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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문_그리하여 아름다운 섬들의 풍경/ 박남준(시인)
저자 서문_섬으로 가는 마지막 세대 제1부 바람이 불어오는 곳 1. 숲은 바람 속에서 깊어진다─거제 지심도 2. 죽음 곁에서도 삶은 따스하다─통영 욕지도 3. 성도 이름도 없이 ‘아무것이네’ 하고─통영 연화도 4. 미륵 섬으로 가는 길─통영 우도ㆍ두미도 5. 자기 땅에 세 들어 사는 섬─통영 매물도ㆍ소매물도 제2부 가시나무도 제 가시를 숨기지 못하고 6. 한국의 이스터 섬─완도 여서도 7. 사람은 빛으로부터 왔다─완도 덕우도 8. 겨울 산이 가장 깊다─옹진 자월도 9. 해적 섬─옹진 대이작도ㆍ소이작도 10. 못 살아, 모래하고 밥 말아 먹고 못 살아─신안 임자도 11. 날 사랑 한다고 말해요─군산 어청도ㆍ연도 제3부 돌과 바람의 나라 12. 바람의 통로─제주 가파도 13. 생사 불이의 법당─제주 마라도 14. 바다는 이 행성의 피다!─제주 추자도 15. 포로수용소의 추억─통영 추봉도 16. 삶은 사소함으로 가득하다─통영 비진도 제4부 달이 차고 기우는 그곳 17. 우리는 모두가 슬픔의 후예다─강화 볼음도ㆍ아차도ㆍ주문도ㆍ말도 18. 관음보살을 친견하다─강화 석모도 19. 괴뢰 섬을 아시나요?─강화 미법도ㆍ서검도 20. 영국군 수병 묘지에서 쓰는 편지─여수 거문도 21. 외연도 사랑나무 아래서─대천 외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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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륙을 떠돌며 살던 어느 해, 불현 듯 섬으로 가고 싶었다. 나는 영영 돌아갈 것처럼 주저 없이 보길도로 향했다. 그때는 눈치도 못 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귀향한 첫날부터 나는 다시 고향을 떠날 것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 봄, 나는 벗에게 편지를 썼다.
“사람은 돌아오기 위해 고향을 떠난다고 하던가요. 하지만 나는 다시 돌아온 고향에서 고향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내 여정의 끝이 이곳이 아닐 것을 압니다. 귀향이란 애초부터 불가능한 시도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향은 결코 물리적인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고향이란 내가 태어나 자란 시간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그러므로 고향은 결코 실재하는 곳이 아니며 귀향이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에 불과합니다. 이제 나는 또 어디로 불어 가게 될까요.” 그것은 시참(詩讖)이었을까. 세월이 흐른 지금, 나는 다시 길 위에 서 있다. 고향을 떠났으니 나는 고향을 잃은 것인가, 돌아갈 고향을 얻은 것인가? 고향 섬을 나온 후에도 나는 뭍으로 가지 못하고 섬으로만 떠돈다. 섬을 떠났어도 떠난 것이 아니다. 고향을 떠났어도 떠난 것이 아니다. --- 「서문_섬으로 가는 마지막 세대」 중에서 관청 마을을 지나 비탈진 언덕길을 오른다. 대게 섬에서 사람 사는 마을의 뒤편은 공동묘지다. 볕이 잘 드는 봉분 근처에 자리 잡고 앉는다. 사람은 죽음의 뒷마당에서도 삶의 앞뜰을 생각한다. 죽음 곁에서도 삶은 따스하다! 어떠한 삶도 양면이다. 슬픔의 뒷면은 기쁨이고, 상처의 뒷면은 치유다. 실연의 뒷면은 사랑이고, 절망의 뒷면은 희망이다. --- 「2. 죽음 곁에서도 삶은 따뜻하다」 중에서 사람이 섬에 와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풍경일까. 휴식일까. 싱싱한 해산물들일까. 얻을 수 있다면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하지만 이들은 섬에 오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이지 오롯한 자신의 것은 아니다. 누구도 얻지 못하고 나만이 온전하게 얻어갈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생각’뿐이다. 새로운 ‘한 생각’을 얻는 일이야말로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던 ‘한 생각’을 떨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섬에서는 걷기가 그것을 가능케 한다. 자동차의 방해 없이 걸음에 몸을 맞기고 온전히 걸을 때 생각은 자유를 얻는다. 애쓰지 않아도 자연히 한 생각이 오고 한 생각이 간다. --- 「3. 성도 이름도 없이 ‘아무것이네’ 하고」 중에서 “구경하러 왔습니까? 친척집에 왔습니까?” “그냥 구경삼아 왔어요. 