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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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廉尙燮, 횡보橫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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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 ‘만세’가 일어나던 전해 겨울이다. 세계대전이 막 끝나고 휴전조약이 성립되어서 세상은 비로소 번해진 듯싶고, 세계개조의 소리가 동양 천지에도 떠들썩한 때이다. 일본은 참전국이라 하여도 이번 전쟁 덕에 단단히 한밑천 잡아서, 소위 나리킨(成金), 나리킨 하고 졸부가 된 터이라, 전쟁이 끝났다고 별로 어깻바람이 날 일도 없지마는, 그래도 또 한몫 보겠다고 발버둥질을 치는 판이다.
동경 W대학 문과에 재학 중인 나는 때마침 반쯤이나 보던 연종시험(年終試驗)을 중도에 내던지고 급작스레 귀국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생겼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그해 가을부터 해산 후더침으로 시름시름 앓던 아내가 위독하다는 급전(急電)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동경에서 떠나오던 날은 마침 시험을 시작한 지 둘째 날이었다. 그날 나는 네 시간 동안이나 시험장에서 추운 데 휘달리다가 새로 한시가 지나서 겨우 하숙으로 허덕지덕 나아오려니까, 시퍼렇게 언 찬밥덩이(생기기도 그렇게 생겼지마는, 밤낮 찬밥덩이만 갖다가 주는 하녀이기에 내가 지어 준 별명이다.)가 두 손을 겨드랑이에다 찌르고 뛰어나오는 것하고, 동구 모퉁이에서 딱 마주쳤다. “앗! 리상, 지금 오세요? 막 금방 댁에서 전보환(電報換)이 왔던데요. 한턱 내셔야 합넨다, 하하하.” 하고 지나쳐 간다. 그러지 않아도 사오 일 전에 김천(金泉)의 큰형님이 부친 편지가 생각나서, 어쩌면 오늘 내일쯤 전보나 오지 않을까? 하는 근심인지 기대인지 자기도 알 수 없는 막연한 생각을 하며 오던 차에 그런 소리를 듣고 보니, 가슴이 뜨끔하면서도 잘 되었든 못 되었든 하여간 일이 탁방이 난 것 같아서 실없이 마음이 턱 가라앉는 듯도 싶었다. ---본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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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깊이 있는 이야기와 감동을 담은 1318 청소년문고는 고전부터 현대문학, 국내외 폭넓은 작품을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고민하고 꿈꾸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책을 통해 세상을 넓게 바라보고 사고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습니다.
『만세전』은 1318 청소년문고의 34번째 작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