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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크리스토퍼 호그우드, 세상에 나오다
2 농장 사수 프로젝트 3. 한낮의 대탈주 4. 안식처를 만들어주세요 5. 가족이라는 이름의 공동체 6. 돼지 마사지 7. 발굽과 엄니에 깃든 붉은 자연 8. 핸콕 마을의 스타 9. 에덴동산 찾기 10. 돼지의 휴일 11. 슬픔은 예고 없이 12. 일상으로 돌아오다 13. 라일락이 피기 전의 나날들 14. 돼지의 천국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
Sy Montgom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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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호그우드는 무녀리 중의 무녀리였다. 새끼들 가운데 가장 작고 약했는데 크기가 다른 무녀리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메리는 그런 크리스토퍼를 몹시 좋아했다. 큰 귀에는 흑백의 점이 박혀 있고, 맥주 광고에 등장하는 불테리어 견처럼 한쪽 눈에 검은 얼룩점이 있었다. 메리는 크리스토퍼가 살아남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고통받도록 내버려두는 것보다 차라리 안락사시키는 게 더 인간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지는 언제나 그랬듯이 “생명이 있는 곳에 희망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 작은 생명은 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버둥거렸다. --- p.17
하워드는 더 자주 주류상에 들락거리게 됐고 그때마다 진열대에서 가장 값싼 맥주를 한가득 사게 됐다. “돼지가 마실 거예요.” 남편은 괜히 점원이 묻지도 않은 말에 길게 설명했는데, 아마도 자신이 알코올중독이라는 소문, 혹은 맥주 보는 눈이 형편없다는 소문(아마 이 소문을 더 우려했던 것 같지만)이 나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한 것일 테다. 점원들은 하워드의 사정을 재빨리 파악했고, 이후에는 남편이 가게에 들어올 때마다 먼저 크리스토퍼의 최근 체중을 물어보곤 했다. …주류상의 점원들은 하워드를 만날 때마다 돼지를 만취시키는 맥주 양을 계산했다. “어이쿠, 크리스는 6병들이 팩을 2개나 마실 수 있네요!” 점원들이 계산했을 때의 크리스 몸무게는 110킬로그램 정도였다. 머지않아 크리스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 p.53 어떤 사람들은 동물을 대체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심리학자들은 인간과 동물의 애정 관계를 좌절된 부모 역할의 대리 만족이라고 설명한다. 가령 퍼그 개의 평평한 얼굴이나 큰 눈 등에서 어린아이의 특징을 발견하고 그 동물을 사랑함으로써 자신의 아이를 사랑해주지 못한 것(혹은 자신의 아이가 없는 것)을 보상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에 따르면, 인간과 동물의 우정은 모두 뒤틀린 감정에서 나온 것이고, 아이에 대한 좌절된 갈망이 동물에 대한 애정으로 왜곡되어 표현되었다는 얘기다. 이것은 내가 볼 때, 어머니를 모욕하고, 동물을 깎아내리고, 사랑의 복잡성을 과소평가하는 단순무식한 견해이다. --- p.106 산족제비는 하루에 대여섯 번에서 열 번까지 식사를 해야만 한다. 그러자니 어쩔 수 없이 사납다. 바로 이것이 저 사나운 모습의 산족제비를 만들어낸 배경이다. 사나움은 그들의 운명이다. 그 사나움은 그들의 저 눈부신 순백의 외관 못지않게 순수하고 완벽하다. 산족제비는 방금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를 죽였다. 천사가 내 앞에 현신現身하더라도, 그보다 더 경이롭고 그보다 더 축복받는 느낌을 느끼지는 못했을 것이다. 나의 슬픔은 사라졌다. 아직도 체온이 따뜻한 닭의 시체를 손에 들고 있던 그 순간, 내 마음이 분노의 짐을 벗어던지고 가벼워졌음을 느꼈다. 그것은 용서 뒤에 찾아오는 자유였다. --- p.2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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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멋진 돼지 크리스의 특별한 일생