할머니.” “우리 집에도 오라고 하고 싶지만 메느리도 있고 아들도 있으니 내 맘대로 못합니다.” “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 “할머니 연세는 어찌 되세요?” “육십입니다.” “에이 할머니도 참.” “작년에 칠십이었으니께.” “그럼 재작년에는 팔십이셨겠네요?” “해마다 나이가 줄어드시는군요?” “그래도 서른 될라먼 아직 멀었습니다.” 할머니는 나이를 거꾸로 드신다. 마침내 0살이 되면 할머니는 이승을 하직하고 왔던 곳으로 돌아가려는 것일까. --- 「4. 미륵섬으로 가는 길」 중에서 굴은 달이 차고 기우는데 따라 여물기도 하고 야위기도 한다. 섬사람들도 굴처럼 살이 올랐다 야위었다 한다. 섬사람들은 달의 자손이다. 달이 바닷물을 밀었다 당겼다 하며 바다 것들을 키우면 사람들은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고, 소라고둥과 굴들을 얻어다 살아간다. --- 「8. 겨울 산이 가장 깊다」 중에서 가파도 하동포구 바다와 정면으로 마주선 집들의 돌담은 튼튼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허술하기 그지없다. 돌담은 구멍까지 뚫려 있다. 어떻게 저 혼자 있기도 위태로워 보이는 돌담이 거친 해풍을 막아내며 무너지지 않고 서 있는 것일까? 어쩌면 저 숭숭 뚫린 구멍 덕에 돌담은 오랜 세월 바람을 막아낸 것은 아닐까. 돌담은 저 구멍으로 바람을 분산 통과시키며 바람으로부터 섬의 안전을 지켜온 것이다. 돌담은 바람의 방어막이 아니라 바람의 통로다. 섬사람들은 바람을 거스르고는 살 수 없어 바람이 지나갈 샛길 길을 만들어 주고 바람과 함께 살아간다. --- 「12. 바람의 통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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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아라, 떠나라, 그리고 걸어라
모든 것을 버리고 대한민국 100여 개 섬을 완보한 시인의 희망 노래 모든 것을 내려놓고 홀로 떠나는 섬 여행 한국에는 4400여 개의 의 섬이 있다. 대한민국은 특별히 ‘섬나라’다. 그 섬들 중에서 유인도는 500여 개. 한 시인이 10년 동안 사람 사는 모든 섬을 걸어갈 계획을 세웠다. ‘언젠가는 이 나라의 모든 섬들을 걸어 보리라.’ 그리고 3년 동안 100여 개의 섬을 걸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섬들에 대한 이야기요, 거기에 늘 같은 모습으로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특별한 기록이다. 거제, 통영, 완도, 옹진, 신안, 군산, 제주, 강화, 여수, 대천의 섬들까지. 시인은 한 올 한 올 머리카락을 넘기듯이 꼼꼼하게 섬들을 찾아가고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찍고 기록을 했다. 또, 그곳에 뿌리박고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다. 자연의 풍광만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함께 숨 쉬고 사람 냄새를 맡은 것이다. 우리 모두의 오래된 미래가 될 바람과 바다와 섬, 그리고 사람 사는 풋풋한 이야기 이 책을 쓴 강제윤 시인은 참을 수 없는 걷기의 본능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고향을 떠나 20여년을 뭍에서 살았다. 그러다 문득 고향 보길도로 귀향했다. 보길도에서 손수 돌집을 짓고 차 밭을 일구고 게스트하우스 ‘동천다려’를 운영하며 여행자들과 8년을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보길도에서 이룬 모든 것들을 다 버리고 다시 길을 나섰다. 정주는 그의 운명이 아니었다. 보길도를 나온 그는 집도 절도 없이 무작정 섬들을 걷기 시작했다. 존재의 근원을 찾아 가는 순례길. 그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그네가 되어 떠도는 순례 길에서 보고 듣고 얻은 것은 무엇일까. 시인은 섬을 떠도는 나그네 길에서 삶의 스승들을 만났다. 잠수를 해서 잡아온 성게를 까던 팔순의 가파도 해녀, 자식들을 위해 학꽁치를 손질하던 거문도 할머니, 갯벌에서 망둥이를 잡던 비금도 할아버지까지 섬에 뿌리박고 사는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생애의 스승이었고 나침반이었다. 세계 어느 길에서도 이 나라 섬에서 만난 사람들보다 더 훌륭한 스승을 만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고백한다. 시인은 우리가 섬으로 가는 마지막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외래 문명의 유입으로 원형질을 잃어가고 있는 섬. 시인은 머지않아 이 나라 대부분의 섬들이 사라질지 모른다고 예감한다. 다리가 놓이면 섬은 더 이상 섬이 아니기 때문이다. 끝내 소멸해 버릴지도 모를 섬들과 그 풍광들을 포획하기 위해 시인은 오늘도 섬으로 떠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