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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01 가자,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02 고행으로 열리는 길 03 어느 여인의 투혼 04 이별로 시작된 길 05 Y를 잡아라! 06 히말라야의 아름다운 마을들 07 어머니의 봇짐 08 인간은 왜 스스로 고행을 선택하는가 09 바람과 구름, 그리고 행복한 길 10 행복은 비움에서 온다 11 들어가서 죽자 12 최악의 숙소, 최악의 음식 13 꽃 14 지게꾼, 그대들에게 나마스떼 15 도전하는 삶은 아름답다 16 처리칼카는 너무 멀다 17 길은 소통이다 18 드디어 에베레스트 국립공원으로 19 여행과 외로움과 막걸리 20 태양의 철인 21 신발 이야기 22 차가운 새벽의 꿈 23 진정 넘어서는 안 될 선인가? 24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25 17시간 34분의 사투 26 별을 보다 27 바람에 미련을 묻고 28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 고원의 매력 29 삶이 내게 묻다 30 내 삶에 비겁하지 않기 31 마지막 산행, 그리움이 되는 미련 에필로그 |
박동식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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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은 ‘지리(Jiri)’라고 불리는 작은 마을에서 시작되었다. 버스가 갈 수 있는 가장 깊은 마을이다. 우리는 지리로 가기 위해 카트만두(네팔의 수도)에서 새벽 5시 40분에 일어나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향했는데 9시 30분 이전에 출발하는 버스는 모두 매진이었다. 미리 예매를 하지 않은 게 불찰이었다. 3시간 넘게 터미널에서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다. 표를 끊은 뒤 근처 공원으로 갔다. 엉덩이를 붙일 만한 곳도 없는 터미널에서 기다리는 것보다는 그게 나을 듯싶었다.
날씨가 흐린 게 비가 올지도 모르겠다. 비가 오지 않기만 기도했다. 만약 비가 온다면 방수용 배낭 덮개를 빠뜨리고 온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뿌연 안개로 덮인 공원에는 이른 아침부터 공을 차는 아이들과 크리켓 볼을 즐기는 남자들이 보였다. 조깅을 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일행은 나를 포함해 셋이었다. 동갑내기 친구인 Y와 우리보다 두세 살 위인 미진 씨. Y와 내가 에베레스트 트레킹 준비에 한창일 때 포카라(네팔 제2의 도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미진 씨를 숙소에서 처음 만났다. 우리의 트레킹에 관심을 보인 그녀가 함께 하게 되었다. --- p.18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모든 고통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알 수 없는 유혹에 이끌려 에베레스트로 향하고 있었고, 철인3종 경기에도 도전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철인3종 경기를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표현은 나에게 썩 마뜩찮은 표현이다. 철인3종 경기는 자신과의 싸움이 아니라 ‘자신과의 동반주’다. 225킬로미터가 넘는 긴 거리를 뛰다보면 자기 자신은 싸워서 이겨야 하는 상대가 아니라 함께 보듬고 가는 상대라는 걸 깨닫게 된다. 뛰고 있는 자신과 그런 자신을 믿고 따라와주는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긴 레이스 속에서 이원화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라고나 할까. 그것은 어쩌면 평생을 나 하나만 믿고 힘든 길도 마다하지 않고 동행해준 아내 혹은 남편을 바라보는 시각과 비슷한 것일 게다. 그래서 ‘그’가 한없이 고맙고 더 사랑스러워지는 것, 그것이 철인3종 경기다. --- p.77 세상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는 세계의 지붕이기도 하지만 세상의 끝이기도 하다. 마치 거대한 장벽처럼 세상 가장 깊숙한 곳의 막다른 길이다. 그래서 버스가 갈 수 있는 가장 마지막 마을인 지리에서부터는 허망한 길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설령 트레커보다 발이 빠르다고 해도 세상에 나오기 위해서는 그들 역시 여행자가 갔던 며칠의 길을 고스란히 걸어야만 가능하다. 내가 골절상을 입고 쓰러졌다면 누군가의 도움으로 며칠을 거슬러 나와야 하는 것처럼, 그들도 어딘가 아파서 도시의 큰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면 며칠이고 그 길을 걸어야만 가능하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휴대폰을 열고 1, 1, 9 딱 세 개의 번호만 누르면 몇 분 안에 사이렌 소리와 함께 앰뷸런스가 도착하는 우리의 삶과는 전혀 다른 세상의 삶이다. 그 자체만으로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로든 한쪽으로만 가야 하는 길은 나에게는 분명히 불편하다. 만약 며칠을 걸어야 병원을 만나고 버스를 탈 수 있는 마을을 만난다고 해도 그 길이 여러 갈래였다면, 그래서 이쪽으로도 갈 수 있고 저쪽으로도 갈 수 있는 가능성들이 놓여있었다면 나는 갑갑증이 아니라 불편함만 느꼈을 것이다. --- p.151 이윽고 끝날 것 같지 않던 경기도 종착역이 보였다. 멀리 골인 지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나를 알아본 진행요원들은 환호성을 울리며 서둘러 결승 테이프를 펼치고 있었고, 나 역시 그날의 마지막 구간을 힘차게 달려서 최대한 멋진 자세로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그렇게 그날의 긴 여정은 끝이 났다. 