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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대륙의 두 얼굴
웅혼과 졸렬의 공존∥대륙이 인간의 마음에 남긴 것 제1장 대륙 기질과 하오커(好客) 정신 1. 친구와 형제들, 거멀과 톄거멀 화이허의 경고∥벙부 화이허 취재기∥친구의 친구를 위한 의리 2. 중원의 탄생과 의리의 네트워크 중국인의 네트워킹∥"하늘 끝에 있다 할지라도 이웃과 같으리니"∥한족과 조선족의 차이∥서북 승냥이와 동북 호랑이∥권도(權道)를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벗∥태산에 올라 공자가 본 것∥‘천하’의 두 가지 뜻∥만리장성 안의 천하∥중원의 탄생 3. ‘하오커(好客)’ 정신과 계명구도(鷄鳴狗盜) 양사 풍조와 직하학궁(稷下學宮)∥계명구도(鷄鳴狗盜)의 교훈∥하오커(好客) 정신∥환대와 적대∥환대의 취약성∥맹상군 식객의 썰물과 밀물∥합종과 연횡 논리의 등장∥중원과 광장의 개방성 제2장 아큐를 위한 변명 4. 아큐 또는 신민(臣民) 기질 아큐의 정신 승리법∥장자와 아큐∥관펑과 아큐∥전제통치의 폭압과 아큐 정신∥아큐를 위한 변명∥전제(專制) 기계 밑에서∥노예근성: “혁명도 좋구나!” 5. 웨민쥔(岳敏君)의 웃는 비애 바보의 웃음 시리즈∥파안대소의 정신 승리법∥아큐와 홍위병의 ‘혁명 사상’∥현대의 아큐∥아큐의 한숨∥소신 없는 구경과 방관∥소신 없는 지식인 6. ‘주커(逐客)’의 논리와 제국의 폐쇄성 제국 논리의 탄생∥환대에서 순명책실로∥침묵도 불허하는 제국 통치공학∥이사: 제국 논리의 완성자∥간축객서(諫逐客書): “태산이 높아진 까닭은……”∥분서갱유(焚書坑儒): 관리가 스승인 디스토피아∥아큐 양산하는 전제통치 공학 제3장 황제의 딜레마 7. 엽공호룡(葉公好龍)과 황제의 딜레마 과거제도: 미끼와 올가미∥콩이지(孔乙己): 과거 낙제의 폐인∥엽공호룡(葉公好龍)과 황제의 딜레마∥1956년의 백화제방과 백가쟁명∥마오쩌둥의 ‘양모(陽謀)’ 8. 중국 지식인의 은자(隱者) 기질 “난세를 만나거든 숨어라”∥나루터에서 공자는 무엇을 외쳤는가∥홀로 선함의 한계∥숨을 것인가, 벼슬할 것인가∥《주역》의 두 대가, 왕부지와 이광지∥정치에 대한 두 가지 극단∥공자의 그릇된 설정 9. 그물과 올가미의 세계 “끓는 물 항아리에 들어가시지요!”∥“악한은 다른 악한에 의해 갈려 나간다”∥나직경(羅織經): “군주가 버리면 간신이다”∥아큐는 어떻게 단련되었는가 10. 중국 천자의 아큐적 속성 진시황과 호해와 바가야로∥당 태종 이세민의 정신 승리법∥주원장(朱元璋): 아큐의 선조∥아큐 황제의 문자옥(文字獄)∥천자와 아큐의 공통점∥전제군주의 참을 수 없는 모호함∥아큐 홍위병의 진시황과 주원장 숭배∥주원장의 두 얼굴∥천자는 바위조차 곤장형에 처하노라 제4장 황제 없는 제국의 통치공학 11. 국민정당으로서 중국공산당 영웅이 말안장에서 내려온 뒤∥극단을 오간 중국∥공산당의 변신∥자본가의 입당을 허용하는 공산당∥중국공산당의 변신의 의미 12. 엘리트주의와 폐문회의 거대한 인간 피라미드∥폐문회의: 권력 탄생의 산실∥닫힌 문 밖에서∥폐문회의와 민주집중제∥당원과 비당원의 분단 13. ‘두 가지 자루(兩杆子)’와 내부참고 중국 대사관 오폭의 수수께끼∥일반 기자와 ‘내참 기자’∥공산당 기밀 매체의 역사∥신화통신사의 내부참고 시리즈∥최고기밀, 절대기밀, 비밀∥‘마이크’이자 ‘눈과 귀’∥공자님 말씀과 내부참고∥당 중앙선전부의 언론 통제∥인터넷 시대의 만리장성 나가는 말: 중원은 언제 열리는가 미국 백인 사회의 때늦은 반성∥달라이 라마는 중국 국가 주석이 될 수 있을까∥“사방을 다 막지는 말라”는 가르침∥소수민족 우대 정책과 환대∥열린 사회를 위한 경쟁∥닫힌 중원은 언제 열리는가∥논쟁과 덕쟁과 백화제방 주 도움 받은 글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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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중국의 대륙이라는 환경이 거기 살아온 중국인의 기질과 심성에 무엇을 남겼는지를 탐구한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중국인에게 영향을 끼친 지리 환경으로는 우선 범람하는 황허(黃河)와 먼지 풀풀 날리는 광활한 황토 대지를 꼽아야 할 것이다. 