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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제1부 조선 여인들의 반란 글을 읽기 전에 우의정 장유의 이혼 청구 사건(김씨) 삼전도의 치욕 | 환향녀 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 장유 며느리의 운명은 | 홍제천에서 몸을 씻다 | 부정한 여자는 조상의 제사를 받들 수 없다 | 장유의 이혼 청구 | 김씨의 아름다운 반란 | 두 번째 이혼 청구 | 기행문 조선을 사랑한 죄(강아) 바라볼 수만 있어도 족한 사랑 | 자미꽃 아름다움을 지닌 동기童妓 | 마음이 가니 이름 또한 따르리라 | 그 얼굴 옥비녀보다 고와라 | 10년을 하루 같이 | 임을 만나러 가는 천릿길은 꽃밭 같더라 | 조선을 위하여 사랑을 저버리다 | 의기 강아, 이름도 드높아라 | 죽어서도 버림받다 | 기행문 *쉬어가는 페이지 그 역사를 잊으랴 (을사오적 이지용李址鎔과 기생 산홍山紅) *제2부 아름다운 불륜 글을 읽기 전에 어사에게 미인계를 쓰다(조위|신종호) 잠행 중 만난 두 청년 선비 | 목숨보다 정이 더 중요했다 | 성종 임금이 더 좋아하였다 | 신종호의 고변 | 어사에게 기생 수청을 | 옥매향의 계략 | 어사의 측은지정 | 어사 신종호의 마음은 흔들리고 | 덫에 걸린 어사 | 임금에게 뒤통수를 맞다 | 성종 임금의 지혜로운 신하 길들이기 | 남은 이야기 | 기행문 역관 천하를 얻다(홍순언) 우리 민족의 생명의 끈을 이어준 사람 | 나랏돈으로 여자를 사다 | 탄핵을 받고 감옥에 갇혔으나 | 홍순언을 풀어주라 | 다예大爺 (아버지)! | 보은단에 아로새긴 부인의 정성 | 나라가 풀지 못한 매듭 역관이 풀었다네 | 불륜도 때론 아름답다 | 기행문 *쉬어가는 페이지 효불효 다리 *제3부 베개 밑에서 발견한 뜻밖의 한국사 글을 읽기 전에 왕실 자손 불륜으로 지다(서산군|구지) 아들의 애첩을 취하다 | 콩 심은 데 콩 난다 | 망나니 아들, 아버지의 전철을 밟다 | 아비를 닮은 또다른 자식의 간통 사건 | 나비를 찾는 꽃 | 노비도 남자더라 | 권덕영의 죽음 | 노비의 아이를 배다 | 구지의 불륜은 세상에 알려지고 | 누구를 원망하랴 | 기행문 후궁의 불륜과 임금 살해 사건(공민왕) 가시나이, 가사나이 | 공민왕의 꿈 | 왕의 눈물 | 노국공주의 임신 | 몸부림치는 혜비의 하소연 | 노국공주의 죽음 | 남경 천도 계획 | 애가 애를 낳으리까 | 태후 앞에서 춤추는 익비 | 신돈과 공민왕 | 불륜의 그림자 | 혜비의 불행 | 익비의 탈선 | 문란한 궁중 풍기를 방관하는 임금 | 노국 공주의 영전에 비가 샜다고! | 무심코 흘린 말이 죽음을 부르고 | 마침내 범인이 잡히고 | 왕조의 멸망 | 비구니가 된 혜비 | 불행한 여인의 방문 | 기행문 |
李垠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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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정철은 무심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그는 강아라는 이름조차도 잊었는지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처럼 기약 없이 기다리게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 왜장에게 가자! 그래도 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서 1년 가까이 정을 흠뻑 받지 않았는가. 그것이면 족하다. 그것이면 족한 게야.’ 이렇게 중얼거리며 돌아선 강아는 평양성을 바라고 휘적휘적 걷기 시작했다. --- 「제1부 조선을 사랑한 죄 - 강아 편」 중에서 “좋다. 네 소원을 들어 줄 터이니 다시는 부질없는 짓 말거라.” 마침내 조위가 여인의 옥수를 이끌어 옆에 다가앉힌 다음 옷을 벗고 촛불을 껐다. 조위가 감히 궁녀를 사사로이 범하고 있었건만 성종 임금은 조금도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위의 착한 마음씨가 성종의 마음을 감동시켰다. 곧 환궁한 임금은 내시를 시켜 자신이 덮는 비단 이불을 두 사람이 잠든 사이에 몰래 덮어주게 하였다. --- 「제2부 어사에게 미인계를 쓰다 - 조위·신종호 편」 중에서 청루를 나선 홍순언은 밤거리를 휘적휘적 걸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사람 된 도리를 두 번이나 어겼구나. 아내를 두고 외국에서 불륜을 저지르려 하였으니 첫 번째 죄요, 귀한 돈을 명나라 여자에게 줘 버렸으니 나라에 불충한 죄로다. 이 일로 내 일신이 편치 않겠구나. 허나 꽃다운 여자의 정절을 구했으며, 부모에게 효도하려는 착한 마음을 구했으니 이 또한 의로운 일 아닌가. 이것이 죄가 된다면 그냥 죗값을 받기로 하자.” 이렇게 중얼거리며 숙소에 이른 홍순언은 실로 오랜만에 깊고 단 잠에 빠져들었다. --- 「제2부 역관 천하를 얻다 - 홍순언 편」 중에서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다른 사람도 아닌 친아버지에게 빼앗기고 나서 서산군 혜가 겪어야 했을 정신적 공황을 좀처럼 가늠해 볼 길이 없다. 자식 잘되기만 바라며 한평생 사는 것이 부모 마음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것을 잘 알기에 자식들은 부모만 생각하면 가슴이 메고 코끝이 시큰하다. 그런데 아버지가 자식의 여자를 빼앗아 버렸다니! 실록에 실린 이야기니 세상에 어찌 그런 일이 있겠느냐고 반문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다. 이 충격적인 이야기는 우리 역사에 선명하게 남은 사실이다. 