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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둥지가 보이는 동네
이문구
바다출판사 2003.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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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LEE,MUN-KU,李文求, 호:명천

고향 잃은 사람들이 갈 곳 없음을 밝히면서 우리 사회 현실 속에서 개인이 겪는 갈등과 불안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글들을 써온 이문구 씨는 농민소설의 전범을 보여주는 소설가다. 오늘 날에는 보령으로 바뀐 충남 대천의 관촌 마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랐으며, 6·25전쟁으로 아버지와 형들을 잃고, 이어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15세 때 가장이 되었다. 1959년 중학교 졸업 후 상경해 막노동과 행상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그는 1961년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 입학해 김동리, 서정주 등에게 수학했다. 등단작품『다갈라 불망비』(1963)와 『백결』(1966)의 독특한 문장과 문체에
고향 잃은 사람들이 갈 곳 없음을 밝히면서 우리 사회 현실 속에서 개인이 겪는 갈등과 불안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글들을 써온 이문구 씨는 농민소설의 전범을 보여주는 소설가다. 오늘 날에는 보령으로 바뀐 충남 대천의 관촌 마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랐으며, 6·25전쟁으로 아버지와 형들을 잃고, 이어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15세 때 가장이 되었다.

1959년 중학교 졸업 후 상경해 막노동과 행상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그는 1961년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 입학해 김동리, 서정주 등에게 수학했다. 등단작품『다갈라 불망비』(1963)와 『백결』(1966)의 독특한 문장과 문체에 주목한 김동리는 추천사에서 '한국 문단은 가장 이채로운 스타일리스트'를 얻게 되었다고 밝혔다. 문장으로 치면 '북의 홍명희, 남의 이문구'라 할 정도로 만연체와 구어체, 토속어와 서민들의 생활언어가를 구수하게 구사하고 있다.

농촌을 소재로 한 그의 대표적인 작품 『관촌수필』은 1950∼1970년대 산업화시기의 농촌을 묘사함으로써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현재의 황폐한 삶에 대비시켜 강하게 환기시켜 주는 작품이고, 새마을운동 이후 변모된 농민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 또다른 연작소설 『우리동네』는 산업화 과정에서 농민들이 겪는 소외와 갈등을 가감없이 보여줌으로써 일종의 농촌문제보고서와 같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또한 나무이름을 제목으로 하는 단편모음집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는 1990년대 이후의 영악해진 농민과 삭막해진 농촌풍경을 각기 다른 양태를 지닌 나무에 비유해 정감 있는 토속어로 맛깔스럽게 그려낸 작품이다. 작가의 문학과 인생역정의 또다른 표현으로 평가되는 이 작품집으로 2000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우리말 특유의 가락을 잘 살려낸 유장한 문장으로 작가 자신이 경험한 농촌과 농민의 문제를 작품화함으로써, 소설의 주제와 문체까지도 농민의 어투에 근접한 사실적인 작품세계를 펼쳐보여 농민소설의 새로운 장을 개척한 작가로 평가된다.

그의 작품들은 문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고 독자들에게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았지만 작가 등단 27년 만에 『매월당 김시습』이 처음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한편 한국문학의 발전을 위해 민족문학작가회의, 한국소설가협회, 국제펜클럽 등의 단체에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주요작품으로 《이삭》(1968) 《이 풍진 세상을》(1970) 《암소》(1970) 《해벽》(1972) 《추야장》(1972) 《관촌수필(1~3)》(1972) 《백면서생》(1974) 《우리동네 김씨》(1977) 《우리동네 최씨》(1978) 《우리동네 유씨》(1979) 《우리동네 장씨》(1980) 《우리동네 조씨》(1981) 《강동만필1》(1984) 《강동만필2》(1985) 《장곡리 고욤나무》(1991) 《유자소전》(1991) 《더더대를 찾아서》(1994) 《장척리 으름나무》(1994) 《장동리 싸리나무》(1995) 《장천리 소태나무》(1998)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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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4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39쪽 | 153*224*20mm
ISBN13
9788955611847

