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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추천의 말(신지혜) 여는 글 그림에게 길을 묻다 1부 웃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인생은 잘 짜인 한 벌의 스웨터 삶을 위한 일시 정지 웃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삶에 지친 당신, 여행을 떠나라 감정의 각질을 벗기는 법 항아리를 샀어 토마토를 샀어 2부 내 인생의 화양연화 골 때리는 스물다섯, 그때로 돌아가면 나를 위한 위로 이 죽일 놈의 연애 RE: 관계중독에 빠진 당신에게 내 인생의 화양연화 꽃을 그리는 시간 3부 거울 앞에 선 당신에게 여자로 살아서 행복해요 당신을 위한 화장법 바비의 일기 나나는 고양이다 주부 우울증에 걸린 당신에게 환하게 울고 싶을 때 4부 세상의 모든 시름들아 굳세어라 직딩 세상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내 인생의 연탄길 내려놓기를 배워야 할 때 함께 나는 즐거움 당신의 든든한 아침을 위하여 당신의 손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돼지꿈을 꾸고 싶은 당신에게 닫는 글 마음의 벽에 건 그림 한 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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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신기합니다. 실의 고리를 만들고, 이 고리에 실을 건 후 새 고리를 만드는 걸 계속해서 반복하지요. 14세기경 북유럽 항구 지역 여인들의 손에서 짜이기 시작한 이 니트는 원래 물고기를 잡는 어망의 형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방한용 니트 스웨터는 특히 추운 겨울의 칼바람을 막고 습한 기운에서 인체를 보호해주는 기능을 했기에, 많은 여성들이 고기잡이를 나간 남편이나 애인을 위해 부적을 그리듯 한 땀 한 땀 손으로 스웨터를 짰다고 합니다. 여인의 따스한 사랑이 담겨 있는 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스웨터를 짜기 위해 실 한 올 한 올의 고리를 서로 엮어야 하듯, 인간과 인간의 고리가 엮어져 촘촘한 관계의 망을 만드는 원리가 들어 있음을 배웁니다. --- 「인생은 잘 짜인 한 벌의 스웨터」중에서
「웃는 얼굴―소년」이란 그림을 보면, 빨강색 조끼에 줄무늬 셔츠를 입은 꼬마의 가지런한 두 손이 유독 곱습니다. 환하게 웃을 때 황톳빛 대지에 퍼져가는 꽃 이파리도 예쁘지요. 특히 이 그림에선 노란색 배경이 눈에 선합니다. 괴테는 노란색을 가리켜 빛에 가까운 색이라 했고, 노란색을 갖고 싶은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이 빛의 밝음과 따뜻함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했지요. 작가는 노란색이 소년의 빛깔이라고 생각해서, 배경에 노란색을 자주 썼다고 합니다. 이 그림을 그리던 당시, 이전의 민화 작업을 정리하고 새로운 그림 형태를 모색하던 화가는 마음이 많이 심란했었다고 합니다. 더구나 아내에게 경제활동을 맡기고 전적으로 그림에만 전념하던 시절이라 미안한 마음에 웃는 얼굴을 더욱 잘 그리고 싶었다고 하네요. 함박웃음을 짓는 얼굴을 그리고 나면 세포 하나하나에 스마일 표시가 그려지는 것 같았다고 하니, 화가 자신에게도 그림이 치유 효과를 발휘했나 봅니다. --- 「웃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중에서 삶의 무게 때문에,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여행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제가 머리를 짜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이 여행했던 곳의 풍경 사진, 혹은 그곳에서 직접 찍은 사진들을 꺼내보세요. 이도 저도 없다면, 잡지나 신문을 꺼내어 여러분이 가고 싶은 장소를 선정한 후, 가위로 오려내어 도화지 위에 하나씩 붙여보세요. 어떤 사진들이 붙어 있나요? 광막한 푸른 산맥과 빙하, 수정처럼 맑은 호수, 다 좋습니다. 그때의 추억을 자그마한 글씨로 적어보세요. 편안함을 준 장소의 특징을 적으며 잠시나마 마음의 휴식을 취하세요. 산의 빛깔과 모래 위에 부딪치는 하얀 거품의 형태들, 함께했던 사람들의 추억이 떠오를 겁니다. 이렇게 다른 이들을 위한 여행 가이드를 만들어보는 겁니다. 