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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작품들
예술의 비밀을 풀어주는 미완성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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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영원한 형벌 _ 미켈란젤로의 노예상들

미래에 부친 피날레 _ 푸치니의 '투란도트'

아이콘의 죽음 _ 마릴린 먼로의 마지막 영화

완성, 죽음과도 같은 _ 트루먼 커포티의 『응답받은 기도』

거친 거리에서 _ 벨벳언더그라운드의 '잃어버린 앨범'

속죄의 사원 _ 안토니오 가우디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오데사에서 국수를, 비예르초브니아에서 연극을 _ 발자크의 『인간희극』

그의 시선이 요구하는 것 _ 터너의 작품들

첫눈에 반하는 사랑이 미완성으로 끝날 수 있을까? _ 장 르누아르/피에르 브롱베르제, '시골에서의 하루'

시에나와 피렌체의 야망 _ 시에나 대성당

미완을 향한 글쓰기 _ 조르주 페렉의 『'53일'』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찾아보기

저자 소개 2

이자벨 밀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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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belle Miller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으며, 문학과 기호학을 전공하였다. 박사논문으로 「침묵, 자백, 글쓰기, 고백의 세 가지 표현 양식 : 프랑스 소설에 나타난 사랑의 고백」(1988)이 있다. 산문집 『사랑의 은유』(1997)와 소설 『스탕달 신드롬』(2003), 예술서 『미완의 작품들』을 발표하였다.
1969년 부산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10대학 대학원에서 미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서화에 관심이 많은 부모님 덕분에 어려서부터 문화와 예술의 세계를 동경했으며, 그림에 대한 글을 쓰고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클림트, 황금빛 유혹》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반 고흐》 《어린이를 위한 그림의 역사》 《미술사 아는 척하기》 《화가로 보는 서양미술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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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5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470g | 148*210*30mm
ISBN13
9788960900561

책 속으로

미완성 작품은 어떤 면에서 중지된 시간과 창작 행위를 포착하는 일종의 사진을 자처한다. 미완성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은, 결코 미완성이 될 수 없는 사진과 항상 미완성으로 남는 자서전 사이에서 삶을 조명하는 일과도 같다. 그런데 우리네 삶보다 더 미완성인 게 또 어디 있을까? --- p.14

노예상들은 미켈란젤로의 미완성 작품 전체의 축소판이다. 그들의 지나치다 싶게 가냘픈 발이나 떡 벌어진 어깨는 자신을 불만스럽게 여겼던 미켈란젤로와 닮았고, 후원자들과 정치권력에 굴복해야 하는 예술가의 제약에 대해 일러준다. --- p.41

“이것으로 거장의 작품이 끝났습니다. 그분은 여기까지 작업한 후에 돌아가셨습니다.”
(…) 다른 지휘자가 토스카니니를 대신해서 오케스트라 앞으로 나왔다. 무대 위의 군중은 류의 죽음에 눈물을 흘렸고, 객석의 청중은 푸치니의 죽음에 눈물 흘렸다. --- pp.64-65

미완성 유물 중에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만큼 매혹적인 건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성당의 주된 매력은 분명 그것이 미완성이라는 사실에서 나온다. 그것은 마치 활화산처럼 활동 중인 미완성, 생방송의 극적인 특성을 모두 간직한 이 시대의 미완성이다.

--- p.168

출판사 리뷰

뒤집어보는 예술사 : 미완성은 완성보다 매혹적이다
잘 알려진 미완성 작품 11점

역사상 위대한 예술 작품이나 작가를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대개 완성된 작품과 그 창작자를 대상으로 삼는다. 그런데 과연 그 잣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걸작의 기준이란 무엇일까? 예술가가 끝까지 마무리한 작품만이 의미 있는 것일까? 나아가, 예술의 가치가 작품에만 있는 걸까 그것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이나 예술가의 고민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일까?

『미완의 작품들』은 바로 그 과정, 즉 ‘초벌과 걸작 사이’에 주목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예술가들의 작품 11점이 주인공이다. 시대순으로 보면 1200년대 말 착공한 시에나 성당에서부터 1500년대 미켈란젤로의 노예상 연작, 1800년대 발자크의 소설, 터너의 회화, 장 르누아르의 영화, 가우디의 건축물, 1900년대 푸치니의 오페라, 트루먼 커포티의 소설, 마릴린 먼로가 출연한 영화, 벨벳언더그라운드의 음악을 거쳐 최근작으로는 1980년대 조르주 페렉의 소설에 이른다. 그중에는 뒷사람이 이어받아 완성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미완성 그대로 남은 작품도 있고, 여전히 완성을 향해 진행 중인 작품도 있다.

저자 이자벨 밀레에 따르면 “미완성 작품은, 작품 제작 과정에 대한 비밀을 완성된 작품보다 더 많이 드러낸다.” 예술의 역사상 미완성으로 남은 작품들은 수없이 많다. 능력이나 영감이 부족해 완성하지 못한 경우도 있지만, 지나친 의욕과 이상 탓에 마무리 짓지 못한 것들도 있다. 일부러 완성하지 않은 것으로 짐작되는 경우도 있고, 여러 제약으로 말미암은 미완성도 있다.

