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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온 건 맞는데 가출은 아니에요
영감님이 오셨다 나폴리를 보고 죽는다고? 데 나다 왜 문을 열어 놨어? 하쿠나 마타타 나히 저자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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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은 쇼타의 집으로 가자 당장 그랑 투르를 떠나자고 말했다.
“18세기 유럽인들은 그랑 투르를 떠났대. 유럽의 문화유산 나들이와 같은 것이지. 올해는 세 개의 미술 페스티벌이 겹치는 해야. 5년에 한 번 열리는 카셀 도큐멘타와 10년에 한 번 열리는 조각 축제 뮌스터 프로젝트, 2년에 한 번 있는 베니스 비엔날레. 내가 올해 여행을 떠나지 않는 것은 예술가로서의 책임방기라고 할 수 있지.” --- p.54 쇼타는 말로만 듣던 에펠탑을 보고 입을 쩍 벌렸다. 하지만 아까부터 흥분으로 온몸이 터질 것 같던 유석은 에펠탑을 보자 폭발할 지경이 되었다. 그는 '올랭피아'의 흑인노예를 떠올렸다. 벌거벗은 백인 여인 뒤에 그림자처럼 숨어 있는 여인. ‘에펠탑의 우아한 선과 특유의 격자무늬는 흑인 여인과 잘 어울리는 그물 스타킹처럼 보이는군.’ 유석은 이렇게 생각하며 에펠탑 아래에 오랫동안 서 있었다. 그는 에펠탑 아래에서 위로 사진을 올려 찍었다. 마치 나부의 사타구니에 집착하는 사진가처럼 그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영감이 떠올랐다. --- p.111 재스민이 가게 밖으로 사라졌을 때 유석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사물의 색이 흑과 백으로 바뀌는 것 같았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재스민이 문을 닫은 그 순간부터 문 주변을 시작으로 모든 사물이 도미노처럼 원래의 색을 잃어갔다. 식탁 위를 장식했던 보랏빛 보자기도, 쇼타가 입은 파란 재킷도 모두 검게 변했다. “검은 색은 색이 아니야.” 유석은 늘 이렇게 주장했던 아버지의 말을 떠올렸다. 정신을 차렸을 땐 세상이 온통 흑과 백으로 나뉘어 있었다. --- p.154 “요즘 유럽에서 신기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 한쪽에서 불어로 얘기하면 다른 한쪽에서 독어로 얘기하는데 둘의 대화가 잘 통한다는 거야. 우리도 한번 해보자.” 호르헤의 제안에 따라 네 사람은 그때부터 스페인어와 한국어로 각자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무런 제약 없이 서로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완벽한 마법이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 다만 이들은 이것이 공통의 혼에서 나온 작은 기적이라고 믿었다. 그 공통의 혼이란 말할 것도 없이 예술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그들은 언어 없이도 자유로웠고 행복했다. --- p.257 “나에게 세상은 차가운 곳이 아니라 추운 곳이야. 차가움은 만져야만 느낄 수 있지만, 추위는 가만히 있어도 느낄 수 있거든. 바람이 불어 콧속으로 들어올 때처럼 추울 수밖에 없는 그런 느낌. 아, 나는 점점 의식의 폭포수를 오르듯이 내 삶의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어. 그곳이 어딘지는 나도 몰라. 그래서 이렇게 과도기의 세상을 헤매고 다녀. 나를 받아줄 곳이 어디일지 몰라서 항상 밖으로 나돌았던 거야. 아버지의 빛과 그림자 뒤를 헤매면서. 결국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겠지만 아직까지 나는 아버지의 세계 안에 머물러 있어.” “어느 세계에 속하는 것은 그 세계에 지는 일과 같은 거야. 그 세계에 내 세계를 빼앗기게 되니까. 가족, 네가 말하는 아버지, 그런 것들은 아마도 네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속한 것들이겠지. 나는 그런 것에서 벗어나려고 엄청나게 애썼어. 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자는 분노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 --- p.291 인간은 누구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과 충돌한다. 유석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막 한 명의 예술가이자 인간으로서 성장하려는 이 과도기의 순간에 하필 그는 깊은 자기 회의에 빠지고 말았다. 유석은 아직도 '눈 오는 아프리카'를 아버지의 아틀리에에서 봤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그것이 그의 손에서 사라지고 나자 그 작품은 머릿속에 전설처럼 남아 있었다. 그는 '눈 오는 아프리카'가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작품이며, 그것을 마지막으로 남긴 아버지야말로 정말 위대한 예술가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러자 그는 '눈 오는 아프리카'를 뛰어넘을 자신이 없어졌다. 매일 밤 유석은 하얀 캔버스가 점점 넓어져서 마침내 운동장만 한 크기로 변하는 것을 목격했다. --- p.334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눈 오는 아프리카요.” “아프리카에 눈이 온다? 하하하.”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얼룩진 세상 위에 눈이 내리면 어떨까 하는 것이죠. 남들은 척박하다고 하는 땅 위에 언젠가 눈이 내려 세상을 포근하게 감싸 주면 좀더 평화로운 세상이 될 거예요.” --- p.406 유석은 예술이란 현실에서는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환상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구현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 환상의 세계란 아이의 세계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은 나이가 들면서 훼손된다. 아이들이 비닐봉지를 쓰고 돌아다니면 귀여운 장난이고 젊은이가 그러면 치기로 불리지만, 늙은이가 그런 짓을 하면 변태로 낙인찍힌다. 하지만 장난과 치기와 변태성은 모두 다 훌륭한 예술적 요소이다. 선입견에 대한 저항이 없었더라면 예술이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알고 보면 모든 예술가들은 어린아이가 되려고 예술을 하는 것이다. --- p. 4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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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겨울의 새벽녘, 야마 고을주 선생은 바흐의 오보에 협주곡 D단조가 흐르는 가운데 임종을 맞이했다. 그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외아들 유석이었다. 유석은 이젤 위에 있는 15호 캔버스를 보자마자 마치 바늘에 후두부를 찔린 것처럼 아찔했다. 캔버스는 텅 비어 있었지만, 유석은 그림을 본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 했다. 그의 눈에는 텅 빈 캔버스가 마치 하얀 눈으로 뒤덮인 아프리카 대륙처럼 보였다. 그는 이 그림에 '눈 오는 아프리카 '라는 제목을 붙였다.
