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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홍희담 저
창비 200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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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깃발
2.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
3. 문밖에서
4. 김치를 담그며
5. 이제금 저 달이

해설 / 임규찬
작가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홍희담
1945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88년 『창작과비평』 봄호에 「깃발」이 실리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광주에서 '송백회'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하여 개인 속에 각인된 역사적 기억과 5·18의 원체험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의 근원을 치열하게 파헤치는 작품을 써왔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5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15쪽 | 476g | 153*224*30mm
ISBN13
9788936436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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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잔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남자인 아들과 착한 며느리, 손녀들이 오면 마냥 웃는다. 딸내미는 또 얼마나 고운가. 적적해지면 편하게 앉아 눈을 감는다. 온갖 상념들이 들끓지만 문득 정적이 찾아올 때도 있다. 이렇게 세월이 흐르다 보면 언젠가는 가을날의 잠자리처럼 투명해지지 않을까. 늙어가는 것도 괜찮은 일인 것 같다.

처녀시절부터 남몰래 짝사랑하던 『창작과비평』에 글을 싣고 또 작품집까지 엮어내니 여한이 없다. 수고하신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삶의 엄중함 못지않게 작업의 준엄함을 말없이 깨우쳐주신 백낙청 선생님과 황석영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어머니와 송백회 아우들에게 뜨거운 손을 내민다.

2003년 5월

홍희담

출판사 리뷰

1988년 발표 당시 5·18광주민주화운동의 본질을 정면으로 다룬 첫 작품으로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화제작 「깃발」의 작가 홍희담의 첫번째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홍희담은 1945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88년 『창작과비평』 봄호에 「깃발」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광주에서 '송백회'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하여 개인 속에 각인된 역사적 기억과 5·18의 원체험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의 근원을 치열하게 파헤치는 작품을 써왔다. 한편 이번 소설집의 표지 그림과 사진은 작가와 광주에서 함께 활동했던 화가 홍성담이 맡아주었다.

주지하듯이「깃발」은 계급적 관점과 반제국주의적 시각에 기반하여 5·18광주항쟁을 그려내어 동시대를 뜨겁게 달구었고 한 시대의 문학적 상징으로 자리잡았다.「깃발」은 엄청난 규모의 폭력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던 사람들이 죽어간 '오월 광주'의 진실과 1980년대라는 시대적 형상을 작품 속에 날카롭게 새겨놓았다.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형상화로서 이 작품이 갖는 의미는 항쟁의 최후결전기를 본격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데 있다. 작품 속에는 도청에서 끝까지 싸우던 사람들 대부분이 지식인계층이 아니라 형자처럼 못 배운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문학평론가 임규찬이 지적하였듯이 "학생을 중심으로 한 지식인 주도의 초기국면에서 민중 주도로 넘어가는 항쟁의 실제적 변화과정을 노동자의 눈으로 침통하게 묘파"하여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재해석"해낸 것이다.

「깃발」의 뒤에 실린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 「문밖에서」 「김치를 담그며」 등 세 편의 중단편은 광주민주화운동 이후를 담아내고 있다. 홍희담은 광주의 시공간에 붙박인 채, '오월 광주'를 체험한 사람들이 그 이후의 현실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에 자신의 서사적 거처를 정한다.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는 5·18의 원체험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의 근원을 잘 드러내고 있다. 도청을 사수하다 체포되어 고문으로 뇌수를 다쳐 정신병원에서 살고 있는 김형철과 그를 돌보고 있는 가족들, 형철을 사랑하다가 끝내 은둔자에 가까운 삶을 살게 된 인하, 정신병원에서 형철이 썼던 편지를 읽으며 마음 아파하는 영빈 등이 그들이다. 1980년 오월이 지난 뒤 살아남은 인물들의 현재의 삶 속에는 원죄에 가까운 죄의식이 깔려 있다. 인물들의 상처와 고통을 또렷이 보여주면서 살아남은 자의 죄의식이 시대적 그늘을 형성하게 되었던 분위기를 차분하게 그려내어 읽는이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문밖에서」는 항쟁기간 동안의 한 무고한 임산부의 죽음과 대비해, 자신이 비슷한 시기에 임신하게 된 사실을 알고 죄의식을 안고 살아간 영신이란 여인의 삶을 쓸쓸하게 반추한 작품이다. 영신이 죽은 뒤, 아들 수환은 영신의 친구 연희를 만난다. 좋은 집안의 애인과 헤어지고 정비공 출신의 시민군 남자와 결혼한 연희는 수환에게 영신의 삶을 들려준다. 항쟁이 남긴 상흔을 감싸안고 그 고통을 치유하려는 조심스러운 몸부림과 함께, 과거의 기억과 현실 사이의 긴장을 잃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안간힘이 팽팽하게 느껴진다.
「김치를 담그며」에서는 희영과 그의 딸 여진이 함께 김치를 담그며 죽은 수연을 회상하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항쟁이 남긴 상처를 보듬고 아이를 키워 역사를 지속시키는 일상적인 어미의 삶에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한때 여성운동권의 대모로 일컬어질 정도로 굳건한 주체성을 견지했던 수연은 조울증에 시달리다 결국 투신자살하게 된다. "지속적으로 현실에 전념하는 과정이 필요"했다는 희영의 말이 의미하듯 최선을 다하는 삶의 투신이 없으면 일상의 무상성에 굴복하고 만다는 작가의 목소리가 읽힌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이념적·정치적 차원에서 형상화하고자 하던 데서 벗어나 세월의 변화를 차차 받아들이고 그것을 일상공간으로 끌어안아 개인과 역사,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켜 지금의 구체적인 삶의 지속으로 만들"고자(임규찬, 문학평론가) 애쓰는 작가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이제금 저 달이」는 도시 산업노동자인 아들과 농촌에 사는 어머니를 축으로 '노농연대'를 선명하게 제기한 작품이다. 힘없는 노동자 광한이 노조를 없애려고 하는 회사측과 싸우는 과정과 '고추싸움'을 계기로 농민들의 삶을 점점 피폐하게 만드는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게 되는 벌교댁의 모습을 교차하면서 민초들의 강한 삶의 의지를 보여준다. 요즈음 소설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도덕적 정당성을 위해 두려움을 극복해가는 등장인물들의 신념이 강한 인상을 남긴다.

홍희담은 '오월 광주'를 소재로 하여 우리들 자신이 역사에 빚지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무거운 주제의식과 단단한 문장으로 개인 속에 각인된 역사의 모순을 탐구하며 인간의 의지에 대한 원천적 긍정, 역사적 현실에 대한 예민한 감응력과 섬세한 감성으로 실감나게 이야기를 엮어간다. 오월의 상처와 고통을 따스한 모성애로 감싸안는 홍희담의 첫 소설집은 묵직한 문학적 감동이 날로 귀해져가는 요즘 세태에 독자들에게 특별한 기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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