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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를 걷는 즐거움
이재호와 함께 천년 침묵의 미를 만나다
이재호
한겨레출판 200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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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책을 내면서

숨막히는 무릉도원, 침묵의 아름다움
침묵의 아름다움, 부석사 / 의상과 선묘 그 숭고한 사랑 / 눈물의 효녀 지은 / 죽었다 살아온 선율 / 사천왕사지와 월명사 / 진평왕릉과 저녁노을 / 서라벌의 중심 황룡사 / 이차돈과 불국사 / 법흥왕과 백률사 / 진덕여왕과 사랑의 등나무 / 비장미 서린 원원사지 / 정복왕 진흥왕과 사랑의 흔적

달빛 아래 부서진 사랑, 극락행 염불
하늘 아래 극락세계, 천룡사지 / 깊고 그윽한 무장사지 / 감동의 유언 문무왕 / 이견대와 감은사지 / 계집종 욱면의 극락 가는 이야기 / 경주 남산 용장사지의 절경 / 얼어 죽는 아기와 여인 구한 정수 스님 / 신라의 만리장성과 비운의 효성왕 / 스타들의 집합소 포항 오어사 / 성스러운 희생, 신라의 돼지 / 살아서나 죽어서나 나라 위해 / 만고충신 박제상과 돌이 된 여인 / 사라진 신비의 가야 / 호랑이 처녀의 숭고한 사랑

찔레꽃 향기 타고 오는 천년의 노래
군위 인각사 / 봄 향기 가슴을 울리고 / 흥덕왕의 슬픈 사랑 / 모량의 연제왕비와 효자 손순 / 수로부인과 「헌화가」 / 헌강왕과 「처용가」 / 원효와 월정교 / 경덕왕과 표훈대사 / 원성왕과 미인 김정란 / 반월성과 신라의 궁성들 / 산 넘고 물 건너 동해로 갔던 길 / 차(茶)와 충담사 그리고 삼화령 / 진지왕, 생사를 넘나든 사랑 / 통도사와 부처님 진신사리 / 통도사와 자장 그리고 암자들

불성의 폭포수, 무설의 진리
이름만으로도 아름다운 운문사 / 침묵의 소리뿐인 운문사 / 미추왕과 대릉원 / 신충과 단속사 / 만어사와 부처 그림자 / 눈물 나는 중생사 ① / 눈물 나는 중생사 ② / 봉덕사의 종소리 / 예술가 양지 스님 / 양지 스님과 석장사 / 양지 스님과 불령사 / 동래온천과 영취사의 꿩 / 김대성과 불국사 / 김대성과 석불사 / 거문고 갑을 쏘아라 / 광덕과 엄장, 그리고 그들의 아내 / 진전사지와 낙산사 / 솟구치는 힘, 굴산사와 정암사 / 산새도 구슬피 우는 오대산 절멸보궁 / 익산 미륵사지와 「서동요」 / 슬픔을 머금고 꽃이 피는 공주 / 아련히 그리운 내 마음의 백제

저자 소개 1

기행전문가. 자연과 인간, 문화유산의 감동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 1994년에 삶의 터전을 경주로 옮겼다. 그 후 11년 동안 전국에 흩어져 있는 고택 네 채를 경주로 옮겨 한옥 수오재(守吾齋)를 지었으며, 현재 또 한 채의 고택을 옮겨 짓고 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민예총 창립 발기인이며, 한국문화유산답사회 초대 총무로 1987년부터 대표인 유홍준 교수와 함께 전국의 문화유산을 기행해왔다. 또한 대곡댐 반대, 울산 병영성 살리기, 울산 옥현 유적지 보존, 가지산(석남사) 살리기, 석굴암 모형 반대운동 등을 해왔다. 현재 아름지기 영남지부 대표,
기행전문가. 자연과 인간, 문화유산의 감동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 1994년에 삶의 터전을 경주로 옮겼다. 그 후 11년 동안 전국에 흩어져 있는 고택 네 채를 경주로 옮겨 한옥 수오재(守吾齋)를 지었으며, 현재 또 한 채의 고택을 옮겨 짓고 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민예총 창립 발기인이며, 한국문화유산답사회 초대 총무로 1987년부터 대표인 유홍준 교수와 함께 전국의 문화유산을 기행해왔다. 또한 대곡댐 반대, 울산 병영성 살리기, 울산 옥현 유적지 보존, 가지산(석남사) 살리기, 석굴암 모형 반대운동 등을 해왔다.

