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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루살카 혹은 보헤미안 해변: 조안나 러스
2. 백설 이야기: 작자 미상 3. 두 발로 선 공주: 잔느 디시 4. 그리고 왕자는 무릎을 꿇고 앉아 신데렐라에게 유리구두를 신겨주려 했다: 주디스 비오르스트 5. 라푼젤: 사라 헨더슨 헤이 6. 달빛 리본: 제인 욜런 7. 빨간 망토의 소녀: 올가 브로매스 8. 당나귀 왕자: 안젤라 카터 9. 페트로넬라: 제이 윌리엄스 10. 아밀렉 왕자 이야기: 태니스 리 11. 맬러건과 래스커스 부인: 미셸 드 라라베티 12. 그린 우먼: 메건 B. 콜린스 13. 울프랜드: 태니스 리 |
Jack Zi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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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하느님, 그가 했던 말들을 잊게 해주세요.
그가 했던 모든 약속의 말들을 떠올리며 신의 없는 그로 인해 얼음처럼 차가워졌다가 불처럼 뜨겁게 타오르기를 반복하며 또다시 불면의 밤을 보내지 않게 해주세요. 길게 땋은 제 머리를 풀어내려 빛나는 물결로 출렁이게 하는 그의 손길을 다시 한 번 느끼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제 머리카락 한 올이 한 남자를 지옥에서 끌어올릴 거라던 천연덕스러운 그의 말을 기억하면서……. 과거에도 4월이면 손을 번갈아 바꿔가며 탑을 기어오르는 그를 보며 오래된 망루 안에서 여위어가던 또 다른 여인들이 있었겠지요. 심금을 꼬아 그를 위해 밧줄을 만든 여인이 제가 처음이 아님을 모르지 않았지만 마지막도 또한 아닐 것임을 그때 알았어야 했습니다.” --- 「라푼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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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살카 혹은 보헤미아 해변』 by 조안나 러스
이 동화는 한스 크리스천 앤더슨의 「인어공주」를 개작한 것이다. 앤더슨은 인어공주가 원해서 이루어진 고통스러운 자기희생을 지지한 반면, 조안나 러스는 인어 아가씨 루살카의 이런 행동을 비판한다. 루살카는 육지의 삶을 동경하며 자기 부정과 자기 배반을 비롯한 인간들의 병에 걸린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남자의 사랑이, 특히 서로에 대한 이해가 기초가 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한 여자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지를 신랄하게 보여준다. 물론 앤더슨의 인어공주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이야기에서 자신의 본질을 부정하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여주인공 루살카 자신이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차이가 있다. 앤더슨은 여성을 경직화하고 그들을 자신의 통제 하에 두기를 원했으며 순종적이고 유순한 여성들에게는 사랑으로 그 보답을 주었다. 하지만 「루살카 혹은 보헤미아 해변」의 작가 조안나 러스는 사랑의 낭만적인 환상을 얻기 위해 자신의 참모습을 버리는 여성들에게 화를 낸다. 따라서 자기 부정과 자기 배반을 저지르는 이 동화는 결국 비극으로 끝이 난다. ―『백설 이야기』, 작자 미상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림형제의 「백설공주」는 계모와 백설 공주가 그 주인공이다. 계모는 자신이 가진 마법의 거울에게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라고 묻는다. 그러나 이번 동화에서는 계모 대신 민중에 대한 독재와 횡포를 일삼는 여왕과, 땅 속 깊은 광산에서 일곱 난쟁이 동료들과 함께 힘들게 일하는, 그렇지만 그 속에서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평범한 보석세공사 백설이 주인공이다. 여왕은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라는 질문 대신,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행복」하니?”라고 끊임없이 묻는다. 자신과 함께 왕궁에서 편하게 살기를 권하는 여왕의 제안을 거절하는 백설은, 결국 궁에서 도망쳐 민중들의 편에 서서 독재자 여왕에게 반기를 든다. 물질적 안락함 대신, 민초들과 한편이 됨으로써 가장 예쁜 공주보다 가장 행복한 사람이길 원하는 주인공 백설의 모습을 통해 미의 가치보다 중요한 인생의 가치를 보여준다. 이 동화에서는 왕자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오로지 여왕과 백설이라는 두 여성의 대결을 통해 젊은 여성이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은 채 사회적 정의를 향해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두 발로 선 공주』 by 잔느 디시 이 작품은 남성이 바라는 여성의 이미지를 폭로함으로써 그 정의와 이미지 밑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가에 초점을 둔다. 「두 발로 선 공주」는 키가 크고 명랑하며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금세 배우는 영리한 공주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녀는 사랑을 갈구하다 드디어 한 왕자와 사랑에 빠지는데, 이 왕자는 그녀가 자신보다 키가 더 크고, 더 재치 있게 말을 하며, 더 재주가 많다는 사실을 참지 못한다. 