호기심의 대가이다. 희한한 물건을 보면 사거나, 뺏거나, 그리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수집가이고, 맛있다거나 독특한 음식 얘기를 들으면 지구 끝까지라도 찾아가서 먹어 봐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행이 취미가 되었다. 물론 국내든 국외든 가리지 않는다. 그런 그에 대해 국내에서 늦게나마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다치바나 다카시의 절친한 친구로서 그의 서재이자 도서관인 ‘고양이 빌딩’ 내부 부감도를 그린 사실이 알려지면서였다(『펜 끝으로 훔쳐본 세상』, 1999). 그 부감도는 그야말로 ‘갓파 스타일’로 그려진, 편집증이라 할 만치 꼼꼼하고 정확한, 그러면서도 그만의 정갈한 필선과 이야기가 살아 있는 그림이자 짧은 에세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부감도와는 달리, 고양이 빌딩 도면 그림에는 다치바나와 그 건물에 대한 이야기가 갓파의 동글동글한 손글씨로 정갈하게 씌어 있는데, 그 글을 읽는 재미가 그림 보는 재미 못지않은 까닭이다. 갓파, 네모난 스케치북 안에 네모나게 그림을 그리고, 여백을 글로 채우다 갓파가 그리고 쓴 책을 펼치면 ‘독특하고 호기심 많고 편집증적인, 그러나 호감도 100%’인 남자 세노 갓파가 확~ 올라온다. 직사각형의 책 안에 네모난 틀, 그 안에 그림, 그림 안팎의 여백에 작은 그림인 양 들어가 있거나 그림의 테두리인 양 둘러싼 작고 귀여운 손글씨들. 그리고 활자나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그 옛날 글씨 잘 쓰는 이가 고서(古書)를 필사(筆寫)하듯, 한 글자, 한 글자 정성껏 써 내린 에세이. 더 놀라운 것은 한 페이지에서 하나의 이야기가 정확하게 마무리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한 장, 한 장 뜯어내도 그 한 페이지가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이자 그림이 된다(번역본에서도 이 부분을 최대한 살렸으나 원서에는 조금 못 미침을 밝혀둔다). 인도, 갓파의 눈과 코와 입과 귀와 가슴을 통과하여 글이 되다 갓파가 본 인도는 스쳐 지나가는 여행자가 본 그저 그런 인도와 다르다. 그는 겉으로 보여지는 인도의 모습 그 이상을 발견하고 발굴하는 탐험가이자 학자와도 같다. 그는 타고난 호기심으로 인도의 곳곳을 열심히 걸어 다니며 스케치를 한다. 그가 가는 곳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최고급 호텔과 관광지에서부터 인도 최하층의 집, 거리의 로커 가게, 심지어는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누워 있는 길바닥까지 종횡무진이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단순히 여행의 즐거움, 관광지에서 본 아름답고 신기한 풍경, 맛난 음식, 재미난 사람들에 머물지 않는다. 인도를 여행하면서 그는 인도라는 나라를 새로이 발견하고, 그들의 숨은 의식 밑바닥까지를 진지하게 관찰한다. 그리고 건조한 문장에 따스한 마음을 담아 이렇게 서술한다. 체격이 좋은 남자인데 63세라고 한다. 결사적으로 페달을 밟는 그의 등에서 땀이 쏟아져 셔츠로 스며들었다. 그걸 손님석에 앉아 바라보는 기분은 우울하다. 싸지만 괴로운 탑승이다. 비탈길에 접어들었을 때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뛰어내렸다. 미스터 릭샤는 “타고 있어라. 걸으면 돈을 받을 수 없잖아.” 하고 화를 낸다. “돈은 낼 테니 걱정 마라.” 하자 금세 싱글벙글. 그때부터 비탈길이 나타나기만 하면 뒤를 돌아본다. 나는 내린다. 약한 이 지는 것이다. --- p. 70, ‘릭샤 운전사’ 이야기 중에서 여행을 하는 동안 갓파는 타인만 관찰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내면 밑바닥까지 깊숙이 내려가 그 자신을 관찰한다. 자신의 편협함과 치부를 내보이는 일에도 최선을 다해 솔직하다. 바라나시의 비포장 길을 헤매다가 또다시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소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 도로 벽에 몸을 찰싹 붙이고 소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데 뭔가 물컹 하고 밟히는 느낌이다. 소는 나를 무시하고 유유히 지나갔다. 그동안 나는 정체불명의 뭔가를 계속 밟고 있었다. 소가 지나간 뒤 아래를 내려다본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사람이다! 골목 담벼락 옆에 쓰러진 사람이었다. 낭패감이 들었다. 설마 여기에 사람이 누워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설사 눈에 들어왔어도 한눈에 사람이라고 알아채긴 무리다 싶을 만큼 더러운 옷차림은 길바닥과 거의 같은 색깔이었다. 마치 넝마 뭉치 같았다. 사과하는 얼굴로 바라보다가 나를 올려다보는 눈과 마주쳤다. 강렬하다. 거짓 없는 시선만이 살아 있다. 