이를 ‘대륙’이라는 한 낱말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지리 환경 요인은 중국인들에게 ‘대륙 기질’이라는 마음의 주름을 남겼다. 대륙 기질은 벗 사귀기를 좋아하는 ‘하오커[好客]’ 정신에서 잘 드러난다. 지리 환경 다음으로, 정치 환경은 중국인의 마음에 또 다른 주름을 남겼다. 2천 년 이상 지속되면서 중국인들의 삶을 압도한 중국 황제의 절대 권력과 전제통치 체제는 중국인의 심성에 짙은 멍 또는 그늘을 남기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글에서는 황제(천자) 제도가 중국인들의 심성에 남긴 자취에 ‘아큐 기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중국인의 대륙 기질은 그들의 삶을 압도한 전제통치 체제 아래 짓눌릴 때 아큐 기질로 왜곡되었다. 전제통치 치하의 중국 지식인은 그 체제의 손발이 되거나 아큐가 되어야 했다. 전제통치의 수단이 되고 싶지도 않고 아큐가 되고 싶지도 않은 지식인들은 산 속으로 또는 속세의 티끌 속으로 숨어들어가야 한다. 이 독특한 은둔의 전통이 중국의 지식인에게 ‘은자(隱者) 기질’이라는 주름을 남겼다. ‘대륙 기질’, ‘아큐 기질’, ‘은자 기질’ 등의 표현은 중국인을 찬양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폄하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이는 오늘날 중국인들의 집단적 무의식 속에서 그들의 행동에 장기적인 영향을 끼쳐온 매우 지속적이고 끈질긴 경향성을 이해해보기 위한 설명의 틀이자 가설이다. 열린 마음으로 벗을 사귀고자 하는 중국인들의 호방한 기질은 ‘대륙 기질’이란 프리즘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반면에 체제 순응적이고 체념적인 중국인들의 또 다른 면모는 ‘아큐 기질’이나 ‘은자 기질’이란 프리즘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 pp.9-10 천하란 모두 왕의 땅이며, 그 땅 위의 모든 인간은 왕의 신하이자 백성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이른바 ‘왕토’ 사상이다. 바야흐로 중화중심주의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중국의 황제만이 하늘로부터 명[天命]을 받은 ‘천자(天子)’이며, 따라서 그 천자가 다스리는 영역이 ‘천하(天下)’라는 허위의식은 여기서부터 생겨났다. --- p.65 아큐의 ‘정신 승리법’은 아큐라는 인간형을 가장 집약적으로 설명해준다. 아큐는 외부 세계의 폭압에 대해 이미 정신적으로 완전히 항복한 상태이거나 그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누가 5리를 가자고 하면 이미 10리를 갈 준비가 되어 있고, 왼뺨을 때리면 차라리 곤장을 쳐달라고 엎드릴 심성을 지니고 있으며, 누가 자기를 짐승이라고 부르면 자신은 짐승만도 못한 벌레라고 인정할 태세가 갖춰져 있는 것이다. 다만 자신이 눈곱만큼이라도 우세를 누릴 수 있는 여지가 보이면 안하무안으로 유세를 떨고, 허용된 공간 안에서는 소극적인 저항 또는 몸부림으로 자기기만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다. --- pp.101-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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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은 왜 그토록 이중적인가!