이 여행 가이드 만들기는 미술치료에서 스트레스를 치료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 「삶에 지친 당신, 여행을 떠나라」 중에서 「개도 남자다」라는 작품을 보면, 인간 커플의 닭살 돋는 애정 행각에 질려 산책을 거부하는 개의 표정이 재미있습니다. 아마도 커플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아닐까 싶지만, 질투라고 부르기엔 유머가 가득 배어 있습니다. 흔히 유머와 위트를 구분할 때, 위트와 유머 공히 말로 사람을 웃기는 것이지만, 위트는 신랄한 비수를 숨기고 있는 반면에 유머는 대상에 대한 따스한 동정을 포함한다고 말하지요. 상처를 주는 말을 하지 않고 타인을 껴안는 것입니다. 주정아의 그림 속엔 이처럼 가슴 한구석을 후벼 파는 아련한 유머가 있습니다. --- 「이 죽일 놈의 연애」 중에서 이상선의 그림은 사랑 앞에 처연히 울어본 사람들을 위해 바치는 송가입니다. 또한 사랑 앞에서 머뭇거리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행복한 경고장이지요. 실연은 숨긴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억압한다고 심연 속에 가라앉는 사건도 아닙니다. 사랑은 두 사람이 하지만 결국 주체는 ‘나’라는 사실을 배우면서, 사랑의 연금술을 통해 성숙해지는 내가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사랑이 안 될 땐, 내 안의 어떤 문제가 나를 사랑 불능의 코드를 가진 존재로 만들었는지 살펴볼 일입니다. 내가 제대로 서지 않는 한 아무리 멋진 상대를 만나도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겠습니다. --- 「꽃을 그리는 시간」 중에서 이인청의 작품 속 아줌마는 때로 짜증도 내고, 풀이 죽어 있기도 하고, 지나간 추억 속의 데이트 장소를 거닐기도 합니다. 왜 작가는 셀프카메라를 찍은 걸까요? 철 지난 원피스를 걸쳤을지언정, ‘잇백’을 가지고 있진 않을지언정, 손등 위로 떨어지는 무료한 오후의 햇살을 행복하게 맞을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음을, 자연과 함께 나를 찍음으로써 부재에서 긍정의 존재로 건너가는 다리 위에 ‘내가 서 있음’을 보여주려고 한 것은 아닐까요? 스스로 설정한 인형극의 무대에서,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관객의 입장이 되어 넉넉하게 생을 바라보자는 뜻을 담았으리라 생각해봅니다. --- 「주부 우울증에 걸린 당신에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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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지친 이들의 마음을 정답게 어루만지는 그림 처방전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말이 요즘처럼 절절하게 가슴을 후벼 파는 때도 없었던 듯하다.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하지만, 그런 말로 자위하기엔 외적 환경의 한파가 너무도 거세다.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20대 청춘에서 구조조정의 위기 앞에 전전긍긍하는 회사원에 이르기까지, 생존의 기로에 놓인 수많은 이들이 마음에 ‘총 맞은 것처럼’ 비틀거리고 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영혼의 디플레이션 시대, 우리는 과연 무엇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하하 미술관』은 이처럼 우울한 소식만 가득한 세상에 상처 받은 마음을 다독이고 어루만지는 따스한 그림 에세이다. 미술치료에서 고통을 다루는 19가지 기술을 적용하여, 스트레스로 인해 거칠어진 호흡을 조율하는 법, 깊은 상처에 무뎌진 감각을 다시 벼리는 법을 익히게 해준다. 온라인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술 칼럼니스트라 해도 과언이 아닌 저자(현재 블로그 누적 방문자 수 4,619,898명)의 해박한 미술 지식과 감성적 문체가 돋보이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그림(또는 사진)을 적극 발굴하여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양을 목적으로 한 것이든 그림 치료를 목적으로 한 것이든, 기존의 그림 에세이들이 서양 명화에 대한 해설에 치중한 것과 분명하게 대별되는 부분이다. 