현재 아름지기 영남지부 대표, 울산문화재연구원 이사, 반구대사랑시민연대 대표, (사)우리땅걷기 이사, 한국조형예술학회 회원이다. 동국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동양미술사와 한국미술사’를 강의하고, 이밖에도 여러 대학과 박물관, 기업체에서 문화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신문 칼럼을 통해서도 저자가 안내하는 생생한 문화 현장을 만날 수 있다. 저서로는 경주 문화 길잡이로 널리 알려진 『천년 고도를 걷는 즐거움』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1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374쪽 | 621g | 153*224*30mm
ISBN13
9788984313071

책 속으로

하늘의 달은 차가운 기운을 머금고 구름을 헤집고 정처 없이 흘러만 간다. 저 하늘의 구름이, 달이, 바람이 어디론가 흘러가듯이 우리들의 삶도 흘러만 갈 것이다. 흘러가는 삶이 모이면 역사가 되고, 그 역사는 사람을 울리기도 하고 회한에 들게도 한다. 800여 년 전 일연 스님(1206~1289)이 홀로 전국을 헤매었듯이 나도 일연 스님과 무슨 인연인지 나그네가 되어 전국을 방랑하면서 돌고 돌았다. --- p.4

캄캄한 산골의 밤이었지만 보름달이 하늘에서 어둠을 삼켜버려 온 부석사가 하얀 밤을 쏟아내고 있었다. 일주문이 속세의 찌꺼기를 버리라고 해 일단 버리고 들어갔다. 제일 먼저 나를 반기는 것은 스님의 목탁소리와 낙엽 진 긴 은행나무 숲이었다. 하늘의 별은 지혜의 등불이 되어 총총 빛나고 오른쪽 어깨 위에는 달빛이 부서지고 있었다. 달빛 그림자에 하얀 길이 화선지가 되고 은행나무 가지는 수묵화가 되었다. 마치 화가 박수근이 앙상한 나뭇가지를 형상화시킨 작품 「나목」 위를 걸어가는 듯했다. --- p.14

천천히 걸어 제일 뒤에 있는 진흥왕릉으로 갔다. 신라 최고 정복왕의 능치고는 너무나 초라하여 노동동의 봉황대를 진흥왕릉으로 본 석당 최남주의 견해를 따르고 싶다. …… 진흥왕릉은 내가 본 수많은 신라왕릉 중 가장 탄력이 없고 울퉁불퉁했다. 이 쭈글쭈글한 능을 보니 갑자기 자식새끼를 키운다고 온갖 고생을 다하고 상처뿐인 영광으로 쭈그러져 버린 우리네 어머니의 젖가슴 같아 마음이 아리다.
멀리서 산사의 종소리가 들린다. 아, 진흥왕도 음악에 일가견이 있었지.
진흥왕 12년(551) 3월에 낭성(지금의 청원)에 묵을 때 가야에 살고 있던 우륵이 즉석음악회를 열었다. 우륵의 연주에 반한 진흥왕은 그를 국원(충주)에 머물게 하고 신라의 계고, 법지, 만덕에게 배우도록 했다. 우륵은 계고에게 가야금을, 법지에게는 노래를, 만덕에게는 춤을 가르쳤다. 그러나 이들은 스승 우륵의 12곡이 너무 혼란스럽고 정갈하지 못하다고 5곡으로 줄여버렸다. 우륵은 분노했지만 제자가 만든 5곡을 듣고는 “즐거우면서도 음란하지 않고, 슬프면서도 비통하지 않으니, 가히 아름답고 바르다”라고 했다. 이 정도는 되어야 말로만 ‘청출어람’을 뇌지 않는 진정한 스승인 것이다. --- pp.75~76