죽을 자리를 찾아 간신히 바라나시에 도착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당황한 나머지 그이의 손을 벌리고 5루피를 쥐어 주었다. 순간 이게 무슨 짓인가 싶어, 나 자신에 대한 혐오감에 욕지기가 치밀었다. 뭐가 신성한 소라는 거야, 불쾌감이 가슴으로 파고든다. --- pp. 40~41, ‘소’ 이야기 중에서 갓파가 본 인도는 자연환경도 아름답고 전통 건축물도 탄성을 자아낼 만큼 훌륭했지만, 그보다도 더 그의 마음을 끈 것은 인도라는 나라를 추동하는 인도인의 사고방식이었다. “기계에 의지하지 않아도 사람이 할 수 있다.”라고 말하면 그뿐이지만 이젠 좀 능률적인 방법을 도입해도 좋지 않을까, 쓸데없는 생각을 또 하고 말았다. 그런데 운전사 양반은 “기계화가 되어서 일이 빨라지면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엄청 많아진다. 그보단 모두가 함께 일하며 먹고사는 지금 방식이 좋지 않을까? 기계화해도 벼가 자라는 속도는 바뀌지 않을 테니까.”라고 한다. 인도인은 자주 철학적인 공리를 말한다. 논쟁을 해도 인도의 풍토가 배경일 때는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다. 확실히 그들의 발상 속에 진리가 있다고 생각될 때가 많다. 쌀의 재배만 해도 자급자족이라는 입장에서 실행하고 있다. 어떤 정세 변화에도 좌우되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다가올 세기에도 어쩌면 그리 큰 변혁이나 수정을 강요받지 않고 살아남을지도 모르겠다. --- pp. 225, ‘인도의 농사 모습’ 이야기 중에서 그렇다고 인도의 모든 것이 아름답다거나 인도인이 언제나 옳다는 것은 아니다. 때로 인도는 아주 비합리적인 모습을 보여 주며 그를 난감하게 만들기도 했다. 내가 묵는 호텔 방의 화장실 물탱크가 고장 나서 물이 샜다. 바닥이 잠길 정도로. 룸보이를 불러 사태를 알렸다. 그는 “예스, 써.” 하고서도 방을 나가지 않았다. 팁을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고장은 내 잘못이 아닌데…. 잔돈을 건네자 가슴까지 손을 올려 합장을 하고 나갔다. 한참 뒤 청소부가 오더니 바닥에 흥건하게 고인 물을 걸레로 천천히 닦아 내기 시작했다. 물의 양은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위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벽을 타고 내려오는 물도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위은 내 소관이 아니니 손댈 수 없다.” 팁을 주며, 닦는 김에 벽도 닦아 달라고 부탁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물탱크를 수리하러 온 남자는 기술자라고 으스대면서 청소부를 발로 차 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거만하게 굴었다. (직업 간 차별의식도 강하다.) 그러면서도 내게는 똑바로 서서 “예스 써.” 하고 대답하는데, 기분이 나빴다. 자칭 기술자라는 이 남자가 물탱크 수리를 끝낸 뒤, 벽의 물에 대한 일도 부탁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혹 부탁할 필요도 없을 만큼 간단한 일이라서 그런다면 내가 직접 하겠다고 하자, “잠깐 기다려 주세요. 우리는 각자 자기 직업을 갖고 살고 있습니다. 당신은 손님입니다. 그런 사람이 우리 일을 뺏는 건 좋지 않습니다.” 하고 일장연설을 한다. 허풍이 심하군, 하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또 다른 사람이 왔다. 결국 총 네 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나갔다. 그들은 아주 약간씩 다른 일을 한 다음 모두 내게서 팁을 받아 갔다. --- pp. 93~94, ‘호텔’ 이야기 중에서 그렇게 한 달 반 남짓 인도를 돌고, 갓파는 일본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5년 후 다시 인도를 찾는다. 그에게 인도는 한 번 본 것으로 족할 수 없는 나라였던 것이다. 인도에 첫발을 디딘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5년 전에 함께했던 오토릭샤 운전사를 만나게 된다. 이때의 상황을 그는 이렇게 묘사한다. 5년 전과 똑같은 장소에서 오토릭샤를 모는 노인장과 재회했다. 그런데 상대는 별로 놀라지도 않는다. 웃으면서 “빨리 타!” 한다. “기억이 나나?” 하고 물으니, “물론. 어딜 가고 싶어 했는지도 기억하지. 아마 찬드니 초크였을걸.” 하면서 달리기 시작한다. --- p. 108, ‘오토릭샤’ 이야기 중에서 갓파에게 인도는, 아마도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각별한 곳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인도는 꼼꼼하고 섬세하면서도 한편으론 한없이 호기심 많고, 자유분방하고, 유연한 갓파의 모습을 많이 닮아 있는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