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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전집 교감 및 편집을 마치고
감사의 글 ◆ 단편소설 여인(旅人) 황야 누구의 죄 나는 말 못했다 달의 파란 웃음 홍소(哄笑) 문명(文明)의 선물 맥진(驀進) 필요 노인의 죽음 가로의 요술사 주리면…… 도시와 유령 행진곡 기우(奇遇) 북국점경(北國點景) 노령근해 깨뜨러지는 홍등 추억 상륙 마작철학(麻雀哲學) 북국사신(北國私信) 오후의 해조(諧調) 프렐류드 오리온과 능금 10월에 피는 능금꽃 주리야 약령기 독백 돈(豚) 마음의 의장(意匠) 일기 수난 계절(季節) |
李孝石, 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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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러분! 쓰리는 주의하세요. 암만 똑똑한 체하여도 한눈만 팔면 코 떼먹을 세상이니까요. 사람은 똑똑만 해도 이 세상에 살아가기 어려워요. 저 혼자는 똑똑하고 약고 꾀 있고 잘생기고 영리한 체하여도 한 발만 삐끗하면 일조일석에 어떻게 될는지 모르지요. 아침에는 갑부라고 땅땅거리다가도 한번 사기에 걸리면 저녁에는 거지가 되는 수 없지 않어요. 그러니까 사람에게는 무엇이든지 아는 것밖에 필요한 것은 없지요. 상식이 있어야…….”---「가로의 요술사」중에서
“팔자가 다 무어냐? 다 같이 이목구비를 갖추고 무엇이 남만 못해서 부모를 버리고 동기를 잃고, 고향을 떠나 이 짓까지 하게 되었단 말이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왜 모두 그런 기박한 팔자만 타고 났겠니?” “그것이 다 팔자 탓이 아니냐?” “그래도 너는 팔자구나…….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팔자 밖에 우리를 요렇게 맨들어 놓은 무엇이 있는 것 같더라.”---「깨뜨러지는 홍등」중에서 마르크시즘과 자살. 마르크시즘은 삶 이후의 문제이다. 혹 삶이 마르크시즘 이전의 문제인 만큼 죽음도 마르크시즘 이전의 문제이다. 마르크시스트의 자살 ? 결코 우스운 현상이 아니다. 비웃는 자를 도리어 가련히 여겨 자살한 마르크시스트의 얼굴이 창백한 웃음을 띠우리라.---「프렐류드」중에서 “귀치않은 현실에 부닥끼는 우리에게는 가끔 이와 같은 로맨티시즘도 필요하겠지요.” “로맨티시즘이라니요. 나에게는 이 밤이 괴롭소이다. 주리야와 나와의 관계는 결코 로맨티시즘 속에 떠 놓을 관계가 못되니까요.” “잠시 동안 두 사람의 관계를 로맨틱하게 가상도 못 해요?”---「주리야」중에서 “천당에 못 갈 바에야 공동변소에라도 버릴까?” 겹겹으로 싼 그것을 나중에 보에다 수습하고 나서 건은 보배를 보았다. “아무렇기로 변소에야 버릴 수 있소.” ---「절」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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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은 1920년대 말에서 1940년대 초에 걸쳐 활동한 작가이다. 아직 해방이 찾아오지 않은 그 당시에는 국한문 혼용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말 정서법이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않았는데, 이는 오늘날의 독자로 하여금 독서에 어려움을 겪게 하는 주요한 요소이다. 텍스트 비평을 거친 정본 전집의 간행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이효석문학재단이 편집하고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이 펴낸 『이효석 전집』은 한국 학계에서 처음 간행되는 ‘결정판 정본 전집’으로서, 그 필요성과 시급성을 환기하는 작업물이다.
『이효석의 삶과 문학』의 저자로도 유명한 이상옥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텍스트 교감 및 편집을 총괄했다. 이효석의 문학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그는 “이효석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꼭 필요한 연구 자료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양 있는 일반 독서대중이 읽기에도 적합할 만큼 반듯한 텍스트를 제공하자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선언에 부응하듯, 전집에 수록된 이효석의 글과 말은 연구자의 시각에서만 흥미로운 딱딱한 텍스트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효석의 문장은 현시대의 독자에게도 순수한 흥미를 줄 수 있는 가뿐한 호흡과 리듬감, 무엇보다도 즉물적 재미를 자랑한다. 자연인으로서의 이효석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텍스트를 방대하게 수록했다는 점 역시 이 전집의 자랑거리이다. 소설, 시, 시나리오 등의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서간문, 평론, 좌담, 설문 등 이효석의 생각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글들이 그것이다. 문학 사조, 근현대 시기에 작가가 배양해야 할 태도와 같이 그의 문학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지적 토양이 되어 주는 것들은 물론 영화, 취미, 공상, 독서, 유머, 연예, 애정 등 친숙한 대상에 대한 그의 생각까지 살펴볼 수 있다. 전집을 읽어 나가는 독자들은 이효석의 ‘작품’을 경유하여 ‘이효석’이라는 한 근대인에까지 미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