무장사지 자체도 아늑하고 절묘하지만, 무장사지 계곡도 가도 가도 질리지 않는 깊고 깊은 오묘함을 선사한다. …… “그윽한 골짜기는 마치 산을 깎아놓은 듯 몹시 가파르고 어둡고 깊어 저절로 텅 비고 순박한 마음이 생겨 마음을 쉬고 도를 즐길 만한 신령스런 곳이다” 이 계곡에서 내가 느낀 온갖 것들을 일연 스님은 이렇게 절묘하게 「삼국유사」에 적었다. 역시 고수는 다르구나 생각하면서 신음을 토할 수밖에. 그래 고수들은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 말하지. 저 아래 덕동호에 잠긴 고선사지에서 주지를 하던 원효는 사복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태어나지 말지니, 죽는 것이 괴롭구나. 죽지 말지니, 태어나는 것이 괴롭구나”라고 말했다. 이에 사복은 “말이 길다”라며 원효를 한 방 때리고 “죽고 사는 것이 괴롭구나”라는 한마디로 고수의 대열에 합류한다. --- p.85

장인(석공)은 슬픔으로 울먹였을 계화 왕비의 마음을 읽은 듯했다. 한쪽 귀퉁이가 깨어진 이수만을 등에 엉거주춤 지고 있는 쌍거북이(귀부)는 오른발 왼발을 가지런히 모아 마치 왕비가 죽은 왕을 위해 명복과 극락왕생을 비는 듯 보인다. 목은 다 잘렸지만 왼쪽 거북은 왕, 오른쪽 거북은 왕비일 것이다. --- p.87

천왕문을 지나자 극락전이 살짝 버티고 있는데 동쪽 벽면에 그려진 수수한 회청색으로 미감이 좋은 반야용선 벽화가 발길을 잡는다. 살아서 저 배를 탈 수 있는 사람은 대단한 행운이다. 이 세상에서 착하게 살고 좋은 일 많이 한 사람만이 탈 수 있다. 반야용선은 누구나 희망하는 극락행 호화여객선인 것이다. 배 안의 사람들은 꽃이 피는 아름다운 얼굴에 향기가 묻어난다. 부처님과 탑도 같이 배에 동승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 확실한 보장이 있겠는가. 우리 모두 죽어서 저 배를 탈 수 있도록 아름답게 살자.

--- p.234

출판사 리뷰

「삼국유사」의 흔적을 따라 나선 1년 6개월간의 기행길

기행전문가이자 『천년 고도를 걷는 즐거움』의 저자 이재호 씨가 일연의 「삼국유사」 속 흔적을 되짚은 기행기 『삼국유사를 걷는 즐거움』을 세상에 선보인다. 2006년은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이 탄생한 지 꼭 800년이 되던 해였다. 저자는 그해 봄 일연이 「삼국유사」를 완성하고 마지막 입적했던 군위 인각사를 시작으로 1년 6개월간의 길고 먼 기행길에 나섰고, 이 책은 일연의 자취에 자신의 발자국을 포개어, 글로 풀어낸 결과물이다.

“나는 독자와 나에게 약속했다. 비록 수백 번 가본 곳이라도 눈비가 몰아치고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파도 미리 써놓지 않고 매주 현장을 찾아가서 쓰겠다고.”

저자는 처음부터 가능한 일연의 자취를 그대로 좇고자 마음먹었다. 문화유산답사계의 최전선에서 전국을 누빈 지 20년, 더구나 「삼국유사」의 주된 무대였던 경주 지역의 문화유산에 대해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전문가이지만, 모두 처음 가보는 곳인 듯 신발 끈을 새로 묶고 길을 나섰다. 일연이 여름에 보고 기록한 곳은 여름에 갔고, 겨울에 흔적을 남긴 곳을 찾을라치면 겨울을 기다렸다. 가령 이런 식이다.

