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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추억의 경쟁
밥상을 들 때의 마음으로 | 굴렁쇠 | 이사 | 반지의 힘 | 이러다 목련꽃 피면 어쩌지 | 명동성당 | 추억의 경쟁 | 두릅을 따며 어머니 생각 | 봉선화 감성 | 지하촌 | 물고기 | 함석대문이 있는 풍경 | 산소 코뚜레 | 교장선생님, 멀리 날다 | 1997,양화대교 | 오이냉국 | 나는 내 맘만 믿고 2부 전등사에서 길을 생각하다 함씨 | 집에 대한 단상들 | 길거리에서 핀 매화 | 길상이 가라사대 | 막걸리 안주는 인절미가 최고인데 | 열쇠 | 보문사 가는 길 | 허리 |우스갯소리 | 인터넷에도 없는 낙지 잡는 법 | 산초 | 잘 가라, 이 봄 | 군내 버스 | 낙지 잡기 패인 분석 | 맛 | 전등사에서 길을 생각하다 3부 우리 시대의 약도는 무엇일까 불꽃놀이 | 망원경 | 민들레꽃 | 고구마 캐기 체험 나온 아이들을 보며 | 태풍이여 제발 진로를 | 수자기帥字旗를 아시나요? |저수지 가는 길 | 인터넷 시詩 변질 유감 | 백중사리 | 우리 시대의 약도는 무엇일까 | 접목 | 논물 거울 | 돌고래를 찾아서 | 낭만 성형수술 | 촛불 | 총소리 | 바닷물 위에서의 반성 | 가을, 우리는 무엇을 남길까 | 사람 소리 |
함민복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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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호실에 또다시 밤이 왔고 나는 혼자 서툰 기도 혹은 혼잣말을 했다.
어머니, 소가 되셨나요. 왜 코뚜레를 하고 계세요? 어머니, 코끼리가 되셨나요. 왜 코에서 나온 호스로 미음을 드시죠? 어머니, 소처럼 벌떡 일어나세요. 어머니, 코끼리처럼 큰 소리로 저를 한번 불러주세요. 그리고요, 이건 정말 궁금한 건데요, “내가 누구여?” 이렇게 물었을 때 제가 “엄마” 하고 대답한 것은 몇 살 때였나요. 또 장소는 어디였죠? 저는 왠지 향나무가 있던 우물가였거나, 바깥마당에 있던 대추나무 아래였으면 좋겠어요. 제 대답을 듣고 어머니 기분은 어떠셨나요? --- pp.84~85 「산소 코뚜레」 중에서 언젠가, 어머니 등에 업혀 큰 물가를 지나는데 비가 내렸던 그 물가가 어디냐고 물었지요. 그랬더니 갓난아기였던 네가 그걸 어떻게 기억하냐며, 큰 누이 데리러 제천 의림지를 지나는 거였다고 말해주었죠. 그때 어머니한테 궁금했던 것들을 다 물어볼 걸 그랬어요. 참, 나도. 물어보지 못해 영원히 알 수 없게 된 것들이나 생각하고 참, 한심하지요. 이젠 043으로 시작하는 고향 쪽 전화번호가 찍혀도 크게 놀라지도 않는걸요. 왠지 아세요? 축이 없어진걸요. 운동기구 역기 아시죠. 손잡이 없는 역기를 한번 떠올려보세요. 그리움과 슬픔 두 바퀴가 아직 있기는 한데, 손잡이가 되는 축이 없어진 것 같아요. 허공을 움켜잡고 들었다 놓는 것처럼 허전하기만 해요. 이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없는 두 바퀴만 덩그렇게 남았으니 말이죠. 이제 나는 죄를 짓지도 못하잖아요. 제일 큰 죄 지을 수 있던 대상이 없어졌으니까요. 팽팽하던 낙하산 줄 하나가 팅 끊어진 것도 같고 내 삶을 늘 달아주던 오래된 앉은뱅이저울이 고장 난 것도 같아요. --- p.102, 「나는 내 맘만 믿고」 중에서 아카시나무 가로수가 시작된 지점에서 길의 우측인 산 쪽은 리기다소나무 숲이 끝나고 쇠사슬나무와 갈참나무 숲이 이어진다. 이 나무들은 곧고 근육질이어서 마치 암놈이 없을 것 같다. 졸참나무 낙엽이 다급하게 바스락거린다. 바스락 소리가 휘모리장단으로 가파르게 치닫는다. 꿩이 날아오른다. 꿩의 활주로는 꿩을 하나도 돕지 않는다. 꿩에게 제 가속도를 측정해볼 기회를 줄 뿐이다. 꿩은 다리의 길을 접고 날개의 길을 편다. 딱딱하길 바라던 길에서 허탕을 치는 길로 길이 이어진다. 꿩이 내달은 길은 고라니 길이 될 수 있고 고라니 길은 사람 길이 될 수 있다. 