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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의 불복종
미술,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 그리고 숨겨진 진실을 말하다
김정락
서해문집 200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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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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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추천의 글_ 김정락, 미술사의 고갯마루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성실한 안내자
여는 글_ 미술이 털어놓는 역사적 진실에 경청하며

01 (자연과 미술) 미술은 어떻게 자연과 교류해 왔을까
물과 인간 | 도시의 형성과 물 | 고대 로마의 수로 | 르네상스 시대의 분수 | 매너리즘과 초기 | 바로크를 잇는 개선문 분수 | 바로크의 분수를 조각한 예술가, 베르니니 | 자연과 예술의 결합, 트레비 분수

02 (미술과 권력) 미술은 권력에 대해 창녀?
초상화의 역사 | 특권의식과 권력의 상징, 초상화 | 르네상스의 인본주의적 초상화 | 사적인 영역의 예술, 새로운 초상화

03 (미술의 불복종)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 기만적인 현실을 고발하다
미술과 정치 권력 | 민중에 의한, 민중을 위한, 민중의 미술 | 고야와 도미에 | 케테 콜비츠와 에른스트 발라흐 | 루쉰과 목판화 운동

04 (미술과 사실의 모순적 관계) 미술은 사실이 아니라 사실에 대한 허상을 생산한다
제욱시스의 포도나무 | 사실주의 미술사 | 사진과 사실주의 | 포토리얼리즘 | 사실주의의 현재와 미래 | 한국 미술의 사실주의

05 (미술 파괴) ‘문화와 역사의 말소’를 가져오는 미술 파괴 행위에 대하여
정치적 희생양이 된 미술 | 종교와 미술 파괴-성상파괴운동과 종교개혁 | 프랑스 대혁명과 미술 파괴 | 독일 나치스의 ‘퇴폐미술전’

06 (팝아트) 현대 소비문화의 환상과 실재
현대 자본주의와 소비문화 | 자본주의 미학과 팝아트 | 미술의 상품화 혹은 상품의 미술화 | 팝아트가 남긴 것들

07 (풍경화) 현재진행형 산업화와 자연의 상실 그리고 미술
자연과 인간 | 자연의 개념과 이상 | 과학으로 해부된 자연 | 인간이 만든 자연, 풍경 정원 | 자연에 대한 인간의 태도 | 자연을 미학화한 19세기 풍경화

08 (미술에서의 젠더)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는가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는가 | 미술 객체로서의 여성과 여성의 신체 | 여성의 반항-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와 팜므 파탈 | 현대미술에서의 페미니즘

참고문헌

저자 소개 1

작가한마디
미술은 그것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공유함으로써 관람자와 미술(작품) 사이에 오랫동안 유지될 친밀성으로 말미암아 그 가치를 발휘한다. 따라서 미술과의 애정 어린 관계는 그것을 애완견처럼 예뻐하는 것이 아니라, 화가와 미술(작품)이 털어놓는 사심 없는 역사적 진실을 경청하고 고민하는 일일 것이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 철학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을 지냈고, 카이스트,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등에 출강했다. 한국방송통신대학 교수와 크라운제과(주)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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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7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44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4833930

책 속으로

무엇보다도 네 강의 분수는 가톨릭과 교황의 영광 및 권위를 상징하는 기념물이었다. 오벨리스크는 기독교 시대에 들어와-비록 이방 종교의 것이었음에도-영원, 즉 하나님의 권세를 상징하게 되었다. 오벨리스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의미하는 암산 위에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훑어보면 하나님의 영광이 땅으로, 즉 하나님의 영광이 오벨리스크의 기둥을 타고 내려와 세계로 퍼져 나가는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이는 당시 예수회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세계 선교의 이데올로기를 형상화한 것으로, 네 강의 인격화된 형상들은 바로 전 세계를 의미한다. 더욱이 네 강은 이미 에덴동산에 존재했던 것이 아니던가.
이렇듯 분수는 단지 물에 대한 형상화의 의미뿐 아니라 정치적인 이슈까지도 담고 있다. 덧붙여 암산에는 교황 가문의 문장까지 새겨져 있어서 이중, 삼중의 도상학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 pp.43-44