이 책은 그런 미완성 작품들 중에서 완성작 못지않은 미적 가치와 드라마를 내포한 것들을 다룬다. 시대와 관점에 따라 사람들은 완성작으로 내놓은 작품을 미완성이라 보기도 하고, 미완성으로 알려진 작품을 걸작이라 평하기도 한다. 따라서 저자는 미완성 작품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에 얽힌 상황, 나아가 우리의 관점에 초점을 맞춘다. 작품의 제작 여건, 예술가의 동기와 계획, 여러 가지 난관들을 살펴보면서, 미완성 작품들을 둘러싼 독특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은 왜 멈춰야만 했을까
예술가를 지배한 시대, 죽음, 욕망, 상처

미완성 작품은 완성된 작품에서 찾아볼 수 없는 단면을 드러낸다. 그 단면에서 우리는 작품이 멈출 수밖에 없었던 맥락을 읽을 수 있다.

1) 시대와 권력 등 외적 제약
미켈란젤로의 노예상들, 시에나 성당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조각가이자 화가 미켈란젤로는 당시 최고 권력자인 교황의 주문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노예상 연작은 미켈란젤로가 남긴 대표적인 미완성 작품이다. 권력자의 변덕과 교체에 따라 다른 작품의 주문에 밀려난 것. 후대 사람들은 이 노예상들의 모습에서 예술가의 저항과 고통, 그리고 자존심을 읽기도 한다. 시에나 성당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성당을 지으려는 포부로 약 150년간 증축공사를 거듭했으나 1348년 유럽 전역을 덮친 페스트로 공사를 중단하면서 미완성으로 남았다.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이 성당은 뛰어난 세부 장식과 조각품들을 남겨, 완성된 어느 성당 못지않은 예술성을 자랑한다.

2) 죽음이라는 운명
푸치니의 '투란도트', 안토니오 가우디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푸치니는 60대의 나이에 이르러 웅장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로 열정을 쏟았다. 오페라 '투란도트'가 바로 그것이다. 그는 대본작가들의 글이 함량에 미치지 못하자 직접 쓰고 작곡하며 몰두했으나, 후두암으로 사망하면서 완성을 보지 못했다. 그 뒤 작곡가 프랑코 알파노가 뒷부분을 완성하고, "내 '투란도트'를 맡아달라"고 했던 푸치니의 말에 따라 토스카니니가 초연의 지휘를 맡았다. 그러나 토스카니니는 알파노가 작곡한 부분을 탐탁지 않게 여겨, 푸치니가 작업한 부분까지만 지휘를 하고 지휘대를 떠났다.

스페인의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설계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성가족 성당). 고딕 양식에서 한 발 나아간 새로운 건축을 꿈꾼 그는 종교적 신념의 힘으로 작업을 추진했는데, 생전에 이미 마칠 수 없는 과업임을 알고 있었다. 가우디는 이 성당이 기부를 바탕으로 한 속죄의 사원이라는 취지에 충실하려 했다. 성당 건설은 그의 죽음으로 중단된 뒤 스페인 내란으로 파괴의 길에 접어들어 20년간 방치되었지만, 후대 사람들의 힘으로 지금까지 건설되고 있다. 미완성이지만 현재 진행형이기에 기대를 모으며, 이 시대 사람들이 건설 과정에 동참한다는 의의를 갖는다.

3) 제작 여건과 제작자의 성향
마릴린 먼로의 마지막 영화, 벨벳언더그라운드의 '잃어버린 앨범', 장 르누아르피에르 브롱베르제, '시골에서의 하루'

마릴린 먼로의 30번째 영화가 될 뻔했던 영화 '섬싱스 갓 투 기브'. 1962년 4월 촬영을 시작했으나 20세기폭스사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그 해 6월에 제작을 중단했고, 10월에 촬영을 재개할 예정이었으나 8월에 먼로가 사망하면서 영원한 미완성작으로 남았다. 여기에 여배우의 순탄치 못했던 삶과 죽음을 둘러싼 소문, 제작진들 간의 마찰 등이 숱한 이야깃거리를 낳았다.

벨벳언더그라운드는 1964년 루 리드를 중심으로 결성된 그룹으로, 멤버 간의 불화 등 우여곡절을 겪다가 해체되고 말았는데, 그 전에 녹음한 MGM―SE 4641 앨범은 새로이 MGM 레코드사의 사장이 된 마이크 커브의 금지 조치로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그 뒤 팬들이 짜깁기한 해적판으로 유명해졌고, 벨벳언더그라운드의 후속 음반들에 나뉘어 실린 것으로 짐작되지만 끝내 독립된 앨범으로 나오지 못해 신비감을 더한다.
프랑스 영화감독 장 르누아르가 연출한 단편영화 '시골에서의 하루'. 이 영화는 모파상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파리의 상인 가족이 소풍 갔다가 벌어지는 한나절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런데 촬영 기간 중 예기치 못한 폭우 등으로 원하는 장면을 찍기 어려워진 데다 촬영진 사이의 불화가 겹쳐 영화는 중단되고 말았다. 이후 이 작품은 장 르누아르의 관심에서도 벗어나 미완성 상태로 개봉했으나, 오히려 걸작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오늘날 전설의 영화로 남았다.

