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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허균이 참형 당하던 날
제 1장 천방지축 허균, 이매창을 만나다 ‘이상한 놈’ 허균, 남도에 내려가다/ 허균, 낙조에 물든 매창의 얼굴에 혹하다/ 서해 낙조에 고향의 애인이 떠올라/ 매창의 옥색 치마에 우정의 글 남겨/ ‘줄 없는 거문고’로 연주하는 여인/ 조선 팔도를 들썩거리게 한 허균의 광기/ 허균의 어머니, 좋아하던 감을 먹다 죽다/ 허균에게 여자는 감성 창고다/ 친구들과 함께 한 사신 접대 길/ 허균, 매창을 생각하며 시를 쓰다/ 제 2장 이십대는 상실의 시절, 삼십대는 방황의 시절 매창의 첫사랑 그 사내 이야기/ 유희경은 이반된 민심을 돌리기 위해 이용됐다/ 전쟁은 끝나고, 사랑의 맹세도 깨지고/ 허균의 이십대는 상실의 시대였다/ 허봉과 허난설헌의 안타까운 죽음/ 전쟁과 아내의 죽음, 그리고 재혼/ 너무나 대조적인, 두 아내를 향한 허균의 사랑/ 허균과 사헌부의 악연이 시작되다/ 두 번에 걸친 심희수와의 대결/ 예의범절로 나를 구속하지 말라/ 아버지의 친구 서산대사 입적하다/ 허균, 갈림길에서 서성이다/ 조선의 싸움닭 이귀도 이매창의 애인이었을까?/ 이귀는 정쟁을 일으키는 태풍의 눈 제 3장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길 위에서 죽다 한호, 새벽길 돌부리에 걸려 죽다/ 허균, 명나라 최고의 학자와 통하다/ 곽재우와 허균, 같은 날 탄핵당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정국/ 내가 살고 싶은 집을 그려주게/ 평생을 함께하자던 친구 이재영/ 허균, 시대 흐름을 거스르다/ 이재영에게 보낸 두 통의 편지/ 매창, 첫사랑과 15년 만에 재회하다/ 허균, 신선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다/ 매창! 산자고사 노래는 왜 했지? 제 4장 시인들은 죽고 세상은 미쳐가다 매창, 소문에 시달리다 죽다/ 매창이 죽은 뒤 허균의 삶/ 중심에서 밀려난 허균과 유희경/ 사명대사, 조선이 두 동강 나는 걸 막다/ 투옥과 유배, 거친 세월이 시작되다/ 허균, 이용당하고 버림을 받다/ 유배지에서 만난 상상속의 친구들/ 정인홍과 성균관 유생들의 대결/ 권필, 시 때문에 죽다/ 권벽과 허엽과 윤결의 우정/ 광해군, 성균관 유생들에게 무릎을 꿇다/ 허균, 불온한 생각을 품기 시작하다/ 인간으로 마지막 할 일을 하다/ 제 5장 혁명을 꿈꾸다 비참하게 죽다 월명암 진묵대사, 홍길동을 말하다/ 야만의 정치가 시작되다/ 허균, 혁명을 생각하다 늪에 빠지다/ 허균,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하다/ 허균은 게릴라 심리전을 폈을까?/ 민인길, 포상금에 눈이 어두워 배신을 하다/ 광해군, 허균을 두 번 배신하다/ 광해군, 하인준과 무슨 비밀대화를 했을까?/ 전하! 허균이란 집을 버리세요/ 친구 이재영은 허균을 배신했을까?/ 허균이 남긴 책과 글, 그리고 그의 생각들 에필로그 허균의 생애와 당시 주요 사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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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망나니와 허균의 눈싸움이 시작됐다. 대개 죽음을 앞둔 자는 이 무렵이면 눈을 감고 체념하기 마련인데 허균은 그렇지 않았다. 망나니는 죽여야 하는 자이고 허균은 죽어야 하는 자다. 그런데 오히려 죽어야 하는 자가 죽이는 자의 기氣를 누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살기殺氣가 강한 죄인은 망나니를 죽이기도 한다. 허균 앞의 망나니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망나니가 긴장을 풀기 위해 술항아리를 들고 통째로 마시다가 바닥에 내던졌다.