카스틸리오네의 『궁인의 책Il Libro del Cortegiano』(1528)에 언급된 것들 중에는 권력자를 종교적 이미지에 빗대어 그들의 사회적, 정치적 위치를 정의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리하여 하늘의 해와 달과 별들이 마치 거울처럼 세상과 신 사이의 어떤 유사성을 보여 주듯이, 땅 위에서도 덕망 있는 귀족들에게서 신의 형상과 닮은 점을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신을 사랑하고 경배하며, 그들의 신민에게 그가 지닌 정의의 빛을 보여 주고 그의 신적인 당위성과 의도를 투사한다. …… 따라서 인간은 왕자들의 보호 아래 신 곁에 자리 잡게 된다.”
…… 공식 초상은 바로 그러한 전제적인 정치 사회가 추구하는 초상화였다. --- pp.72-74

민중을 위한 미술은 단순히 민화나 민속미술 따위에 한정되지 않는다. 오래전에 그 모습을 드러냈던 풍속화도 그렇고 작은 공예품에서도 민중을 느낄 수 있다. 민중을 위한 미술이라면 우선 미술의 표현 주제가 그들의 것이어야 한다. 하루하루를 힘들게 연명했던 ‘천한’ 인간들의 삶과 모습을 진솔하게 그리는 미술이야말로 민중적 미술이라고 할 수 있다.
형식적인 면에서는 미술의 수용자에게 물리적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가까운 미술이어야 한다. 민중을 위한 미술이 궁전의 화려한 방에 걸려 있다면 혹은 부잣집의 응접실을 장식하고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민중을 위한 미술이 아니다. 오늘날 부잣집 안팎에 옛 농가의 가구들이나 농기구들이 장식품처럼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면 약간은 혼란스럽다. 민중의 것을 자신의 취미로 삼는 자본주의 무차별적 소유욕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각종 보석이나 값비싼 대리석 혹은 구하기 어려운 안료 등의 재료를 이용해 만든, 고급스러워 만지기조차 겁나는 것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한 재료들은 민중적 미술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재료 또한 민중의 삶과 환경에서 나와야 한다. 쉽게 만져지고 느껴지는 것들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술이 수용자에게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호소력을 갖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 pp.92-93

케테 콜비츠는 근대 독일의 역사가 민중에게 남긴 고통과 민중의 몸짓을 기록한 화가이다. 화가는 여성으로서, 특히 어머니로서 민중의 고통을 가슴으로 아파했다. 차갑게 식어 버린 어린 자식을 안고 슬퍼하는 어머니는-이것은 오래전 유대인과 로마에 의해 희생된 아들의 주검을 안고 있는 마리아를 그린 피에타를 연상하게 한다-자신의 모습이자 동시대를 살아야 했던 모든 어머니와 앞으로 그와 같은 고통을 짊어질 모든 여성들의 모습이었다. 그 어머니들 콜비츠의 분노 섞인 목소리로 “씨앗을 분쇄하지 말라Saatfruchte sollen nicht vermahlen werden.”고 외친다.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간은 억압받고 학대받는 모습이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인생에는 유쾌한 면도 있는데 왜 당신은 비참한 것만을 그리는가 하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정확한 답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만은 명확히 말해 두고 싶다. 나는 처음부터 프롤레타리아의 생활에 동정을 하거나 공감을 했기 때문에 그들을 그린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그들에게서 단순 명쾌한 아름다움을 느꼈다.” --- pp.105-108

제욱시스의 포도나무가 실재하는 나무였다면 아무도 그것에 대해 칭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그림이었다. 여기서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실재, 즉 사실이 아니라 사실을 그린 허상Illusion이다. 미술은 사실이 아니라 사실에 대한 허상을 만드는 작업이고, 우리는 그 허상의 ‘사실성’에 감탄한다. 그 사실성은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우리가 사실로 보게끔 하는 허상일 뿐이다. --- pp.127-128

현대 미니멀추상Minimal Art의 대가인 버네트 뉴먼Barnett Newman의 작품은 수차례에 걸쳐 모더니즘을 혐오하는 사람들에 의해 혹은 특유의 거대한 단색 화면에 심리적으로 큰 충동을 느낀 사람들에 의해 찢겨지는 수난을 당했다. 1982년 4월 13일 당시 수의학과 학생이었던 요셉 니콜라우스 클레어는 베를린의 신 국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던 「Who’s afraid of Red, Yellow, and Blue IV」(1969~1970)를 공구로 파손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는 뉴먼의 작품이 자신에게 어떤 심리적인 위협을 느끼게 했으며, 나아가 작품의 색채가 독일 국기를 악용함으로써 독일인들에게 심리적인 폐해를 줄 수 있다고 진술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작품을 매입하거나 소장하는 것은 국고예산의 낭비이며, 예술가는 터무니없이 너무 많은 돈을 벌었다고 주장하였다.