그날 내가 세운 기록은 14시간 15분 31초였다. 펑크로 1시간 40분을 허비하기는 했어도 애초의 목표였던 11시간 15분과는 거리가 먼 기록이었다. 물론 목표 기록을 달성하지 못한 것에는 경기의 흐름이 깨진 것도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챌린지컵 제1차전에 이어 제2차전 역시 1위로 마침으로써 승점 50점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이제 남은 것은 9월 추분에 열리는 ‘100킬로미터 아웃리거 카누’와 12월 동지에 열리는 ‘100킬로미터 스키 크로스컨트리’다. 남은 종목은 경험이 부족하여 힘든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나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남들이 못해서 차지하는 우승보다 설령 꼴지를 하게 되더라도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면 그것이 더욱 가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도전을 통해서 그런 스포츠 정신을 조금씩 깨닫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 p.1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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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여행자 박동식이 찾아간 히말라야,
그리고 17시간의 챌린지컵 도전기 세상의 낮은 곳으로만 걸어가는 유목여행자 박동식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발길을 향했다. 산을 좋아하지 않지만 한 번은 제대로 산을 오르고 싶어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로 떠난 여행은 고행의 길이었다. 죽음을 떠올릴 만큼 고통스러운 고산병을 견디며 히말라야의 산들을 하나씩 넘으며 떠올린 기억의 조각들. 그리고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철인3종 경기와 챌린지컵 대회를 통해 그가 생각하는 삶과 신념에 대한 이야기가 아름다운 히말라야의 사진들과 함께 펼쳐진다. 도전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아니라 ‘스스로와의 동행’이다! 어려운 시대일수록 ‘도전’이라는 단어는 중요한 키워드로 주목을 받아왔다. 눈앞에 닥친 난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노력과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도전’이란 단어는 ‘불가능’이라는 단어와 매우 흡사한 동질성을 갖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많은 독자들이 도전에 성공했던 주인공 대부분을 비범한 사람으로 여겼고, 그들의 도전기를 그저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과거회상으로 단정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 평범한 한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을 오르고, 극한의 도전을 시작했다. 여행작가로 잘 알려진 박동식의 도전은 히말라야에서 철인3종 경기로 이어진다. 수영 3.8킬로미터, 사이클 180.2킬로미터, 마라톤 42.195킬로미터를 17시간 안에 완주해야 하는 혹독한 레이스다. 터져나갈 듯한 근육의 부하와 심장박동, 숨이 목까지 차오르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더군다나 그는 타고난 운동선수가 아니다. 그런 그가 작은 신장과 둔한 운동신경을 극복하고 22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은 능동적인 태도 때문이다. 유목여행자 박동식의 색다른 여행이 시작된다! 산을 좋아하지 않았던 한 남자가 에베레스트에 도전했다. 좋아하지도 않는 산, 어차피 한 번만 오를 것이라면 이왕에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가자! 이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러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향한 20여 일에 가까운 여정은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고통스런 고산병과 뜻하지 않은 기생충 감염에 노출되면서도 멈추지 않는 도전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고통과 시련을 이겨내는 작가의 방법은 매우 서정적이고 인간적이다. 누군가와 비교하기 위해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삶에 비겁하지 않기 위해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쉬움과 미련이 남는 도전도 감동적이다. 작가는 도전을 이렇게 정의한다. “도전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아니라 ‘스스로와의 동행’이다. 다독다독 어깨를 두드리며 또 다른 자신과 새로운 길을 가는 것, 그것이 도전이다.” 도전은 거칠거나 냉혹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래서 치열하기보다 오히려 아름답고 서사적인 것이다. 그동안 감성적인 글과 사진을 발표하며 주로 서정적인 작업을 해왔던 여행작가 박동식의 도전은 독자들과 깊게 현실을 호흡한다. 모든 도전에는 실패가 없다는 그의 주장이 공허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