“그녀가 아픈 돼지를 향해 마음을 연 순간, 네 발 달린 행복이 그녀의 마음으로 걸어 들어왔다.” 개·고양이만큼이나 돼지도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 인간은 돼지에게 먹이와 거처를 제공하고 돼지는 인간의 풍성한 저녁 식탁을 약속한다. 돼지가 가축화되기 시작한 약 5천 년 전부터 인간과 돼지는 먹고 먹히는 관계의 연속이었다. 여기 몇 천 년의 순환을 깨고 돼지의 역사를 새로 쓴 돼지가 있다. 식용돼지로 태어나 수명을 다할 때까지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았으며, 받은 사랑을 다시 사람들에게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돌려준 영특한 돼지 크리스토퍼 호그우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크리스토퍼 호그우드의 특별한 일생을 다룬『돼지의 추억』은 2007년 출간과 동시에『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며 그동안 알지 못한 돼지의 매력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반려동물 이야기로 세계 초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던『말리와 나』의 저자 존 그로건은 이 책을 “인간과 동물의 상호 관계를 다룬 유쾌하고 즐겁고 감동적인 작품”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크리스토퍼 호그우드라는 이 고상하기 그지없는 이름은 영국이 자랑하는 지휘자 크리스토퍼 호그우드(Christophe Hogwood, 1941년~ )의 이름에서 따왔는데, 여기에는 주인이자 동물학자인 사이 몽고메리 부부의 놀라운 재치가 숨어 있다. 평소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던 이들 부부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지휘자의 이름에 돼지가 숨어 있음(호그Hog는 미국에서 돼지를 뜻하는 말)을 눈치 채고는 망설임 없이 새 가족을 호그우드라 부르기 시작했다. 동물과 인간의 따뜻한 교감을 다룬 감동 실화 이 책은 절망에 빠진 한 동물학자가 이제 막 태어난 미숙아 돼지를 품에 안으면서 시작한다. 내일 아침 어떤 비보가 날아들지 몰라 불안한 마음으로 아침을 시작하던 몽고메리에게 크리스토퍼는 처음으로 희망찬 아침을 알리고, 둘은 그렇게 가족이 되어 간다. 몽고메리는 동물학자의 눈으로 새 가족을 이야기해나가지만, 이내 학자의 시선을 버리고 동등한 친구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각종 질병에 걸려 생존 여부조차 의문이었던 크리스토퍼는 미숙아라는 과거를 잊고 여느 돼지 못지않은 돼지계의 우량아로 성장해나간다. 먹는 것 하나에도 삶의 기쁨과 이유를 찾아내는 크리스토퍼의 모습은 이것저것 재고 계산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대비되며 신선하게 다가온다. 평소 사교와는 거리가 멀어 마을 사람들과도 왕래가 없었던 몽고메리는 엄청난 식욕을 자랑하는 크리스토퍼 덕에(?) 이웃들과의 거리를 허물게 된다. 크리스토퍼는 동네 음식물찌꺼기 처리반으로 훌륭한 역할을 소화해내고 사람들은 이 해맑은 돼지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이제 크리스토퍼가 살고 있는 돼지우리는 단순한 음식물찌꺼기 처리소에서 동네주민의 사랑방, 고민상담실, 슬픔정화실 등 모든 사람의 희로애락을 나누는 곳으로 변화해간다. 비록 먹는 것 외에는 그렇다할 재주나 특기가 없는 크리스토퍼이지만, 이 돼지의 삶 자체는 사람들에게 행복과 희망의 증거가 되었다. 인류와 함께해온 동물― 돼지 우리는 흔히 미련하고 탐욕스러운 사람을 빗대어 ‘돼지’라고 한다. 동양에서는 ‘복을 불러오는 동물’이라 칭송받을 때도 있었지만, 이 말 역시 ‘배고픈 소크라테스’의 대척점으로 존재하는 ‘배부른 돼지’에 밀리고 말았다. 조지 오웰이『동물농장』에서 탐욕의 화신으로 그려낸 나폴레옹 이후로 우리 머릿속의 돼지는 언제나 욕심 많고 미련한 모습 일색이었다. 