--- p.162

출판사 리뷰

이 책은 미술사학자이자 철학박사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김정락이 저술한 '미술로 본 사회사'이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생각과 손을 통해 만들어진 모든 미술 가운데 로마의 분수, 초상화, 민중의 편에 선 미술, 사실의 표현, 미술의 파괴, 팝아트, 풍경화, 미술과 여성 등 여덟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인간과 사회를 읽어 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미술이 권력과 어떻게 만나나 하는 점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였다. 미술은 권력에 의해 만들어지고 향유되는가 하면 권력에 불복종하고 저항한다. 저자는 권력에 '복종' 또는 '불복종'하여 나타난 모든 미술작품들에 주목하면서 차분하고 꼼꼼한 분석, 찰진 해석을 통해 새로운 미술사적 접근을 시도하였다.

미술사의 고갯마루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성실한 안내자 김정락
"김정락은 성실한 사람이다. 책은 곧 그 사람이라는 점에서, 그의 책은 성실성이 담보된 책이다. 손에 쥐고 보아 결코 실망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미리 말해 둔다." _이주헌(미술평론가)

그의 책 『미술의 불복종』은 말 그대로 종이에 구멍이 뚫릴 정도로 주제를 꼼꼼히 '천착'한 책이다. 그러므로 뭔가 급히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은 이 책을 얼른 피해 가도 좋다. 하지만 미술사의 굽잇길을 여유롭게 산책하면서 하나하나 알찬 지식을 쌓고자 하는 사람은 그를 피해 가서는 안 된다. 미술평론가 이주헌의 말을 빌리면, 이렇게 성실하고 믿을 만하며 균형이 잘 잡힌 안내자를 만나기는 결코 쉽지 않은 까닭이다.

김정락은 원래 화가가 되고자 했었다. 그러나 80년대 한국 사회를 미술대학 학생으로 보내면서 더 이상 화가가 되길 소망하지 않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가 보기에 미술은 세상을 바꾸기에 너무 나약해 보였고, 마르크스가 지적한 대로 인간의 총체적인 사회활동에서의 잉여가치 정도로 치부되었기 때문이었다. 화가가 되길 포기한 그는 미술사 연구로 인생의 행로를 틀었다. 미술을 좀 더 냉정한 머리와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90년대를 독일 유학생으로 보내면서 장구한 역사 속에서 미술이 이루어 온 가치들을 재해석하기 시작했다. 그는 개별적인 연구들을 통해 편협했던 사고의 틀을 넓히고 보다 유연한 시각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미술이 보여 주는 다양한 스타일(양식)과 장르(형식)에 미시적 시각으로 접근함으로써 미술을 둘러싼 그리고 거기에 내재되어 있는 권력 관계들을 보게 되었다. 이때부터 기득권을 누리는 사람들과 그것을 갖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처절한 갈등과 마찰이 개별적인 미술작품을 통해 드러나고, 이런 역학이 미술의 작품과 역사를 어떻게 이끌었는가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책에 쓴 글은 그 가운데서도 알짜배기 주제를 정리한 것이다.

미술은 권력과 어떻게 만날까?
"미술은 권력에 대해 창녀"라고 어떤 미술사학자는 단언하였다. 사실 파라오의 형상에서부터 피라미드, 로마의 회화와 조각 등 거의 모든 고대미술은 당대의 권력을 미화하는 데 사용되었다. 중세에는 종교와 정치 권력자에 의해, 근대 이후에는 경제적 권력에 의해 만들어지고 향유되었다. 미술은 언제나 권력에 기생하여 이어져 왔고 당대의 권력을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그런가 하면 미술은 권력에 불복종하고 저항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전자의 행태, 곧 권력에 의존하고 아부하는 것이 미술의 대세요, 줄거리 같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권력과 대립하고 민중 혹은 대중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미술 또한 분명한 세를 형성해 왔다.

