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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문
1.?고장-풍경: 펼쳐짐, 시야, 단절 2.?‘산’과 ‘물’ 3.?온몸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풍경에 대하여 4.?지각적인 것이 감정적으로 나타날 때 5.?물질적인 것으로부터 ‘정신’이 나올 때 6.?긴장 상태 7.?특이화, 변화, 먼 곳 8.?합의 옮긴이의 말 참고 문헌 |
Fransois Jull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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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란 더는 “바라보기” 위한, “표현하기” 위한 대상이 아니다. 이 두 동사는 사실 풍경이라는 용어를 가장 많이 동반하는 동사들이다. 하지만 이제 풍경은 생명 유지에 관계된다. 내가 이 책의 제목에 쓴 “…로 살아가기(vivre de)”란 표현은 다소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방법이나 수단을 뜻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의미의 “…로(de)”의 사용으로 인해, 구체적인 것과 추상적인 것의 구분이 없어지는 수준까지 한층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를 사용한 이유는 다음과 같은 또 다른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함이다. 즉, 우리가 “풍경”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이상 흔히 정의되듯 자연이 한 ‘관찰자’에게 ‘소개하는’ 지역의 ‘부분’이 아니라, 삶이 끊임없이 활력을 얻는 근원이라는 것을 생각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서문」중에서 ‘풍경’이라는 것은 시선의 전환이 은밀하게 이루어질 때 존재한다. 형이상학이 수도 없이 언급해 왔던 시선의 전환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욕구를 일깨워 이 앞의 사물로부터 시선을 돌리게 만들어 저 너머의 사물, (플라톤이 말하는) “관념의 장소”에 옮겨다 놓는 그러한 전환이 아니다. (…) 여기서 수행되는 시선의 전환이란 무엇과 단절되거나, 아니면 무엇을 버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 주체가 자신을 파악하기 위해 세상에 자신을 내던지듯이 시선이 대상을 싸안고 세상에 자신을 내던질 때, 그때는 풍경이 생기지 않는다. 그 시선이 사물들의 관계 속에 끼어 들어가고 긴장 상태를 이루는 대립?상관관계의 망 속에 잠기게 될 때, 바로 그때 풍경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 속에서 ‘주체’는 해체되고, 주도권이나 독점권도 일제히 사라진다. --- p.35~36 정자에서는 몇 시간이고 머물 수 있기에 하루의 빛과 그것이 만드는 시간의 조용한 변화들을 느낄 수 있다. 이곳에는 매 계절마다 올 수 있기에, 한 해의 변화 또한 느낄 수 있다. 이곳은 시각적인 만큼 청각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이 바람 소리를 가로지르는 날카로운 새소리도 들을 수 있다. (…) 바로 여기에서 우리는 저 일상의 세상으로부터, 저 모든 규정과 욕망, 목표, 의무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바로 이곳에서 우리는 ‘실현’에 이르는 것이다. 물론 ‘무엇을’ 실현시키는 것인지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아무런 강제 없이, 어떠한 것도 강요됨이 없이, 확산되는 침투에 의해, 그러니까 인식적인 존재에서 떠나 (암묵적인) 합의의 관계로 들어가면서, 이 ‘실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 p. 2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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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라는 개념을 통해 살펴본 동서양 사유의 차이
프랑수아 줄리앙은 동양과 서양의 사유를 비교·성찰함으로써 세계 철학계에 신선한 영감을 불어넣은 철학자이다. 이번에 출간된 『풍경에 대하여-풍경으로 살아가기, 또는 이성이 지나친 것』은 동서양의 ‘풍경’ 개념을 분석함으로써 두 세계의 사유 체계의 근본을 밝히고 그 차이점을 분석한 저서이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회화는 인물을 그린 초상화와 자연을 그린 풍경화로 나눌 수 있다. 초상화는 주로 권력자와 유명인사의 의뢰를 받아 그린 것이므로 애초부터 화가의 개성이나 예술성이 드러날 여지가 크지 않았다. 그런데 풍경화에서도 자연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게 아니라 이상화되고 표준화된 양식에 약간의 상상력을 섞어 표현하는 게 중요한 시대가 있었다. 귀족이나 부호의 의뢰를 받아 그려진 고대 로마 시대의 풍경화가 바로 그 예이다. 서양의 경우 이런 풍경화의 원칙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16세기 이후로 그 지역적 중심은 네덜란드와 플랑드르였다. 그래서 미술사에서는 이 시기를 근대 풍경화의 출발점으로 잡는다. 