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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와의 대화
브로샤이 저 / 정수경 역
에코리브르 200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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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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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저자 : 브로샤이(Brassai 1899~1984)
루마니아의 헝가리령인 브라소프에서 태어났다. 부다페스트와 베를린의 미술학교에서 공부한 그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로 건너가 계속 파리에서 살았다. 그림뿐 아니라 여러 방면에 조예가 깊었으며, 헨리 밀러, 미쇼를 비롯한 많은 작가들과 함께 자유분방한 생활을 만끽했다. 그는 파리의 야경 사진을 처음으로 촬영하면서 유명해졌는데, 이를 계기로 사진 역사에 중요한 인물로 자리잡았다. 1940년 독일군이 파리를 점령하자 프랑스령인 리비에라로 피신했다. 그러나 파리에 숨겨두었던 음화들이 습기로 상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곧 파리로 돌아왔다. 파리 점령 기간에는 거리에서 자유로이 사진 찍는 것이 금지되었으므로 그림과 조각을 다시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피카소 · 밀러 · 마르셀 프루스트에 관한 수필을 통해 작가로서의 작업도 완성해갔다. 그는 여느 기록사진들과 달리 활동적인 것보다 정적인 대상을 더 좋아했지만, 낙서처럼 가장 무생물적인 대상에 인간의 삶에 대한 따뜻한 느낌을 불어넣기도 했다. 1931년 자신의 사진과 시인 폴 모랑의 글을 함께 수록한 사진집, 《파리의 밤(Paris de Nuit)》으로 다음해 영국의 권위 있는 사진문화상인 에머슨상을 받았다.
역자 : 정수경
가톨릭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앙리 마티스의 방스 로사리오 경당>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창원대학교 미술학과에 출강하였으며,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강사와 평화 방송 <함께 보는 교회미술>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2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502쪽 | 734g | 152*225*35mm
ISBN13
9788990048141

책 속으로

피카소 - 네, 저의 작품이군요. 진품입니다. 저는 1922년 여름 이에르에서 이 작품을 그렸습니다.

방문객 - 그러면 제가 선생님께 서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서명이 없는 피카소의 작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애통한 일입니다! 저희 집에서 이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가짜라고 의심할 수 있거든요.

피카소 - 사람들은 늘 제 예전 작품에 서명을 해달라고 부탁하는데, 정말 우스운 일입니다. 저는 다른 방법으로라도 제 작품들에 표시를 남겼습니다. 작품 뒷면에 서명을 한 시기도 있엇죠. 1914년까지 입체주의 시기의 모든 작품에는 그림틀 뒷면에 이름과 날짜를 적어놓았습니다. 사람들이 크레타에서 브라크와 제가 더 이상 작품에 서명을 하지 않기로 했었다는 이야기를 퍼트린 것으로 아는데.. 우리는 그림 자체에 서명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 서명이 그림의 구성을 방해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나중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그림의 뒷면에 표시를 남기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부인, 만약에 제 서명과 날짜를 보지 못하셨다면 그것은 액자에 가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방문객 - 하지만 피카소 선생님, 이 그림이 선생님의 것이라면, 저에게 서명을 해주시는 정도의 친절은 베풀어주실 수 있지 않나요?

피카소 - 아뇨, 안 됩니다. 부인! 제가 만일 지금 이 그림에 서명을 한다면, 저 역시 위작을 만드는 죄를 짓는 것입니다. 1922년에 그려진 작품이 어떻게 1943년의 서명을 담고 있을 수 있습니까? 안 되겠습니다, 부인, 유감스럽지만 저는 서명을 해드릴 수 없군요.

--- pp.117~118

출판사 리뷰

예술가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나를 알고 싶으면 이 책을 읽어라!