사람이 걸어 다니던 길은 큰 차도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막 꿩이 낸 길은 길의 새싹인가. 길들은 진화와 퇴화를 반복하며 서로 만난다. 길끼리 만나지 않는 길은 존재할 수 없다. 길 중에, 섬[島]인 길은 없다.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 --- pp.194~195, 「전등사에서 길을 생각하다」 중에서 새벽에 밥하려고 쌀을 펐다. 며칠 사이에 쌀벌레 수가 부쩍 늘었다. 손가락이 무뎌 쌀벌레만 잡히지 않았다. 쌀 몇 톨과 함께 쌀벌레를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입에 긴 집게가 달린 쌀벌레가 쌀 톨 틈을 비집고 빠르게 기어 나왔다. 쌀벌레는 손가락을 대자 죽은 체했다. 목숨 지키려는 작은 생명체의 모습이 안쓰럽게 다가왔다. 너무 작아 손가락 끝으로도 잡을 수 없는 생명. 쌀벌레야, 너는 어쩌자고 몸이 검은 것이냐? 쌀벌레 이십여 마리를 골라냈다. 나와 같이 쌀을 주식으로 삼는 식객들이 이렇게 많이 나와 동거를 하고 있었으니, 내가 만날 독상을 대한 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쌀벌레가 고마워지기도 했다. 멀리 김제평야에서 쌀을 보내준 농부 시인 김유석 형과 유기농 봉지쌀을 보내준 김민정 시인의 고마운 맘을 내 마음에 안친 새벽. 남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받기만 하는 나의 생활이, 쌀만 축내고 있는 쌀벌레 같은 내가 한없이 미워졌다. 반성 끝에, 앞으로 매일 저수지길이라도 걸으며 운동하여 뱃살도 빼고 글도 열심히 쓰자고 맘을 다졌다. --- p.234, 「저수지 가는 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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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에 연재되어 큰 사랑을 받은 함민복 에세이집 출간!
『눈물은 왜 짠가』『미안한 마음』의 작가 함민복 그가 마음에서 마음으로 띄우는 편지! “이 글들은 내가 살며 만난, 내 마음을 움직였던 순간들에 대한 기록이다. 한, 어린 인간의 이런 저런 얕은 생각들, 용서하는 맘으로 봐주시길 바란다.”-함민복 강화도 시인으로 유명한 함민복의 에세이집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국내 대표 포털 사이트 Daum에 2008년 12월부터 2009년 5월까지 연재하였던 에세이와 틈틈이 지면에 발표하였던 글들을 묶은 이 책은 가난했지만 소중한 어린 시절의 추억, 강화도에서 만난 역사와 사람들, 누에처럼 하얀 강아지 길상이와 단둘이 살아가는 일상 등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마주친 삶의 모습들을 잔잔하면서도 서정적인 필치로 그리고 있다. 함민복은 돈도 없고, 집도 없고, 아내도 없지만 그 자신은 “가난하다는 게 부족하다는 거고, 부족하다는 건 뭔가 원한다는 건데, 난 사실 원하는 게 별로 없다”고 말하는 마음이 부자인 작가다. 그래서 함민복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그의 글에는 그런 긍정의 힘이 가득하다.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는 향긋한 산나물, 싱싱한 해산물로 가득 찬 밥상이다. 개두릅, 시엉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롭고, 갓 잡아낸 뻘낙지처럼 꿈틀거리는 글들의 만찬이다. 독자들은 함민복의 글을 통해 우리가 세파에 나부끼다 놓쳐버린 진정한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새겨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강화도 시인 함민복 특유의 서정적 정서를 녹여낸 세 번째 에세이집! 