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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말

작은 경이
기품에 대하여
장소를 안다는 것
성인(聖人)의 인내
주홍빛을 보다
게를 놓아준다는 것
숲의 마지막 높은 자리
하늘의 부르심
하느님 면전에 휘두르는 주먹
릴리의 닭
외눈박이 괴물을 들여놓을 수 없는 이유
열세 살 딸에게 보내는 편지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
일본에 가서
아주 소중한 삶
비행
집 이야기
단편소설이 좋은 이유
어떤 이별
등이 둘인 짐승 길들이기
사과 훔치기
우리의 깃발은 아직도 있었다
하느님 아내의 계량스푼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2

바버라 킹솔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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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bara Kingsolver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생태주의 소설가, 에세이스트, 시인. 1955년에 메릴랜드주에서 태어나 켄터키주 시골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콩고에서도 잠시 살았으며 현재 미국 남부 애팔래치아 지역에 거주한다. 드포 대학교와 애리조나 대학교에서 생물학, 생태학, 진화생물학 학위를 받았고, 소설을 쓰기 전에는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했다. 2000년에는 ‘사회 변혁 문학’을 지원하기 위한 벨웨더상을 제정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단편소설과 시를 발표했는데, 데뷔 장편소설 《콩나무들(The Bean Trees)》(1987)이 평단의 갈채를 받으며 미국 전역의 고등학교와 대학교 문학 수업 교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생태주의 소설가, 에세이스트, 시인. 1955년에 메릴랜드주에서 태어나 켄터키주 시골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콩고에서도 잠시 살았으며 현재 미국 남부 애팔래치아 지역에 거주한다. 드포 대학교와 애리조나 대학교에서 생물학, 생태학, 진화생물학 학위를 받았고, 소설을 쓰기 전에는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했다. 2000년에는 ‘사회 변혁 문학’을 지원하기 위한 벨웨더상을 제정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단편소설과 시를 발표했는데, 데뷔 장편소설 《콩나무들(The Bean Trees)》(1987)이 평단의 갈채를 받으며 미국 전역의 고등학교와 대학교 문학 수업 교재로 채택됐다. 1998년 출간된 《포이즌우드 바이블》은 퓰리처상과 펜 포크너상에 노미네이트됐으며, 애팔래치아산맥의 대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세 여성의 이야기인 《본능의 계절》(2000)을 발표한 직후 국가인문학훈장의 영예를 안았다. 장편소설 《화가, 혁명가 그리고 요리사》(2009)가 오렌지상(여성소설상)을 수상했으며, 찰스 디킨스의 《데이비드 코퍼필드》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한 장편소설 《내 이름은 데몬 코퍼헤드》가 2022년 제임스 테이트 블랙 소설상, 2023년 퓰리처상과 여성소설상을 수상하면서 21세기 새로운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밖의 작품으로, 킹솔버 가족이 시골에서 보낸 한해살이를 담은 논픽션 《작은 경이》(2001) 《자연과 함께한 1년》(2007), 장편소설 《동물의 꿈(Animal Dreams)》(1990) 《천국의 돼지들(Pigs in Heaven)》(1993), 단편집 《고향(Homeland and Other Stories)》(1989) 등이 있다.

라이터스 다이제스트 선정 ‘20세기 가장 중요한 작가’, 미국 고등학교 필독서 선정 작가로서 데이턴 문학 평화상, 남아프리카공화국 내셔널북어워드, 미국서점협회·미국도서관협회 최고상 등을 수상하며 해마다 새로운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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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잭 런던의 『불을 지피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태양은 다시 뜬다』, 팔리 모왓의 『울지 않는 늑대』, 웬델 베리의『온 삶을 먹다』, 데이비드 스즈키의 『강이, 나무가, 꽃이 돼보라』, 『우리 아이들 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 것인가』이 있으며, 이 외에도 『장기 비상시대』, 『인간 없는 세상』, 『리아의 나라』, 『작은 경이』,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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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8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67쪽 | 494g | 145*213*30mm
ISBN13
9788984313514