이 책에는 국내 작가들의 작품만 담았습니다. 국내 작가에게 긍정할 수 있는 삶의 조건과 공통분모가 더 많기 때문이지요. 작품 속에서 같은 시대를 사는 다른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는 건 꽤 값진 경험입니다. 바로 동시대가 갖는 힘이지요. 감성의 공감대가 통한다는 것, 즉 필(feel)이 통한다는 건 미술을 경험할 때 중요한 요소입니다. 온갖 배경사와 지식을 공부해야 접근 가능한 서양 미술보다 같은 공기를 마시고 밥을 먹고 일하는 국내 작가의 그림이 그만큼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 속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할 가능성도 큽니다. (‘작가의 말’에서) 아시아 미술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권경엽, 2008 정헌메세나 재유럽 청년작가상 수상자인 홍일화, 국내 만화학 박사 1호인 이순구, 한국화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기대주였으나 2007년 요절한 주정아 등 이 책에 소개된 작가 28명의 면면은 다채롭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들의 그림에서 공통되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실존적 고뇌와 아픔을 껴안고 미적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이다. 현대 미술을 어렵게만 생각하는 이들에겐 그림과 친해지는 계기를, 서양 명화에만 길들여져 있는 이들에겐 한국 미술의 새로운 흐름과 그 가능성을 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그러나 구슬 서 말도 꿰어야 보배인 법. 첫 책 『샤넬, 미술관에 가다』(2008)에서 미술 속 패션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풀어내어 호평을 받은 바 있는 저자의 세밀하고도 풍성하며 날카롭고도 정감 어린 글솜씨는 이 책에서 단연 빛을 발한다. 그는 단순히 작가와 작품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거기서 우리네 마음살이의 풍경을 관통하는 치유의 힘을 이끌어낸다. 박재영의 ‘올 그려가기’ 연작에서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망을 만드는 원리를, 조성연의 정물 사진에서는 속도에 대한 강박관념에 브레이크를 거는 느린 호흡의 가치를, 이순구의 ‘웃는 얼굴’ 연작에서는 고된 인생사를 긍정으로 변화시키는 웃음의 힘을, 조장은의 ‘골 때리는 스물다섯’ 연작에서는 우울을 이겨내는 유머의 힘을, 홍일화의 그림에서는 내적인 아름다움의 의미를 돋을새김 하여 보여준다. 『하하 미술관』은 저자가 지난 몇 년 동안 다음 블로그에 연재했던 글들을 대폭 수정하여 다시 묶어낸 책이다. 연재 당시 글을 한 편 올릴 때마다 바로 60여 개 이상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는데, 그것은 그만큼 그의 그림 이야기에 공감하고 그 속에서 다소나마 위로와 치유를 얻은 이들이 많았다는 뜻일 것이다. 그깟 그림 이야기에서 무슨 위로와 치유를 얻을 수 있겠느냐고 의심할 이들을 위해 저자는 책 말미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옛날에 어떤 작가가 있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시와 소설을 쓰면서 부자로 살긴 애당초 어려워서, 방에 가구라곤 거의 들여놓지 못했습니다. 텅 빈 방에 그는 ‘최상급 가구와 벽지’라고 써서 붙였습니다. 왼편 벽면에는 ‘라파엘의 그림’이라고 써놓았습니다. 매일 그는 벽면에 걸린 마음의 그림을 보며 행복에 젖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 상황을 비웃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병신 육갑하고 있네’라고 말할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가난 속에서도 마음의 벽에 한 장의 그림을 걸 수 있는 그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일까? 되물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로 프랑스의 문호 오노레 드 발자크의 청년시절 이야기입니다. (‘닫는 글’에서) 각자의 마음속에 아름다운 그림 한 장 걸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