4) 작가의 욕망 혹은 사생활
트루먼 커포티의 『응답받은 기도』, 발자크의 『인간희극』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함께 오늘날 미국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 트루먼 커포티. 그는 직접 보고 들은 상류사회의 무절제한 생활을 소재로 소설 『응답받은 기도』를 쓰려고 계약을 맺었으나, 오히려 자신의 방탕한 생활 탓에 집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계속 마감을 미루던 커포티는 두 차례에 걸쳐 원고 일부를 발표했지만, 평단의 반응은 부정적이었고 비밀을 폭로당해 분개한 사교계 친구들이 등을 돌리는 결과만 초래했다.

발자크는 『고리오 영감』 등의 작품들로 이름을 알린 뒤, 자신의 모든 소설들을 묶어 당시 프랑스 사회를 이해하는 수단으로 삼겠다면서 단테의 『신곡』에 빗대어 『인간희극』이란 제목을 붙였다. 이 소설은 그의 생전에 몇 차례 출간되긴 했으나 그는 인쇄된 책에도 계속해서 수정을 거듭하는 완벽주의적인 창작 방식을 고집했다. 게다가 새 작품을 덧붙여나가야 했으므로, 처음부터 미완성일 수밖에 없는 연쇄소설이었다. 그러나 약 100편에 달하는 소설과 산문으로 구성된 『인간희극』은 일체감과 일관성을 보여주었고, 발자크는 19세기 프랑스 사회상을 가장 풍부하고 상세하게 조명한 기록자로 남았다.

5) 해석의 차이
터너의 작품들

오늘날 대표적인 풍경화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윌리엄 터너. 그는 빛의 묘사에 획기적인 표현을 낳은 화가로 인상파의 등장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가 활동하던 시기에는 그의 화풍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그는 습작이나 스케치 형태의 작품도 많이 남겼는데, 완성한 작품마저도 경계가 모호하고 흐릿한 탓에 미완성작이라 오해받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그는 전시회 개막 전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벽에 걸린 자신의 그림에 과감히 덧칠을 하는 등, 창작 행위를 작업실에 국한하지 않았다. 또한 구매자의 기호에 따라 작품 방향을 정해 완성하는 방법도 택했다. 그의 작품은 당대에는 논쟁을 불러일으켰지만, 이후 관람객의 시선을 움직임 속에 빨아들이고 무한한 세계를 탐색해 시대를 앞서간 화가로 평가받았다.

6) 의도적인 미완성
조르주 페렉의 『‘53일’』

『사물들』 『인생사용법』 등으로 잘 알려진 작가 조르주 페렉은 실험적인 글쓰기를 도입해 독특한 소설 양식을 보여주었다. 『'53일'』은 조르주 페렉이 죽는 순간까지 작업하던 소설이자 그의 유일한 미완성 소설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 스탕달이 『파르마의 수도원』을 쓰는 데 걸린 날 수에 하루를 보탠 53일 만에 소설을 쓴다는 취지로 이 작품에 착수했다. 『'53일'』에서 그는 스탕달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배경, 다양한 문학작품 등을 이용해 마치 탐정소설처럼 구성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완성하지 못한 소설이 아니라 미완성에 관해 말하는, 미완성을 의도한 소설로 읽힌다.

은유와 통찰이 빛나는 해석
저자의 감수성에 중독되다

미완성 작품과 작가들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저마다 나름의 매력을 풍긴다. 거기에 더해,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 또한 매력적이다. 저자 이자벨 밀레는 흥미로운 이야기에다 문학적인 해석과 감성을 입혀 독자들을 이끈다.

미완성이라는 주제 아래 작품과 작가들의 삶을 절묘하게 엮어내는 솜씨 덕분에, 이 책은 단순한 작품론이나 작가론의 차원을 넘어선다. 즉 작품과 사회, 역사, 예술가들의 삶과 함께 우리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끔 한다. 그 방식은 때로 연대기적 서술을 거슬러 재뢱성한 드라마이고,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듣는 인터뷰이며, 팬의 입장에서 던지는 질문과 평가 그리고 안타까움을 담은 독백이기도 하다. 미켈란젤로가 율리우스 2세와 불화를 겪는 장면에서는 마치 내레이터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며, 작품을 뒤로 한 채 죽음을 맞이한 발자크를 이야기할 때는 안타까운 심경을 내비친다. 그런가 하면, 진지한 논의를 하는 와중에 슬쩍 위트를 섞기도 한다.

이 책은 각 예술가가 활동하던 시기부터 오늘날까지 논의돼온 다양한 견해들을 균형 있게 다루고 있다. 따라서 독자는 미완성 작품을 둘러싼 사회적비평적 맥락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미완의 작품들』은 한 사람만의 저술이 아닌, 예술가들과 더불어 호흡해온 사람들의 공동 작업인 셈이다. 이제 우리에겐 그 풍성한 논의의 장에 동참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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