책 속으로

연전에 양평의 지역신문에 났던 늙은 농부 최옹이 암소 한 마리와 27년째 농사를 짓고 사는 이야기 또한 전자과학 시대에 숨가쁘게 사는 인생으로 하여금 넉넉한 느낌을 주었다. 최옹은 "젖 떨어진 놈 데려다 써레질 가르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같이 늙는 처지가 됐다"면서, "펄펄 기운내는 소는 내가 못 견딘다. 이 녀석은 다 알아서, 내가 쫓아갈 만큼만 일을 한다. 또 이리 가라면 이리 가고 저리 가라면 저리 가고, 아무 데나 풀어놔도 때가 되면 집을 찾아온다."
동네 사람들이 말하는 이 소의 미담 사례는 다음과 같다.
'골목길에서 아이들이 모여 놀면 저만치 주저앉아 아이들이 다 흩어진 다음에야 지나간다. 아이들이 겁나서가 아니고, 행여 지나가다가 아이들을 다치게 할까봐서 그러는 것이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은 '하릅강아지(한 살 된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의 왜곡이다. 어쨌든 하릅강아지뿐 아니라 하룻강아지까지도 개들은 다 이름이 있다. 그렇지만 소들은 이름이 없다. 최옹도 "소가 무슨 이름이 있어. 그냥 워- 하고 부르면 되지. 그래도 다 알아들어"한다.
예나 이제나 우이독경, 즉 쇠귀에 경을 읽을 필요는 없다. 사람도 못 알아듣는데 소가 어떻게 알아듣겠는가. 그러나 늙은 소는 농부의 농사용어를 알아들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자식보다 낫다고들 할 수 있겠는가.

--- p. 211

저는 그전에도 선생님이 텔레비전에 나와 하신바 '해방이 그렇게 빨리 올줄 몰랐다'는 해명이야말로 정녕 '미당이 아니면 할 수가 없는 가장 미당다운' 대답이며, 그 이상의 무엇을 요구하는 것은, 예컨대 오답을 유도하거나 위답을 기대하는 뒤틀린 심사와 무엇이 다르겠냐고 되묻곤 해왔습니다.
선생님은 어디선가 '60년 동안 써먹은 가슴이라 심장이 아플 수밖에 없다'고 당신의 환후를 말씀하셨습니다. 하오나 그 60년, 아니 팔십 평생의 가슴앓이는 편편이 시가 되고, 그 시는 마침내 국민적인 유산 상속으로 하늘을 찌르도록 쌓여 오늘에 이르렀으니, 선생님의 모든 작품은 역사적 고전의 집대성인 당시(唐詩)와 쌍벽을 이루는 한시(韓詩)이며, 또한 현대적 고전의 집대성이라고 일러온 지가 벌써 오래였습니다.
선생님은 저를 보실 적마다 이르시기를, "술은 반드시 청탁을 가리되 부디 족보 있는 술을 마시거라"하시고 저의 대중없는 술버릇을 걱정하셨습니다. 꼭 상표가 있는 술을 마시고 동동주니 특주니 하는 이름 없는 술에 속지 말라는 뜻이었습니다. 저는 30년 동안 그 뜻을 받들어 지금도 아무 술이나 입에 대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어찌타 하필이면 "아아, 우리는 어이튼 한잔 해야 허거든!" 하셨던 하해지택(河海之澤)은 이날껏 받들지 못했는지 참으로 어이없고 한탄스럽습니다.
아아, 이 불초한 것이 선생님께서 이미 신화(神化)하신 날에야 비로소 한잔 술을 올리오니 영현이시여, 흠향하옵소서.

* 이 글은 고인이 된 미당 서정주 선생을 생각하며 '미당 선생 영전에 붙여'라는 제목으로 2000년 12월에 쓰여진 원고입니다.

