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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희망 몽당연필 부탁 시간 꽃 피는 전화 눈부신 속살 외출에서 돌아와 집 나무를 위한 예의 좋은 약 아내 2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우리나라의 가을 햇빛 그날 이후 울던 자리 꽃이 되어 새가 되어 줄장미꽃 고욤감나무를 슬퍼함 아름다운 짐승 선물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2부 가슴이 콱 막힐 때 오늘의 약속 풀꽃 아내 2 행복 안부 악수 꽃 피우는 나무 뒷모습 가을, 마티재 산수유 꽃 진 자리 사랑 딸에게 1 눈부신 세상 딸에게 2 기쁨 갑사 입구 촉 사랑 하늘의 서쪽 귀소 3부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참말로의 사랑은 붓꽃 멀리있어도 보이는 날 강물과 나는 제비꽃 추억 천천히 가는 시계 산촌엽서 사는 일 미소 사이로 순정 서러운 봄날 내가 사랑하는 계절 나뭇결 별리 들길을 걸으며 비단강 떠나와서 봄눈 기도 4부 아름다운 사람 그냥 멍청히 시 배회 돌계단 빈손의 노래 등 너머로 훔쳐 듣는 대숲바람 소리 막동리 소묘 구름 외할머니 앉은뱅이꽃 어린 날에 듣던 솔바람 소리 숲 속에 그 나무 아래 상수리나뭇잎 떨어진 숲으로 어머니 치고 계신 행주치마는 들국화 가을 서한 1 가을 서한 2 대숲 아래서 다시 산에 와서 나태주 문학연보 |
羅泰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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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와 그림이 만나다
1971년에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당선한 나태주 시인이 종려나무 출판사에서 두 번째 시화집 『너도 그렇다』를 출간했다. 1999년에 이어 두 번째 시화집이다. 시화집에 함께 실린 그림은 시인이 직접 그린 그림들로 흑백의 명암만으로 표현된 연필그림이다. 그래서인지 더욱더 순수하고 정갈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매연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도심에서 빠져나와 소나무 숲을 산책하는 느낌을 선물한다.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 텄습니다. 직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시」 전문 시화집 뒤표지에 실린 詩이다. 지지난해 병고(病苦)로 저승의 문턱에서 돌아온 시인의 심상이 禪의 경지를 펼쳐 보여준다. 일상에서 보석처럼 건져 올린 시들이 한층 더 우주의 깊이와 넓이로 확장되어 있다. 이승의 삶을 모조리 청산하고 저승사자를 따라가다가 다시 돌아온 삶이라 그런지 시인의 눈에 비췬 세상은 모두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아프기 전에도 풀잎 위에 맺힌 이슬하나부터 어린 꼬마들의 재잘거림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사랑한 시인이었다. 이런 시인의 삶에 뭘 더 더할까 싶었지만 생사의 갈림길을 돌아온 시인은 마치 갓 태어난 어린아이의 눈빛이 되어 신비한 세상을 읽어준다. 그래서 그의 손끝에서 재탄생된 연필 그림과 시들도 우주의 별빛처럼 영롱하고 맑기만 하다. 시화집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다 보면 어느 시골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어린 아이들이 뛰어나올 것만 같고, 나뭇가지 위에 있는 새둥지에서 새들이 알을 품고 있을 것만 같다. 숲속을 걷다가 두 팔을 쫙 뻗어 숨을 확 들이마시면 묏등을 타고 놀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 호박넝쿨이 초가지붕을 기어오르는 집에서 저녁 먹으라고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시화집은 제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고향편지처럼 읽히는 총 158편의 시가 오롯이 담겨있다. 특히 이번 시화집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은 가족과 아내에 대한 사랑과 모든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우정 그리고 자연에 대한 신비와 감탄 등. 갓 세상에 태어난 아기가 세상에 대해 가지는 신비감과 경외감처럼 시인에게는 모든 것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대상으로 비춰진다. 첫 편으로 수록되어 있는 「희망」이라는 시에서 시인은 「날이 개면 시장에 가리라/ 새로 산 자전거를 타고/힘들여 페달을 비비며/.......‘ 이 시의 마지막 구절에서는 ’시장에 가서는/ 아내가 부탁한 반찬거리를 사리라/ 생선도 사고 채소도 사 가지고 오리라‘라고 말한다. 아마도 이 시는 병상에서 쓴 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쉽게 이룰 수 있는 일상들이 「희망」으로 승화되는 순간이 있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닳고 닳아서 쓸모없어진 「몽당연필」이라는 시에서는 교육자로 살아온 시인의 검소한 삶이 제자사랑에서 아내에 이어 결국 자신에 대한 존재론적 의미로까지 확장되는 사유로 전개된다. 「부탁」이란 시에서는 “너무 멀리까지는 가지 말아라/ 사랑아// 모습 보이는 곳까지만/ 목소리 들리는 곳까지만 가거라// 돌아오는 길 잊을까 걱정이다/사랑아”라고 쓰고 있어 삶에 대한 열정이 ‘사랑’의 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는 말씀이예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과 더불어 약과 더불어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장롱에 비싸고 좋은 옷도 여러 벌 가지지 못한 여자예요. 한 남자의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의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는 여자예요.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는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니 여자예요. 돈을 아끼느라 꽤나 먼 시장 길도 걸어 다니고 싸구려 미장원에만 골라 다니 여자 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잘 들어 응답해주시는 하나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전문 평생을 같이 한 아내에 대한 시인의 사랑에 가슴이 찡해지는 詩다. 이번 시화집에서 두드러진 소재 중에 하나가 바로 평생을 같이 한 아내에 대한 안쓰러움과 미처 다 전하지 못한 사랑이다. 평생을 남편과 가족만을 위해 살아온 아내를 두고 어느 날 문득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갈 뻔 했던 순간에 쓰인 시는 아니었을까. 인?의 황혼기에 든 시인의 아내 사랑이 사뭇 진지해서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시화집에 실린 시 한편 한편이 모두 맑게 우러난 사골 국물 같은 맛으로 읽혀진다. 어설프게 흉내 낼 수 없는 맛과 빛깔이 독자들의 가슴에서 기름기를 덜어내 시원하고 맑은 바람으로 채워주는 시와 그림으로 갈무리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