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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팥빙수|바다를 닮은 조갯국에 관한 추억|닭죽 한 그릇의 추억|어머니와 칼국수|보신탕 가족 회식|고3 시절 어느 아침상의 북어국|사과를 깎으며 축제를 꿈꾼다|콜라와 자살 미수사건|야구장 입구에서 비운 독한 콜라 한 병|「독사가」와 막걸리|일곱 살, 나의 첫 번째 술주정|쌀막걸리를 처음 맛보던 날|맛있는 라면 끓이기|하숙집 아줌마와 커피 한 대접|반월공단 박 기사와 커피 철야|할머니의 양갱|빙어회에 관한 짧은 생각|6과 9의 차이, 돌사탕에 관한 추억|불고기와 도덕책|술배를 달래며|탈영병과 초코파이|불가리아 친구와 풋고추|똥 먹은 옥수수|산낙지와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꼭 닭다리로 보였던 붕어튀김|나는 어떻게 담배를 배우게 되었나|담배를 끊으려면|큰누나의 쇠고기수프|똥과자를 아시나요|흉년 들녘에서 도토리묵을 떠올리다|모과, 그 향기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사라지는가|송편 떡살 속에 꼭꼭 다져 넣는 이야기|내 살구술은 누가 먹었을까|민망하게 맛있던 진영 단감|처갓집 감나무를 떠올리며|아버지와 영양솥밥|아버지 월급날의 생일 케이크|이모와 파란 바나나|돼지 피고름 한 사발|명동 거리와 돈가스|그 저녁의 꽃게 소동|그해 겨울의 귤난리|방울이가 사냥한 토종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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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릇 음식으로 추억하는 ‘사람’과 ‘세상’, 그 따뜻한 성찰
미식가도 식도락가도 아닌 한 무명작가가 음식을 소재로 한 ‘맛있는’ 책을 선보였다. 그는 음식을 통해 그가 기억하는 자신, 그리고 사랑하고 미워했던 사람들의 삶으로 이어진 굴곡을 더듬어본다. 하루 세 끼 마주하는 밥상머리에서 ‘밥값’을 하는 존재인지 심각하게 되묻고 ‘밥줄’과 ‘밥버러지’에 대해 생각하는 그는, 가깝거나 먼 추억의 저편으로 기억을 이어간다.
어린 시절 엄마 몰래 만들어 먹었던 설탕과자 달고나, 추운 겨울밤 형제들의 얼굴과 함께 떠오르는 귤, 흔하지 않던 시절 처음 먹어본 돈가스, 한 덩어리의 완결적 생명체와 일 대 일로 마주해야 하는 빙어회, 속쓰림에 뒤척인 다음날 벌건 얼굴로 후루룩 들이마시는 북어국, 정겹고 매정한 기억을 함께 가진 커피 한 잔에 관한 추억…. 이 글은 음식을 매개로 해서 기억 저편의 사람들을 차례로 불러내어 따뜻하고도 눈물겨운 추억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탄탄한 문장력에 힘입어 잘 삭은 젓갈처럼 글에서 깊고 정겨운 맛이 배어나온다. 지난해 인터넷 신문 <오마이 뉴스>에 연재되어 폭넓은 독자층을 끌어들이며 많은 호응을 받은 작품이다. 김은식의 글은 엄격한 자기 검열을 거쳐 생각이 오래 곰삭은 뒤에야 비로소 나온 것이다. 그리고 일상의 평범한 소재를 풍부한 표현으로 묘사한 문장력도 돋보인다. 하나의 음식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결코 기성작가에 뒤지지 않는다. 이 책에는 다양한 맛이 공존한다. 그리고 그 맛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추억과 잇닿아 있다. 완고한 할아버지로부터 의외의 면을 발견하게 해준 팥빙수, 증조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간 서커스장에서 재주 부리는 곰보다도 더 사내아이의 시선을 사로잡은 양갱, 시골집에 초대받은 불가리아인 친구가 고기반찬을 마다하고 서슴없이 집어 든 매운 풋고추, 술 마시고 들어온 고3 아들을 위해 어머니가 끓여주신 북어국, 초등학생 꼬마와 문방구점 아저씨 간에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게 한 뽑기 돌사탕, 젊은 시절 저자의 깃발이요 상징이었던 백기완 선생이 고문 후유증이 도질 때마다 한두 사발씩 마셨다고 하는 돼지 피고름, 부대를 탈영해 몇 달 뒤 시체로 발견된 어느 병사의 주머니 속에 들어 있던 초코파이 두 봉지, 반월공단 박 기사가 야간 근무를 위해 준비하는 커피…. 그가, 그리고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음식에는 이렇듯 웃음을 배어물게 하고 때로 눈물짓게 하는 많은 사연이 깃들어 있다. 삶에 대한 후회와 연민, 그리고 사랑 그의 글 가운데 커피와 관련된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하루에도 몇 잔씩 ‘들이붓는’ 커피에 대해 또 다른 사색을 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숙취에 힘겨워하는 가난한 입주 과외교사의 쓰린 속을 외면하고 하숙집 아줌마는 자식의 공부를 맡기기 위해 꿀물 대신 커피를 한 대접 들이밀고, 쏟아지는 졸음을 이기지 못해 손가락이 기계에 날아갈 수도 있는 야간 근무에 대비해 반월공단의 박 기사는 하루 종일 동료들의 커피를 조금씩 덜어 자기 몫의 ‘야간 커피’를 준비해 놓는다. 이쯤 되면 커피는 여유롭게 마시는 기호품에서 ‘기능성 음료’가 되고 만다. 커피 한 잔을 추억하는 저자의 생각이 이렇듯 깊고도 만만치가 않다. “‘맛있는 추억’은 ‘사랑했던 사람’과 같은 말이며, 또 그들에 대한 사랑 고백이며, 다르게는 내가 살아온 길지도 않은 삶에 대한 후회이고 반성이며 사랑이고 연민이다. 그래서 맛있는 추억은 아름답고 즐거운 추억이며 마음저린 추억이고, 또 오늘 살 일을 생각하는 것이다.” ―「맛있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중에서 저자의 말처럼 ‘맛있는 추억’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억에서 비롯된다. 먹고 마시는 음식을 통해 지난 시절을 곱씹으며 그들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길지 않은 삶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하며 오늘을 생각한다. 시고 달고 쓰고 떫고 매운 이 한 권의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가슴 훈훈한 지난 시절과 사람들을 추억하게 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