책 속으로

나는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가 우리네 뒤뜰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세상 가장 외딴 곳에서도 생겨난다고 믿으며, 그런 곳에도 구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01년 9월 우리에게 닥친 희한하고 끔찍한 시기에 이 책을 빨리 묶어내는 일은 나에게 그 시간을 견디는 한 방편이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나는 살아남으려는 의지와 나 아닌 무엇이나 누구를 위해 유익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요구의 밀접한 연관성에 새로이 눈을 뜨게 되었다. 실은 그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라고 할 수 있다. 고통스러웠지만 다른 한편 고통을 완화해주기도 한 이번 글쓰기는, 이번 위기에 대한 내 나름의 헌혈 행위이기도 했다. --- 머리말(pp.8~9) 중에서

작은 변화, 작은 경이, 이런 것들이야말로 내가 견디기 위한 그리고 계속 살아가기 위한 통화(通貨)인 것이다.
정치적 긴급 사태는 수시로 일어났다 잊혀지곤 한다. 하지만 캄캄한 고립 속에서는 성냥불을 계속 켜야만 한다. 극에 달한 오만이 낮을 지배하며, 희망이 사라지도록 강요하는 때일수록 그렇다. 나에겐 울타리 너머로 소리 지를 게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내가 믿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언제나 흐르는 강, 밤의 끝자락에 있는 숲, 한 알의 씨앗에 든 종교, 빨간 생명의 불꽃이 느닷없이 어둠을 헤치고 날아와 파닥거릴 때의 놀람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어린아이와 곰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나는 작은 경이들에 대해, 마음을 다잡을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 p.41

아마도 그 첫걸음은 해변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개껍질의 소유를 포기하는 일부터일 것이다. 단지 흔한 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찬란하고 아름다운 모든 것을 소유하려는 갈급에 저항하는 수련의 차원에서 그래야 한다. 그것은 열 살 먹은 아이의 마음이 자기 바깥 세계의 생명에 어떤 책무를 느끼는 데서 시작될 수 있으며, 그래야 완벽한 소라 껍질이 바다로 되돌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간은 어느 산이든 두렵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던 때 누리던 복을 차버리고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런가 하면 조금씩 다시 올라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너무 늦어버린 게 아니라면 대체로 옳은 방향으로 서서히 옮겨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내 아이들이 내 실수를 보고서 삶의 지혜를 어떻게 쌓아가며 한 걸음씩 전진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기를 바란다. --- p.113

당신이 토종 밀을 기르는 에티오피아 농민이라고 하자. 이 작물은 당신 집안에서 수백 년 동안 길러온, 야생성이 강하고 튼튼한 잡종이다. 언제나 바람이나 고약한 날씨 탓에 일부를 잃지만, 그 나머지는 매년 얼마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 당신은 지금 기르는 품종보다 여섯 배나 알곡이 크게 자라고 거두기 쉬우며 보통 밀에는 없는 여러 가지 비타민이 들어 있는 일종의 ‘마법의 밀’ 소식을 접한다. 더구나 그것은 놀랍게도 정부의 특별 조처에 따라 공짜다.
환상적인 동화를 조금이라도 아는 독자라면, 이 이야기에 문제의 씨앗이 있다는 것을 벌써 감지할 것이다. 이 ‘마법의 밀’은 첫해에는 잘 자라지만, 빠르고 너무 싱싱하게 자라기 때문에 해충이 엄청나게 몰려든다. …… 작물을 제대로 거두려면 살충제를 뿌려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정부의 특별한 조처에 따라 당신에게 종자를 제공해준 회사가 이번엔 필요한 살충제를 판다는 사실을 안 당신은 별로 놀라지 않는다. 살충제는 약효가 뛰어나며 미국에서 다 쓰는 것이다. 그러나 당신한테 없는 돈이 들며, 그 때문에 당신은 이듬해 작물을 수확하기 위해 돈을 빌려야 한다. --- pp.146~147

아이들이 TV 없이는 불행해질 거라 생각하는가? 나는 아이들이 더 불쌍해지기 전에 어서 플러그를 뽑으라고 말하고 싶다. 내 딸들은 또래 아이들의 압력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유치원생은 화면에서 누가 입은 특정 브랜드를 골라낼 줄 모르고, 중학생은 아주 검소한 옷으로 만족할 줄 알며, 둘 다 상자 앞에 앉아 있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활동을 매일 백 가지는 할 수 있다. 둘은 하루가 24시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에 TV에 대한 내 의견에 동의한다. …… 나는 가만히 앉아 8시간짜리 다큐드라마를 ‘보기’보다는 역사를 ‘읽기’를 더 좋아하는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넘겨가며) 부류의 인간인 것이다. 습관적인 독서인으로서 나는 텔레비전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속도가 너무 느리게 느껴진다. 여기엔 충분한 이유가 있다. 한 시간짜리 TV 다큐멘터리의 대본은 분량이 한 행씩 띄어 쓴 타자 방식으로 열다섯에서 스무 쪽밖에 되지 않는다. 그에 비해 어지간한 독서인은 한 시간에 그보다 세 배에서 다섯 배 분량을 읽을 수 있다. --- pp.193~194

