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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적이 말을 걸다
2. 천 년 굴이 들려준 이야기 3. 모래 위에 지은 고성 4. 초원의 달빛 노래 5. 천학의 호수 가는 길 |
朴在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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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보자. 독자들 중에 달마가 갈잎을 타고 동쪽으로 오는 그림을 본 분도 있을 것이다. 그 그림을 나는 매우 재미있게 생각한다. 인도에서 중국으로 오는 거친 바닷길. 그 위에 떠 있는 조그만 배는 그야말로 갈잎사귀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에 착안하여 '달마 스님이 갈잎과 같이 작은 배를 타고 오셨다'는 이야기를 표현하기 위해 작은 배를 아예 갈잎으로 그려버린 것이다. 비유를 극대화해서 과감하게 형상화한 표현법! 재미있다.
그래도 청동분마상보다는 묘미가 적다. 왜냐하면 달마상은 비유는 아주 잘 극대화했지만 갈잎과 달마 스님이 하나의 성격으로 녹아든 것이 아닌 데 비해 청동분마상은 두 물체가 어울려 '하나의 성격'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엄청 빠르다'는 하나의 성격을. 반대로 생각해 보면 더 쉬울 것이다. '달마 대사가 아주 천천히 오셨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달마 대사가 달팽이를 타고 오는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다. 그런데 거북이가 달팽이를 타고 오는 조각상이 있다고 해보자. 그건 더 재미있을 것이다. 거북이만 해도 느린데 달팽이까지 타고 오다니... 게다가 옆에 '느리게 가기 대회'라고 씌어 있다면. 청동분마상의 작자는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무지하게 빠른 말을 만들 수 있을까? 무지하게 빠른 말? 그러면 얼마나 빨리? 번개? 그런 너무 빠르고... 화살? 그것도 좀 오버하는 것 같은데... 제비? 그래, 제비같이 빨느 말을 만들면 되겠다. 그건 말이 돼. 됐어! 됐어! 그러면 우선 제비를 만들고... 그 제비를 어디다 붙여 볼까? 머리 위? 나란히? 말등? 아니야... 말발굽? 발굴 옆? 아니, 아래? 오! 그래. 말이 제비를 딛고 날아가는 모습을 만들면 되겠구나! 그래서 만들어진 분마상은 지금까지 내가 본 중국의 모든 표현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드디어 '기술'을 넘어 '예술'이 탄생한 것이다. ---pp. 85~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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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북에 속에 담아온 실크로드의 향기
애초 박재동 화백 일행이 실크로드로 떠난 것은 순전히 애니메에션을 만들기 위한 기초 작업 때문이었다. 바로 장편 애니메이션 <바리공주>에 대한 영감- 인물, 배경, 서사 - 을 광활한 미지의 땅이 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이 여행에서는 '일' 이상의 무엇이 있었다. 만약 일이라는 테두리에 갇혀 버렸다면 이 책을 햇빛으로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내가 본 것을 나누어보고 자랑하고 싶었다'는 만화가다운 저자의 마음에서 잘 드러난다.
저자는 첫 도착지인 북경에 도착하고부터 인도의 델리를 떠날 때까지 펜을 손에서 놓아 본 적이 없다. 가지고 있던 펜들을 다 써버린 다음에는 동료들의 펜까지 빌려서 힘이 닿는 한 스케치를 한다. 만리장성을 가득 메운 인파, 병마총의 토기상들, 음식점의 악공과 무희, 시장에서 꽃 파는 소녀, 돈황의 토굴집, 달밤의 사막, 성에서 사막에서 때로는 절벽에서 만난 사람들, 순진무구한 낙타떼, 노래 부르는 눈먼 소년, 끝없는 고원, 초원, 호수, 고성 등 그에게 34일 실크로드 여정은 500여장의 스케치로 다시 태어났다. 스케치만으로는 실크로드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다 담을 수 없어, 스케치북 옆이나 사진 뒷면에 깨알같은 메모를 해놓았다. 만약 길가에 서서, 때로는 낙타에 앉아서 그때그때 글을 쓰거나 숙소에서 졸린 눈 비비며 메모를 하지 않았다면 이 책은 그 의미가 반감했을 것이다. '무거운 짐을 싣고 가장 거칠고 험한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낙타처럼 살고 싶다'는 저자의 바램이 전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