이 책은 인간의 편견 그 너머에 존재하는 돼지의 본모습을 사실에 가깝게 전달하고 있다. 사이 몽고메리는 크리스토퍼와의 정감어린 이야기 중간 중간에 동물학자의 객관적인 눈으로 본 돼지의 역사와 품종, 그리고 습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돼지의 평균 수명은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돼지의 평균 수명은 6개월이다(자연 수명이 아니라 평균 수명이다). 대부분의 돼지들은 식용으로 키워지기 때문에 나이와 상관없이 체중이 100킬로그램이면 도축되기 때문이다. 종돈 수퇘지라 할지라도 6~7년을 넘기기 힘들다. 천재적인 말썽꾸러기 크리스토퍼 호그우드 식용 돼지를 키우는 돼지농장의 무녀리로 태어나 생사의 기로에 놓인 미숙아 크리스토퍼 호그우드는 몽고메리에게 입양되면서 인생역전을 이루게 된다. 고양이보다도 작았던 가냘픈 몸매는 어느새 300킬로그램에 육박하게 되었고, 수줍게 울음소리를 내던 목에서는 경적소리에 버금가는 우렁찬 꿀꿀 소리가 울려 퍼진다. 산책에서 돌아올 때는 초콜릿을 듬뿍 바른 도넛 한 개에 한 발걸음을 옮기고 목이 마르면 금방 딴 맥주를 벌컥벌컥 마셔야 하고, 옆집 텃밭에서 자라는 상추 뾳새를 맡으면 어김없이 달려가 모조리 먹어치우며,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면 주인의 염려에는 아랑곳없이 우리를 탈출하는 놀라운 묘기까지 선보이는 크리스토퍼 호그우드. 마치 평생을 프랑스 요리만 즐겨온 미식가가 음식을 음미하듯 음식의 특성에 따라 먹는 방법을 달리하는 크리스토퍼의 식사시간은 ‘돼지쇼’라는 마을의 명물이 되고, 이를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러나 크리스토퍼의 재능은 따로 있다. 바로 고민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풀어주는 것! 언제나 음식에 목마른 크리스토퍼지만, 누군가 슬픔을 안고 찾아올 때면 조용히 방문객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상대의 마음을 위로한다. 수의사가 올 때면 한 번 본 사람의 음성이나 발소리는 절대 잊지 않는 천재성을 발휘, 그의 무시무시한 주사기를 피해 도피를 감행하기도 한다. 절대 사람을 공격하는 일 없고, 아이들과는 항상 친구처럼 어울리는 크리스토퍼의 친화력은 강력접착제가 따로 없다. 처음엔 서먹했던 마을 사람들은 크리스토퍼가 내뿜는 육중한 행복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제인 구달의 뒤를 잇는 열혈 동물학자 사이 몽고메리 사이 몽고메리는 동물을 위해서라면 어떤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야생동물의 보금자리 확보를 위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물론, 엄격한 채식주의자로도 유명하다(여기서 크리스토퍼를 키우게 된 이유가 무척 건전한 것임이 드러난다). 이쯤에서 드는 궁금증 하나, 먹을 것도 아니라면 생태 관찰을 위해 돼지를 키우게 된 것일까? 사이 몽고메리는 이 질문에 완강히 고개를 젓는다. 동물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존엄성을 가진 생명체이기 때문에 인간과 공생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동물밖에 모르는 학자처럼 보이는 그녀이지만, 사실 그녀도 인간적인 고민에 둘러싸여 괴로워하는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다. 유태인 남편과의 결혼을 완강히 반대한 부모님과 의절한 지 2년, 그때 들려온 아버지의 암 투병 소식, 부부 모두 프리랜서 작가라 넉넉지 않은 살림, 게다가 입양한 돼지 역시 생사의 기로에 놓여 몽고메리를 괴롭힌다. 하지만 그녀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크리스토퍼와 함께 삶의 의지를 불태운다.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내는 몽고메리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모습을 투영한다. 힘겨운 겨울을 이겨내고 따뜻한 봄을 맞이한 그녀와 크리스토퍼의 모습은 우리에게 어느 소설에서도 맛볼 수 없었던 희망과 감동을 안겨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