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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경기 남양주 운악산 봉선사 … 매미 울음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여름 경기 양평 용문산 용문사 … 힘찬 물줄기 속 승천하는 용의 기상 강원 속초 설악산 신흥사 … 대자연의 보고 속에 자리 잡은 신라 고찰 충남 공주 계룡산 동학사 … 산골짜기 사이에 핀 연꽃 같은 사찰 충남 청양 칠갑산 장곡사 … 설움 많던 옛 땅, 자연의 모습 간직한 오늘 대구 팔공산 동화사 … 투명한 햇살 아래 눈부신 초록 향연 경북 예천 용문산 용문사 … 나비처럼 가볍게 바람처럼 살며시 부산 금정산 범어사 … 등나무 군락 속에서 떠올리는 인간의 숙명 전남 구례 지리산 화엄사 … 지리산의 장엄을 장식하는 꽃 전남 순천 조계산 송광사 … 바람마저 자유롭게 풀어 주는 울창한 나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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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은 것은 곧은 대로
비뚤어진 것은 비뚤어진 대로… 보호하고 싶은 자연환경이나 유적 등이 개발을 빌미로 파괴되지 못하도록 여러 사람들이 돈을 모아 그 지역의 임야를 매입하여 보존하는 환경운동 형태를 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 운동이라 한다. 국토의 큰 물줄기 방향을 임의로 틀고 여기저기 공사 소음 요란한 요즘은 숲 좋은 곳에 가면 절로 내셔널트러스트를 생각하게 된다고 저자는, 더위에 꽃들도 잠시 쉰다는 한여름, 울울창창한 나무와 이름 없는 들꽃이 사이좋게 어우러지는 숲 속 도솔천을 찾아 열 곳의 산사의 숲을 찾아 천천히 거닐었다. 세상은 물길을 바꾸고 길 닦는 일로 소란스럽지만, 품 넓은 산사의 숲은 무더위와 삶에 지친 사람에게 품 한 켠 내어주어 안식을 주며 말없이 자연을 가르친다. 근현대 불교를 개창한 대선사로 추앙받는 경허선사가 동학사 설법에 나섰다가 앞선 강사가 ‘나무가 비뚤지 않고 곧아야 쓸모가 있듯 사람도 착하고 정직해야 한다’는 요지의 설법을 하고 내려가자, 뒤이어 법상에 올라 ‘비뚤어진 나무는 비뚤어진 대로 쓸모가 있는 법입니다. 불량한 사람도 착하고 성실한 면이 있습니다. 이 세상 만물은 다 귀한 것. 모두가 부처요, 보살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언제부터인지 자로 잰 듯 반듯한 것이 좋고 옳은 것이요, 우수한 것이라 여기게 되어 버렸다. 그런 세상의 잣대에 익숙해진 탓인지 숲길에서 만나게 되는 휘어진 나무는 소용이 없는, 그래서 땔감으로나 태워야 한다고 맘대로 생각한다. 순천 조계산에 자리 잡은 송광사에 가면 청량각이라는 전각이 있다. 청량각 천장을 올려다보면 구불구불 휘어진 나무를 그대로 살려서 보와 보를 이어주는 충량으로 얹어 놓았다. 굽은 나무를 꿈틀꿈틀 승천하는 용의 모습으로 승화시킨 옛 장인의 솜씨도 솜씨지만, 자칫 땔감으로 스러졌을지도 모를 그 나무의 ‘쓸모’를 읽어내고 사찰 전각의 들보로 살려낸 장인의 눈썰미가 고맙다. 보통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찾아낸 장인의 속 깊은 마음은 경허스님의 설법과 맥을 같이 할 뿐만 아니라 자연의 마음과도 맞닿는다. 나비는 자유롭게 바람을 풀어 주고, 바람은 나비 날개 다칠까 숨을 죽여주듯이 그렇게 서로를 배려하는 자연의 마음을 이번 여름에는 매미소리 요란한 운악산 봉선사에서, 계곡에서 승천하는 용의 기상이 느껴지는 용문산 용문사에서, 대자연에 묻힌 신라 고찰 설악산 신흥사에서, 산골짜기에 핀 연꽃 같은 계룡산 동학사에서, 민족의 설움까지 보듬은 칠갑산 장곡사에서, 투명한 햇살 속 눈부신 초록의 향연을 펼치는 팔공산 동화사에서,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며시 앉은 예천 용문산 용문사에서, 등나무 군락에서 인간의 숙명을 읽는 금정산 범어사에서, 지리산의 장엄을 장식하는 지리산 화엄사에서, 울창한 나무에 묻힌 조계산 송광사에서 느껴보자. 서로를 배려하는 나비와 바람, 들꽃과 나무, 곤충과 새 그리고 사람이 어우러진 산사의 숲으로 마음 활짝 열고 들어서되, 헤집지 말고 눈과 귀 그리고 마음으로만 읽고 담아오라고 저자 김재일 선생은 당부한다. 「108 사찰 생태기행_산사의 숲」 시리즈는... 한 세기, 아니 이백 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살아 숨쉬는 산사의 숲속 생명 이야기들… “먼 훗날 이 땅에 살 사람들에게 오늘의 산사의 숲을 보여 주고 싶다.” 7년! 결코 짧지 않은 여정, 『108 사찰 생태기행』을 다니며 이 땅, 이 산하에 수많은 발자국을 찍은 저자 김재일 선생의 소망이자, 이 시리즈를 출간하는 목적이다. 『108 사찰 생태기행_산사의 숲』시리즈는 저자의 소망을 오롯이 담아 앞으로 일 년 반에서 이 년에 걸쳐 10권의 책을 펴낼 예정이다. 이 시리즈의 책들은 산사를 누빈 저자의 7년간 행적을 따라나선 것이기는 하지만 사찰에 대한 기록만은 아니다. 산사의 숲에 기대어 살아가는 동식물을 비롯하여 그곳에 놓인 전각이나 탑부터 바위 하나까지 산사의 숲에 들어섰을 때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발에 밟히는 모든 것에 대한 기록이 될 것이다. 