“「삼국유사」의 눈 쌓인 어느 겨울 장면은 생각만 해도 시이고, 소설이다. …… 「삼국유사」에 어떻게 써놓았기에 이토록 때를 기다렸을까. 무대는 1200년 전 서라벌의 눈 쌓인 어느 겨울 날, 날은 저물었는데 정수 스님이 삼랑사에서 황룡사로 돌아오는 길에 천엄사 문 밖을 지나게 되었다. 그때 거지 여인 하나가 어린아이를 낳고는 얼어서 거의 죽을 지경이었다. 정수 스님은 그것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여 따뜻하게 안아주니 한참 만에 여인의 숨이 살아났다. 곧 옷을 벗어 덮어주고 스님은 벌거벗은 채 절로 달려와 거적으로 몸을 덮고 밤을 지냈다는 것이다. 나는 마치 첫 미팅 나가는 사람처럼 설레이며 해가 서산에 기울기를 기다렸다. 해가 저물 때부터 삼랑사에서 정수 스님이 갔던 길을 걸어서 황룡사까지 갈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두 화랑, 장춘랑과 파랑의 넋을 위해 지었다는 장의사(壯義寺) 터를 찾아 서울 세검정을 찾기도 한다. 이미 장의사의 흔적은 사라진 지 오래고 세검정초등학교 운동장에 당간지주만 덜렁 남아있지만, 한밤중 꼭 잠겨 있는 초등학교 담장을 넘어 그 당간지주나마 꼭 껴안고 돌아온다. 이렇듯 저자는 「삼국유사」의 현장 전국 60여 곳을 발로 걷고, 가슴으로 느끼며, 온몸으로 써냈다.

한국 최고의 이야기 창고 「삼국유사」와 이재호의 입담이 만나다

“천지 귀신도 감동케 한다는 「삼국유사」는 보면 볼수록 묘미가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에 잘난 사람의 잘난 이야기만 있다면 그 사회는 별 볼일 없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사회는 분명 아름다운 사회다. 신라시대 온갖 사람들의 온갖 사연을 담아낸 것이 「삼국유사」가 아니던가!”

「삼국유사」는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더불어 가장 오래된 역사책이다. 하지만 왕조사 중심의 실증적 사관에 입각해 씌어진 「삼국사기」와는 달리 「삼국유사」는 단군 신화를 비롯한 우리의 신화나 민속 신앙, 설화, 전설 등 한민족의 정신적 원형이 담긴 이야기들이 담겨 있고, 이야기 속 주인공 또한 왕이나 귀족들만이 아닌 일반 평민들을 아우른다. 최남선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가운데 둘 중 하나만 남겨야 한다면 당연히 「삼국유사」를 고르겠다고 했듯이, 「삼국유사」는 마르지 않는 상상력의 보고이자, 한민족의 생활과 정서가 배어 있는 스토리텔링의 원형이다.

역사 이야기 자체가 재밌거니와 「삼국유사」 속 이야기들의 기이함과 신묘함은 새길수록 맛깔스럽다.
이 책은 애당초 빼어난 이야기 창고 「삼국유사」를 밑재료 삼아, 문화유산답사 전문가 이재호의 오랜 현장 경험과 입담을 더해져 감칠맛 나는 이야기들의 성찬이 된다. 20년을 웃도는 문화답사안내 경력의 내공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해주고, 남들이 흔하게 생각하는 유산들의 귀한 내력을 밝힌다. 「삼국유사」는 그 빼어남과 재미, 유명세와는 별개로, 그것을 제대로 읽은 사람은 드물다. 「삼국유사」 를 읽으며 동시에 그 역사 속 이야기와 인물의 흔적을 찾아나서는 문화답사를 떠나는 즐거움이 이 책의 묘미이다. 제대로 아는 사람만이 짚어줄 수 있는 그 흔적의 포인트를 포착한 사진 110여 컷은 그 여행길의 충실한 도우미이다.

추천평

신라 천년의 수도 경주는 흔히 노천박물관이라고도 합니다. 저자는 『천년 고도를 걷는 즐거움』에서 그 노천박물관의 관장 역할을 훌륭히 해낸 바 있거니와, 이 『삼국유사를 걷는 즐거움』에서는 일연 스님을 팔백여 년 만에 다시 현신시켜 신(新)삼국유사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영훈 (국립경주박물관장)
고려 중기 일연 스님은 참담한 현실에서 민족적 자부심을 불어넣은 『삼국유사』를 집필했습니다. 이제 다시 저자가 일연 스님의 발자취를 따라 발로 걷고 가슴으로 느끼고 온몸으로 쓴 감동스런 이 책은 힘든 우리 시대에 한 줄기 희망의 빛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우(頂宇) 합장 (영축총림 통도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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