지난 3월 16일, 중국에선 건물 옥상에서 떨어져 신음하는 6세 어린아이를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 보도되어 ‘중국인의 몰인간성’이 다시 화제에 올랐다. 이처럼 진실성 없는 중국인에 대한 비난은 매년 반복되는 불량식품 파동이나 역사 왜곡, ‘짝퉁 천국’ 등의 불명예로 켜켜이 쌓여왔다. 그런가 하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로 중국은 21세기의 새로운 패권국으로의 야무진 도전에 나서기도 했다.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거부하고 개혁개방의 기치 아래 다시 세계의 중심에 서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이토록 상반된 중국, 중국인의 모습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반만 년 역사를 함께 걸어온 가장 친숙한 이웃이지만, 만리장성과 자금성의 위용 저편에 가려진 중국인의 깊숙한 내면을 알기란 쉽지 않다. ■ 중국인의 첫 번째 얼굴, 호방한 '대륙 기질' 저자는 5천 년 중국사는 대륙의 패권을 둘러싼 쟁탈과 분열의 역사라고 요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중원의 원심력이 구심력을 압도하는 시기, 뭉치려는 힘보다 터져 나가려는 힘이 더 강력한 분열의 시기가 닥쳐오면 중원의 주인이 되기 위해 영웅들은 천하의 마음을 얻어야 했다. 이 개방적인 마음이 중국인의 호방한 대륙 기질을 낳았다. 열린 마음으로 친구 사귀기를 좋아하고 의리를 중시하는 중국인들의 심성인 ‘하오커(호객, 好客) 정신’과 전국시대부터 유행한 ‘선비 기르기(양사, 養士)’의 풍조가 이때부터 비롯되었다. 저자는 이를 ‘대륙 기질’이라고 이름 붙인다. ■ 중국인의 두 번째 얼굴, 졸렬한 '아큐 기질' 그러나 지루한 전쟁이 끝나고 군웅할거의 분열기를 통과한 권력자는 구심력이 더 이상 위협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가장 가혹한 수단을 동원해 모든 분열의 조짐을 짓밟게 된다. 예를 들어 진시황의 재상이었던 이사(李斯)가 바로 이런 경우다. 그는 자신을 다른 나라 출신이라는 이유로 내쫓는 진시황을 향해 「간축객서」라는 글을 올려 널리 인재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일단 자신이 재상에 올라 진나라가 중원을 통일하자 책을 불태우고 사상가들을 압박하는 분서갱유를 단행한다. 이런 가혹한 전제통치의 공포는 신민의 마음에 굳센 빗장을 지르게 만들었고, 여기에서 아큐 기질이 생겨났다. 현대 중국 작가인 루쉰(魯迅)은 그의 중편소설 「아큐정전」에서 ‘아큐’라는 주인공을 통해 전통적 중국인의 몽매함과 노예근성을 고발한 바 있다. 루쉰은 이러한 심성이 아큐를 비롯한 당시 민중들의 공통적 속성임을 간파했다. 「아큐정전」의 주인공 아큐는 날품을 팔아 겨우 생계를 이어가는 하층민이다. 집도 절도 없이 마을의 사당에 기숙하다 막일이 생기면 그 일로 먹고산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는 분명 객관적으로 부랑자에 가깝지만 자만심은 하늘을 찌른다는 것이다. 건달들이 자신을 괴롭히면 스스로를 ‘벌레’라고 외치며 놔달라고 소리치지만, 건달들이 몇 대 두들기고 가버리면 10초도 지나지 않아 기분이 흡족해지는 인간이 바로 아큐였다. 이에 기반하여 저자는 대륙 기질의 인간상이 ‘주커(축객, 逐客)의 논리’로 대변되는 전제통치의 절대적 폭압 아래 짓눌렸을 때 이들의 심성이 이러한 아큐 기질로 왜곡된다고 주장한다. 