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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전집 교감 및 편집을 마치고
감사의 글 ◆ 단편소설 성화(聖畵) 수탉 분녀 사냥 산 들 천사와 산문시 인간산문 석류 고사리 메밀꽃 필 무렵 화재(火災) 낙엽기 성찬 삽화(揷話) 개살구 거리의 목가 장미 병들다 막(幕) 부록 소라(?螺) 공상구락부 해바라기 가을과 산양 산정(山精)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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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속에 가득 든 지전을 가지고 항구의 호텔 한 간 방에 있는 신세 - 이것이 현대인의 최대의 원이라고 하나 그것이 꿈만침 생각될 젠 확실히 나는 생활할 힘을 잃은 것 같소. 아무것도 다 집어치우고 산속에 널집이나 한 간 짓고 자작나무와 백양나무를 심고 그 속에서 염소나 한 마리 길러 보았으면 하는 소극적 원이 있을 뿐이오. 염소는 종이를 좋아하니 지리한 소설책이나 한 장 뜯어 먹이면서 날을 지우고 싶소.”---「성화」중에서
잠간만에 보는 서울에는 - 표면에 드러난 인상에 관한 한도 안에서는 - 그다지 신기한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처음으로 여행하는 사람같이 새로 선 건축물에 놀랄 필요도 없고 백화점에 들어가 정신을 빼앗기는 것도 없고 상품의 무지쯤은 지릅떠 볼 것 없이 냉정하게 무시할 수도 있다. 도회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무례하고 거만한 여행자라고 책하여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천사와 산문시」중에서 “애비 에미란 말에 가슴이 터지는 것도 같었으나 제겐 아버지가 없어요. 피붙이라고는 어머니 하나뿐인걸요.” “돌아가셨나.” “당초부터 없어요.” “그런 법이 세상에.---「메밀꽃 필 무렵」중에서 “……이런 생활은 나를 죽여요 - 이 추위 무섬. 공기가 나를 협박해요 - 이 적막. 가는 날 오는 날 허구한 날 똑같은 회색 하늘. 참을 수 없어요. 미치겠어요. 미치는 것이 손에 잡힐 듯이 아려요. 나를 사랑하거든 제발 집에 데려다 주세요. 원이에요. 데려다 주세요…….” ---「장미 병들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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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은 1920년대 말에서 1940년대 초에 걸쳐 활동한 작가이다. 아직 해방이 찾아오지 않은 그 당시에는 국한문 혼용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말 정서법이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않았는데, 이는 오늘날의 독자로 하여금 독서에 어려움을 겪게 하는 주요한 요소이다. 텍스트 비평을 거친 정본 전집의 간행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이효석문학재단이 편집하고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이 펴낸 『이효석 전집』은 한국 학계에서 처음 간행되는 ‘결정판 정본 전집’으로서, 그 필요성과 시급성을 환기하는 작업물이다.
『이효석의 삶과 문학』의 저자로도 유명한 이상옥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텍스트 교감 및 편집을 총괄했다. 이효석의 문학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그는 “이효석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꼭 필요한 연구 자료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양 있는 일반 독서대중이 읽기에도 적합할 만큼 반듯한 텍스트를 제공하자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선언에 부응하듯, 전집에 수록된 이효석의 글과 말은 연구자의 시각에서만 흥미로운 딱딱한 텍스트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효석의 문장은 현시대의 독자에게도 순수한 흥미를 줄 수 있는 가뿐한 호흡과 리듬감, 무엇보다도 즉물적 재미를 자랑한다. 자연인으로서의 이효석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텍스트를 방대하게 수록했다는 점 역시 이 전집의 자랑거리이다. 소설, 시, 시나리오 등의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서간문, 평론, 좌담, 설문 등 이효석의 생각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글들이 그것이다. 문학 사조, 근현대 시기에 작가가 배양해야 할 태도와 같이 그의 문학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지적 토양이 되어 주는 것들은 물론 영화, 취미, 공상, 독서, 유머, 연예, 애정 등 친숙한 대상에 대한 그의 생각까지 살펴볼 수 있다. 전집을 읽어 나가는 독자들은 이효석의 ‘작품’을 경유하여 ‘이효석’이라는 한 근대인에까지 미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