공주는 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의 키를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더 이상 못 걷는 척 누워 있고, 벙어리가 된 척하고, 말을 탈 줄 모르는 척한다. 그러나 공주는 자신의 「희생」이 잘못되었음을 뒤늦게 깨닫고 그와의 결혼을 거부한다. 이 동화의 작가 잔느 디시는 여성은 남성보다 키가 작아야 하며, 남성보다 용맹해서는 안 되며, 남성보다 영리해서는 안 된다는 남성지배적 시각에 문제를 제기하여 그런 성차별적 관념과 행동이 얼마나 터무니없고 부당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또한 이 동화를 통해 사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보다, 그 희생을 「거부」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라푼젤』 by 사라 헨더슨 헤이 그림형제의 「라푼젤」을 개작한 이 동화는, 남자의 사랑을 위해 탑 안에 갇혀서 하염없이 그를 기다리던 헌신적인 여인이, 결국 그 사랑이 남자의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는 과정을 짧은 시 형태로 표현하고 있다. 자신의 헌신과 희생만을 강요당한 사랑이었음을, 게다가 「거짓 사랑」이라는 탑 속에 갇혔던 희생자가 자신만이 아니었음을 뒤늦게야 깨닫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는 것이다. ―『달빛 리본』 by 제인 욜런 「신데렐라」를 개작한 이 동화에는, 왕자와 무도회, 마차, 유리구두 등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중심축으로 삼아 어린 딸이 홀로 설 수 있을 때까지 죽은 엄마가 이끌어주고 보호해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녀관계를 통해 여성연대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원숙한 여성이 어린 여인을 성숙의 단계로 이끌어가는 멘토 역할을 함으로써 사회를 보다 풍요롭게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당나귀 왕자』 by 안젤라 카터 이 동화는 결혼으로 끝을 맺긴 하지만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라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며, 또한 권력과 힘이 두 성을 모두 해방시키기 위해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현명한 소녀인 데이지는 마법에 걸린 당나귀 왕자가 마법의 사과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이 동화에서는 모든 것이 여주인공의 지혜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남자 주인공인 당나귀 왕자와 야만인 남성 등과의 공조와 협동으로 이루어진다. 두 성이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고난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통해 양성의 조화와 평등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페트로렐라』 by 제이 윌리엄스 이 동화에서 남자들은 주변적인 역할만을 수행한다. 주인공 페트로넬라는 지혜롭고, 용기 있고, 재주까지 많은 공주다. 그리고 왕자가 공주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주가 왕자를 구한다. 성별에 대한 현재의 타협에 의문을 제기하기 위해 글을 쓰는 남성 작가인 제이 윌리엄스는 여성을 존중하고 그들로부터 배우고, 동시에 남성의 약점을 드러내는 데 보다 관심이 있다. 그의 목표 역시 성별과 그 사회적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이고, 그를 통해 권력이 이익을 취하기 위해 이용되지 않고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동화에서는 결혼 또한 공주가 자신의 개인적 탐험의 끝에 이루는 자각과 성취의 일부분이다. ―『맬러건과 래스커스 부인』 by 미셸 드 라라베티 여성들이 기꺼이 맞서 싸워서 장애를 극복할 자세가 되어 있다면 그들이 자신을 위해 선택한 삶을 살지 못할 이유는 없다. 여기서의 장애물들은 분명 남자들이 자신들 스스로의 정체성을 깨닫는데도 똑같이 방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이 동화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주제이다. 이 동화에서 여자 주인공은 자신이 가진 영혼의 아름다움과 인간적인 성품이야말로 좋지 못한 사슬과 압제를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남편을 자유롭게 해주고 그가 장차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 기준을 보여주는 것 또한 그녀의 관대함이다. 전쟁에 출정하면서 남편은 아내가 딴마음을 갖지 못하도록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마법을 걸어 험악한 말(馬)의 얼굴로 변하게 한다. 그러나 그녀는 혐오스럽게 변한 외모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면서 사람들의 존경심을 받는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도 똑같은 마법에 걸려 험악한 얼굴로 변했을 때 남편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괴로워한다. 하지만 그녀의 따뜻한 성품과 굳은 의지는 남편이 이러한 고난을 이겨낼 수 있도록 지켜준다. 