왕권을 포기함으로써 목숨을 부지하고, 자유로운 삶을 얻고자 기행을 택한 양녕 대군은 대체 무슨 마음으로 아들 혜의 여자를 취했던 것일까. --- 「제3부 왕실자손, 불륜으로 지다 - 서산군·구지 편」 중에서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공민왕은 느닷없이 대관의 아들 중 나이 젊고 얼굴 아름다운 자를 10여 명 뽑아 자제위子弟衛라 칭하였다. 바야흐로 공민왕의 기행이 시작되려는 순간이었다. 자제위로 말미암아 후궁의 불륜이라는 치욕스러운 역사가 만들어졌고, 왕 자신의 생명 또한 꺾이고 말았으니 말이다. 자제위 중에는 임금의 좌우에서 항상 모시는 자들이 있었는데, 이들을 일러 두리속고적頭裏速古赤이라 하였고, 두리속고적은 물론이고 자제위 전체를 총괄한 사람은 김흥경金興慶이었다. 그는 두리속고적과 마찬가지로 임금 근처에 늘 머물렀다. --- 「제3부 후궁의 불륜과 임금 살해 사건 - 공민왕 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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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이란 무엇인가? 이 책의 저자가 독자에게 던지는 첫 번째 질문이다. 그리고 이내 저자의 답이 이어진다. 불륜은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에서 벗어난 인간의 모든 행위를 뜻한다.
이처럼 불륜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를 살피면 저자의 집필 의도가 명징하게 드러난다. 저자는 『불륜의 한국사』에서 남녀의 성적 일탈만을 다루지 않았다. 물론 등장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성적 불륜이라는 문제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저자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당신은 불륜을 꿈꾸는가? 헌데 그것이 인간의 도리라는 차원에서 보았을 때 정당한가? 그렇다면 불륜에 빠져도 좋다. 겉으로 드러난 저자의 생각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불륜을 꿈꾸지 않는다. 오히려 대물림되어 내려오는 불륜을, 끝없이 반복되는 일그러진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고 절규한다. 조선 여인들의 반란! 아름다운 불륜! 베개 밑에서 발견한 뜻밖의 한국사! 이것은 저자가 자신의 메시지를 적절하게 담아내기 위해 선택한 테마들이다. 조선 여인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조선실록을 아무리 뒤져 보아도 그런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실재하는 이야기이다. 병자호란과 임진왜란은 우리 민족이 겪은 가장 참담하면서도 치욕적인 전쟁이었다. 온 나라가 비탄에 빠진 그 시절, 조선 여인들은 오랑캐들에게 붙잡혀 너나 할 것 없이 오욕을 겪어야만 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속을 바친 조선 여인네들의 삶은 그 후 어찌 되었을까? 조선 남정네들은 그들의 죄과(?)를 용서했을까? 용서하지 않았기에 정절만을 강요하는 남정네들을 향해 여인네들이 취한 행동을 반란이라고 이름 지은 것이리라. 오랑캐에게 속을 바친 후 청나라까지 끌려갔다가 속환 비용을 치르고 돌아옴으로써 환향녀의 원형이 된 우의정 장유의 며느리 김씨, 그리고 스스로 왜장의 여자가 되어 아군에게 귀중한 정보를 흘려줌으로써 평양성을 탈환하는 데 지대한 공을 세운 송강 정철의 연인 강아! 이혼 청구 사건에 휘말린 김씨와 정인에게 버림받은 강아의 반란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이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난 불륜 사건을 빌어 저자는 인간의 도리, 혹은 그 존재의 존엄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문제 제기는 ‘아름다운 불륜’이라고 테마를 설정한 2부에 이르러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즉, 궁녀와 상간함으로써 임금을 배반하였을 뿐만 아니라 씻을 수 없는 강상죄를 지은 신하 이야기, 나랏돈을 중국 창녀에게 조건 없이 던져 준 덕에 옥고를 치르지만 그로 말미암아 나라의 운명을 뒤바꾼 역관 이야기를 통해 불륜 또한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그것이 생명 존중, 혹은 인간의 도리를 지키는 일과 연관된다면 비난할 수만은 없다는 의견이다. 이러한 저자의 의견은 3부에 이르러 독자의 가슴에 확신으로 다가든다. 역동의 기운이 넘쳐나는 시기에 파행적 애정 행각을 거듭한 끝에 왕세자 자리에서 물러난 양녕 대군과 임금 살해 사건의 희생양이 된 공민왕이 바로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양녕 대군은 어찌하여 아들의 여자를 빼앗아 애첩으로 삼았는가? 공민왕은 어찌하여 소위 자제위라고 일컬어지는 젊은 남자들에게 후궁을 넘겨주었으며 스스로는 동성애에 빠져들었는가? 양녕 대군의 아들 서산군과 딸 구지는 어찌하여 미친 행각을 일삼으며 남의 여자를 빼앗거나 집안의 남자 노비와 놀아난 끝에 불륜의 씨앗을 생산하였는가? 이 모두가 인간의 도리를 지키지 못한 까닭이다. 선정적인 불륜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생명 존중, 인간의 존엄성 회복을 갈구하고 있다. 사람 된 도리를 지키자고 열변을 토한다. 저자의 갈구와 열변이 따분할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흥미진진한 사건들 속에 교묘하게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