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廉尙燮, 횡보橫步
염상섭의 다른 상품
|
필순이는 불러 달랄 것도 없이 전화통에서 나왔다. 역시 그 목소리가 반가웠다.저편에서도 반기는 말소리나 그 전같이 웃는 목소리는 아니다. 덕기 자신의 감정이 그래서 그런지 필순이는 자기의 감정을 자제하려는 눈치가 전화로 듣는 말소리에도 역력하다. 그 동안 바빠서 못 가서 죄송하다며 내일 오겠느냐니까 마지못해 그러마하고 대답을 하였다. 전화를 끊고 나서 덕기는 멀거니 한참 섰었다. 전화로 목소리만 듣고도 그처럼 반가워하는 어리석고 주책없는 자기 마음을 덕기는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나무라는 것이었다,
자기의 이 때까지의 노력이나 생각이 조금도 자기 마음에 부끄러울 것 없는 정당한 일이었다. 그러나 거기에 조금치도 허위가 없었던가? 진심으로 이 두 사람의 행복을 똑같이 축복하는 것이었던가? 필순이의 장래를 염려하듯 병화의 행복도 조금도 못지않게 염려를 하여줄 성의가 있는가? 만일 그 두 사람이 기뻐서 약혼을 하였다면 자기의 마음은 어떠하여을까? 일생의 처음이요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마음의 상처를 고이 덮어서, 가슴속에 넣어 두고 평생을 살아갈 용기가 있을까?..... '나도 남 모를 위선자다!' --- 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