이 책은 전체 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 고장-풍경: 펼쳐짐, 시야, 단절]에서는 16세기 유럽의 회화의 발전과 함께 형성된 ‘풍경’이라는 개념을 되짚어 본다. 저자는 풍경에 대한 유럽적 사고의 형성에 영향을 준 세 가지 선입관으로 ①풍경이란 ‘부분-전체’의 관계에 종속되어 있다는 사고, ②풍경은 우선적으로 시각적인 것이므로 외관과 관련되어 있다는 생각, ③‘주체-대상’이라는 결합적 개념에 풍경 역시 종속되어 있다는 사유를 꼽는다. 이어지는 [2장 ‘산’과 ‘물’]에서는 유럽과는 전혀 다른 중국의 풍경 개념을 설명한다. 중국에서는 이미 고대부터 풍경을 일컬어 산수(山水) 또는 산천(山川)이라 했다. 이는 풍경이 ‘고장’이나 ‘영토’, 부분의 명시, 시각의 독점적 힘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세상을 긴장 상태에 들게 만드는 근본적인 극성(極性)과 관련함을 말해 준다. 산과 물, 하늘과 땅, 동과 서 같은 이항들은 부분이 아닌 전체를 아우르며 형성된 것으로, 어떤 광경을 ‘앞에 둔’ 관찰자를 전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이항들 ‘사이에’ 내가 놓임으로써 곧 풍경과 자아가 동화되게 만든다. [3장 온몸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풍경에 대하여]에서는 중국에서 풍경화란 “산, 바위, 대나무, 파도, 안개, 구름”처럼 항상 변화하는 대상을 다룸으로써 사물의 생성과 세상의 운용과 관계하며 고갈되지 않는 풍부함을 드러낸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풍부함은 대립·결합하는 인자들 사이의 활동력 있는 긴장관계에 의해서만 가능하며, 여기서 서구식 존재론과 차별화되는 중국식 사유 속에 존재하는 ‘항구성’ 또는 ‘끈끈함’의 개념이 발견된다. 저자는 특히 11세기 화가 곽희의 풍경 개론을 언급하면서, 그가 말하는 풍경이란 머물고, 거닐고, 서로 모여 사는 곳, 즉 “온몸으로 받아들이는(a vivre)” 풍경임을 강조한다. [4장 지각적인 것이 감정적인 것으로 나타날 때]에서는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은 비단 지각적인 것에만 관계되지 않음을 환기시키면서, 풍경이란 무언가를 지각하는 동시에 깊이 느낄 때, 다시 말해 ‘지각적인 것’이 ‘감정적인 것’이 될 때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17세기 사상가 왕부지의 이론을 소개하면서 풍경과 감정, 또는 지각적인 것과 감정적인 것의 분리는 명목상으로만 이루어질 뿐이며 바로 그러한 구분이 없어질 때 풍경이 만들어진다고 본다. [5장 물질적인 것으로부터 ‘정신’이 나올 때]에서는 서양과 중국의 정신 개념을 비교·분석한다. 저자는 정신이란 근본적으로 물질성이 연장되는 가운데 솟아나는 것이라 지적하면서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 사이의 단절이 없어질 때, 곧 정신적인 것이 물질적인 것으로부터 빠져나올 때 풍경이 생긴다고 말한다. 중국 철학의 핵심 개념인 ‘기(氣)’는 곧 존재와 사물을 관통하며 힘을 불어넣는 유동적 흐름의 근원이며, 다양한 극성의 거대한 상호 관계를 통해 세상을 감싸는 풍경이야말로 이러한 기를 드러나게 만들어 준다. [6장 긴장 상태]에서는 ‘긴장’이라는 개념을 통해 풍경을 설명한다. 저자는 중국의 사유가 대립-상관관계를 통해 긴장 관계를 자연스럽게 강조하고 있으며, ‘산수’ 또한 하늘과 땅 사이의 긴장이 만들어 낸 모양으로서 풍경은 곧 그러한 긴장 관계가 다양하게 펼쳐진 것이라고 본다. 서양의 ‘고장’에는 긴장이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무력하게 나열된 인자들만 있을 뿐이지만, 이 고장에서 떨어져 나온 중국의 풍경 속에는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하는 수많은 긴장 관계가 존재하며 그 속에는 무력함과 죽음이 아닌 ‘삶’이 깃든다. [7장 특이화, 변화, 먼 곳]은 제목에서 언급된 세 요인이 고장을 풍경으로 승격시키는 강화 효과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밝히고 있다. 저자는 먼저 ‘특이성’이 풍경 속에서 확연히 나타날 때 풍경이 생긴다고 말하면서, 풍경이 개별적인 독특함을 띠게 만들어 주는 전체로서의 특이성의 개념을 설명한다. 그다음으로 풍경 속의 긴장 관계를 확대시키는 과정에서 생기는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변화’의 효과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중국 회화에서 ‘먼 곳’의 개념이란 곧 서양 회화의 ‘지평선’ 개념에 반대되는 것으로서 끊임없이 연장된 것, 무한으로 이어지며 시선이 길을 잃게 만드는 연속된 경치들의 펼쳐짐임을 설명한다. [8장 합의]는 저자가 ‘합의’, 또는 ‘암묵적 합의’라 부르는 것의 의미를 설명하는 데 할애하였다. 여기서 합의란 ‘지식’에 모순되는 개념이며 지식에 맞서서 지식이 숨겨 버린 것을 되찾고자 하는 것으로서, 세상에 대한 또 다른 관계를 일컫는다고 말한다. 따라서 지적 인식 능력이 암묵적인 합의로 기울어질 때, 나와 세상의 관계가 객관화에서 무언의 소통으로 변할 때 곧 풍경이 태어난다는 것이다. 우리의 정신이 지식의 절대적 지배에서 벗어나 암묵적 합의의 체제를 세울 때 비로소 우리는 장소와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장소들은 그 자체로 풍경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