작가 함민복을 생각하면 가난과 어머니, 그리고 강화도라는 키워드를 떠올리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전업 시인으로 강화도에 살고 있는 그는 ‘가난과 불우가 그의 생애를 마구 짓밟고 지나’간 인생길을 덤덤하게 털어놓은 글들로 많은 독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대표작으로 애송되는 산문시 「눈물은 왜 짠가」, 허영만의 『식객』에 인용된 시 「긍정적인 밥」에서 보듯 그의 작품 세계에서 어머니를 향한 애끓는 사랑과 가난의 그림자, 그리고 그것을 인생의 거름으로 승화시키는 긍정의 힘은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 『미안한 마음』 이후 3년 만에 발표하는 에세이집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에도 이러한 함민복 특유의 색깔이 잘 드러나 있다. 더불어 이 에세이집은 ‘눈물’과 ‘미안함’에서 ‘길’과 ‘인생’으로 향해 가는 작가의 무게중심의 변화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함민복 시 세계의 원천이자 ‘열쇠처럼 쪼그맣지만 내 모든 것을 열어준 어머니(「산소 코뚜레」)’와 2009년 1월 사별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자신이 인터뷰를 통해 종종 밝혔듯 ‘가난’과 ‘추억’이라는 틀에 묶이지 않겠다는 의지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은 그래서 한 사람의 뛰어난 작가가 고유의 색을 간직하면서도 어떻게 변모하고 성장해나가는지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강화도 길 위에서 만난 인생과, 사람과 추억의 단상들!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에는 작가가 지나온 인생의 무늬와 나이테가 아로새겨져 있다. 수업료 못 내는 서러움을 물고기 잡으며 삭이던 어린 시절, 그 물고기를 돼지고기와 맞바꿔준 친구 아버지 이야기(「물고기」)는 눈물겨우면서도 인정스럽고, 어머니를 잃은 후 어머니 묘 앞에서 ‘그리움과 슬픔 두 바퀴가 아직 있기는 한데, 손잡이가 되는 축이 없어진 것 같(「나는 내 맘만 믿고」)’다고 토로하는 절절한 사모곡은 가슴 저릿하다. 강화도에서 마주친 삶의 단상들에서도 작가 특유의 짙은 향기가 묻어난다. 개펄에서 낙지를 잡으며 ‘낙지 잡는 일이 우리 인생살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 하나(「낙지 잡기 패인 분석」)’도 잡아 올리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절인 전등사 가는 길에서는 ‘길 중에, 섬[島]인 길은 없다.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전등사에서 길을 생각하다」)’라는 생각과 마주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이 에세이집에는 누구보다 현실 참여적이며,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작가의 인생관이 담겨 있다. 작가는 2008년 6월 촛불집회에 참여했다가 전경에게 구타당하여 머리를 다쳤다. ‘날씨 추운 날은 모자를 꼭 쓰고 다’녀야 하게 된 작가는 ‘밝음은 더 밝음으로만이 끌 수 있을 것이(「촛불」)’라고 혼탁한 세상을 향해 경고를 보낸다. 세상 모든 일에 미안하다고, 또 고맙다고 말하는 작가. 그러면서 ‘내 깃발은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가(「수자기帥字旗를 아시나요?」)’ 고민하며 마음을 다잡는 작가 함민복. 그런 진심이 드러났기에 이 에세이가 포털 사이트 Daum에 연재되는 동안 네티즌들의 열렬한 지지와 환호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에세이집은 함민복이라는 작가? 마음에서 마음으로 독자들에게 띄우는 연서戀書이다. 봄 편지 같은 그의 글에 흠뻑 취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