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물매미 7
바람은 그냥 불고 15 백치(白痴) 아다다 41 별을 헨다 63 설수집(屑穗集) 81 율정기(栗亭記) 125 이불 131 최서방(崔書房) 138 |
河泰鏞
계용묵의 다른 상품
|
물매미 놀림은 역시 아침결보다 저녁결이 제 시절이다. 학교로 갈 때보다는 올 때가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는 모양이다. 아침에는 기웃거리기만 하다가 내빼던 놈들이, 돌아올 때면 그적에야 아주 제 세상인 듯이 발들을 콱 붙이고 돌라 붙는다. 오늘도 돈 천 원이나 사 놓게 된 것은 역시 오후 네시가 지나서부터다.
지금도 어울려오던 한 패가 새로이 쭈욱 몰려들자, 물매미를 물에 띄운 양철 자배기 가장자리로 돌아가며 칸을 무수히 두고, 칸마다 번호를 써넣은 그 번호와 꼭같은 번호를 역시 1에서 20까지 쭉 일렬로 건너쓴 종이 위에 아무렇게나 놓았던 미루꾸 갑을 집어들고, “자, 과잔 과자대루 사서 먹구두, 잘만 대서 나오면 미루꾸나, 호각이나, 건, 소청대루 그저 가져가게 된다. 자, 누구든지.” 하고 노인은 미루꾸 갑을 도로 놓고 조리를 들어 물매미를 건져서 자배기 한복판에 굵다란 철사로 둥글하게 휘여, 공중 달아 놓은 그 동그라미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 동그라미를 통하여 물 위에 떨어진 물매미는 물속을 버지럭버지럭 헤어 돌더니, 4자 번호 칸으로 들어간다. “자, 보았지? 4자에다 미루꾸를 대고 이렇게 되면 미루꾸를 가져가게 되는 판이다. 자, 누구든지.” 하고, 아이들을 쓱 훑어보았다. 그러지 않아도 구미가 동하여 한쪽 손을 호주머니 속에 넣고 오물거리던 한 아이가 자배기 앞으로 바싹 나서며 란드셀을 멘 채 쪼그리고 앉더니, 십 원짜리 한 장을 밀어 내놓는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