“우음!” 기합을 넣던 망나니가 칼을 높이 들어도 허균은 여전히 망나니의 눈을 노려보고 있었다. 망나니는 허균의 그 강렬한 눈빛을 애써 외면하며 허균의 목 어느 지점만을 바라보았다. 그 지점으로 정확히 칼날을 날려 단번에 목을 쳐야 했다. 망나니는 전날 불길한 꿈을 꾸었다. 죄인의 목을 향해 칼날을 날렸는데 목이 갑자기 두꺼운 나무토막으로 변한 것이다. 칼은 나무토막에 박혀 빠지지 않았고, 그러다 놀라 잠에서 깬 것이다. 나무토막처럼 칼을 먹는 목이 질긴 죄수들을 몇 번 경험한 그에게는 여간 흉한 꿈이 아닐 수 없었다. #2. 허균이 가장 싫어한 것은 재주가 뛰어난 사람들이 신분 사회에 갇혀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의 주변에는 늘 머리 똑똑한 서자들이 함께했고 전쟁으로 버림받고 가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생 일을 해야 하는 여인들이 많았다. #3. “대감, 그렇게 빤히 제 눈을 들여다보면 제 눈에 내일 하얗게 백태가 낄까 그게 두렵습니다. 대감의 그 강렬한 눈빛이 여러 여인네들을 녹였을 것 같네요.” “허! 그래. 그리 내 눈빛이 뜨거운가? 나도 간혹 거울을 보다 내 눈에 상처를 입기도 하지.” 허균의 농담이다. 허균은 술자리에서 실없는 농담을 잘했다. 시간이 술시戌時(오후 7시~9시)를 지나고 있었다. 역시 술시 무렵이 되자 술이 약한 사람들이 하나 둘 자세가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허균 앞에 있던 부안 현감은 허균이 상대를 해 주지 않자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술잔을 권했다. 어느 정도 취한 부안 현감이 갑자기 동인이 어떠니 서인이 어떠니 하면서 정치 이야기를 시작했다. 허균은 “술시가 되니 개들이 짖는구나.”라며 노골적으로 현감의 정치 이야기에 모욕을 주었다. “정치란 개들이 짖어대는 소리이니 우린 술이나 마십시다. 현감, 내 술 한 번 받게.” 허균은 계속 현감에게 술을 따랐다. #4. 궁궐의 버드나무는 푸르다고 꾀꼬리 어지럽게 날아다니고, 성 안에 벼슬아치들 봄볕에 가득 달라붙어 아양을 떨고 있구나. 조정은 태평세월이라 풍악을 울리지만 그 누가 있어 바른말로 저들을 쫓아낼까. 宮柳靑靑鶯亂飛 滿城冠蓋媚春輝 朝家共賀昇平樂 誰遣危言出布衣 시인 권필의 ‘궁류시’이다. 자신의 책문이 문제가 되어 세상을 멀리하며 살던 시인 권필은 1611년에 임숙영의 책문이 문제가 되자 당시 세도를 부리던 유희분에 빗대 이 풍자시를 썼다가 매를 맞고 죽었다. 당시 글을 쓰던 사람들은 권필의 불행한 죽음이 알려지자 거리로 나와 붓을 꺾었다. #5 광해군은 8월 5일 그런 결심을 하기 전 개시介屎와 바둑을 두었다. 포석바둑을 좋아한 광해군. 그러나 개시는 싸움 바둑을 잘 두었다. 그날 바둑에서 광해군은 두 개의 큰 집이 죽게 생겼다. 광해군은 오랫동안 고민하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자 개시가 말했다. “전하! 두 개 가운데 전하가 마음에 둔 집을 버리세요. 그곳은 전하의 집이 아닙니다.” 허균이란 집을 버리라는 뜻이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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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호기심을 가장 강하게 자극하는 역사 인물
허균의 삶과 사랑, 우정을 소설적 기법으로 되살리다. 특히 허균의 내면 풍경에 초점을 맞추었다. 우리 역사 인물 중에서 허균만큼 많이 알려진 인물도 드물다. 그런 한편으로 허균만큼 잘못 알려졌거나 오해를 받는 인물 또한 드물다. 허균 하면 먼저 이단아, 개혁가, 혁명가라는 이미지부터 떠오른다. 모두 ‘홍길동전’ 때문이다. 그러나 허균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면 영 딴판이다. 이 책은 기생 신분으로 당시 최고의 여류 시인으로 꼽히던 이매창을 만나는 때부터 시작하여 허균의 사랑과 우정, 그가 추구한 세상, 그가 비참한 말로를 걷게 된 과정 등을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자신의 문집에까지 기생과의 사랑을 자랑하듯 적던 허균이 이매창과는 육체적 사랑이 아닌 정신적 사랑을 나누었다는데 과연 그것이 사실일까? 조선은 임진왜란을 기준으로 전기와 후기로 나뉜다. 허균은 바로 그 분기점에서 산 인물이다. 중간에 서서 두 개의 얼굴을 보인다. 한 인생은 천진난만한 시인의 감수성으로 거칠 것 없이 광달하게 세상을 살았다. 다른 한 인생은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이다. 그 모습으로 ‘천하에 둘도 없는 괴물 허균’ 또는 ‘씹어 먹어도 분이 풀리지 않을 역적’이란 온갖 험한 욕을 듣다가 몸뚱이가 6개로 잘리는 죽음을 당하며 마흔아홉의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한다. 그의 주위에는 조선의 역사에서 이름을 남긴 인물들이 많다. 당대 최고의 여류시인 이매창, 조선 역사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시인이라고 평가받던 권필, 조선 최고의 명필 석봉 한호, 걸인 화가로 이름을 날린 이정 등이 그들이다. 두드러진 점은 허균이 뼈대 있는 가문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하나같이 비천한 집안 출신이라는 점이다. 모두가 허균과는 길에서 만나 우정과 사랑을 나누다가 길에서 비참하게 죽어갔다. 이매창은 낯선 집 사랑방 툇마루에서, 권필은 필화사건으로 매를 맞고 동대문 시장바닥에서, 한호는 술에 취해 나귀를 타고 가다가 떨어져 죽었다. 이정 역시 추운 겨울날 평양 거리에서 얼어 죽었다. 이 책에 소개되는 허균의 편지와 시도 독자들에게 감동을 안겨준다. 글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런 매혹적인 글쓰기는 한참 뒤 연암 박지원으로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