이 기록들이 후손들에게 우리의 숲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으며 얼마나 파괴되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지금의 우리에게는 오늘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찰 숲의 모습을 미래 세대에 잘 전해 주어야겠다는 사명감과 더불어 변해가고 파괴되어 가는 이 숲을 어떻게 지켜야 할 것인가 하는 혜안을 열어 주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인류의 생멸과 직결된 화두 ‘환경’ 저자는 종교적 이유만으로 관찰 대상을 산사의 숲으로 택한 것이 아니다. 종교적 신념을 배제하더라도 사찰은 우리 민족에게 특별한 의미로 남겨진 문화재요, 자산이다. 불교가 전승된 이래 사찰은 깊은 산, 경치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자연의 산중에는 어디에든 사찰이 있기 마련이다. 그 사찰 주변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이 땅의 산속 생태를 아우를 수 있기에 그곳으로 한정지었을 뿐이다. 따라서 이 책은 그저 동식물이 뿌리내리고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우리의 자연, 그중 산속 생태를 관찰하고 기록한 것이다. 다만 대상 사찰의 수를 108사찰로 한정한 것은 ‘108’이라는 숫자가 주는 상징성 때문이다. 불교에서 ‘108’이라는 숫자는 인간이면 누구나 벗어날 수 없는 번뇌를 상징한다. 환경문제는 인류의 생멸이 걸린 구체적이고도 상징적인 번뇌이자 화두이기 때문에 108이라는 숫자에 의미를 부여해 굳이 108개 사찰로 한정했다. 전체를 관(觀)하고 세부로 다가선다. 저자는 산사의 숲에 도착하면 먼저 사찰이 자리 잡은 산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것을 권한다. 전체를 관하고 세부로 들어서는 것이다. 그리고 비교적 관찰이 용이한 식물부터 시작하여 조류와 곤충, 어류 그리고 동물의 순으로 각기 산 속 숲에 어떻게 터를 잡고 살아가며, 개체 수가 늘고 줄어드는 추이는 어떠한지 등을 살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접근해 보면 식물은 전체적인 식물상을 먼저 파악한 뒤에 희귀종이나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같은 구체적인 내용을 살핀다. 조류는 텃새, 나그네새, 철새 등을 각각 관찰하는데, 탐방로 좌우 25미터 이내 선조사(Line census) 구간을 정해 우점종, 희귀종,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등의 개체 수를 기록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곤충 역시 조류와 같은 조사방법으로 관찰을 하며 채집조사지역 내에서 확인된 종은 모두 기록으로 남긴다. 주변 계곡이나 개울에 살고 있는 어류와 수서곤충은 희귀종,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등을 확인하는데 채집조사를 원칙으로 한다. 동물군은 동물상, 희귀종,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등을 살펴보는데 직접 관찰하는 경우보다는 그 흔적으로 생태를 추적하는 경우가 많다. 곤충이나 동물 등 움직임이 있는 생명들의 경우는 반드시 자료조사와 탐문조사를 병행해야 한다. 사찰 생태기행은 동식물만을 관찰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산속의 사찰을 찾아가는 것이므로 사찰의 외형적인 건물에도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단순히 감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각 개·보수 불사의 진행상황, 마당 관리 상황, 경내 생태조경 등등 인위적 환경 조성과 같은 환경 전반에 걸친 탐문조사를 함께 한다. 이렇듯 사찰을 찾아드는 들머리부터 대웅전 등 주요 전각이 세워진 경내,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지는 고개와 산까지 발길을 따라 산사의 주변을 순차적으로 찬찬히 살펴본다. 이 책의 모든 글은 이런 사찰 탐방순서에 따라 진행된다. ‘관심’과 ‘애정’ 그리고 자연을 담은 책 『108 사찰 생태기행_산사의 숲』은 경치 좋은 사찰을 찾아 놀이삼아 떠나는 사람들의 길라잡이용 도서가 아니다. 우리의 자연을 생각하고 산사의 숲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숲은 그곳에 사는 사람을 닮는다고. 그래서 도시의 숲은 시민들을 닮고, 산사의 숲은 그 절에 사는 스님들을 닮는다.’는 저자의 생각대로 우리 인간과 멀리 떨어져 있는 산 또는 생명들이 아니라 우리(사람)와 함께 숨 쉬고 우리와 어우러져 우리네 세상과 닮은, 그러나 그들만의 한 세상을 꾸려가는 생명체로서의 이 땅의 숲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이 시리즈는 산사의 숲 속 생태뿐만이 아니라 산사의 숲 속에 또 다른 숲으로 존재하는 문화유산까지 생태적 시각으로 기록하고 있기에, 절과 숲에 처음 눈을 뜨는 사람에게는 좋은 지침이 되어 줄 것이다. 더불어 우리의 산하와 자연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세심한 기록으로 다가설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