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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
1. 혈의 누 2. 모란봉 3. 은세계 작품 해설 작가 연보 |
李人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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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의 누}는 청일전쟁 당시 평양의 참상을 시발로 하여, 그 후 1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한국, 일본, 미국을 무대로 삼아 옥련과 그의 일가, 그리고 구완서라는 인물을 통해 한 가족의 기구한 운명과 개화기의 시대상을 그리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자들이 {혈의 누}의 주제를 자주독립의식의 고취, 사회와 정치의 개혁, 신학문의 섭취와 교육의 필요성 역설, 남녀평등사상의 고취, 자유결혼, 조혼 폐지, 재가 허용 등으로 파악해 왔다. {혈의 누}가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소설의 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일관되게 나타나는 주제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모란봉}은 {혈의 누}의 하편에 해당하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1913년 2월 5일부터 ≪매일신보≫에 연재되다가 같은 해 6월 3일에 미완성인 채로 연재가 중단되었다. {모란봉}의 내용은 {혈의 누}에서 미국으로 유학 갔던 여주인공 옥련이 아버지와 함께 귀국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이 소설에서는 서일순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데, '서일순 ― 옥련 ― 구완서'라는 삼각관계가 형성되며, 그 사이에 서숙자라는 모사꾼이 등장하는 등 다분히 고전소설적인 사건전개의 양상을 보인다. 또 상편인 {혈의 누}에서 옥련의 성격이 조국의 여성 교육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자 하는 대의를 품고 있는 반면 하편 {모란봉}에서의 옥련은 서일순과의 애정 문제에 매달려 자신이 품었던 큰 뜻을 모두 잊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는 {모란봉}이 {혈의 누}보다 인물의 형상화 면에서도 퇴보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은세계}는 정 감사로 대표되는 봉건지배층의 수탈에 저항하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최병도의 비극적인 삶을 통해 봉건 말기 시민계급의 운명을 암시하는 전반부와 최병도의 자식인 옥순, 옥남 남매가 미국에 유학하고 돌아오는 내용의 후반부로 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