넌 내가 ?육이 아니더라도 친구가 되었으면 하는 사람이야. 네가 나와 다른 데가 많은 게 정말 좋단다.
--- p.219, 「열세 살 딸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열아홉 살. 성년의 여인이 된 저는 침대 위에 태아처럼 웅크리고 있어요. 매듭처럼 오그라들었는데, 아예 사라져버렸으면 좋겠어요. 살고 싶지 않아요.
겁탈을 당했어요.
그의 이름도, 어디 사는지도 알아요. 캠퍼스에서 또 마주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알릴 수가 없어요. 경찰에도, 엄마에게도. 전화벨이 계속해서 울리는데 받을 수가 없어요. 엄마일까봐요. 엄마…… 처음부터 엄마가 말한 모든 게 침대에 웅크리고 잇는 저라는 이 못난이한테 사무치네요. --- p.233,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나는 바로 그 건물에 들어가본 적이 있으며, 그 비행기 중 하나에 타봤을 수도 있다. 희생자들은 우리 전부일 수 있었다. 일터에 있거나 휴가 중이던, 집으로 가던 길이거나 옆 건물로 걸어가던 중이던 미국인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멀쩡히 살아 있다가 느닷없이 죽은 것이다.
모르는 사람의 죽음을 자기 자신의 것으로 상상할 수 있을 때 더 사무친다고 인정하는 게 좀 더 인간적인 일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그 주에 ‘이 사건은 지금까지 일어난 최악의 경우’라고 모두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말에 ‘우리한테’라는 말을 덧붙여야 한다는 것을 안다. 더 심한 재난이 이 세상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일어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 pp.258~259

나는 집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설명하기 위해 수백 쪽을, 심지어 몇 권이나 되는 소설을 써야 했다. 이따금 나는 집이 내가 글을 써야 할 유일한 대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집은 장소이고, 위치이고, 정신이다. 그것은 생존과 안전의 문제이고, 애착과 자기 정의의 조건이다. 집은 자기가 익숙한 장소와 사람들에게 속하는 것의 의미를 다루는 모든 이야기를 부모에게서 배우고 자식들에게 가르쳐주는 곳이다. 또 집은 안전의 장소인데, 이것이 집 없이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현실적이고 어려운 문제의 하나다. 집 없는 사람들이 성적인 학대나 정신적 폭력을 당할 확률은 ‘만일’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라고 할 정도로 높다. 집이 없다는 것은 첫째로 공동체 상실이요, 궁극적으로 자기 상실이다. --- p.273

일찌감치 무릎에 이야기 더미를 쌓아놓고 고민하던 나는 내가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언가 하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답은 꽤나 명쾌했다. 나는 소설이 인생을 말해주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었다. 내가 유난히 소설을 좋아하는 까닭은 소설이 진실을 드러내주기 때문이었다. 어떤 소설이 내가 모르고 있던 것이나 미처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것, 또는 내 가슴을 그토록 신성하게 울려본 적이 없던 무엇에 대해 말해줄 수 있다면, 그게 읽을 만한 이야기였다. --- p.288

시가 내게 다가오는 순간, 나는 뚝 떨어지는 사과를 잡은 듯 흥분하면서 그 행운에 감사하게 된다. 시는 어디에나 있지만 놓치기 쉽다. 나는 떨어지는 빨갛고 맛있는 시를 받아 언제나 소유하기 위해서라면, 온종일 나무 밑에서 다른 데를 쳐다보고 휘파람을 불면서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법은 좀처럼 없다. 그 대신 그런 탐스러운 사과는 한창 아기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아이들이 개를 데리고 로데오를 하려는 걸 뜯어말리거나, 양파를 썰며 눈물을 흘리거나, 뉴스를 들을 때 떨어진다. 그러면 그 사과는 툭 떨어져 먼지더미와 함께 침대 밑으로 굴러 들어가 언제까지나 잊힌 채 있게 된다. 내 집에는 그런 먼지 뒤집어쓴 사과가 도처에 널려 있다. --- p.315