세밀화로 유명했던 야마 고을주의 작품은 사후에 가격이 세 배나 상승했다. 가족들은 재산 분할을 위한 회의를 열었다. 그들이 할 이야기는 뻔했다. 야마의 초기 대표작으로 꼽힌 '야마 자화상 '에 대한 소유권 논쟁이었다. 유석의 어머니는 '야마 자화상 '을 야마위문사위 측에 팔아넘기는데, 이번에는 그림의 위작 논란이 일어난다. 대학에 떨어져 재수를 하게 된 유석은 서울로 상경해, 아버지의 연인으로 알려진 최영자 교수를 찾아간다. 유석은 최 교수로부터 '야마 자화상 '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는다. 유석은 '야마 자화상 '을 가지고 있는 쇼타와 함께 유럽 여행을 결심한다. 유석과 쇼타는 런던에 도착, 쇼타는 6년 전 집을 나간 형을 찾아 헤매고 유석은 진짜 '야마 자화상 '을 찾기 시작한다. 영국, 아일랜드,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오스트라이, 헝가리, 로마……. 쇼타는 열심히 형의 발자취를 찾아 돌아다니고, 유석 역시 아버지의 진짜 자화상을 찾아다니며, 두 청년은 자신들도 모르게 조금씩 성장하게 된다. 칠레에 도착한 유석은 산티아고 현대미술관에 갔다가 예술인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유석은 예술에 뿌리를 두고 있는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자유롭게 서로의 예술관을 주고받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유럽에서 에티오피나, 케나, 인도에 도착한 유석과 쇼타는 드디어 여행의 결실을 맺게 된다. 인도 바라나시에서 쇼타는 드디어 형을 만나게 되고, 유석은 아버지의 유작 '야마 자화상 '에 얽힌 비밀을 풀고, 진짜 '야마 자화상 '을 찾게 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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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성장소설의 새로운 시작
이 작품은 만화잡지 「팝툰」에 연재된 것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으로, 저자가 직접 352일 동안 39개국을 여행하며 실시간으로 써내린 여행소설이자, 성장소설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행지에 대한 묘사와 에피소드는 상당 부분 저자가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현실감을 더한다. 글을 쓰며 여행한다는 것에 누구나 다 부러운 시선을 보내겠지만, 저자는 1년여 간의 여행을 다음과 같이 추억한다. “호텔에 처박혀 와인을 마시며 글을 쓰다가 또 어디론가 떠나버릴 수 있다니, 얼마나 낭만적인가? (낭만은 개뿔. 내가 거쳐간 호텔마다 낭만은 없고 넝마는 있었다.) 어느 순간 여행을 위한 노동인지, 노동을 위한 여행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글을 써야 할 때매다 노트북 충전기기가 고장 나거나 인터넷에 접속하는 데 한 시간이 걸리거나 하는 일들이 일어났다. 나는 생각나면 언제든 노트북을 깨부술 수 있도록 망치를 코트 안주머니에 넣어 다니고 싶은 충동과 매일 싸워야 했다.” 1년간의 여행을 통해, 소설 속의 주인공과 함께 작가로서 한층 성숙되어 돌아온 작가 권리를 만나볼 수 있다. 미술품을 둘러싼 진품과 위작의 진실을 밝히는 지적 미스터리! 이 작품은 주인공들의 성장과 여행을 다루고 있지만, 그 안에는 미술품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도 담고 있다. 주인공 유석의 아버지는 한국 미술계의 거장으로, 그가 죽고 나자 그의 유작을 둘러싸고 가족 친척 지인들까지 달려들어 서로 소유권을 주장하며 논쟁을 벌인다. 특히 그의 유작 중 유일한 자화상으로 알려진 '야마 자화상'은 국내 미술계는 물론 해외 미술품 위작 단체와도 연계되어 있어 국내외 미술계를 술렁이게 한다. 아버지의 유일한 자화상을 찾아 유석은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그림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과의 치열한 두뇌 싸움을 벌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