현실의 폭압에 이미 철저하게 굴종하고 있으면서도 늘 자기기만적인 만족에 젖어 살아가는 심성인 아큐 기질이 저자가 선택한, 중국인을 이해하는 두 번째 프레임이다. ■ '아큐적 인간'의 정점, 천자(天子) - 고구려 정벌에 실패하고도 천자로서 비단을 하사한 '아큐' 당태종의 예 아큐적 속성은 비단 민중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대륙에 퍼진 아큐 기질은 천하의 주인이라는 ‘천자(天子)’에게서도 발견되었다. 우리는 고구려 정벌에 실패한 당태종의 예에서 천자의 자기기만적인 강박이 그를 어떻게 아큐로 만들었는지를 찾아볼 수 있다. 당시 고구려 양만춘의 저항에 부닥쳐 50만 대군을 이끌고도 패배한 안시성 싸움에서 당태종 이세민은 적장 양만춘에게 성주로서 성을 지킨 것을 아름답게 여긴다며 비단 100필을 하사하고 돌아갔다. 여기서 우리는 중국의 황제인 ‘천자’가 갖는 중층적 아큐 기질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대륙의 일부만을 장악하고서도 중원을 ‘천하’로 여겼으며, 자신은 하늘의 명을 받은 ‘천자’로 여기는 자기기만적 중심주의에 사로잡혔다. 그러므로 아큐적 인간의 정점은 부당한 현실에 저항할 줄 모른 채 자기만족에 젖은 애달픈 아큐적 하층민이 아니라, ‘천하’라는 수사적 발명품을 실제로 착각하고 스스로를 ‘천자’로 참칭하는 억지를 부린 중국의 지배자들이었다. 사상과 학문의 자유를 허가하지 않고 분서갱유를 단행한 진시황제도 결국 ‘아? 천자’ 중 하나일 뿐이다. ■ 5천 년 제국통치를 계승한 중국공산당, 그들만의 통치 메커니즘을 파헤친다! 저자는 이런 중국인의 집단심성은 여전히 이어져오고 있으며, 따라서 왕조체제를 극복하고 사회주의국가를 건설한 현재의 중국 역시 이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한다. 즉 현재의 중국공산당은 예전의 ‘천자’가 앉았던 자리를 차지한 현대판 황제이며, 그 통치공학은 과거 그 어떤 시대보다 더 철저해졌다고 말한다. 이는 오늘의 중국공산당이 과거의 황제들처럼 국가의 분열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점, 여전히 바깥을 허용하지 않는 보편주의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바야흐로 ‘국민정당’으로 거듭난 중국공산당은 강력한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한편, ‘하나의 중국’이라는 개념으로 새로운 통일제국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공산당은 지금까지 원심력을 통제하고 짓누르기 위해 강력한 통치 수단과 잘 단련된 조직 체계를 발전시켜왔다. “안정이 모든 것을 압도한다”는 구호에는 중국공산당의 공포와 권력의지가 함께 담겨 있다. 저자는 이런 통치공학이 어떤 시스템으로 작동하는지 중국공산당 내 의사결정 구조인 ‘폐문회의’와 기밀매체인 '내부참고'를 통해 정교하게 분석한다. 우리는 여기서 “그 지위에 있지 아니하면 정치를 논의하지 아니한다”는 공자의 말이 공산당 시스템으로 완성되는 아이러니를 본다. ■ ‘열린 대륙’으로 거듭난 중국을 기대하며 저자는 이 책을 단순히 중국인들의 ‘아큐 기질’을 비판하기 위해서 쓴 것이 아니다. 저자는 춘추전국시대라는 혼란기에 오히려 다양한 사상들이 태어나 지적으로 풍요로웠음에 주목하고, 중국이 다시 이런 개방성과 포용력을 갖기를, 온전한 ‘대륙 기질’을 회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 특히 중국이 차세대 세계 리더를 꿈꾸는 지금, “중국이 미국과 경쟁에서 승리하는 길은 미국보다 더 열린사회가 되는 길”이라는 저자의 말은 매우 시의적절해 보인다. 미국의 경우로 봐도, 대국의 국력은 언제나 개방성과 포용력에 비례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을 넘어서 진정한 ‘세계의 중원’이 되기 위해선 5천 년 역사를 지배해왔던 자신들 마음속의 프레임을 투명하게 들여다보고, 온전한 ‘대륙 기질’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