결국 이 동화는 어떠한 장애물도 꿋꿋이 이겨내는 여성의 모습이 남성도, 세계도 구원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준다. ―『울프랜드』 by 태니스 리 「빨간 망토의 소녀」를 개작한 이 동화는 안젤라 카터, 어슐러 르 귄 등의 작가들이 사용한 바 있는, 늑대의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줄거리를 지닌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여기서는 여족장 안나라고 불리는 할머니가 늑대 인간이며, 그녀는 손녀인 리즐에게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가 갖는 광포함과 잔인함을 과거에 대한 회상을 통해 보여주면서 여성으로서 자신의 삶을 통제할 능력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여기서는 여성성, 즉 그들의 관능성이 갖는 「늑대와 같은」 측면에 접촉함으로써 자연에 대한 애니미즘적인 유대를 이룩하는 데 자부심을 느끼는 여성들을 그리고 있다. 이때 늑대에 대한 찬양은 야수와 같은 힘에 대한 찬양으로 잘못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마녀나 늑대인간, 그리고 늑대는 고대 사회에서 한때 야생과 문명사회 사이의 매개자로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들은 다른 세계, 신성한 영역, 금지된 세계와 접촉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접촉은 문명화된 세계가 한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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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한 백설공주」, 「왕자에게만 의지하는 신데렐라」, 「철없는 인어」에서 벗어난
새로운 성장통을 대변하는, 인도주의적 가치를 추구하는 성장동화 아무리 왕자가 신겨주는 유리 구두라 할지라도 그것을 과감히 외면할 줄 아는 「신데렐라」, 공주가 되기를 거부하고 독재의 횡포에 맞서 저항한,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공주가 아닌, 가난할지라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기를 선택한 「백설」, 사랑의 낭만적인 환상을 얻기 위해 자신의 본질을 부정하는 잘못을 저지른 후 뒤늦게 자신의 참모습을 잃는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지만, 이미 죽음을 향해 치닫게 되는 「인어」, 남자의 사랑의 속삭임만을 믿고 탑 속에 갇힌 채 길게 땋은 자신의 머리를 풀어 내려주었으나 수많은 여성들 또한 자신처럼 그 사랑의 속임수에 속았음을 깨닫는 「라푼젤」. 이들은 이제 뻔한 동화 속 세상을 뛰쳐나온 우리 시대 딸들의 새로운 성장통을 대변한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 잭 자이프스 교수와 이 책에 참가한 작가들은 미래 세대는 전통적인 고전동화에서 발견되는 원시적인 형식과 사고에 순응하지 않으리라는 희망, 그리고 그들 세대는 인도주의적 가치를 추구하는 이 책 속의 동화에서 제시하고 있는, 지금과는 다른 선택의 자유에 부응해 자신들의 삶을 정립할 거라는 희망을 갖는다고 말한다. 고전동화가 갖고 있는 「8가지 부정적인 측면」 그 동안 동서양을 막론하고 널리 구전되어 전해져온 서양의 고전동화들은 유럽 백인들의 문화적 가치관과 편견을 드러내고 있으며 남성의 특권을 지지해왔다고 평론가들은 말한다. 특히 이 책에 들어간 동화를 직접 선정하여 엮은 잭 자이프스 교수는 옛이야기에 대한 독특한 해석으로 유명한 아동 문학 이론가로, 그는 1980년대 이전에는 제대로 연구된 적이 없는 동화라는 장르를 연구하면서 이른바 고전으로 분류되는 「동화의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성찰함으로써, 자칫 관습적 가치를 설파하는 고답적 학문이 될 수도 있었을 동화를 진보적이고 학제적인 학문으로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느 평론가는 그의 분석에 대해 “잭 자이프스 이후에는 아무도 디즈니 동화를 편하게 볼 수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잭 자이프스 교수가 말하는 고전동화가 갖는 부정적인 측면들은 다음과 같이 8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여자들은 가난한 소녀이거나 예쁜 공주이며 그들은 수동적이고 순종적이며, 유순하게 행동할 때만 보상을 받는다. 둘째, 계모들은 항상 고약하다. 셋째, 최고의 여성은 가정주부다. 넷째, 여성들에게는 아름다움이 최고의 가치다. 다섯째, 남자들은 공격적이고 빈틈이 없어야 한다. 여섯째, 돈과 재산은 인생의 가장 바람직한 목표이다. 일곱째, 마법과 기적을 통해 사회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 여덟째, 동화는 종종 아름다움과 미덕을 흰 피부색과 동등하게 생각하고 유색의 피부는 추함과 동일시한다는 점에서 은연중 인종차별적이다. 이런 측면들을 갖고 있는 동화들은 반인본주의적인 고정관념들을 은연중 유포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아주 조심스럽게 따져가며 정독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잭 자이프스 교수는 말한다. 또한 그는 동화는 그저 읽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또 모든 동화를 양서라 칭하며 강요해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고전동화의 이러한 부정적 요소들을 배제한 새로운 형태의 동화를 제시하고자 했다. 미래 세대는 새롭게 변화된 사회상에 맞는 새로운 동화를 읽게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