나는 익사하지 않기 위해 싸운다. 나는 냉소주의의 늪에 절대 들어갈 수 없다. 만일 그랬다간 결코 빠져나올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나에겐 내 목숨보다 소중한 아이들이 있으며, 내 몸의 모든 세포 하나하나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약속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어른들이 하나로 뭉쳐 외치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아이들이 시도해보기 전에는 세상을 폭파시켜버리지 않을 것이다. 자기 두 발로 서보기도 하고, 상실도 해보고, 이겨내기도 하고, 투표도 하고, 차도 몰아보고, 차를 안 몰기도 하고, 뿌듯한 일을 하느라 녹초가 되어보기도 하고, 자기가 바라는 라디오방송을 해보기도 하고, 생각을 숨김없이 드러내보기도 하고, 탁자에 올라가 춤도 춰보고, 소란도 피워보고, 웃음거리도 되어보고, 놀라운 일도 해보고, 자기 생각보다 강한 사람도 되어보고, 중대한 희생도 해보고, 자신이 정말 어떤 사람인지도 발견해보고, 완벽한 요리도 만들어보고, 완벽한 책도 읽어보고, 한 시간 동안 키스도 해보고, 진지하게 사랑에 빠져보기도 하고, 동침도 해보고, 아기도 낳아보고, 발가벗은 아기 앞에 서서 겁이 나서 울어보기도 하고, 기적 앞에 경탄도 해보길 바란다.

--- p.345

출판사 리뷰

아름답고, 힘 있는 스물세 편의 에세이

“삶은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더 나빠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얻을 것은 우리가 그토록 찾고자 하는 바,
여기저기서 자라나는 작은 경이뿐인지도 모른다.”

한겨레출판이 《자연과 함께한 1년》에 이어 바버라 킹솔버의 《작은 경이》를 내놓는다. 대표적인 미국 생태주의 작가 가운데 한 명인 킹솔버는 이 책을 묶는 직접적인 계기가 9?11 사건을 경험한 뒤, 그 쓰라린 아픔을 글쓰기라는 자기 치유의 과정을 통해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에서였다고 밝힌다. 그녀가 가장 아파하고 두려워한 것은 미국과 세계를 압도하고 있던 ‘상대방을 향한 적개심’이었다. 당시는 제국의 심장을 가장 극적인 방식으로 도발한 아랍 세계에 대한 미국인들의 분노, 그리고 (저자의 정치적 견해에 따르자면) 미국 자신이 오랜 세월 자초하고 북돋워온 아랍 청년들의 미국을 향한 원한과 적개심이 온 세상을 뒤덮고 있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보복 폭격이 시작된 그해 10월 킹솔버는 우연히 신문을 통해 이란에서 실제 일어난 놀라운 이야기를 읽는다. “16개월 난 실종된 아기를 곰이 젖을 물리고 돌보았다”는 것. 약육강식이 야생 세계를 지배하는 불변의 법칙이라면, 거대하고 배고픈 곰이 작고 연약한 아기의 살을 취했을 터. 하지만 “아이는 배가 고파 울고 있었고, 암곰에겐 젖이 있었다.” 그것은 “작은 경이였다.” 상대방을 절멸시키겠다는 증오심이 전 지구를 가득 채우고 있을 줄 알았건만, 아기를 품어 안은 곰의 모성은, 세상의 성난 기운은 아랑 곳 없이, 어느 조그만 동굴 속에서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이 책에 묶인 23편의 에세이는 킹솔버가 불완전하고 불공평한 세계 속에서 작은 경이와 희망을 찾아가는 섬세하고 뜻 있는 노력을 담고 있다.

내 희망은 나의 작은 삶과 작고 뾰족한 펜으로 괴물 같은 세상을 좀 더 완전하게 만드는 것!

