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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피하는 세월
2. 세상 밖에서 내리는 눈 3. 다시 짐승의 거리 4. 짐승의 그리움 5. 짐승의 둥지 6. 허망한 데이트 7. 짐승의 희망 8. 사람의 집 |
趙星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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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성범죄에 대한 진지한 고찰
1991년 ‘우리시대의 소설가’로 제15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조성기가 장편소설 『소리 없는 아우성』(문학수첩 刊)을 출간했다. ‘우리시대의 소설가’를 비롯하여 ‘우리시대의 무당’, ‘우리시대의 법정’, ‘우리시대의 검열’, ‘우리시대의 하숙생’, ‘우리시대의 어린이’, ‘우리시대의 사랑’ 등 일련의 우리시대 연작 시리즈를 통해 작가는 우리시대의 구석구석을 비추어보면서, 과연 우리시대를 유지하고 있는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하는 화두(話頭)를 제시하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소리 없는 아우성』 역시 우리시대 시리즈 중의 하나로 ‘우리시대의 성폭력’이라는 제목을 붙일 만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원래 1992년 출간한 연작소설 형태의 『욕망의 오감도』(전5권) 제3권과 제4권에 속해 있던 것으로, 이번에 전면 개작하여 독립된 장편소설로 내놓게 된 것이다. 『소리 없는 아우성』은 지성적인 한 여성이 성폭력과 인신매매 등을 당해 무참히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그로테스크하게 그린 작품으로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기초로 하고 있다. 대략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상준은 부산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만난 여자 혜미에게 호감을 느낀다. 둘은 에덴 공원이란 곳에서 첫 데이트를 하지만 그것은 사실상 마지막 데이트나 다름이 없다. 인신매매범들이 나타나 상준을 마구 때린 후 혜미를 납치했기 때문이다. 정신을 잃었던 상준은 깨어난 뒤 혜미를 찾아 헤매지만 혜미는 그 시각 억지로 도색 영화를 찍고 있었다. 다행히 혜미는 기지를 발휘해 그곳을 탈출하고 서울 근교에서 숨어 지낸다.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있는 인신매매범들이 자신을 찾아오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혜미는 어머니께 편지를 보내 자신이 있는 곳을 알려도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끈질긴 인신매매범들은 다시 한 번 혜미를 납치한 후 동두천 기지촌에 팔아버린다. 한편 혜미의 행방을 추적하던 상준은 혜미가 소속되어 있던 민속극회를 찾아낸 뒤 여러 정보를 통해 혜미가 있는 동두천으로 온다. 마침내 경찰과 함께 혜미를 찾아 내지만 혜미의 모습은 이미 예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혜미는 상준을 보고 오히려 도망을 가게 되고, 결국 넘어져 뇌를 다치게 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뇌를 다치면서 그 동안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게 되었다는 점이다. 혜미의 기억은 상준과 데이트를 하던 그 순간에 멈춰져 있었다. 혜미와 함께 다시금 에덴 공원을 찾은 상준은 산다는 것이 소리 없는 아우성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조용하지만 그 내면을 살펴보면 너무나도 엄청난 일들을 매일 매일 겪고 사는 게 아닐까……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지닌 현실적인 문제들이 여과 없이 고스란히 노출되어, 읽는 이로 하여금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삶이 허물어져 가는 위기 속에서도 사회에 맞서 자신을 추스르려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안쓰럽고 눈물겹기까지 하다. 이러한 사건을 통해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사실 그런 성범죄가 횡행할 수밖에 없는 타락한 사회 분위기다. 특히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끼쳐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그런 범죄를 싹트게 하는 온상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을 작가는 우리에게 강한 어조로 고발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의 비판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일제시대 정신대 피해자의 증언을 통해 역사적인 관점에서 우리시대 성폭력 상황을 돌아보도록 하며, 더 나아가 미군을 상대로 하는 윤락녀들도 어떤 의미에서는 현대판 정신대가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단순히 개인의 몰락을 다룬 작품이 아니라 우리시대 성 문제 전체에 메스를 들이댄 과감하고 도전적인 작품인 셈이다. 성교육 강사로 우리시대 성(性) 담론을 획기적으로 바꾼 바 있는 구성애 씨는 이 작품을 가리켜 “여성이 여러 형태로 성폭행을 당하면서 고통받는 과정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구체적인 여성의 심리상태가 잘 나타나 있어 여성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아닐 수 없다.”라고 적극 추천하였다. 유엔에서는 2003년을 ‘여성 인권의 해’로 선포하고 10월경에 여성 인권과 관련된 각종 국제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작가는 ‘여성 인권의 해’에 이 작품이 성폭력과 인신매매로 한없이 추락하고 있는 여성들에 관한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일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간곡한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대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민하려는 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소설이다. |