--- pp. 87∼88

출판사 리뷰

이 책에 실려있는 글들은 고인이 죽음을 예감하며, 혹은 투병의 괴로움을 토로하며 써 내려간 글이 아니다. 자신의 지병은 이미 보이지 않는 저쪽 먼 구석으로 밀어놓고,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회의 한 사람으로 이런저런 자신의 생각과 정서를 표현해놓은 것이다. 하여 ‘유고집’의 어두움과 장엄함과 절규함 등을 예상했던 독자라면 다소 의외라고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전혀 다른, 그러니까 따뜻하고도 적극적인 ‘현역’ 이문구의 몸짓에 자못 놀라면서 편편들을 읽게 될 것이다.
책 속에는 집필한 날짜들이 일일이 적혀있지 않지만, 모든 원고들은 2000년에서 2002년 사이에 쓰여진 것이다. 매체의 게재 여부와는 상관없이 선생 스스로 삶에 대한 여러 소회를 기록한 글도 있고, 때로는 당시의 크고 작은 시대적 상황과 연관하여 이를 바라보는 선생의 관점을 궁금히 여겼던 매체의 기고문도 포함되어 있다.

1부 <지상의 마지막 불목하니>에서는 이문구 선생이 평소에 바라보는 자기 자신, 혹은 남의 삶들을 주제로 삼고 있는 ‘인생론’ 부분이다. 과거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잊지 못할 타인을 추억하며, 사람의 인생과 평생을 동반하는 자연에 대한 감회까지 쓰다듬고 있다. 본인 스스로 말하길 ‘어쩔 수 없는 필부’라고 고백한 <필부 이야기>를 보면, 자신은 책이 나가면 훨씬 더 많이 팔리기를 바라는 푼수는 아니지만, 남들이 원하는 만큼의 욕심도 어쩔 수 없이 가지고 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밖에 어렸을 적 작가에게 슬픔의 근원처럼만 보여졌던 문둥이들에 대한 기억, 세상의 여러 특기사항 중 재미나게도 불을 지피는 실력이 수준급임을 자랑하는 작가의 천진난만함을 엿볼 수 있다.

2부 <결혼식장에 간 동리선생>에서는 30년이 훨씬 넘도록 그의 인생을 지배했던 문학, 문단계를 소재로 한 글들을 모았다. 저 유명한 소설가 김동리 선생이 제자 이문구의 철없는 부탁에 주례를 보러 갔다가 겪게되는 황당한 에피소드, 평소 문단에서 ‘인격자’로 지칭되어 왔던 작가들에 대한 회고담, 그리고 선생이 직접 편집한 친일문학 작품집에 스승이었던 미당 서정주의 글을 싣고, 훗날 서정주 선생이 타계했을 때 눈물을 흘리며 뒤늦은 회한을 풀어내는 편지글 등은 참으로 주옥같다.

3부 <고개 들어 세상 보니>에는 그의 짙은 눈썹에서 보여지는 날카로운 비판력으로 사회의 어지러운 군상들을 꼬집는 내용들을 모았다. 가령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았던 계란이 어느샌가 콜레스테롤 운운하며 요주의 음식으로 전락하고, 국조(國鳥), 길조라 불리우며 추앙했던 까치 역시 ‘까치 소탕 100일 작전’이란 명명으로 제거의 대상이 되는, 참을 수 없이 가벼운 변덕의 세상을 꼬집고 있다. 시기에 따라 말을 바꾸고, 사리사욕을 위해선 국민에게 가벼운 말(言) 사기쯤은 죄도 아니라 생각하는 정치꾼들 또한 이문구 선생의 회초리를 피하지는 못하고 있다.

4부 <‘꼭한’ 사내 ‘똑한’ 여인>에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우리가 쉽게 알지 못하는, 그러나 엄연히 자리잡은 우리 고유어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담뿍 실려있다. 우리 말에서 흔히 보여지는 성차별에 대한 글도 제법 눈길을 끄는데, 가령 남자가 씀씀이가 후하고 크면 ‘손이 크다’고 일러왔으나, 여자가 그러한 성격을 가졌다면 금새 ‘손이 헤프다’고 평가하는 것 등이 그러하다. 시중에 <이문구 용어사전>이 나와있을 정도로 한국 현대문학계에서 ‘말에 대한 성찬’을 가장 중요시하게 여겨온 작가로 평가되어 온 이문구의 우리말 사랑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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