17세기에 선술집의 난봉꾼과 일당 잡부의 자잘한 일상을 그림으로 그린 아드리안 브로우베르나 고통스러운 민중의 삶에 주목하여 「카프리초스」 판화 시리즈를 탄생시킨 고야, 정치가 캐리커처와 정치사회적 혼란을 그림으로 그렸던 오노레 도미에, 근대 독일의 역사 속에서 억압받고 학대받는 인간을 그린 여류 화가 케테 콜비츠와 소외된 인간을 조각했던 에른스트 발라흐, 중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나타난 목판화에 이르기까지 미술은 시대와 자신의 주변에 눈 감지 않고 때로는 사실적으로, 때로는 비유를 통해 이를 고발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술은 인간의 꿈과 환상, 욕망, 기억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사회의 구조와 작동 방식, 모순을 반영하며 성적, 계급적, 이념적 투쟁의 장으로 기능한다. 이런 성격 탓에 미술은 앞으로도 끝없이 권력에 복종할 것이고, 또 끝없이 권력에 불복종할 것이다. 그 권력은 물론 정치 권력뿐 아니라 경제 권력과 문화 권력도 포함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미술은 그 폭과 깊이를 더하며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시공초월' '종횡무진' 미술사 탐험
저자는 로마의 분수, 초상화, 민중의 편에 선 미?, 사실의 표현, 미술의 파괴, 팝아트, 풍경화, 미술과 여성 등 미술의 주요 장르를 종횡무진 넘나든다.

그중에서도 로마에 산재해 있는 분수를 통해 도시의 기반 시설이 건축과 조각의 몸을 입어 예술이 되는 모습과 그것이 권력의 영광과 상징으로 형질 변화하는 모습을 설명하는 부분은 특히 인상적이다. 궁정화가였음에도 당대 스페인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인간의 비이성과 탐욕을 질타한 고야로부터 계몽주의의 빛을 보는 장면도 재미있다. 사실주의가 사실(寫實)보다 사실(事實)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면서 세계의 본질과 진실에 대해 보다 심층적으로 고민하게 되고, 결국 사회 현실에 참여하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도 눈길을 끈다. 한국의 사실주의 회화가 이런 내재적 고민을 공유하지 못한 채 외적인 형식에만 매달리면서 '사실적으로 그려진 추상화'가 됐다고 비판하는 부분은 그래서 울림이 크다. 대량생산품과 대중문화를 다뤄 대중적인 이미지를 얻은 팝아트가 품위 있는 미술관과 부유한 수집가 사이에서 고가에 거래되고 소장되는 현실은, 미술이 권력 관계의 자장 안에서 많은 아이러니를 생산해 왔음을 보여 주는 생생한 증표다. 그 속살을 세밀히 해부하는 모습도 흥미롭다.

인간이 만들어 낸 최고의 생산물, 미술
저자에 따르면, '미술은 인간이 만들어 낸 최고의 생산물'이다. 그것은 물리적인 가치나 제도가 형성한 미술의 희귀성, 문화재적 중요성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미술이 지니고 있는 메시지와 그 메시지를 표현하는 방법의 탁월함이 그 이유다. 더욱이 미술은 그것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공유함으로써 관람자와 미술(작품) 사이에 오랫동안 유지될 친밀성으로 말미암아 그 가치를 발휘한다. 따라서 미술과의 애정 어린 관계는 그것을 애완견처럼 예뻐하는 것이 아니라, 화가와 미술(작품)이 털어놓는 사심 없는 역사적 진실을 경청하고 고민하는 일일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미술작품이 지닌 아름다움 그 자체보다는 아름다움의 용도에 대한 미술의 역사를 말하였으며, 정치적이든 종교적이든 혹은 사회적이든 간에 실용적인 미술의 목적을 서술하면서 작품과 그것들이 구성하는 역사의 진리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시도하였다.
끝으로, 저자는 한 사회를 이끌어 가는 주도층의 미각에 호소하는 미술의 생산을 경계한다. 대중적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들의 미각이 형성해 놓은 미술은 한 시대의 주류로 구가되는 까닭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식과 더불어 철저하게 계급화된 예술의 미각을 언급하며 반성을 촉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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