노엄 촘스키, 하워드 진, 수잔 손택 등 날카로운 지성과 매서운 언어로 미국의 오만을 성찰하는 미국 내 비판적 지식인들이 적지 않다. 바버라 킹솔버의 《작은 경이》 속 에세이들은 비슷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은 사뭇 새롭다. 가령 그것을 서정적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녀는 세상의 소소하고 작은 것들에서 적극적으로 삶의 애틋함과 기쁨, 희망을 찾는다. 그녀에게 존재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겨우 16킬로미터를 흐르는 폭 90센티미터 내외 연약한 실개천(산페드로 강)이거나 사라져가는 야생지와 야생동식물, 텃밭에서 자라는 먹을거리, 딸아이가 키우는 닭, 자연의 기운으로 충만한 숲 속 통나무집, 사라져가는 지역의 독립서점, 독서의 기쁨, 그리고 무엇보다 ‘존재’가 ‘소유’에 우선한다는 정신이다. 하지만 그러한 즐거움조차 위협하는 너무나 기운 센 세력이 있으니, 이 지구를 소유의 대상으로 삼는 인간들과 거대한 기업, 그들의 우두머리 미국 정부이다. 그리하여 소소한 것들에 대한 연민과 경탄을 읊조리다 어느새 미국의 오만한 군사주의적 전통, 유전자조작식품, 외눈박이 괴물(TV)이 내뿜는 선별된 정보, 사회가 방조하는 노숙자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드높인다. 각각의 글마다에 담겨 있는 아름다운 일상의 서정과 톤이 높인 비판적 성찰은 서로를 적절히 받쳐주면서, 좋은 글을 읽는 즐거움과 세상의 비밀에 다가서는 영감을 선사한다. 책을 살피면 그러한 삶과 글쓰기에 대한 태도가 킹솔버 자신이 오랫동안 품어온 자신만의 선택이자 소망임을 암시하는 다음과 같은 글과 마주친다.

“나는 인도에 가본 적은 없지만, 멋대로 살던 청춘시절의 여러 시기에 걸쳐 텐트나 코뮌이나 유럽에서 살아보려고 애쓴 기억이 있다. 그러다 결국에는 무지막지한 괴물 같은 내 조국 ‘안’에 살면서 내 작은 삶과 작고 뾰족한 칼 같은 펜으로 안쪽에서 괴물의 배를 찌름으로써, 조국의 호색적인 식성에 손상을 주고 연방을 좀 더 완벽한 것으로 만드는 희망을 품어보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나는 이곳에서 내 가족을 먹이고 땅에 부담을 주지 않으며 살아보려는 것이다.”

에세이시트 고종석에 따르면 일찍이 “몽테뉴는 인간의 삶과 문학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진지하고 관통력 높은 글을 묶은 자신의 주저(主著)를 펴내며 ‘시도’라는 뜻의 《에세이들Essais》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과연 ‘내가 무엇을 아는가’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킹솔버의 《작은 경이》를 통해 인간과 삶의 진실, 잘못 돌아가고 있는 세상을 향한 성찰과 외침이 녹아 있는, 또 하나의 기품 있는 ‘에세이’를 얻게 될 것이다.

딸에게, 그리고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

책에 묶인 글들 중 무엇보다 반갑고 눈을 환하게 하는 두 편쳀 있으니, 열세 살 딸아이와 자신의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이다.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형식을 통해, 세 살 무렵 어머니와의 관계를 최초로 자각하는 순간부터 세상과 부모의 모든 것이 못마땅한 사춘기 시절, 밝히기 쉽지 않은 겁탈 당한 경험, 질풍노도의 청춘기, 첫 결혼과 출산, 오랜 소망이던 첫 책을 출간하게 된 기쁨, 마흔에 둘째 딸을 얻게 된 경이로움 등 여자로서의 자신의 생애사를 다소곳하게 서술하는 부분은 더없이 친근하며 따뜻하다. 딸에게 보내는 편지는 조금 더 조심스럽다. 그 나이 때의 자신보다 정서적, 문화적으로 더 웃자란 딸을 향한 조바심과 애정 섞인 충고는, 자신이 소녀 시절 겪고 느낀 경험담을 고백하는 방식으로 에둘러 표현된다. 결국 딸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딸아이가 독립된 개체임을 인정하고, 이만큼 훌륭히 자라준 것에 대한 자랑스러움이었으니, 엄마에게 이런 말을 듣게 되는 딸은 얼마나 행복할까, 하고 부러워졌다.
“넌 내가 혈육(딸)이 아니더라도 친구가 되었으면 하는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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