피카소에 대한 연구는 끝이 없다. 그는 1907년 〈아비뇽의 아가씨들〉로 입체주의의 문을 연 작가로 널리 인식되고 있지만, 그의 입체주의 시기는 작품 세계 전체를 두고 볼 때, 깊은 우물의 표면에 지나지 않는다. 피카소에 관련된 연구가 그 어떤 작가들보다 많고, 그에 대한 책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해준다. 그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그의 뒷이야기들, 이를테면 그의 많은 여자들과 화상에 얽힌 이야기들, 그리고 예술가로서 뿐만 아니라 시대 흐름에 타협하는 데 능한 장사꾼으로서의 면모까지, 피카소를 한 명의 천재화가에서부터 사기꾼에 이르기까지 다각도에서 살펴보았다. 이렇듯 전세계적으로 피카소에게 바쳐진 책은 수십 권에 달했다. 그러나 그 어떤 작품에서도 브로샤이의 이 작품만큼 피카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보여주지는 못했다.
브로샤이의 글은 피카소의 작품을 평한 평론집도 아니고, 그의 삶을 미화시키기 위한 전기도 아니며, 예술가로서의 삶을 분석하고 비판한 글도 아니다. 단지, 중요한 일이 있었다고 생각된 날에, 또 기억에 남은 즐거운 일이 있었던 날에, 피카소와 그의 친구들이 나누었던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한, 지극히 평범하면서 시시콜콜한 일상까지를 꾸밈없이 담아놓은 글이다.

1964년 처음 출간된 《피카소와의 대화》는, 현대미술의 거장 피카소와 당대 최고의 사직작가 브로샤이가 나눈 대화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친밀한 관계 속에서 나눈 이 두 위대한 예술가들의 대화는 놀랄 만한 기록을 보여준다. 1939년 이후 30여 년간 피카소와 나눈 대화의 기록은 예술가로서 피카소의 보헤미안 기질과 초현실주의에 대한 피카소의 생각, 그리고 파시즘에 대한 증오, 동료 예술가들에 대한 멘트 등 예술가로서의 피카소와 일상인으로서의 피카소의 모습을 생생하게 살려내고 있다. 이 생생함은 여느 피카소 관련 책이 갖지 못한 큰 장점이다.

‘피카소와의 대화’. 나는 그것들을 다시 읽어보았고 피카소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이것이 우리의 대화라는 것을 알고도 그리 놀라지 않았다. 그는 그 당시에도 이것을 읽었고, 나의 ‘마리나 이야기’와 파리 점령기에 한 술집에서 기록했던 대화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피카소:이것을 모두 당신이 썼단 말입니까? 정말 대단한 열정이군! 자, 앉아서 좀 읽어봅시다.

나는 종이 뭉치에서 무작위로 골라잡아 몇몇 ‘방문’에 얽힌 이야기를 읽어주었다. 스무 쪽, 서른 쪽…… 계속해서 읽어주었다. 그는 계속해달라고 부탁했다. 피카소는 주의 깊게, 생각에 잠겨서, 즐거워하며 이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때때로 좀더 세부적인 설명을 부탁하거나 못 다한 이야기를 완성해주기 위해서 읽기를 멈추게 했다.

피카소에게 직접 듣는 피카소의 삶, 그리고 예술

브로샤이도 본문에서 밝혔듯이, 자신의 생각이나 감상을 극도로 배제한 채 되도록 모든 대화를 객관적으로 옮겨놓으려 했다. 중간 중간에 소견이 첨가되기는 하지만, 이는 글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읽는 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일 뿐이다.
그가 이렇듯 직접화법의 형식을 빌려 이 책을 구성한 것은 그의 생생한 글 솜씨에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직접화법으로 옮겨진 피카소의 일화들은 미술가로서의 피카소뿐만 아니라 생활인으로서의 피카소라는 새로운 면모를 경험하게 해준다.
그는 고고한 예술가로서의 삶만 산 것은 아니었다. 돈, 특히 현찰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집착했고, 지불해야 할 돈을 제대로 지불하는 않는 경우도 많았다. 또 자신의 건강에 대해 병적일 만큼 걱정이 심했던 엄살꾼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에게 예술의 원천이자 영감의 근원이었지만, 두려움과 멸시의 대상이기도 했던 여자들에 대한 피카소의 일화들. 브로샤이가 써내려간 대화들을 하나하나 읽다보면 인간 피카소에 대해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피카소가 간간이 남긴 미술에 대한 의견들은 그가 천재 화가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천재 화가는 죽어서만 이름을 남길 수 있다는 19세기 낭만주의적 발상에서 벗어나, 위대한 화가, 천재 화가는 살아서 그 이름을 널리 알리고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최초의 미술가이기도 하다.

