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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1. 회화 「한운성의 회화: 본질, 개념, 성격」. 정영목 「일상의기록: 나열과 수의 조형」. 강태성 초기 작품 받침목 매듭 문, 벽 신호등 상황 풍경 과일 「80년대의 매듭」. 조은정 「한운성의 과일그림」. 김정희 「이것은 사과다」. 박정욱 2. 판화 「한운성의 판화」. 김정락 초기 작품 캔 받침목 매듭 문, 벽 신호등 상황 풍경 과일 「파라다이스의 배설물」. 임대근 3. 드로잉, 기타 4. 연보 5. 참고문헌 6. BIOGRAPHY 7. 작품목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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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측컨대 논리와 이성보다는 직감과 관조의 동양적 감성이 서구의 심미주의적 취향과 섞여 뜬구름 잡는 식의 멋을 예술의 본질인양 착각했던 한국 미술계의 분위기가 한운성이 유학을 간 미국 대학에서는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운성은 자신이 실력과 지성을 갖춘 화가이기를 원했다. 그만큼 화가로서의 엘리트 의식이 강했다고나 할까? 그의 성장과 교육의 영향도 크겠지만, 아마도 미국 체류 기간 동안 판화에 매진하면서 체득한 그의 열정과 철저한 장인정신이 작가적 태도를 형성하는 주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타고난 회화 감각, 훈련된 기법의 장인적 기질, 인문학적 엘리트 의식 … --- p.16
도심의 가로수를 위한 굄목은 그의 작품에서 스케마적인 고정적이고 단단한 이미지들로 등장한다. 이 이미지 ‘굄’의 시작은 불안정한 현실을 고정하며 안정적인 이미지를 추구하는 주제를 추측하게 한다. 이러한 관심은 1980년대 작가가 일상에서 시작되어 한국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인 상황을 작품으로 반영하게 한다. 현실에 대한 관심은 그림 외적 정황적인 상황을 매듭을 통해 형상화한다. 또한 이러한 정황예술의 첫째 시기에는 마치 누벨 피귀라시옹(Nouvelle Figuration)이 시각적인 중립성을 반성하며, 어떠한 사회·정치·경제·문화적 정황을 가치에 주목했듯이, 그에게도 형상이 갖는 의미구조에 관심을 가지고 이미지의 정황적 가치를 제시한다. --- p.23 작품은 결국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 느낌을 시각적인 언어를 빌려서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명확한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충동을 지극히 구체적인 선이나 면, 또는 색으로 표현하는 그림은 수많은 시행착오의 결과라고 본다. 막상 화면 앞에 서서 작업을 할 때는 구차한 개념이나 관념을 떠나서 그저 그럴듯하게 제대로 표현되어 주기를 기원할 뿐이다. 이렇듯 머리에서 이루어지는 사고와 그것을 받아쓰는 손의 테크닉이 저울대 위에서 평형을 이룰 때 하나의 그림은 비로소 작품의 역할을 하게 된다. --- p.211 한운성의 자연과학적 과일 그림은 정물을 그린 것이지만 그것의 장르는 정물화가 아니다. 1982년에 제작된 것으로 쟁반 위에 놓인 감들의 그림인 〈감〉과 달리 1990년대 말 이후에 제작된 그의 과일 그림에는 ? 그것의 크기가 확대되고 배경이 익명적으로 됨으로써 ? 고대 그리스 시대 이후 정물화에서 강조된 눈속임 장치가 없다. 채집되어 못으로 고정된 곤충처럼 그것이 속했던 환경, 즉 세상에 대한 정보가 모두 제거된 채 무중력 상태에서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과일 이미지는 박제된 순간 미라화되어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된 ‘채집곤충’처럼 시간을 초월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그의 과일 그림은 서양 정물화가 물질의 썩는 속성을 강조하여 표현한 덧없음(vanitas)을 재현하지 않는다. --- p.216 한운성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팝아트’, ‘포토리얼리즘’과의 연계성이다. 초기 판화 작품인 〈욕심 많은 거인〉 등에서 팝아트적인 형식이 보이고 있고, 그의 작업이 전반적으로 ‘사실적 묘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 등이 연유이겠지만, 사실 그의 작업은 팝도 아니고 포토리얼리즘도 아니다. 팝아트는 기본적으로 저급예술(Low Art)를 표방하며 고급예술(High Art)에 도전했고, 상업성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한운성은 작품 자체의 상업성에는 관심이 없었고 그는 단지 ‘팝적인 이미지를 재현’했다. … 그러나 한운성의 작업에는 미국의 그들에게서 보이는 것과는 달리 회화적인 제스처가 분명히 존재하고 오히려 돋보인다. 그러면 한운성의 회화는 기존의 사실주의의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인가. --- p.219 한운성의 외모는 사회학자에 더 어울린다. 시선이나 표정 혹은 그의 태도는 약간 냉소적인 성격을 띤 학자의 모습이다. 예술가상이란 것이 심히 왜곡된 이 사회현실에 비추어 볼 때 한운성이란 작가는 그래서 더 독특하다. 하지만 이것은 한 개인의 외견상 특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가 대상을 대하는 태도 또한 연관이 깊다. 한운성은 대상을 심미적으로 바라보고 꾸미는 것에만 열중하지 않았다. 물론 그의 작법에는 이러한 심미성이 적지 않게 내포되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대상에 대해 매우 경험론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한운성은 익숙해서 간과하기 쉬운 사물들에서 의미를 발견하거나 혹은 의미를 부여하는 일에 능숙한 작가이다. 또한 이를 확대 인용하여 의미의 변화를 조율하거나 심화시킨다. 그가 하는 일이 바로 예술이다. --- p.240 한운성의 작품 저변에는 일상적인 사물과 그 확장된 의미, 네거티브와 포지티브, 기하학적 요소와 비정형적 요소, 이성과 감성, 그려진 것과 남긴 것, 재현과 비재현 등 실로 수많은 대립적인 요소들이 그물망처럼 얽혀 있다. 그러면서도 그 얽힘은 일말의 혼란도 없이 작가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데 일사불란하게 기여하고 있다. --- p.3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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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한운성 교수의 작품 총 635점과 7편의 논고가 실려 있다. 한운성·정영목 교수는 서양화과의 김형관·임자혁 교수, 디자인을 담당한 백승민 학생과 1년 남짓 함께 출판회의를 거치면서 이 책의 방향과 아이디어를 숙의했다. 편저자인 정영목 교수는 머리말에서 출판을 위해 애쓰신 분들을 특별히 언급하고 있다. 귀한 논고를 흔쾌히 집필해 주신 김정희·강태성·김정락·조은정·박정욱·임대근 선생님. 각각의 논지는 작가 한운성의 작품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관점의 차이와 접근의 다양성이 오히려 한운성 교수의 작품을 돋보이게 한다. 정영목 교수는 7편의 글과 635점의 작품이 논리적으로 읽힐 수 있는 지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편집을 지시했다.
이 책의 주인공인 한운성 교수는 책의 표지와 본문 디자인, 편집, 제작 과정을 일일이 직접 확인, 검토하고, 특히 여러 차례에 걸쳐 직접 현장에 나가 인쇄 감리를 지휘하는 노력과 열정을 쏟았다. 그 결과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살아 있는 듯 생생하다. 서울대학교미술대학 조형연구소가 출판을 지원했다. 이 책의 출간과 연계하여 한운성 교수 정년퇴임 기념전이 서울대학교미술관 MoA에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