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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전집 교감 및 편집을 마치고
감사의 글 ◆ 장편 벽공무한 꽃묶음/어떤 가정/일만원/대륙의 밤/아킬레스의 비상(飛翔)/향연/토귀(兎龜)의 우리(寓理)/한 지붕 아래/하늘 위의 별/시절의 의욕/뮤즈의 선물/사건/비가/부부의 길/생활 설계/여담(餘譚) ◆ 번역소설 밀항자/기원후 비너스 ◆ 시 흰 눈/인생의 행로/파(波)와 암(岩)/봄/만월/아침 뜰 앞/겨울 시장/겨울 식탁/겨울 숲/거머리 같은 마음/야시(夜市)/오후/저녁때/유월의 아침/마을 숲에서/집으로 돌아가자/하나의 미소/빨간 꽃/노 인의 죽음/님이여 들로!/살인 ◆ 시나리오 화륜(火輪)/출범시대/신부의 명랑성/달밤/애련송(愛戀頌)/역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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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자도 일마와 같은 감동을 받은 모양이었다. 긴장이 풀리며 애틋해 하는 어조였다.
“소녀가 가엾지 않어요.” “얘기가 너무 일찍 끝났구료. 좀 더 진전이 있었더면.” “남자가 돌아왔으면 좋았을걸요.” “하긴 서로 사랑을 얻었으니까 작가가 할 말은 다한 셈이지만.” ---「장편 벽공무한」중에서 바다가 내다보이는 송네 피오르 강 하구에 가까운 강 언덕을 한 척의 보트가 고요히 저어가고 있었다. 배꼬리에는 키를 잡은 배 주인이 앉았고 그의 딸과 자식인 두 소년 소녀는 삿대를 젓고 있었다. 때는 저녁물이요 피오르 강 양편 언덕의 산은 멀리 두어 마일이나 그 그림자를 강 위에 던지고 있었다. 얕게 깔린 산과 섬의 선이 아물아물한 넓은 바다의 끝이 멀리 보이고 그 위에는 하루의 마지막 선물인 황금 놀이 깔려 있었다---「밀항자」중에서 흰 눈은 푸실푸실 나리노라 정한 눈은 고요히 나리노라 깨끗하고 아름다운 꿈나라로부터이런 추오(醜汚)한 세상으로 나리노라 ---「흰 눈」중에서 - 몽금포 해변.(1) 바다. 하늘. 구름. 먼 바닷가 모래불에는 벌써 흔하지 않은 늦여름 해수욕 남녀의 두서너 쌍 혹은 서고 혹은 앉고 혹은 물에 잠기다. - 해수욕장과는 멀리 떨어진 모래 언덕 위로 발자욱 길게 뻗히다. 발자욱을 쫓아가는 여자의 다리. ---「애련송(愛戀頌)」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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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은 1920년대 말에서 1940년대 초에 걸쳐 활동한 작가이다. 아직 해방이 찾아오지 않은 그 당시에는 국한문 혼용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말 정서법이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않았는데, 이는 오늘날의 독자로 하여금 독서에 어려움을 겪게 하는 주요한 요소이다. 텍스트 비평을 거친 정본 전집의 간행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이효석문학재단이 편집하고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이 펴낸 『이효석 전집』은 한국 학계에서 처음 간행되는 ‘결정판 정본 전집’으로서, 그 필요성과 시급성을 환기하는 작업물이다.
『이효석의 삶과 문학』의 저자로도 유명한 이상옥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텍스트 교감 및 편집을 총괄했다. 이효석의 문학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그는 “이효석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꼭 필요한 연구 자료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양 있는 일반 독서대중이 읽기에도 적합할 만큼 반듯한 텍스트를 제공하자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선언에 부응하듯, 전집에 수록된 이효석의 글과 말은 연구자의 시각에서만 흥미로운 딱딱한 텍스트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효석의 문장은 현시대의 독자에게도 순수한 흥미를 줄 수 있는 가뿐한 호흡과 리듬감, 무엇보다도 즉물적 재미를 자랑한다. 자연인으로서의 이효석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텍스트를 방대하게 수록했다는 점 역시 이 전집의 자랑거리이다. 소설, 시, 시나리오 등의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서간문, 평론, 좌담, 설문 등 이효석의 생각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글들이 그것이다. 문학 사조, 근현대 시기에 작가가 배양해야 할 태도와 같이 그의 문학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지적 토양이 되어 주는 것들은 물론 영화, 취미, 공상, 독서, 유머, 연예, 애정 등 친숙한 대상에 대한 그의 생각까지 살펴볼 수 있다. 전집을 읽어 나가는 독자들은 이효석의 ‘작품’을 경유하여 ‘이효석’이라는 한 근대인에까지 미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