브로샤이는 살아 있는 눈이다-헨리 밀러

“브로샤이는 살아 있는 눈이다.”
헨리 밀러는 이렇게 썼다. 그것은 단지 브로샤이가 위대한 사진작가 중 하나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눈은 그 어느 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한 예술가의 보편적인 호기심이기도 하다. 그러나 브로샤이가 한 가지 표현방법에만 머물러 있기에 세상은 너무도 다양했다. 그는 사진작가로서 뿐만 아니라 화가, 데생작가, 영화인, 그리고 문필가로서도 작품을 남겼다.
《피카소와의 대화》는 피카소가 이미 미술가로서 이름이 널리 알려졌던 1940년대 이후의 일화들을 일기 형식으로 써 내려간 글이다. 브로샤이라는 사진작가가 처음으로 피카소를 만나던 기억에서 시작하는 이 글은 그가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파리를 떠났다가 자신의 사진 작품이 손상될 것을 우려해서 다시 파리로 돌아왔던 1943년경의 이야기부터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당시 피카소는 초현실주의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미노토르〉 지에 작품을 싣고 있었고, 장 콕토, 엘뤼아르와 같은 당대 문인들과 디아길레프를 비롯한 러시아 발레의 선구자들과 함께 교류하면서 미술뿐만 아니라 문학, 무용, 연극 등 다방면에 걸쳐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특히 그의 《꼬리 잡힌 욕망》은 초현실주의의 자동 기술법에 따라 쓴 희곡 작품으로 피카소의 문학적 소양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유일무이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부아줄루 성에서 피카소의 위풍당당한 자동차였던 히스파노 수이자의 불빛으로 그의 조각 작품들을 촬영했다. 그는 또 피카소가 라보에티 가와 전쟁 중 그랑오귀스탱 가에서 생활했던 시절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프랑스 남부 미디 지방에서 피카소를 만나게 된다. 피카소를 중심으로 그의 주변에서는 그와 가깝게 지냈던 사람들과 프레베르, 엘뤼아르, 르베르디, 사르트르, 카뮈, 콕토, 미쇼 등이 힘을 되찾고 있었다.
말재주가 뛰어났던 브로샤이는 당시에 풍성했던 일화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전해주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피카소의 재능과 예술적인 문제들을 깨닫게 해주는 심도 있는 작품을 쓰기도 했다.

당대 최고의 사진작가 브로샤이의 앵글에 잡힌 피카소의 예술, 그리고 삶

세계적인 사진작가 브로샤이가 가까이에서, 피카소와 피카소의 작품을 직접 찍은 50여 컷에 달하는 사진 자료들은 그 동안 국내에서는 보지 못한 귀한 자료들이다.
브로샤이는 주로 피카소의 조각 작품을 촬영했는데, 피카소는 그의 사진을 어느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보다도 좋아했다. 피카소의 조각 작품들은 브로샤이라는 눈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

피카소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

피카소는 매일 오전에는 손님을 맞이하고 오후에 작업을 했다.
그 방문객들은 그의 절친한 친구들에서부터 화상들, 그를 취재하고 싶어하는 기자들, 그를 동경해 보고 싶어하는 일반 방문객에 이르기까지 하루에도 수십 명씩을 맞았다. 이런 방문객들과의 대화는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특히 20세기 미술사의 또 다른 거장이었던 앙리 마티스와의 사이에서 있었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은 그들이 절친한 친구이자 라이벌로서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음을 잘 보여준다. MOMA(뉴욕 현대미술관)에서 마티스와 피카소에 관한 전시가 한창인 이 시점에서, 브로샤이의 글에 등장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한층 더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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